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6
차원상인 146화
“헤이스트!”
순간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뒤로 날아간다.
부근에 자리한 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싶던 그때 또 한 번 기척이 느껴진다.
“으……으아아악!”
십여 개로 나뉘던 검이 하나로 뭉쳐 휘몰아친다 싶더니 켈리언의 정수리를 시작으로 그대로 그어 내린다.
반으로 나뉜 채 무너져 가는 그를 본 셀던은 손에 들고 있던 바스타드를 휘둘렀다.
어지러운 쇳소리와 함께 마주치는 바스타드와 검 사이로 불빛이 치솟아 오른다.
차창!
찔러오는 검을 피해 몸을 돌리던 셀던은 바스타드를 돌려 상대를 향해 찍어 내렸다.
하나, 채 닿기도 전에 십여 개로 나뉜 검이 날아든다 싶더니 바스타드를 튕겨내 버린다.
주르륵 뒤로 밀려나는 몸을 주체 못한 채 그대로 나무를 덮친다.
쿠쿠쿵!
한바탕 대지가 들썩인다.
흙먼지 가득한 나무의 밑동 위로 셀던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입술 밑으로 흘러내린 핏물을 닦아내던 그는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순간 푸른 복장의 한 사내가 오른손엔 검을 들고, 왼손은 뒷짐을 쥔 채 바라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러 유저군.’
검신을 타고 피어오르는 마나에 보던 셀던이 물어간다.
“난 셀던이다. 넌 이름이 뭐지?”
잠시 바라보던 사내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창천대 대주 남궁정이다.”
‘기사단 이름이 창천대인가? 거참! 묘한 이름뿐이군.’
이름만큼이나 이상하다며 뇌까리던 셀던이 다시 물었다.
“혹시 하임이트 영지 사람인가?”
“그렇다면?”
까칠한 그의 답에 순간 셀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임이트 영지 놈들은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는군!’
맘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중얼대던 그는 허리춤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프람베르그(Flamberge), ‘파도치고 있는’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이검은 칼날이 파도치듯 휘어진 검이다.
상당히 잔인한 검으로 알려진 이 검은 베일 경우 상처가 매우 깊게 생기고, 또한 그 상처를 크게 벌릴 수 있어 과도한 출혈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살자들도 잘 사용하지 않는 검인 프람베르그를 빼어 든 셀던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장비의 장팔사모와 비슷한 검날에 남궁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도 잠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가 손에 든 검을 힘주어 잡았다.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던 셀던은 버럭 소릴 질렀다.
“죽어랏!”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기 그는 바스타드를 들어 무섭게 내리쳤다.
동시에 반대 손으로는 프람베르그를 휘둘러 베었다.
한 차례 콧방귀를 뀌던 남궁정은 뒤로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러고는 손에 든 검을 들어 빠르게 허공을 휘저었다.
“천강십로!”
한순간 뿜어진 내력으로 인해 주위 떨어져 있던 나뭇잎들이 비상을 한다.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그것들 사이로 십여 개의 검기가 맹렬한 기세로 찔러 들어왔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근처에 있던 나무들이 부서져 내렸다.
하나, 이미 멀찍이 몸을 피한 셀던은 남궁정을 쫓아 바닥을 박차고 달려 들어왔다.
그 모습이 흡사 늑대와 비슷해 그 기세가 무섭기 그지없다.
카캉!
불꽃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뒤이어 찔러오는 검을 맞아 바스타드를 추켜올리자 쇳소리가 주위를 울린다.
분명 막아냈음에도 셀던의 얼굴은 여전히 찌푸려진 채 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바스타드를 휘감듯 찔러오는 검에서 들려오는 쇳소리는 마치 검을 갉아먹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어 꺼림칙한 기분마저 들고 있었다.
있는 대로 인상을 찡그린 그를 보며 웃던 남궁정은 잡고 있던 검을 옆으로 홱 돌렸다.
“천정일성!”
카카카카칵!
불꽃이 연속으로 튀어 오르며 주위로 퍼져 나갔다.
그와 함께 시뻘건 핏물이 허공을 비상했다.
“크윽!”
비명 소리를 뱉어내던 셀던은 왼쪽 뺨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잡은 손 밑으로 핏물이 연신 떨어져 내렸다.
“네……이놈…….”
이를 부드득 갈던 셀던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검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날아온 검은 아까와 같이 방식으로 오른쪽 뺨에 상처를 만들어냈다.
팔, 다리, 어깨, 배할 것 없이 날아든 검으로 인해 셀던은 혈인이 되었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가슴에서 핏물이 튀어 올랐다.
바닥에 쓰러진 셀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남궁정을 보았다.
‘비……빌어먹을…….’
계속해서 날아든 검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써봤지만 전혀 피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검술이 무너질 줄 몰랐던 셀던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화……화살을 쏴라! 어서! 화살…….”
그러나 이미 주위엔 자신을 제외한 다른 누구도 없었다.
다만 있다면 그건 남궁세가 소속 창천대 사람들일뿐이었다.
발버둥 치며 뒤로 가던 그때 뭔가가 그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남궁정의 검임을 깨달은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
“힘이 있으면 뭐하나……. 쓸 줄 알아야지.”
무능함을 책망하던 남궁정은 검을 찔러갔다.
순간 시뻘건 핏물이 튀어 올랐다.
