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52
차원상인 152화
쇼에이는 그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피식 웃던 토니노 자작은 몸을 일으켜갔다.
“그리하려면 우선 이번 전투를 이겨야겠지.”
“천지를 붉게 물들여서라도 이번 전투만은 어떻게 해서든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몰핀 님의 넋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꼭 그리하세!”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작님!”
쇼에이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인다.
군례를 올리는 그를 뒤로한 토니노 자작은 두 손을 꽉 쥐었다.
‡ ‡ ‡
와글와글!
우현의 호출을 받고 영주실로 온 사람들로 인해 방 안이 시끄럽기 그지없다.
특히나 조금 전 토니노 자작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한터라 더욱더 그러했다.
다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연신 좋아하고 있었다.
“크하하하! 속이 시원하구먼, 시원해!”
소네스의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한마디씩 했다.
“아까 꽁무니를 빼며 도망치는 병사들 봤습니까?”
“그래, 아주 가관이더군. 가관이야!”
“나도 마찬가지일세. 고양이에 쫓기는 쥐처럼 겁을 잔뜩 먹었더군. 웃겨 죽는 줄 알았네.”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하!”
박장대소를 하는 치안대를 맡고 있는 용병단장들과 소네스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고흥만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끝나봐야 아는 것이 전쟁이야! 근데 고작 1차전 끝내놓고 뭔 김칫국을 항아리째 들이붓고 난리야!”
승리를 찬양하는 것은 이르다는 말에 순간 웃음소리가 빠르게 잦아든다.
조용해진 주위를 살피던 고흥만은 꽉 다문 입술을 벌렸다.
“다들 긴장들 해! 어쭙잖게 들떠 있다가 적들에게 당하면 끝이니 말이야. 내 말 알겠어?”
“알겠습니다. 참모관님!”
단단히 주의를 주던 그때 방문을 열고 우현이 들어온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답을 하던 그는 자리에 앉으며 슬쩍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인데 그리 소리치신 겁니까?”
“한 판 이겼다고 다들 들떠서 난리를 피우지 않더냐? 그래서 긴장 좀 타라고 소리쳤지.”
“그렇습니까?”
그 역시 승전보가 기쁘게 하지만 전투로 인해 누군가는 희생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맘 한 켠이 무거워진다. 절로 굳어지는 낯빛 아래 긴 한숨을 내쉬던 그는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우리의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피해가 어떻게 되냐는 말에 고흥만이 집계된 피해 상황이 적힌 종이를 건넸다.
“현재 파악된 걸로는 용병이 약 삼백가량 죽거나 중경상을 입었으며 치안대는 약 팔십여 명이 죽거나 다쳤네. 거기다 공성무기의 공격으로 인해 성 안쪽에 있던 영지민 중 약 백여 명이 중경상을 입고 대피한 상태이고 말이야. 성벽 또한 피해를 입었는데 그중 좌측 성벽이 약 십여 군데 정도가 허물어져 다음 전투에 적잖은 영향을 줄 성 싶네.”
물론 어느 정도는 피해는 입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큰 피해에 다들 조용해진다.
그건 우현 또한 마찬가지인지라 입을 꾹 다문 채 한껏 좁혀진 이맛살을 매만진다.
특히나 위령비 공원을 조성하면서 더는 희생자가 없길 바랐던 그인지라 심적 부담감이나 고통은 너무나 컸다.
그런 속내를 다른 이들도 아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침통한 빛이 가득하다.
그걸 지켜보던 고흥만은 미간을 좁히며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그만하고 낯을 펴게! 영지의 주인으로써 사람들을 이끌어나가야 할 자네가 이리 어두운 빛을 띠는 것은 그리 좋지 않으니 말이야.”
상념에서 벗어난 우현은 주위를 살피다 무거운 방 공기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미, 미안합니다.”
“알면 됐네! 그러지 말고 회의 진행도록 하세.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영주인 그가 사과를 하는 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닌지라 고흥만은 서둘러 말을 잘라간다.
“그건 그렇고 영주가 가져온 화포가 생각 외로 성능이 매우 좋군. 그것이 아니었다면 상대가 이끌고 온 공성무기들의 그 거친 공세에 밀려 자칫 패전할 뻔했어.”
“맞아요! 특히나 포탄으로 진천뇌를 쓴 것은 그야말로 승패를 가늠했다 싶을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진천뇌라고 해봤자 그저 어딘가에 두고 터트리는 것만 봤지 화포로 쓰는 것은 본 적이 없는 남궁운혜인지라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에 반해 화포나 진천뇌에 대해서 지식이 전무한 대륙 사람들은 그저 불의 신이 토해내는 마법 무기로만 알았다.
어쨌든 아군, 적군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던 화포에 대해 모두들 한 마디씩 토하던 그때 고흥만이 탁자를 쳤다.
“영주 앞에서 뭐하는 짓인가? 모두 그만하고! 앞으로 적과 어찌 싸울지에 대해 고민해 보세.”
호통 섞인 그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문다.
조용해진 방 공기를 깨고 고흥만이 말을 건넸다.
“그럼, 다음으로 현재 성 밖에 있는 병사들에 대해 말해보게.”
그의 말에 남궁운혜가 고개를 숙였다.
“알케비노 산맥으로 이동한 레이젠 님은 남궁세가 사람들과 합류해 현재 순조롭게 상국으로 이동 중이라고 해요. 남은 천랑대는 현재 주둔 중인 토니노 자작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측 후방 쪽을 노릴 계획이고 말이에요.”
