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9
차원상인 149화
“크아아악!”
“아아악!”
핏줄기가 뿜어지며 찢어진 병사들의 시체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깨어진 무기와 갑옷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지며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참상을 연출했다.
뒤이어 중보병들까지 가세하자 대지는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온갖 비명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병사들의 모습에 부대장들은 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뒤로 물러서라! 물러…….”
물러서라며 외치는 부대장들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콜의 앞에 연출되고 있었다.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이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젓던 그때, 그의 뒤에서 요란한 굉음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콰콰쾅!
앞서가던 베터링 램이 포탄에 맞아 박살이 나며 불길이 치솟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과 같이 갔던 베터링 램임을 안 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배터링 램이 부서지는 것을 본 고흥만은 큰 소리로 외쳤다.
“쇠노를 쏴라! 적을 향해 쏘라!”
그의 말이 무섭게 성벽에 배치된 다섯 개의 쇠노가 커다란 화살을 쏘기 시작하였다.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시커먼 연기가 흑우라도 부르는 듯 화포와 함께 쇠노에서 쏘아진 쇠화살이 베터링 램 있던 자리에 쏟아졌다.
“크아아악!”
“아아악!”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낭자하게 번져 나갔다.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고 집에 간다고 난리를 쳐도 허공에 뜬 쇠꼬챙이들은 무정하게 병사들의 몸과 머리를 꿰뚫었다.
참극이 있어도 이런 참극이 있을까?
눈뜨고는 도저히 보지 못할 그런 광경이 콜의 앞뒤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그만!”
콜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그만을 말했다.
그의 뒤에서 망고넬 투석기가 부서졌지만 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다는 듯 그저 앞으로 걸어갔다.
“그만!”
또 한 번 그만을 외치던 콜은 두 손을 들어 귀를 막아갔다.
“그만! 그만! 그만!”
더 이상은 미치겠다는 듯 머리를 헝클던 그의 몸이 순간 오 장 정도 날아갔다.
화롯불 위에 생선처럼 시커먼 쇠꼬챙이에 가슴이 꿰인 그는 연신 핏물을 토해내었다.
“커헉!”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 손을 들어 올리던 그는 그만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축 늘어졌다.
그가 늘어지기 무섭게 주위에서 요란한 굉음소리와 함께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콰콰콰쾅!
또다시 박살이 나는 베터링 램과 공성탑에 부대장은 큰 소리 외쳤다.
“공성무기를 뒤로 빼라! 지금 즉시 뒤로 빼서 재정비하라!”
재정비하라는 말에 병사들은 망고넬 투석기를 다시 뒤로 밀었다.
화포의 포탄과 쇠노가 쏘는 화살에서 벗어나자 병사들은 재빨리 망고넬 투석기를 조정하였다.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망고넬 투석기를 본 병사는 걸어놓은 윈치를 풀었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과 함께 커다란 돌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성을 향해 날아오는 돌들에 고흥만은 탑을 향해 외쳤다.
“돌을 맞추어라! 공중에 뜬 돌을 맞추어라!”
부르짖는 듯한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탑에서 쇠노의 쇠화살이 날아갔다.
화포수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돌들을 향해 포탄을 날렸다.
콰콰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부서진 파편들이 비가 오듯 쏟아졌다.
날아오는 파편으로 인해 성벽이 조금씩 훼손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본 적군 병사들은 쾌재를 부르며 재빨리 망고넬 투석기 재장전에 들어갔다.
슈슈슝!
또 다시 날아오는 돌들에 탑에 있던 쇠노가 황급히 응사에 들어갔다.
다행이 돌들이 하나 둘 부서져갔지만 그중 하나가 반만 부서진 채 그대로 성벽에 부딪쳤다.
콰쾅!
왼쪽 성벽에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와 함께 부근에서 활을 쏘던 용병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아아악!”
“아악!”
처절한 비명 속에 무너지는 성벽을 본 적군 병사들은 더욱 신이 난 듯 망고넬 투석기 재장전에 들어갔다.
그것에 맞춰 마지막 남은 베터링 램이 성을 향해 가기 시작하였다.
“응사하라! 어서 쏴라!”
피를 토할 듯 고흥만은 큰 소리로 외쳐댔다.
하지만 한 발 앞서 망고넬 투석기가 날린 돌들이 성벽에 내리꽂혀간다.
순간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부서진 파편들이 비 오듯 쏟아졌다.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성벽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쿠쿠쿵!
성벽 있는 힘껏 부딪힌 베터링 램은 밧줄에 매달아 놓은 통나무를 이용해 두들겨댔다.
매달아 놓은 통나무 앞에 덧붙인 뭉뚝한 쇠뭉치가 성벽과 부딪힐 때마다 흙먼지와 함께 성벽에 파문이 일었다.
쿠쿠쿵!
갑작스런 진동에 순간 중심을 잃은 고흥만과 우현은 비틀거렸다.
춤을 추듯 움직이던 고흥만이 옆에 있는 탁자를 잡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성벽에 있는 병사들은 밑에 있는 적을 쏴라! 그리고 화포수는 함정을 향해 쏘라!”
그의 말을 들은 용병들은 궁을 들어 화살을 밑으로 향했다.
파파파팍!
삼십 여발의 쇠꼬챙이가 베터링 램을 덮쳐들었다.
쿠쿠쿵!
“크아아악!”
“아아악!”
일순간 베터링 램과 함께 병사들은 고슴도치가 되었다.
