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3
차원상인 143화
“너희, 뭐야?”
그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을 서서히 다가왔다.
“이 새끼들이 지금 뭐 하…… 크억!”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든 주먹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곁에 있던 다른 사내들도 그들에게 얻어맞고 일제히 몸을 눕혀갔다.
“내……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런…… 큭!”
힘겹게 일어서던 망치의 안면으로 날아든 발길질로 인해 그만 땅에 몸을 축 늘어트리고 만다.
주위를 정리한 사내들은 슬며시 백인철 곁으로 다가선다.
희뿌연 시야 속에 잡히는 한 인영을 보며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려간다.
“누……누구……?”
“사채업자 백인철 맞나?”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천동그룹 의류사업 박한일 이사님께서 널 찾는다.”
“천동그룹?”
박한일이란 이름을 떠올려보지만 그 어떤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나, 그 의문도 곧이어 들려온 말에 의해 풀리기 시작했다.
“백파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
“배……백파?”
“그래! 백파에게 복수! 그걸 박한일 이사님께서 원하신다.”
뿌옇던 시야가 차츰 또렷해진다 싶더니 백인철의 상체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그건 나도 원하는 바다!”
“잘됐군!”
이 말을 끝으로 사내들은 그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해갔다.
이렇게 천동그룹 의류사업 박한일과 백인철의 만남으로 백파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어둑어둑 컴컴한 하늘.
달마저 몸을 숨겨 어둠만이 가득한 그곳을 말없이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벌써 2년 4개월이 지났구나!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맞습니다, 아버님! 그 긴 시간 동안 가슴에 담긴 울분을 참느라 너무도 힘들게 보냈습니다.”
나직이 내뱉는 말 속에 진한 노화를 피우는 이 사람들이 바로 토니노 자작과 첫째 아들인 피델로였다.
특히나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몰핀을 귀여워했던 피델로는 2년 4개월 전 한 상인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물론 몰핀이 잘못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더더욱 아버진 토니노 자작의 검을 통해서 죽음을 맞이하다니…….
이런 치욕은 세상에 더는 없을 것 같다.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떨어대던 그때 곁으로 한 사내, 쇼에이가 다가왔다.
“기사단 조장들이 집합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토니노 자작은 피델로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메로나 자작 저택의 회의장으로 간 그들은 그곳에 나열한 열 명의 사내를 향해 손을 들어보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자작님!”
한 차례 군례를 올린 그들은 기다란 탁자 주위에 있는 의자에 앉아갔다.
토니노 자작은 그중 제일 상석에 가 앉고는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지난 2년여 간 우린 몰핀의 원수, 릭 캐슬과의 일전을 준비해왔다. 물론 몰핀의 실수로 그런 허무한 죽임을 당하게 되었지만 나의 귀여운 둘째 아들이자, 자랑스러운 자작가의 일원이다. 그런 그의 넋을 기리기고자 하는 전쟁이니 기필코 이겨야 할 것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목숨을 다 바쳐 전쟁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있는 대로 탁자에 숙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토니노 자작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그만하고 고개를 들도록 하게!”
그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토니노 자작은 쇼에이를 향해 말을 하였다.
“그럼, 이번 전쟁을 앞두고 펼칠 작전에 대해 말해 보게!”
“알겠습니다, 자작님!”
깍듯이 고개를 숙인 그는 옆에 있는 봉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탁자에 펼쳐진 대륙 지도를 짚었다.
“하임이트 영지로 진군에 앞서 잠시 후 3개조로 이루어진 선발대를 보낼 예정입니다. 그 선발대는 혹시 모를 적의 매복에 대비해 우리가 이동할 길을 점검함과 동시에 적의 동태를 살필 것이었다. 또한 사전에 계획된 대로 본진이 영지 안으로 진격하기 무섭게 성내에 침투 후 교란 작전을 통해 적들로 하여금 우리의 이동을 잠시나마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시간도 부족하고 매우 위험할 것 같은데 일반 병사들로 되겠는가?”
괜찮겠냐는 말에 쇼에이는 걱정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일반 병사들로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전 자작가에서 비밀리에 키운 어쌔신을 중심으로 선발대를 꾸며 놓았습니다.”
“기동력이 좋은 기병이 아니고 말인가?
“기병을 선발대로 보낼 수 있으나 이후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로 불편함이 있어 최종 어쌔신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토니노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편이 상대의 성 내부로 숨어들어가기 쉽겠군.”
“제 생각도 같습니다.”
고개를 숙이던 쇼에이는 다시 봉을 들어 지도를 가리켰다.
“선발대가 성내에 들어갈 시각인 오늘 저녁을 기해 전군을 하임이트 영지를 향해 진군시킬 생각입니다. 이때 망고넬(Mangonel) 투석기 5대와 베터링 램(파충차와 같은 것) 3대, 그리고 공성탑(Siege tower) 3대를 같이 가져갈 생각입니다.”
“그리 많은 공성무기를 가져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하임이트 영지는 단 한 번도 적의 침임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난공불락이어서가 아니라 몬스터 출몰이 잦은 지역이라 일부러 피한 것입니다. 그런 탓에 다른 어느 곳보다도 성이 견고하질 못합니다. 그 점을 노려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일리 있는 말이라며 토니노 자작은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전쟁을 하기 전에 성의 보수 공사를 하지 않은 것은 커다란 실수이니 말이야.”
