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4
차원상인 144화
“들킬 일은 절대 없을 테니……. 형님! 제 얼굴을 봐서 한 번 만 봐주십시오.”
곤란한 빛을 띄우던 헬슨은 이내 옆으로 비켜섰다.
“딱 오 분이네! 그 이상은 봐주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게!”
“고맙습니다, 형님!”
인사 따윈 됐다는 듯 헬슨은 손을 내젓는다.
그런 그를 뒤로 한 채 멜은 바테라를 찾았다.
“오 분 안에 돌아오셔야 합니다. 그러질 못하면 영지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니 그리 아십시오.”
“꼭 오 분 안에 들어올 것이니 걱정 말게!”
다짐을 하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하나, 믿지 않는 듯 재차 확답을 듣고서야 멜은 조그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해주었다.
그렇게 성 밖으로 나선 바테라는 성문에서 왼편에 자리한 조그만 풀숲으로 갔다.
이리저리 헤치며 살피는 듯하더니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토니노 자작이 움직인다 합니다.”
“토니노 자작이 말인가?”
말하기 무섭게 풀숲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바테라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그저 풀을 살핀다.
“그렇습니다.”
“본진이 출병하는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선발대 같아 보입니다.”
“선발대를 내세웠다는 말인가?”
“예! 그것도 3개조나 말입니다.”
토니노 자작이 움직이는 것은 물론 선발대까지 보내는 것을 바테라가 어찌 아는 것일까?
그건 그가 은비각 출신의 실버문 대원으로 이곳의 동태를 살피는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은신술이 빼어나 메로나 자작이 머무는 저택을 넘나들며 정보를 모으고 있었는데, 우연히 서재에서 토니노 자작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고는 서둘러 전하러 온 것이었다.
예상 밖의 소식이라 그런 것일까?
한순간 풀숲이 부르르 떨린다.
설마하니 그렇게나 많은 인원을 보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풀을 헤치던 바테라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성문 쪽을 살피던 그때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혹시 선발대가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는가?”
“제가 듣기에는 어쌔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어쌔신? 아무래도 성내로 진입해 분란을 일으킬 생각인가 모양이군.”
“아무래도 그래 보입니다.”
잠시 침묵이 풀숲 사이로 흐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다 되었다 싶던 그때 또 한 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본진이 언제 출병하는 지도 알아봐주게!”
“알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바테라는 몸을 돌려 나갔다.
잠시 후, 그가 성문 안으로 들어가고 주위가 잠잠해지자 풀숲 위로 한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이 사람은 남궁세가 은비각 출신으로 현재 실버문 5조 조장인 탁문길이었다.
경신술을 사용해 재빨리 성에서 벗어난 그는 조원이 기다리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조장님 오셨습니까?”
대기하고 있던 한 조원이 인사를 건네자 탁문길은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뭔가를 빠르게 적고는 네 조각으로 나누어 건넸다.
“세 길목에서 경계 중인 천랑대와 기사단, 그리고 세가 사람들과 아가씨께 이것을 전하도록 하게.”
“그것뿐입니까?”
“덧붙여 이 말도 전해 주게.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주위에 있던 조원들은 빠르게 숲을 빠져나간다.
제6-7장
“오셨습니까?”
막 중원으로 넘어와 창고를 나서는 우현과 티아에게 총관 남궁천옥이 인사를 건넨다.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아닙니다. 이 근처에 일이 있어 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저는 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순간 놀랐습니다.”
“그러셨습니까?”
둘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물건을 옮길 수 있도록 창고에서 나온 우현과 티아는 총관 남궁천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근데 장강십이로채와 녹림에게서는 답이 왔습니까?”
“예! 좋은 생각이라며 장강십이로채는 적극 받아드리겠다 하였습니다. 녹림은 저희가 사천 지부 건설을 위해 사람을 보낼 때 광업에 투입될 인부와 조사 인원을 보내 주겠다고 했고 말입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그럼, 장강십이로채와 연계할 수 있도록 다른 수적과도 협상을 해보도록 하십시오. 잘만 하면 전 중원을 잇는 해로가 탄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총관 남궁천옥의 얼굴이 밝은 것이 그 또한 기대감이 높은 듯하다.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짓던 우현은 문뜩 떠오른 생각에 서둘러 물었다.
“당가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쪽 역시 저희 제안을 받아드리겠다 전해왔으며 그에 관한 협의를 위해 조만간 사람을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긴 당가에게 좋은 조건의 계약일 테니 거부할 이유가 없겠지요.”
“맞습니다.”
막 가주전에 도착에 안으로 들어가려던 우현은 총관 남궁천옥이 말을 건넨다.
“참! 매입한 화포와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포수를 데려갈 수 있게 준비해 주십시오.”
“이번에 데려가실 생각이십니까?”
“대륙의 상황으로 보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처리해 놓겠습니다.”
한차례 고개를 숙여보이던 총관 남궁천옥은 이내 몸을 돌린다.
그것을 지켜보던 우현은 슬며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맑다 못해 시퍼렇게까지 보이는 그 하늘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그나저나 대륙은 어떤지 걱정이 되네.”