그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성벽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성벽이 뒤흔들리며 흙먼지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닥에 주저앉았던 고흥만은 힘겹게 의자를 붙잡으며 일어섰다.
뒤늦게 날아간 포탄으로 인해 함정이 발동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망고넬 투석들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숨어들어간 상태였다.
모양새로 보아 다시는 제구실 못할 성 싶었다.
그렇게 괴롭히던 망고넬 투석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고흥만은 쾌재를 불렀다.
근데 주위에 우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영주님! 영주님!”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주위로 퍼져가기 무섭게 한쪽에서 손이 들렸다.
“여기 있습니다! 전 괜찮으니 걱정 마십시오.”
기둥 한편에서 주위에 있는 돌들은 치우며 우현이 몸을 일으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고흥만은 살기어린 눈빛을 보이며 큰소리로 외쳤다.
“쏴라! 성 밖에 있는 적을 섬멸하라!”
그의 목소리를 들은 화포수들과 쇠노의 사수들은 미친 듯이 쏘기 시작하였다.
하늘 솟구친 포탄과 쇠화살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린다.
콰콰콰쾅!
공성탑이 박살나며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휴지 조각처럼 구겨져 튕겨져 나갔다.
“투석기! 투석기로 쏴라!”
목청껏 소리를 부르지만 망가진 투석기는 아무런 답을 해줄 수 없었다.
이렇게 투석기 잃어버린 적군은 화포와 쇠노를 막아내지 못하고 하나둘 공성무기들이 박살이 나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쾅!
연속해서 폭발하자 병사들은 더 이상 공성무기 곁에 있질 않았다.
방금 전 폭발로 인해 찢겨나 흩어지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건 그들의 마음일 뿐 그들이 공성무기와 멀어지기 무섭게 용병들이 쏜 화살들이 쏟아져 내렸다.
또다시 번져가는 단말마에 부대장들은 어떻게든 병사들을 추스르려 하였다.
하나, 거무튀튀한 꼬챙이에 꽂히거나 두부를 뭉개듯 포탄에 짓눌러지는 동료 병사들에 더 이상 맞서질 못하고 전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였다.
빠르게 후퇴를 하는 모습에 제2부대장 차코가 핏발선 눈으로 외쳐댔다.
“물러서지 마라! 물러서지 마라!”
외쳐대던 그의 눈에 시뻘건 화염이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크아아악!”
‡ ‡ ‡
“이……이게 도대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토니노 자작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참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껏 많은 전쟁터를 다녀봤지만 이렇게까지 참담한 광경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지옥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던 토니노 자작은 뒤에 있는 나팔수를 멱살을 잡아갔다.
“퇴각 나팔을 불어라! 어서!”
“아……아 예!”
섬뜩한 그의 눈빛에 나팔수는 황급히 나팔을 불었다.
뿌뿌우우웅! 뿌뿌우우웅!
퇴각 나팔이 울려 퍼졌지만 그 누구하나 후퇴하는 자가 없었다.
그저 우왕좌왕 몰려다니며 쇠꼬챙이를 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쾅!
탁자를 있는 대로 내려친 토니노 자작은 부드득 이를 갈았다.
“퇴……각하란 말이다. 퇴각해!”
하나 싸우겠다며 남아있는 기병들의 모습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순간 또한번 시커먼 먹구름이 피어나자 그의 안색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퇴각…….”
퇴각이라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사들의 유린하는 쇠꼬챙이와 포탄에 토니노 자작은 고개를 숙였다.
콰콰쾅!
마지막 남은 공성무기까지 박살이 나자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너무나 처참한 광경에 쇼에이와 피델로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참패군! 참패야…….”
나지막이 말을 하던 토니노 자작은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뭔가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챙그랑! 와탕당!
있는 대로 때려 부수는 소리에 쇼에이와 피델로의 고개가 숙여졌다.
마치 자신들을 책망하는 듯한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때려 부수던 토니노 자작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로 천막을 나왔다.
“모든 부대장, 기병부대장 할 것 없이 모두 싹 불러라! 모두!”
그의 말에 주위에 있던 병사들 모두 황급히 뛰쳐나갔다.
시뻘건 핏줄 선 눈으로 하임이트 영지를 바라보던 토니노 자작은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절대로……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 절대로!”
‡ ‡ ‡
“모두 그만하라!”
그만하라는 고흥만의 말에 모든 병사들의 몸짓이 멈추었다.
모래바람처럼 날아드는 흙먼지를 뒤로 한 채 무너져 내린 성벽과 처참하게 변해버린 성 밖을 보며 우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숨을 길게 내쉬던 그는 고개를 돌려 고흥만을 보았다.
“이겼군요.”
그의 말에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영주님!”
서로를 보며 웃던 그때 한 병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와아!”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 소리에 우현은 놀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 또한 승리의 기쁨을 맛보는 이 순간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던 우현은 고개를 돌려 참혹하기 그지없는 성 밖을 보았다.
“사람들을 보내 성 밑에 떨어진 시신을 수습하도록 하십시오. 영지를 위해 목숨을 걸었는데 그 정도는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고흥만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영주님!”
다시 한 번 성 밖을 보던 우현은 몸을 돌렸다.
“피곤하니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성벽을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는 고흥만에게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하긴 버티기 힘들겠지. 이렇듯 많이 이들이 죽는 건 처음 봤을 테니 말이야.”
길어지는 그림자가 왠지 오늘따라 측은해져 보인다.
힘들어 할 그의 마음만큼이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