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50
차원상인 150화
“호오! 릭 캐슬 후작이 이겼다고?”
“그렇습니다. 테온 님!”
서류를 살피던 테온은 이내 시선을 돌려 앞에 시립해 있는 사내를 보았다.
“내가 듣기로는 토니노 자작과 전력이 차이가 난다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
“열세인건 맞습니다만 릭 캐슬 후작 쪽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면서 사정이 달려졌다고 합니다.”
테온은 회가 동한 듯 서둘러 물어온다.
“새로운 무기? 그게 뭔가?”
“정확히 저희도 파악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다만 천지개벽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철구를 쏘아내는 무기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철구를 쏘아내는 무기라……. 거, 특이하군!”
처음 들어보는 무기라 그런가?
제법 흥미로운 듯 바라본다.
“그렇긴 합니다만 웃고 넘기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망고넬 투석기에 버금가는 사정거리에 떨어진 철구가 폭발을 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살상시키는 것까지. 현 대륙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 쉬이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하긴 그렇겠군. 쏘아진 철구가 폭발을 한다, 라……. 그런 무기는 난생 처음 들으니 말이야.”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같은 생각이라며 사내는 동의를 표한다.
재미있다는 듯 검지를 입술을 툭툭 치던 테온이 말을 건넨다.
“이거 괜한 짓 한 것 아닌지 모르겠군. 릭 캐슬 후작을 공격한 것 말이야.”
“왜 그리 말을 하십니까?”
“아마도 이번 일로 릭 캐슬 후작은 그간 숨겼던 패들을 꺼내 놓을 것이 분명하네. 요번에 선보인 신무기 같은 것을 말이야. 그리된다면 아무리 강국이라도 쉬이 건들지 못할 것이네. 아니, 어떻게든 신무기를 얻으려 애를 쓰겠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면서 말이야.”
“한마디로 잠자는 용을 건드는 꼴이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셈이지.”
슬쩍 눈치를 살피던 사내가 물어온다.
“어떻게 할까요? 계획을 중지할까요?”
“일단, 릭 캐슬 후작에 관한 것은 보류해두지. 그가 가진 패가 뭔지도 모른 채 건들었다가 괜한 낭패를 당할 수 없으니 말이야.”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사내는 한 차례 고개를 조아린다. 그에게서 막 시선을 떼려던 테온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 지 서둘러 물었다.
“참! 네이트 백작과 바딘 백작 일은 어찌 되었는가?”
“사흘 후 조우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흘이라……. 그때쯤이면 조바오니 공작이 나서겠군.”
“그렇지 않아도 공작이 은밀히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고 하니 그럴 공산이 클 것 같습니다.”
테온은 의자에 기댄 채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맘에 든 모양이다.
커피를 들어 한 모금하던 그가 물었다.
“조만간 왕국이 떠들썩하겠어.”
“아마 그럴 것입니다. 또다시 내전이 발발할 것이니 말입니다.”
테온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어간다.
“내전이 아니지. 이젠 곧 이곳은 성국의 땅이 될 테니 말이야. 안 그런가?”
“맞습니다. 제 십육 사도 헬리언 테온 님!”
어느새 사내의 고개 주억거림이 성황의 성호를 긋는 것으로 바뀐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말이다.
제7-1장
예기치 않은 하임이트의 승전보는 대륙을 요동치게 했다.
특히나 공성무기에 버금가는 사정거리와 파괴력을 가진 화포는 각 왕국의 특급 정보 수집 대상에 오를 만큼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를 만들어 낸 우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단순 상인이 아닌 강한 무력을 가진 귀족으로 분류되었다.
이렇듯 모두가 하임이트 영지에 대한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무려 천여 년을 자랑하는 대륙의 유일한 제국이자 패자라 불리는 세투란 제국이었다.
‡ ‡ ‡
붉게 물들인 황성 사이로 홀로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진 한 사내가 있었다.
묵빛 갑옷 위로 양어깨에 사자의 머리를 장식처럼 얹고, 굵게 웨이브 진 머리카락 위에 십자 형태의 관을 두른 그가 바로 현 세투란 제국의 황제인 헤베키 곤 테페라 베야크 칸이었다.
내천자가 그려진 미간을 긁적이던 그의 시선이 위로 들린다.
그러자 후드 좌우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회색 로브를 몸에 두르고 허연 수염을 가슴에 늘어트린 한 노인, 제아르크 마탑주인 페페토가 보인다.
“그러니까 릭 캐슬, 아니 후작이란 놈도 만든 화포를 우리로서는 만들기 힘들다 이 말이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죄송하다는 듯 페페토는 허리를 숙인다.
눈살을 꿈틀대던 베야크 칸이 말을 툭 뱉는다.
“내 알기로 그것을 만든 이가 차카타파 마법사로 들었소. 이 말은 마법사가 그것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어째서 우린 못 만든다는 말이오?”
“차카타파 마법사는 일반 마법사와는 달리 연금술을 주로 하는 이들입니다. 게다가 그간 천대를 받으며 지내오는 동안 독자적인 노선까지 구축한 상태라 아무리 제아르크 마탑주이자, 대마법사라 한들 그들을 흉내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법 학술회를 통해 호출해 기술을 얻어내면 될 것 아니오?”
페페토는 말도 하기 전에 먼저 고개부터 내저었다.
“오래 전 마법 학술회에서 탈퇴한 이들인데다가 마법계에서는 마법사란 칭호까지 거두며 없는 인물들로 취급을 하고 있어 그건 힘들 것입니다.”
