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5
차원상인 145화
서걱!
순간 목 부분에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힘없이 몸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천랑대 대주는 주위 사내들을 보았다.
“영지에 알려라 이곳에 온 선발대는 해결했다고 말이야.”
그의 말을 듣고 한 이가 몸을 돌려 하임이트 영지를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 ‡
“토니노 자작이 움직였다고?”
“그렇습니다. 참모관님!”
순간 고흥만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약조한 열흘이 지난 터라 조만간 적이 움직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쳐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 병력은 얼마나 되나?”
그의 말에 남궁운혜가 말을 건넨다.
“21명이 1개조로 세 개조가 움직이고 있어요. 그리 많은 수로 보아 아무래도 선발대 격인 것 같습니다.”
“선발대라……. 우리 영지로 오는 길목을 확보하기 위함인가?”
“저도 그리 예상했지만 조금 전 엘케비노 산맥에 있던 천랑대에 의해 섬멸된 선발대 인원 대부분이 암살자, 그러니까 어쌔신으로 보인다고 하는 것이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합니다.”
“선발대를 어쌔신으로 보냈다, 라……. 매우 특이하군. 보통은 발이 빠른 초계병이나, 보병을 보내 길목을 확보하는 식으로 나올 텐데 말이야. 혹시 영지에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인 것인가?”
남궁운혜는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자놀이를 검지로 툭툭 치며 잠시 생각에 빠지던 고흥만이 되물어온다.
“그럼, 나머지 선발대는 어떻게 됐나?”
“조금 전 우리 사람들과 조우 직전이라는 연락을 왔어요. 혹시나 싶어 레이젠 대장님이 직접 나선다고 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이만하면 됐다는 듯 끄덕이던 그는 온갖 서류와 지도로 어지러이 널린 탁자를 보며 말을 하였다.
“그럼, 그 문제는 레이젠 대장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우리는 이후의 상황을 예상해 전략을 짜도록 하세.”
남궁운혜는 종이 하나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 실버문 조원이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토니노 자작은 본 영지로 출발하기 위해 전 병사들을 집결시키고 있는 상황이며 출발은 오늘 아침이라고 해요. 그때 공성무기도 같이 출발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공성무기까지 가져온다고? 아주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군. 그래, 대충 규모는 어떻게 된다 하던가?”
“총 병력은 약 육천 명에 이르며 망고넬 투석기 5대와 베터링 램 3대, 그리고 공성탑 3대도 같이 가져갈 생각이라고 해요. 이뿐만 아니라 다음 날 증원부대 형태로 용병단 천명과 함께 망고넬 투석기 4대와 공성탑 3대, 베터링 램 4대를 추가로 출발시킬 예정이라고 해요.”
순간 고흥만의 미간이 좁혀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병력을 끌고 오려했기 때문이었다.
“거참! 그 좁은 영지에서 많이도 끌고 오는 군. 대체 어디서 돈이 났기에 그리 많은 것들을 가져온다는 거야?”
“제 생각에도 너무 많는 것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듯 싶어요.”
“한마디로 주모자는 토니노 자작이 아닌 제 삼의 인물이라는 것이군.”
“제가 보기에도 그런 듯 싶어요.”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온다.
토니노 자작을 움직이는 또 다른 인물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던 고흥만은 시선을 들어올렸다.
“일단, 주모자 색출은 다음으로 미루고 현재 그들이 생각중인 전략이 어떤 것일지 말해봐!”
“조금 전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상국은 오늘 저녁 전군을 영지로 출발시킬 예정이라고 해요. 아마도 선발대를 통해 영지에서 분란을 조장해 우리가 본진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감추기 위해 그리한 것 같아요. 그렇게 영지로 들어온 그들은 공성 무기를 사용한 공격을 감행해 일차적으로 우리의 병력과 수비력을 소모시킴과 동시에 차후 증원될 부대와 뭉쳐 영지성을 함락시킬 생각으로 보여요.”
묵묵히 듣고 있던 고흥만의 고개가 끄덕거린다.
“매우 괜찮은 전략이군. 무작정 덤벼들지 않는 것도 그렇고 증원부대를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적 진영에 수완이 좋은 자가 있는가 보군.”
“쇼에이라고 토니노 자작 휘하의 한 기사가 제법 전략에 능한 자라 알려져 있어요. 지금 이 전략도 아마 그에게서 나온 거예요.”
그의 말에 고흥만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너무나 아깝군.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짠다 한들 이렇듯 정보가 새어 나가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니 말이야.”
“그걸 위해 실버문에 속한 모든 이들을 풀지 않았습니까?”
“하긴 지금 출진하는 토니노 자작 병사들 틈에 우리 실버문 소속 용병들이 있다지?”
“예! 조금 우습긴 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다고 해요.”
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첩자로 보낸 용병들을 자신의 병력에 추가하는 토니노 자작의 어리석음에 그저 웃음이 났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겐 첩자를 이용한 계책을 부렸으면서 자신들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지 이해가 안 되는군!”
“우릴 너무 쉽게 봐서 그럴 거예요.”
“아마 그럴 테지.”
맞는 소리라는 듯 고흥만은 주억거려간다.
“적들에 맞서 우리가 행할 전략은 어찌해야 할 것 같은가?”
“일단 저는 도베르만 기사단 출신 분들을 보내 적이 출진하는 동시에 암습을 가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암습을 가하겠다는 말에 고흥만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본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암습 통해 병사들의 불안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리하는 것인가?”