“혹시 토니노 자작이 천랑대에 대한 존재를 인식하고 병사를 파견할 위험은 없겠는가?”
“충분이 있습니다만 대주에게 적의 전열을 흩트리는 정도로만 싸우라 했으니 전면전 같은 대규모 전투는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
“혹시 모르니 사람을 보내 위험하면 후방으로 빠지라고 일러두게!”
“그리 전하도록 할게요.”
명에 따르겠다는 듯 남궁운혜는 고개를 주억댄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우현은 앞으로 전투가 어찌 행해질지에 대해 물었다.
“아마도 다음 전투가 양국의 모든 것을 건 총력전이 될 성 싶네.”
“총력전이라……. 그 말은 다음 전투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말이군요.”
끄덕이던 고흥만은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사실 난 싸움이 세 번에 걸쳐 행해질 거라 생각했네. 공성무기로 인한 공성전 후, 기마대와 보병을 통한 돌입전, 마지막으로 모든 병사들이 투입되는 총력전이 그것이네. 문제는 조금 전 펼쳐진 첫 번째 전투에서 생각보다 입은 피해가 적다는 것이네. 물론 피해를 입긴 했지만 난 이보다는 더 크게 예상을 했었네. 공성무기도 어느 정도 남을 줄 알았고 말이야. 한데 내 예상을 깨고 전투는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진행되었네. 그 결과 적은 곧바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네. 문제는 이 상황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부분 첫 전투는 기싸움의 형태를 띠게 되어 있네. 즉, 상대의 기세를 얼마나 누르느냐가 주요 관건이라 할 수 있지. 그런 만큼 난 토니노 자작이 자랑하는 기사단을 동원해 어느 정도 총력전을 기울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리하지 않았네. 천명이 넘는 궁병의 이점을 사용하려들지도 않았고 말이야. 물론 그런 점이 저들의 패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후 펼쳐질 전투가 그만큼 힘들어질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네.”
순간 우현의 이맛살이 좁혀졌다.
“그 말은 전투는 패배했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 말입니까?”
고흥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꺾이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많이 수그러들었을 것이네. 그들도 싸움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으니 말이야. 화포의 존재도 몰랐고 말일세. 하지만 모든 것을 파악한 이상 증원 부대가 도착한 즉시, 총력전을 기울여 확실하게 전투에서 승리하려 들 것이 분명하네.”
“그 말은 증원 부대의 존재 여부가 이번 싸움의 승패를 가늠케 하겠군요.”
“그만큼 레이젠 단장의 어깨에 얹힌 짐이 무겁다 할 수 있겠지.”
잠시 침묵에 잠기던 우현은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근데 그들을 레이젠 형님이 막을 수 있겠습니까?”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으나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은 분명하네.”
“많은 피해를 입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는 되물었다.
잠시 머뭇대던 고흥만은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자네에겐 비밀로 했네만 아까 몰래 사람을 시켜 그에게 차카타파 마법사들이 만든 화약통들을 실은 마차를 전하게 하였네.”
“화약통을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것을 사용한다면 증원 부대를 물리칠 수 없다 해도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은 분명하네.”
확실히 진천뇌를 쓰는 것보다는 덜하겠지만 화약이라면 능히 그럴 것 같다.
물론 자신의 허락 없이 임의대로 그런 것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전시 상황에선 그쯤은 이해해도 될 것이다.
“증원 부대야 그렇다 치고 본진과의 싸움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본진을 상대한 방법에 대해 묻자 고흥만은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성 밖에 둔 목책을 전진 배치하고 경철을 넣은 화약통을 가져다 놓을 생각일세. 한마디로 클레이모어를 깔아 놓은 것 같은 효과를 주겠다는 것이지. 물론 이를 위해 후방에 인원들을 배치해 불화살을 쏘아 폭발을 유도해야만 하네. 위험성은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네.”
“하지만 그러면 전방에 배치한 병사들만 희생을 당할 것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게 되겠지만 그로인해 적들의 진격이 멈추게 될 것이네. 그 틈을 타 일명 돌진조라 불리는 것이 달려들걸세. 여기서 말하는 돌진조란 차카타파 마법사들이 만든 화약통을 마차에 싣고 적에게 돌진하는 것을 말하네.”
순간 우현의 두 눈이 부릅떠진다.
그럴 것이 상대가 뭘 말하는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건 돌진조가 아니라 자살조가 아닙니까?”
“차카타파 마법사 중 하나가 마법을 통해 동물로 하여금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그걸 활용해 보려는 것이니 자네가 생각하는 자살조 같은 것은 아닐세. 그저 그 마법을 사용해 마차에 말만 달아 보내기만 할 것이니 말이야.”
“그렇다면야 별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아군 병사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렴 아군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겠는가? 걱정 말게!”
염려 말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하나, 우현은 쉬이 맘이 놓이지 않는지 조심 또 조심할 것을 부탁한다.
돌진조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마지막 계책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네가 좀 나서줬으면 하는 것인데 괜찮겠나?”
“제가 말입니까? 대체 뭘 도우면 되겠습니까?”
“내 레이젠 단장에게 듣자니 자네에게 물건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그걸 활용해 볼까 해서 하는 말일세.”
“물건…… 아! 혹시 웜홀 말입니까?”
과거 레이젠과 싸우면서 보였던 기술을 떠올리고 되물었다.
그의 말에 고흥만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도 그렇게 말을 했으니 아마도 맞을 것이네.”
“그거라면 물건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만……. 그건 왜 묻는 것입니까?”
“적들의 머리 위로 불덩이 좀 선사할까 하네.”
“불덩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