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53
차원상인 153화
우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갸웃댄다.
그를 보며 웃던 고흥만은 좀 전에 말한 불덩이에 대한 설명을 했다.
“기름을 담은 오크통을 화약을 이용해 적들의 머리 위에서 터트릴 생각이네. 한 마디로 불붙은 기름비를 그들에게 선사하겠다는 것이지. 더불어 경철이 담긴 화약통 또한 터트려 이중삼중의 살상 효과를 노릴 생각이네. 물론 자네가 좀 힘들긴 하겠지만 말이야.”
“아군의 피해만 줄일 수 있다면 제가 힘든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이해해준다니 고맙구먼그래!”
괜찮다는 듯 우현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준비한 모든 계책을 전한 고흥만은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여기까지가 본진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계책이네. 물론 이 모든 것이 성공한다 해도 전투는 그리 쉽진 않을 것이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두게! 지금쯤 왕국은 물론 대륙에 있는 모든 이들이 우리가 토니노 자작과 싸운다는 것을 알 것이네. 그들은 다음 전투를 통해 우리의 능력을 판가름하려 들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를 대하려 할 것이네. 만약 이번 전투에서 진다면 살아남는다 해도 조바오니 공작을 비롯해 다른 왕국들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덤벼들지도 모르네. 그러니 이번 전투만큼은 우리의 모든 것을 이용해 꼭 이겨야 할 것이네.”
묵묵히 듣고 있던 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말씀대로 그간 준비했던 모든 것을 다음 전투에 쏟아 붓기로 하고 일단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하도록 하십시오. 아무리 전투라고는 하나, 쉬지도 못하고 싸우게 하는 것은 이후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칠 테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하도록 하였네. 뿐만 아니라 식사 역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준비하였다네. 단, 술은 제외하고 말이야. 자칫 그로인해 긴장이 풀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에 우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잘하셨습니다. 전투를 목전에 둔 병사가 어찌 술까지 마시겠습니까? 그저 고기를 넉넉하게 준비하여 배불리 먹게 해주도록 하세요.”
“그리하도록 하겠네.”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던 우현은 시선을 돌려 주위 사람들을 보았다.
“힘들겠지만 이제 전투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모두 분발해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도록 하십시오.”
“영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주위에 있던 장수들은 한목소리가 되어 주위로 퍼져나갔다.
‡ ‡ ‡
잠시 후, 방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나가고 고흥만과 단 둘이 남게 된 우현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매만지며 물었다.
“참! 아까 남궁운혜에게 보고 받은 것에 따르면 적의 통신체계를 장악하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신 겁니까?”
“사실 나도 그 점에 대해선 의아하네.”
“적의 통신체계를 장악한 게 말입니까?”
맞다는 듯 고흥만이 끄덕인다.
“물론 용병을 정보원으로 쓰는 등 제법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통신 체계를 장악할 만큼은 아니네. 근데 상대가 우리라 경비를 허술하게 한 건지, 아니면 천운이 따랐다고 해야 할지 하나둘 정보가 들어온다 싶더니만 어느새 적의 통신체계가 우리 손에 쥐어져있었다네.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라 얼떨떨하기 그지없다네.”
“제가 생각해도 좀 그렇군요. 토니노 자작이라면 전쟁에 능한 자라 들었는데 그렇게나 빈틈이 많다니 이해가 안 됩니다.”
우현 또한 마찬가지라며 동의를 표한다.
그런 그를 보던 고흥만이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내 생각이네만 누군가 우릴 돕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
“친왕파를 말하는 겁니까?”
“그쪽은 아닌 것 같네. 만약 그곳에서 그런 것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을 테니 말이야.”
“하긴 그도 그렇군요.”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우현이 되물어온다.
“참모관님의 생각엔 누가 그런 것 같습니까?”
“우리에게 손쉽게 적의 통신체계를 넘겨주는 것으로 봐서는 적어도 조바오니 공작쯤은 되어야 할 것일세. 하나, 그가 우리에게 그럴 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친왕파가 했다고 볼 수도 없으니 남은 건 타국뿐이 없다 생각이 드네.”
고흥만은 타국에서 그런 것임이 확실하다는 빛을 보인다.
하나, 우현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듯 연신 갸웃댄다.
“왕국 사람도 아니고 저를 위해 타국 사람들이 움직이는 건 좀 납득이 안 됩니다.”
“상단과 연관해서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돈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중히 여기니 말이야.”
상단과 돈을 결부 짓는 그가 극단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흥만의 말대로 인간이 속한 세상에서 돈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케 만드는 원동력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랬는지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 생각에도 그러는 것이 좋겠네만 지금은 전쟁에만 몰두하도록 하세. 이유야 어쨌든 우리 측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하긴 그것보단 지금은 영지가 우선이니 말입니다.”
그의 말이 옳다며 끄덕이는 우현을 보던 고흥만이 깜박했다는 듯 말을 건넸다.
“참! 이번 일로 인해 각국에서 화약과 화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할 것이네. 그러니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그렇지 않아도 그리하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염려 말라는 그를 보며 웃던 고흥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만 나도 가 보겠네.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으니까 말이야.”
고흥만까지 나가고 홀로 남은 우현은 슬며시 의자에서 일어났다.
창가로 가 밖을 내다보니 성 너머 저 멀리 토니노 자작가 세웠다던 야영지가 보인다.