말을 들은 남궁운혜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맞아요. 그들은 야행을 통해 영지내로 들어오려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법 빠른 속도로 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쟁을 앞둔 상태라 극도의 긴장감으로 싸인 병사들인데 계속해서 암습을 받는다면 어찌 되겠어요? 아마도 불안감이 극에 달해 싸울 마음 같은 건 싹 사라질 거예요. 거기다 적은 토니노 자작의 병사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메로나 자작의 병사와 용병들 또한 포함되어 있어요. 한마디로 병력의 응집력이 적죠. 그런 만큼 적의 기세는 한풀 꺾이고 말 것입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야. 불안감은 공포가 되고, 전장에서의 공포란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이니 말이야.”
“맞는 말씀이세요.”
옳은 말이라며 남궁운혜는 동의를 표한다.
고흥만은 계속해서 말을 해보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끊어졌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영지에 적군이 들어서면 일단 전면전에 대비해야 할 거예요. 그래서 전 참모관님이 준비하신 함정을 사용해 적의 공성무기를 무효화 시키고 천랑대와 남은 남궁세가 사람들을 좌우측에서 공격함과 동시에 영지군을 포함한 모든 병사들을 궁병으로 바꿔 성벽에 주둔 시키는 형태로 공성전을 펼칠 생각이에요.”
이제껏 묵묵히 듣고 있던 소네스가 말을 건넸다.
“근데 그거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단순히 함정으로 공성무기를 막는 다는 것 말이야.”
“나 역시 그 문제가 맘에 걸리는군!”
고흥만 역시 같은 생각인 듯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건 남궁운혜도 생각했었던 문제인지 곧바로 답을 했다.
“저 역시 공성무기가 맘에 걸리긴 하지만 현재로는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이제와 공성무기를 따로 만들 수도 없고 말이에요.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암습을 통해 공포감을 심어주고, 좌우측 공격을 통해 적들로 하여금 스스로 무너지길 바라는 것 밖에는 없어요.”
고흥만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우현이 화포를 갖고 온다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걸 기대하기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그렇다고 차카타파 마법사들이 만든 화약을 꺼내들자니 사용법에 제약이 걸려 그것도 좋지 않았다.
한숨을 푹 내쉬던 고흥만은 굳게 다문 말문을 열었다.
“현재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으니 지금 말한 대로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저 역시 불안하긴 하지만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을 같습니다.”
소네스 역시 같은 생각이라며 동의를 표한다.
다른 이들까지 동조를 하자 고흥만은 증원부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일단, 본진은 앞서 말한 대로 하기로 하고 증원부대에 대한 것은 어떻게 할 셈인가?”
“그건 레이젠 님이 이끄시는 기사단이 알아서 할 거예요.”
“레이젠 대장이 말인가?”
“선발대를 섬멸한 후, 레이젠 대장님은 주둔해 있던 곳을 벗어났다 적의 본진이 지나간 후에는 후방을 틀어막는 역할을 할 것이에요. 물론 뒤이어 증원하러 나온 부대 또한 섬멸하고 말이죠.”
이때 소네스가 말을 건넨다.
“증원 부대를 섬멸한 걸로 끝나는 거야?”
“아니에요. 증원 부대가 출격을 하면 대기하고 있던 실버문의 전 조직원이 적의 영지성으로 들어갈 거예요. 이는 증원 부대를 섬멸한 후 진격할 레이젠 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에요.”
“내 생각에도 그리하는 것이 좋겠군. 어차피 그곳에 남은 병사들도 적으니 무력이 약한 실버문 조직원이라 해도 일을 진행하는데 별 무리는 없을 테니 말이야. 게다가 그곳에는 우리에게 포섭된 이들도 제법 많으니 그들과의 협력이 잘만 이루어지면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영지성으로 입성하게 될 것 같군.”
“소네스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는 듯 소네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보고 있던 고흥만의 얼굴 또한 맘에 든다는 듯한 빛을 띠운다.
“공성 무기가 좀 걸리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군. 세세한 전략은 이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정하기로 하고 지금은 영지 내에 있는 모든 용병과 병력을 모아 이후 벌어질 전쟁에 대비토록 하세나!”
“알겠습니다, 참모관님!”
회의장에 우렁찬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6-8장
“젠장!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이없다는 말과 함께 선발대 조장 중 하나인 셀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부터 일단의 검은 무리가 암습을 해왔는데 그 피해가 제법 컸기 때문이었다.
평소 보던 검에 비해 검신이 좁은 것을 쓰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몇 번 칼을 맞대지도 못한 채 병사들이 죽고 말았다.
거기다 마나를 이용해 싸우는 것으로 보아 오러 유저인 듯한 것이 실력이 상당한 이들인 것 같았다.
그는 마법사 켈리언에게 말해 서치 마법을 이용해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적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빌어먹을!”
거칠게 욕을 토해내던 그때 작은 기척을 느낀 켈리언이 황급히 마나석을 만졌다.
“아이스 쉴드!”
거친 일갈과 함께 머리 뒤로 허연 얼음 덩어리가 생겨난다 싶더니 허공을 날아 내리꽂힌다.
카캉! 콰지지직!
부서지는 나무 사이로 흩날리듯 뿌려지는 조각난 얼음 조각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놀란 켈리언은 서둘러 마나석을 매만지며 주문을 영창해 나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