“문제는 마법사 취급도 못 받던 인물들이 화포를 만들었다는 것 아니오?”
“설마하니 그들이 그런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기에 이제 그만 정통싸움하고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받아드려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소!”
“죄송합니다, 베야크 칸!”
거듭 허리를 굽히는 그의 모습에 베야크 칸은 답답한 빛을 자아낸다.
그럴 것이 오래전부터 정통을 중시하는 마법계에서는 마나 써클이 낮거나 방식이 조금만 어긋나도 퇴출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원소(물, 불, 바람 등) 계열 마법을 중심으로 한 학파가 득세를 하였고 그 결과 연구나 발전보다는 개인의 마법 구사력에 힘을 쏟았다.
이로 인해 제국은 그 어떤 왕국도 범접할 수 없는 마법병단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많은 마법 학파들이 천대받고 사장되었다.
언젠가 이 병폐에 대해 바로 잡고 싶었지만 마탑에서 얻게 되는 마법병단을 무시할 수 없어 이제껏 넘겼는데 차카타파 마법사가 화포를 만들었다는(정확히는 중원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소식이 들려오면서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조만간 이 일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 삼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사부!”
순간 페페토의 두 눈이 질끈 감긴다.
세투란 제국 특성상 황제가 마법사들 간의 문제에 대해 되도록 관여를 하지 않으려 한다.
괜히 그랬다가 그들과 척이라도 지는 날엔 제국의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많다. 하지만 이번엔 황제가 직접 나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 이상 예전처럼 쉽게 넘어갈 리 만무했다.
‘한바탕 혈풍이 불겠군. 그것도 아주 진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눈에 선한 듯 긴 한숨을 흘린다.
그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베야크 칸은 더 할 말이 없다며 가 보라며 손짓을 해댄다.
잠시 후, 페페토가 물러나자 그는 곁에 있던 테베코에게로 시선을 향한다.
“테베코!”
“예, 베야크 칸!”
앞으로 나서는 그에 베야크 칸은 나지막이 물었다.
“어때? 차카타파 마법사를 포섭하는 것은 가능할 거 같아?”
“정보원들이 전해온 상황을 보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릭 캐슬이 워낙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도 있지만 그간 천대받던 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 그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개중에는 주군으로 칭하며 릭 캐슬을 일국의 왕 취급하는 이도 있을 정도이니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하긴 버림받는 것도 모자라 마법사의 칭호마저 뺏긴 이들을 찾아내 등용하여 곁에 두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군.”
“저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제법 골치 아픈지 베야크 칸은 연신 턱을 매만진다.
화포라 불리는 그 무기가 공성무기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데다가 크기도 매우 작아 운반이 매우 용이하다 들었기 때문이었다.
즉, 파괴력은 물론이고 전술적인 활용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무리 약소국이라 해도 이 화포만 가진다면 전력은 제국에 못지않게 된다는 말이 되며, 이는 대륙의 판세가 뒤바뀔 만큼 매우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이 분명했다.
어찌해야 좋을지 고심에 빠져있던 그때 테베코가 슬쩍 말을 건넸다.
“차카타파 마법사는 포섭하기 어렵겠지만 화포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포를 얻을 수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예상외라는 듯 베야크 칸은 갸웃거린다.
현재 릭 캐슬이 가진 최대의 무기는 다른 아닌 화포이다.
그런 것을 남에게 판다는 것은 자칫 그의 영지를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다른 누구보다 셈이 빠른 상인인 그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기에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화포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지?”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간의 충돌 때문입니다.”
“둘 사이에 싸움이 있었단 말이야?”
그것에 대해 전해들은 보고가 전혀 없었던 터라 확인 차 되묻는다.
“아직까지는 없지만 조만간 있을 성 싶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고개를 쳐든 테베코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자아낸다.
“네이트 백작이 병사를 이끌고 남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네……이트 백작? 왕국 내 무벌로 유명한자가 아니야?”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베야크 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이해가 간다는 듯 끄덕대며 테베코는 뒷말을 잇는다.
“말씀대로 북서쪽 국경선을 책임지고 있는 왕국 내 최대 무력을 자랑하는 이입니다. 현재 릭 캐슬과 전쟁 중인 토니노 자작과는 인척 관계로 그를 돕기 위해 나선 모양새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듯합니다.”
“노리는 것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속셈이 뭔지 궁금하다는 듯 물어온다.
“예! 릭 캐슬과 토니노 자작간의 영지전은 왕실에 알리지 않고 시작한 터라 미처 친왕파가 나서질 못했습니다. 하나, 릭캐슬과 친왕파의 관계는 밀접하다 할 정도로 가까운 이상 분명 지원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조바오니 공작은 토니노 자작과 인척 관계인 네이트 백작을 통해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그를 막으려 나설 바딘 백작을 제거하러 들 것이 확실합니다.”
“한 마디로 이번 일을 계기로 조바오니 공작은 정적을 제거하려 할 거란 말이군.”
“예! 만약 상황이 그리 진행 된다면 친왕파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나마 있던 지원군을 잃어버린 릭 캐슬은 극심한 압박감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토니노 자작만으로도 감춰뒀던 화포를 쓸 만큼 여유가 없는데 조바오니 공작이나 네이트 백작을 상대할 여력 따윈 더더욱 없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는 그 점을 노려 하임이트 영지에 대한 보호 및 안전을 명목으로 협상만 잘 한다면 릭 캐슬을 아국으로 끌어드림과 동시에 화포까지 얻어내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