“아직 전쟁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왠지 그곳 영지민들이 불쌍하군.”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같은 생각이라는 듯 쇼에이는 말을 하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토니노 자작은 계속하라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쇼에이는 한 차례 고개를 숙이고는 아까 하던 말을 이었다.
“그럼, 계속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군이 영지성에 도착할 시각은 다음 날 오후, 그러니까 내일 오전이 되겠습니다. 그때 우리는 하임이트 영지성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숙영지를 세우고 메로나 자작의 병사를 이천 명을 내세워 1차 공격대로 할 것입니다. 이때 망고넬 투석기와 베터링 램을 같이 투입할 예정입니다.”
설명을 듣고 있던 토니노 자작은 관자노리를 부근을 중지로 쳐간다.
“보통 베터링 램은 전쟁이 어느 정도 진행 된 후에 투입시키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게들 많이 씁니다만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베터링 램을 맨 처음부터 쓰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쓸 경우 적은 베터링 램을 부수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을 것이고 그동안 우리는 망고넬 투석기와 공성탑을 사용해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병사도 아낄 수 있는 것이죠.”
토니노 자작은 이해가 된다는 듯 말을 하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베터링 램을 미끼삼아 공격을 한다, 이것이지. 베터링 램이 부서지면 그때 병사를 투입하고 말이야.”
순간 쇼에이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작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1차 공격 후, 자작가의 병사를 투입과 동시에 나머지 공성무기를 사용해 적의 성을 빼앗도록 할 생각입니다. 혹시나 1차 공격이 수포로 돌아갔을 경우를 생각해 내일 오후, 미리 거래해둔 용병단 천 명과 함께 망고넬 투석기 4대와 공성탑 3대, 베터링 램 4대를 출발시킬 생각입니다. 아마 증원부대가 도착할 때쯤이면 모레 새벽쯤 될 것입니다.”
묵묵히 있고 있던 토니노 자작은 옆에 있는 술잔을 들었다.
“군대 편성은 어찌 해뒀나?”
쇼에이는 품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번 전쟁을 수행하는 총사령관은 자작님, 부사령관은 저 쇼에이가 맡을 것입니다. 기병단장은 피델로 님이 맡게 될 것이며 휘하 기병부대장은 제시, 맥스, 피엘, 테미아가 맡을 예정입니다. 군단장은 폴란이 할 것이며 휘하 군부대장은 데프, 차코, 네이슨, 바이키, 오스칼이 맡을 예정입니다. 메로나 자작가 병사들은 포스텔이 맡을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선발대 3개조의 조장은 켈리언, 셀던, 제스아가 맡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나열되는 이름에 따라 주위 사람들의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 그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토니노 자작은 맘에 든다는 듯 주억댄다.
“잘 편성했군. 그 정도라면 맘 푹 놓고 싸워도 될 것 같아.”
“감사합니다. 자작님!”
한 번 고개를 숙인 쇼에이가 뒤로 물러선다.
그걸 본 토니노 자작은 술잔을 내려놓고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대검을 뽑아들었다.
“모든 기다림은 끝났으니 검을 들라! 그리고 노래하라! 죽음의 천사를 위한 노래를 말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섰다.
차차차창!
대검들을 뽑아든 그들을 본 토니노 자작은 큰 소리로 외쳤다.
“몰핀 님의 명예회복을! 자작가에 번영을! 하임이트 영지에는 죽음을!”
그의 말에 따라 주위 사람 모두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전쟁은 시작되고 있었다.
‡ ‡ ‡
“헬슨 형님! 거기서 뭐 하십니까?”
메로나 자작가가 있는 데이토라 영지성 경비 대원인 멜은 성문 밑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헬슨을 보고는 서둘러 뛰어온다.
“상인이라는데 성문 밖에 뭘 두고 왔다며 잠시 나가야겠다고 해서 막고 있는 중이네.”
“대체 어떤 상인이기에 그러십니까?”
누군가 싶어 상대를 보니 평소 영지를 자주 찾는 상인인 바테라였다.
동생이 병사로 있다며 볼 때마다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 용돈을 주는 등 제법 친분도 있는 이였다.
“어, 바테라 님! 이 늦은 시간에 어딜 나가겠다는 겁니까?”
“멜!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여인이 있어 목걸이를 샀는데 없어졌지 뭔가? 아무래도 아까 성에 들어오기 전에 꺼내보다 흘린 듯하니 미안하네만 잠시 성 밖에 좀 나가게 해주게!”
“아시지 않습니까? 자정이 다되면 성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도 좀 봐주게! 마흔도 넘었는데 이번에 장가를 가지 못하면 언제 갈 수 있겠나?”
장가 좀 가게 도와달라는 말에 멜은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도와주신 것도 있고 하니 이번만 성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니 그리 아십시오.”
“고맙네! 내 이번 일은 평생을 두고 갚도록 하지.”
“그런 말씀하지 마시오. 어서 빨리 찾아오십시오.”
괜찮다면 멜은 손을 내젓는다. 커다란 성문 밑자락에 있는 병사들만 쓰는 조그마한 문에 다가서는 그를 본 헬슨은 서둘러 말을 건넸다.
“이보게! 그러다 걸리면 죽음 면치 못하네.”
“평소에 도움을 많이 주시던 분입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봐주십시오.”
“이게 봐주고 말고 할 문제인가? 그만하고 돌려보내도록 하세. 그렇지 않아도 영주님이 돌아가셔 성내가 뒤숭숭한데 괜히 이런 짓을 했다 들키는 날엔 뼈도 못 추리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