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56
차원상인 1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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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뜬 눈으로 지새던 우현은 막 당도한 연락병의 보고에 몸을 고쳐 세웠다.
“레이젠 단장님에게서 전갈이 왔습니다.”
“그래, 뭐라 연락이 왔는가?”
“계획대로 증원 부대는 모두 처리했다고 합니다.”
병사의 말에 우현은 물론 고흥만 역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정말 잘했군그래.”
그의 말에 맞추어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웃었다.
“증원 부대가 사라졌으니 이제 남은 건 삼천의 병사뿐이군!”
“어제 꽁무니 빼는 적 병사들 못 봤습니까? 이젠 이만의 대군이라도 무섭지가 않습니다.”
“맞습니다. 좀 두들겨 맞았다고 그리 내빼다니……. 그게 병사로서 할 짓입니까?”
“크하하하! 맞는 말일세.”
큰 소리로 웃는 그들을 본 고흥만은 슬며시 손을 들었다.
“웃는 건 이후 벌어질 전투에서 이긴 다음에도 될 일이니 자중들 좀 하게.”
그의 말에 사람들은 재빨리 입을 닫았다.
조용해진 것을 본 우현은 고개를 돌려 고흥만을 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턱 밑을 매만지던 그는 시선을 쳐들고 보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적들도 상황 파악을 했을 것이니 최후의 일전을 생각하고 있을 테지. 그렇다고 앞서 행한 전투처럼 공성전을 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야. 현 상황에서 병력 낭비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니 말이야. 필시 그들은 성 안에 있는 우리를 밖으로 끌어내 싸우려 들 것이 분명하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더더욱 공성전을 고집하는 쪽이 이득이 되겠군요.”
“그것도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길게 보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닐세.”
내젓는 고갯짓에 우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적이 성 밖으로 끌어내려는 속셈이라면 당연 성안에 머무는 것을 고수하는 쪽이 좋거늘 어찌하여 고개를 내젓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지 않다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현재 적들은 증원 부대 섬멸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인식을 한 것이네. 즉, 후방에 있는 우리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살펴보지 않았다는 말일세. 하나, 우리가 공성전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적은 후방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 것이고 삼백도 채 되지 않는 적은 인원이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되면 그들은 끊어졌던 지원을 다시 받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 분명하네.”
“한마디로 공성전을 펼치는 것은 현재는 좋으나 멀리 보면 적의 숨통을 터주는 꼴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고 봐야 할 걸세.”
전쟁이 길어져 피해가 커지는 것은 우현 또한 싫은지라 어떻게든 이번에 끝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그들의 의도대로 성 밖으로 나서면 이길 방도는 있습니까?”
“전략은 어제 말한 대로 행할 것이네만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저들이 한 번 치고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후퇴 후, 모여 있을 그들에게 돌진조와 화약통, 기름통을 투하할 것이네.”
“목책에 화약을 설치해 크레모아처럼 쓴다는 것은 어찌 되는 겁니까?”
“그건 원래 계획대로 실행에 옮길 생각이네. 일단, 우리가 수성에 임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테니 말이야.”
알겠다는 듯 끄덕이던 우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그럼, 모든 준비는 다 된 것입니까?”
“혹시나 싶어 돌진조의 준비와 목책에 화약 설치를 어제 전투 후 하도록 해놨으니 사실상 준비는 다 끝났을 것이니 걱정 말게.”
그의 말에 우현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병사가 안으로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상대 병사들이 움직입니다.”
움직인다는 말에 사람들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현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성벽으로 오른 그는 저 멀리 공성탑을 진두에 세운 채 다가오는 적들이 보였다.
슬며시 두 손을 꽉 쥐던 우현은 고개를 돌려 고흥만을 보았다.
“모든 병사들에게 싸울 준비를 시키십시오!”
“알겠네.”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고흥만은 곁에 있는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를 뒤로 한 채 앞만 보던 우현은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이제 결판을 짓도록 하지. 누가 살아남을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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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쿵!
거대한 방패처럼 펼쳐든 공성탑을 앞에 내세운 토니노 자작의 병사들이 영지성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그 뒤에는 방패병들과 창병, 경보병이 걷고 있었는데 이는 뒤에 있는 공성무기를 위협하는 적군을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그 뒤로 흙먼지를 날리며 기병과 중보병이 자리하고 있었다.
군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나중에 성문이 열리고 우현의 병사들이 나올 때를 대비해 준비 중이었다.
느릿느릿 다가가던 병사들의 눈에 전에 보았던 시커먼 먹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적의 공격이 시작됐음을 깨달은 부대장들은 병사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방패를 들라! 방패를 들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지금 적의 공격이 온다! 그러니 모두 방패를 들고 준비하라!”
그들의 말에 병사들은 허겁지겁 방패를 집어 들었다.
어제 전투로 인해 창병은 물론 기병까지 방패가 주어진 상태라 그 누구하나 겁내지 않았다.
순간 시커멓게 보이던 먹구름이 빠르게 소멸하기 시작하였다.
파파파파팍!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들에 병사들은 잔뜩 겁을 먹었다.
그러나 공성탑에 부착된 철판으로 인해 뒤로 나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궁병이 위치하는 공성탑 맨 윗부분이 부서지긴 했지만 그리 큰 피해는 없었다.
힘없이 떨어지는 화살들을 본 병사는 커다란 함성을 질렀다.
“와아!”
마치 승리를 얻은 사람처럼 함성을 지르고 또 질렀다.
이런 그들을 고취시키듯 토니노 자작이 큰 소리로 외쳤다.
“진격하라! 진격하라!”
빠르게 나아가는 적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고흥만은 화포수를 향해 외쳤다.
“화포를 발사하라!”