워낙 거리가 멀어 그저 점뿐이 안 보이지만 그래도 우현에겐 그렇지 않은지 손을 불끈 쥐어 보인다.
“토니노 자작! 이번을 끝으로 그 긴 악연을 끊도록 하지! 꼭 말이야.”
나직이 뱉어지는 말 위로 서늘한 살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제7-2장
후두두두!
붉게 황혼이 지는 황무지 위로 흙먼지를 피우며 수많은 병사와 기사가 빠르게 달려간다.
은빛의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단을 따라 궁병이 쫓고, 그 옆과 뒤를 일반 보병들이 뒤따라간다.
하나 같이 예기 서린 무기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가는 것이 누가 봐도 정예병임이 분명하다.
예사롭지 않은 그들에게로 등에 파란 깃발을 꽂은 한 이가 그들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온다.
그걸 본 한 중년 사내가 손을 들어 행렬을 멈춰 세웠다.
그들 앞에 온 깃발 꽂은 사내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서 하루거리에 네이트 백작의 병사들이 남하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중년 사내, 캐빈 자작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기사들 사이로 바딘 백작이 말을 이끌고 앞으로 나왔다.
“하루거리에 있다고?”
“그렇습니다.”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느냐?”
“궁병 기사단과 철갑 보병을 중심으로 한 형태로 대충 잡아 오천 정도 되어보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절로 낯이 구겨진다.
‘전쟁 한 번 제대로 치를 생각이었던 모양이군. 설마하니 철갑 보병까지 끌고 올 줄이야.’
네이트 백작이 자랑하는 철갑 보병까지 데려올 줄은 예상치 못했던 바딘 백작은 골치 아프게 생겼다는 듯 눈살을 찡그린다.
“혹시 척후병이나, 선발대는 없더냐?”
“그런 것은 없은 것으로 보아 최대한 빨리 남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던 바딘 백작은 보리안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지금부터는 속보로 간다. 또한 부대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네이트 백작의 후방을, 또 하나는 길목을 맡는다. 내 말 알겠느냐?”
“명에 따르겠습니다.”
군례를 올린 캐빈 자작은 서둘러 병력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뒤로 한 채 네이트 백작을 있을 방향을 바라보던 바딘 백작에게서 서릿발 같은 한기가 뿜어져 나온다.
“네이트 백작! 병사를 되돌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피밖에 볼 것이 없으니 말이야.”
차디찬 이 말과 함께 말이다.
‡ ‡ ‡
“토니노 자작이 패했단 말인가?”
그림자 속에서 한 사내가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첫 번째 전투이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졌다, 라…….”
읊조리듯 말을 하던 조바오니 공작은 입가에 미소를 그린다.
그리 쉽진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토니노 자작이 졌다는 소린 안 들을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던 그가 물었다.
“소프렌! 이번 전투에 우리가 들인 돈이 얼마인가?”
“한 이천 골드 정도는 될 겁니다. 그중 용병단에 든 돈은 이백 골드입니다. 대부분 공성무기를 포섭하는데 많은 돈이 든 상태입니다. 물론 기타 비용도 있기는 하지만 다 모아봤자 황금 삼십 골드는 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천 골드라……. 많이도 들었군.”
거금에 놀랍다는 듯 바라보는 조바오니 공작과 달리 담담하게 말을 하는 이 사내가 바로 알카인 왕국의 삼대 상단주 중에 하나이자 상인 연합의 회주인 소프렌이었다.
남부 최고 상인인 그는 우현이 오기 전 왕국의 재정을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지금도 조바오니 공작 밑에서 그를 돕는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손에 든 잔을 내려놓은 조바오니 공작은 고개를 돌려 소프렌을 보았다.
“그나저나 속이 쓰리겠군. 그리 많이 돈을 들였는데 전쟁에서 패하면 말이야.”
“공작님께서 그 무기에 대한 소유권만 보장해 주신다면 그리 나쁜 장사는 아닙니다.”
“토니노 자작을 물리쳤다는 그 무기 말인가?”
“그렇습니다.”
수염을 매만지던 조바오니는 공작은 이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 무기라면 적자는 보지 않겠어. 한데 말이야. 그건 내 물건이 아니라서 소유권따윈 없네.”
“이제 곧 왕국이 공작님의 것이 될 것인데 당연히 그 무기 또한 공작님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간 조바오니 공작에서 파안대소가 울려 퍼진다.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는 것이 방금 한 말이 맘에 든 것 같다.
“제법 아부도 할 줄 알고 처세술이 많이 늘었군그래!”
아첨이 늘었다는 말에도 소프렌은 그저 고개만 숙인다.
“장사꾼에게 아첨은 필요 덕목 중 하나이니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그렇게 되는가?”
여전히 웃어대던 그는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그건 그렇고 향후 전쟁의 승패는 어찌 될 것 같은가?”
“지금 상황으로서는 릭 캐슬 후작이 이기지 않겠습니까? 물론 토니노 자작에게 쇼에이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기는 하지만 전세를 뒤엎을 만한 상황은 못 되는 성 싶습니다.”
“증원 부대가 나설 거라 들었는데 그래도 진단 말이더냐?”
“물론 증원 부대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비 역시 이미 릭 캐슬 후작이 다 해둔 터라 꼭 이긴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바오니 공작은 손을 들어 수염을 매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