어느새 희뿌옇게 변한 하늘 쳐다보던 그는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본문에 알려라! 선발대는 모두 섬멸됐다고 말이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암행부 문도들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아직 새벽이건만 주위는 대낮처럼 밝았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횃불 사이로 병사들이 창을 든 채 날카로운 눈빛을 자아내며 서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흰말이 천천히 다가오는가 싶더니 토니노 자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작님 나오셨습니까?”
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에도 불구하고 앞만 보던 그는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선발대에게선 연락이 왔는가?”
연락이 왔냐는 말에 쇼에이가 앞으로 나섰다.
“조금 전 연락이 왔습니다. 성에 돌입할 예정이랍니다.”
그의 말에 토니노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자신의 통신체계가 적에게 넘어간 줄도 모른 채 그들이 흘리는 거짓 정보에 만족해했다. 잠시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던 그는 손에 든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하임이트 영지로의 진격을 명한다.”
진격을 명한다는 말에 뒤에 있던 나팔수가 손에 든 나팔을 불었다.
뿌우우웅! 뿌우우웅!
두 번의 나팔소리가 주위로 퍼져나가자 병사들은 손에 든 무기를 위로 쳐들었다.
“와아!”
거센 함성 소리와 함께 그들은 몸을 돌려 하임이트 영지를 향하였다.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토니노 자작은 고개를 돌렸다.
“우리도 가세!”
가자는 말에 쇼에이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토니노 자작을 위시한 친위대와 함께 수많은 병사들을 뒤를 쫓았다.
이렇게 하임이트 영지와 토니노 자작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제6-9장
쾅!
탁자를 거세게 내리친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한껏 치켜뜬 눈으로 바딘 백작을 바라보던 레조스 왕이 물었다.
“지금 뭐라 하였소?”
“토니노 자작이 하임이트 영지로 진격했다고…….”
채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탁자에 주먹이 떨어진다.
“토니노 자작이 왜 릭 캐슬 후작을 공격한다는 것이오? 그것도 임기 유예기간인 1년을 넘기자마자 말이오. 이 말은 곧 전부터 공격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 아니겠소? 내 말이 틀렸소?”
거세게 외치는 그에 바딘 백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서있다.
지금으로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레조스 왕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노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연신 탁자만 내리쳐댄다.
“대체 그 이유가 뭐요? 뭐기에 전쟁까지 감행한단 말이오?”
“알려온 정보에 따르면 메로나 자작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고 합니다.”
“메로나 자작? 혹시 데이토나 영지를 맡고 있는 이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레조스 왕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기 영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토니노 자작은 왜 나선 것이오? 거기다 메로나 자작은 어쩌다 죽은 것이고?”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만 커지는 일에 절로 한숨만 내쉰다.
“바딘 경! 전후사정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시오! 현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으니 말이오.”
알겠다는 듯 바딘 백작은 고개를 끄덕인다.
“국왕 폐하! 지금까지의 정보로 미루어보아 토니토 자작은 아무래도 몰핀의 복수를 위해 나선 것 같습니다.”
“몰핀? 예전에 겁 없이 상단에 덤벼들었다 아비인 토니노 자작에게 죽임을 당한 아들 말이오?”
“예! 풍문에 따르면 그때의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서재에 백골이 된 아들의 머리를 놓고 있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바딘 백작은 기다 찬다는 듯 말을 건넨다.
“그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쟁을 준비해왔다는 말이 되지 않소? 그런데 경은 어찌 그걸 모른단 말이오?”
“소신의 불찰이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바딘 백작은 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레조스 왕은 그런 그에게 불같이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그래, 전쟁은 어떨 것 같소? 릭 캐슬 후작이 그를 막아낼 수 있겠소?”
잠시 침묵을 하던 바딘 백작은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양쪽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토니노 자작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 것이오?”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토니노 자작이 이번 전쟁에 동원한 병사만 팔천에 이른다 합니다. 거기다 다수의 공성무기까지 가지고 있어 릭 캐슬 후작의 전력으로는 쉬이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힘들 듯 싶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말없이 보고 있던 레조스 왕은 뭔가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좀 이해가 되지 않소. 병사야 용병을 써 그리 늘릴 수 있다고 치지만 공성무기는 어디서 가져온 것이오? 본 왕이 알기로는 그에게는 그런 것은 없는 걸로 아는데 말이오?”
“제 생각이지만 누군가 토니노 자작을 조종해 이번 일을 벌인 듯합니다.”
“제 삼의 주모자가 있다는 말이오?”
“아무래도 그런 듯 보입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제 삼의 주모자가 있을 것 같다.
친분도 없는 메로나 자작을 대신해 나선 것도 그렇고, 죽은 시점이 딱 유예 기간을 넘은 직 후라는 것도 이상하다.
누군가 우현을 노리고 이 일을 벌인 것이 분명했다.
“바딘 경! 경의 생각으로는 누가 이런 짓을 꾸민 듯하오?”
“억측일지 모르나 소신의 생각으로는 조바오니 공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작이? 그가 대체 왜 이런 짓을 꾸민다는 말이오?”
“솔직히 말해 조바오니 공작에게 릭 캐슬 후작은 계륵과 같은 자입니다. 삼키자니 쓰고 그렇다고 뱉자니 아쉬운 그런 자 말입니다. 문제는 현 상황을 그래도 유지하다간 자칫 저희 친왕파의 세를 불려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제거하는 편이 맘에 편할 것인데 국왕 폐하가 직접 후작으로 임명한 사람이라 그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토니노 자작과 릭 캐슬 후작과의 악연을 떠올렸을 것이고 그걸 사용해 없애려고 나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