발사하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굉음과 함께 성벽이 울리기 시작한다.
쾅! 콰쾅! 쾅!
일순간 포탄에 맞은 공성탑의 철판이 부서져 나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떨어진 포탄이 어제처럼 폭발을 하느냐다.
호수에 떨어진 돌덩이로 인해 파문이 일듯 삽시간에 주위를 비우지만 정작 포탄은 조용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족한 진천뇌를 생각해 처음엔 일반 포탄을 쏴 보내기로 하였기 때문이었다.
“안 터진다! 포탄이 안 터져!”
위협적인 적의 무기가 사라졌다는 생각 때문에서일까?
토니노 자작의 병사들은 또 한 번 함성을 질렀다.
행렬 중간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토니노 자작이 말을 하였다.
“쇼에이! 전방 부대를 전진시키게!”
“알겠습니다.”
끄덕이던 쇼에이는 공성탑을 내새워 전진토록 하였다.
어차피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그들에게 공성무기는 별 소용이 없기에 초반에 사용해 병력의 누수를 없애려 한 것이다.
크르르릉!
흙먼지를 있는 대로 흩날리며 다가오는 공성탑을 본 고흥만은 큰 소리로 외쳤다.
“성 밖에 있는 궁수에게 알려 목책을 폭파토록 하라!”
그의 말을 들은 병사가 들고 있던 깃발을 녹색으로 바꾼다.
목책 뒤편에서 숨어서 고흥만 쪽만 보던 궁수는 깃발이 바뀐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화살촉에 불을 붙이고는 쳐들었다.
피피핑!
날아오른 불화살은 허공을 뛰어넘어 목책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것을 본 토니노 자작의 병사들은 배를 치며 웃기 시작했다.
“화살도 제대로 쏘질 못하는구먼!”
“크하하하! 그것도 코앞에다 말이야.”
그렇게 한바탕 웃어대던 그때 돌연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우레와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진다.
콰콰쾅!
엄청난 그 폭음에 멍해가는 것도 잠시 날려가는 흙먼지 사이로 화약통에 담아둔 철 조각들이 그들에게 쏟아져 내린다.
“크아아악!”
“커어헉!”
비명 소리가 삽시간에 주위를 잠식해 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폭발로 인해 한쪽 바퀴가 부셔진 공성탑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린다 싶더니 그대로 뒤로 무너져 내렸다.
부근에 있던 토니노 자작의 병사들이 서둘러 피해보지만 그걸 피하기엔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또다시 참혹한 비명이 난무를 하고 핏물이 땅바닥을 질퍽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예상 외로 너무나 커진 피해에 토니노 자작은 황급히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후퇴하라! 어서 병력을 뒤로 물려라!”
미친 듯이 외쳐대는 그의 말에 맞춰 뒤에 있던 나팔수들이 시끄럽게 불어댔다.
부우웅! 부! 부우웅!
후퇴 신호를 들은 병사들은 황급히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이때가 기회라는 듯 고흥만은 큰 소리로 외쳤다.
“화포수는 모두 진천뇌로 바꾸어 쏘고! 성 밖에 있는 궁수들에게 일제히 적을 향해 공격하라 이르라!”
“알겠습니다.”
한 차례 주억댄 병사는 성벽에 있는 화포수들을 향해 진천뇌를 쏘라 외쳤고, 깃발을 들고 있던 이는 허겁지겁 조작해 목책 뒤에 있는 궁수들에게 공격 신호를 보냈다.
콰콰쾅!
또다시 울려 퍼지는 화포의 폭음 아래 목책을 향해 불화살을 날렸던 궁수들이 일제히 궁을 쳐들고 쏘기 시작하였다.
마치 수백 마리의 새가 날아가듯 허공에 수를 놓던 화살과 포탄은 빠른 속도로 토니노 자작의 병사들을 향하였다.
콰콰콰쾅!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을 시발점으로 단말마가 낭자하게 번져나갔다.
포탄에 몸이 폭사당하고 핏줄기가 허공에 뿜어지며, 화살에 꼬치가 되어버린 병사들이 바닥에 몸을 눕히는 등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참상을 연출했다.
목책을 이용한 폭발만으로도 당혹스러운데 이렇듯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서자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갔다.
“투석기를 쏴 적의 공세를 막아라! 그리고 그 틈에 병력을 후퇴시켜 부대를 재정비하라!”
미친 듯이 외쳐대는 토니노 자작에 서둘러 병사들이 마지막 남은 공성무기를 앞으로 내보낸다.
퉁! 투퉁!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온 돌들이 목책 뒤에 있던 궁사들 위로 떨어져 내린다.
순간 참혹한 비명 소리와 함께 진한 혈화가 땅에 피어나기 시작한다.
“크아아악!”
돌에 맞아 피투성이 된 채 튕겨나가는 병사를 본 고흥만은 황급히 화포수를 찾았다.
하나, 채 말도 꺼내보지도 못하고 성벽 탑에 위치해 있던 병사들의 외침에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돌이 날아옵니다!”
성벽으로 날아오는 돌들을 본 고흥만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쇠노를 움직여 응사하라! 응사하라!”
그의 말에 병사들은 황급히 쇠노의 머리를 틀어 돌을 향해 쐈다.
콰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돌 파편들이 밑으로 쏟아졌다.
“크윽!”
“아아악!”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성벽에 있던 병사들이 파편에 맞고 쓰러졌다.
그걸 보며 입술을 깨물던 고흥만은 고개를 돌려 성 밖을 보았다.
투석기 공격을 틈타 후퇴하는 토니노 자작 병사들의 모습에 바드득 이를 갈았다.
“이놈이…….”
들고 있던 지휘봉도 던져버린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