영지전이 코앞이라서 그런 것일까?
자꾸만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이 어서 빨리 일을 처리한 후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마음을 굳힌 우현은 서둘러 티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대륙으로 가기 위해서 말이다.
‡ ‡ ‡
“모두 정지!”
순간 들리는 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멈춰 섰다.
멈춰선 것을 본 사내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갔다.
‘분명 산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리도 조용한 것은 무엇이지…….’
이렇게 속엣 말을 하는 이 사내가 바로 제3선발대 조장인 제스아였다.
그는 쇼에이가 일러 준 대로 엘케비노 산맥을 통해 가던 중 분명 산이건만 지나치게 고요하다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짙은 어둠 속에 고요한 숲을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 있던 그때 뒤쪽에서 한 병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적이다!”
하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병사는 시뻘건 핏물 속에 고개를 처박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무기를 끄집어내었다.
차차차창!
양손에 도끼를 꺼내든 채 주위를 살피던 제스아의 귓가에 비명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으아아악!”
제스아는 들고 있던 도끼를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날렸다.
퍼억!
몸에 도끼를 박은 채 무너지는 시커먼 인영을 본 그는 서둘러 숲을 가로질렀다.
“이놈, 잡았다!”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짓던 그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의 도끼에 꽂힌 건 적이 아니라 선발대였기 때문이었다.
황급히 주위를 살펴가던 그때 뒤쪽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커헉!”
머리를 잃어버린 병사하나가 허우적대다 그만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본 제스아의 얼굴이 사정없이 굳어졌다.
‘설마하니……. 적이 매복하고 있었단 말인가? 우리가 온다는 것을 어찌 알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해 하던 것도 잠시 그는 서둘러 외쳤다.
“지금 즉시 이동한다. 진형은 쓰리 스피어 존으로 한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이 세 개로 나뉘어 뭉치기 시작한다.
쓰리 스피어 존은 이곳을 벗어나 전진하는 쪽과 동료에게 연락하는 쪽, 마지막으로 본진에 이 상황을 알리는 쪽으로 나누어진 어쌔신을 위해 만들어진 극단적인 진형이었다.
막 이들이 목표한 곳으로 가려는 찰나, 주위 가득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시커먼 인형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하나의 장벽을 세운 듯 커다란 방패를 든 채 다가서는 그들로 인해 세 갈래로 나뉜 진형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피핑!
“크아아악!”
가슴과 얼굴에 암기를 꽂힌 채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뒤이어 다른 이가 가슴에 화살이 꽂힌 채 바닥에 무너져간다.
상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선 후, 암기나 화살로 공격하는 전술로 바꾼 것 같았다.
별거 아닌 전술 같아 보이지만 정공법에 약한 어쌔신으로 이루어진 선발대에게는 이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었다.
“빌어먹을! 모두 흩어져!”
육두문자를 흘리던 제스아의 머리 위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져 왔다.
놀란 그가 재빨리 고개를 위로 쳐들자 하늘에서 암기를 던지며 내려오는 적이 눈에 들어왔다.
“제길! 모두 대형에서 이탈하라! 흩어지란 말이야!”
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은 지 오래였다.
“크윽!”
“아아악!”
십여 개의 암기에 고슴도치가 된 병사 셋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바닥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바닥에서 상반신만 일으킨 적은 인정사정없이 병사들의 다리를 베었다.
“으으윽!”
“크아아악!”
병사들은 적의 공격에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본 제스아는 부드득 이를 갈며 손에 든 도끼에 박힌 마나석을 만졌다.
“파이어 라인!”
거친 외침과 함께 한 쌍의 도끼가 어둔 숲을 휘저어간다.
그러자 불길로 이루어진 육망성이 허공에 그려졌다.
그리고 그 육망성은 빠르게 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난데없이 나타난 불길에 적은 방패를 들어 막아본다.
치치치칙!
시뻘건 화염이 방패를 먹어 삼키듯 휘감아간다 싶더니 육망성의 불길에 따라 잘렸다.
방패들이 부서지자마자 뒤편에 있던 이들이 나와 다시 가지고 있던 방패를 세운다.
“이……이런!”
설마하니 물러나지 않고 이렇게 또다시 방패를 내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스아는 또 한 번 육망성의 불꽃을 피우려 했으나 손이 마나석에 채 닿기 전에 한줄기 빛이 어깨 위로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악!”
잘려 나간 팔을 보며 제스아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날아온 창과 화살로 인해 온몸이 난자당하고 만다.
“끄르르륵!”
가래 끓는 듯한 소리를 내뱉던 제스아는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런 그를 끝으로 주위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본 적들은 하나둘 병사들 위에 시커먼 인영을 드러냈다.
주위를 둘러보며 생존자가 없음을 확인한 적 가운데 하나가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돌아간다.”
잠시 후, 그들이 사라지자 시체 사이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자신 위에 있는 시체를 치우고 일어난 한 사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이 사실을 알려야 해!”
이렇게 말을 한 그가 막 한 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동료를 버리면 쓰나?”
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돌부처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