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57
차원상인 157화
“좌우측에 대기하고 있는 돌진조에게 공격 신호를 보내고 성문을 열고 병사를 내보내라!”
“알겠습니다.”
끄덕대던 병사가 손짓을 하자 활을 들고 있던 사내가 화살촉에 불을 붙여 쏜다.
하늘 높이 치솟는 화살을 본 한 병사가 성벽 아래를 향해 소리친다.
“성문을 열고 아군을 내보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문이 조금씩 열린다.
크그그그그! 두두두두!
열려지는 성문 사이로 기마들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그 뒤를 쫓아 병사들도 달려 나왔는데 대부분 활을 든 것이 궁병으로 보였다.
고흥만이 굳이 궁병으로 편성한 것은 이후 있을 화약통 세례를 생각해 근접전보다는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이들로 내세운 것이었다.
성문을 빠져나가는 병사들을 보던 고흥만은 고개를 돌려 기름통과 화약통 앞에선 우현이 눈에 들어왔다.
“준비되었는가?”
“예, 되었습니다!”
“그럼, 좀 있다가 돌진조가 공격을 하면 그때 기름통부터 이동시켜 주게!”
“그전에 혹시 모르니 마나를 사용하는 이들은 제 곁에서 떼어주십시오. 레이젠 형님이 말하길 마나도 빨아들인다 했으니 말입니다.”
“알겠네.”
고흥만은 주위에 있던 이들을 모조리 딴 곳으로 이동시켰다.
괜히 몇몇만 옮겼다 실수로 같이 이동되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니 아예 싹 비워 버린 것이다.
이렇게 공격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가운데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하고 있던 토니노 자작과 쇼에이는 상대가 성문을 열고 병력을 내보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게 정말인가?”
“예! 병력이 성문을 열고 나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래?”
쇼에이와 잠시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던 토니노 자작은 큰소리로 외쳤다.
“전 병력 성을 향해 진군토록 하라!”
“후방에 있는 병력까지 말입니까?”
“그들까지 포함해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알겠습니다.”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병사는 뒤로 물러섰다.
슬며시 시선을 쇼에이에게로 돌린 토니노 자작이 말을 건넸다.
“드디어 마지막이군!”
“그렇습니다.”
손에 든 데스사이드를 들어 올려 허리에 낀 그는 피식 웃었다.
“후회 없도록 싸워보지! 지든 이기든 말이야.”
“같은 생각입니다.”
서로를 보며 두 사람은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한참을 있던 토니노 자작은 말머리를 돌리며 외쳤다.
“전군 진격하라!”
‡ ‡ ‡
“드디어 최후의 일전인가?”
숲에 숨어 진군하는 토니노 자작의 군대를 보던 메타가 말을 하였다.
고흥만의 지령을 받고 화약통이 가득 실린 마차들을 데리고 이곳에 숨은 그는 테이머 마법을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마법사로 현재 차카타파에 적을 두고 있다.
마법 특성상 차카타파와는 거리가 멀지만 마탑에서 쓸모가 없다며 쫓겨난 뒤 동문 마법사 몇과 함께 대륙을 떠돌다 친분이 있는 차카타파 마법사를 통해 이곳에 오면서 학파를 바꿨다.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지만 도리를 생각하면 그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 결과 마탑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테이머 마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러던 중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말에 앞뒤 생각지 않고 나섰다.
맘 편히 연구하게 해준 영주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말이다.
그게 돌진조처럼 동물을 희생시키는 일이라도 말이다.
어쨌든 때가 무르익었음을 깨달은 그는 화약통이 실린 마차로 가 말머리를 매만졌다.
휘이이잉!
뒤로 매단 마차가 신경 쓰이는지 한 차례 투레질을 해댄다.
그런 말의 갈기를 쓰다듬어 안정을 시킨 그는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미안하구나! 부디 저세상에 가면 지금과는 달리 맘 편히 대지를 뛰어놀며 살도록 해라!”
잠시 이마를 갖다 대던 메타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을 보며 주문을 영창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붉게 변해가던 말의 눈동자가 푸른색으로 바뀔 때쯤 그가 곁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곤 옆에 피워둔 모닥불에서 장작을 꺼내 화약통과 연결된 심지에 불을 붙였다.
타들어가는 심지를 보던 그는 손을 들어 말의 엉덩이를 쳤다.
“가거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차례 울음소리를 자아내던 말은 미친 듯이 땅을 박찼다.
그 뒤를 쫓듯 화약통 심지에 불이 붙은 다른 말들도 마차를 이끌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쳐나간 모든 말들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싶던 그때 엄청난 굉음이 천지를 요동치게 만들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 ‡ ‡
콰콰콰쾅!
대지가 들썩대는 듯한 그 굉음에 토니노 자작은 말과 함께 휘청거렸다.
한 번만도 놀랍기 그지없는데 무려 세 번 연속으로 폭음이 들려오니 아무리 간 큰 사내라도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다.
혼비백산한 머릿속을 간신히 부여잡은 채 토니노 자작은 황급히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
“좌우측 숲에서 마차들이 달려와 저희 병사와 맞부딪칠 때마다 폭발하고 있습니다.”
“마차가 못 오게 막으면 될 것 아니냐?”
“그러고 싶지만 사람은 없고 말만 마차를 끌고 오고 있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럼, 말을 쏴서 죽이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 될 것 아니냐?”
“벌써 그리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쉬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답답하다는 듯 쳐다보던 그때 또다시 폭음이 들려온다.
한 차례 휘청대는 말 위에서 간신히 고삐를 부여잡은 토니노 자작이 큰 소리로 외쳤다.
“쏴라! 다가오는 마차들이 더는 못 오게 쏘란 말이다!”
거듭되는 그의 외침 때문일까? 병사들 사이에서 궁병들이 활시위에 화살을 얹고는 쏘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의 노력 때문인지 마차 몇 대는 채 다가오지 못한 채 폭발하고 말았다. 물론 개중에는 화살세례를 뚫고 전열로 들어와 폭발하는 것도 있었다.
콰콰쾅!
지축이 뒤틀린 듯한 요동과 함께 또 한 번 휘청인 토니노 자작은 들고 있던 데스사이드를 휘두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쏘라! 마차가 못 오게 막아라!”
서릿발 가득한 그의 외침 위로 또다시 화살이 허공에 검게 수를 놓기 시작한다.
한편, 성벽 위에서 상대 병사들 틈에서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들을 본 고흥만은 시선을 돌렸다.
“지금이네!”
고개를 끄덕인 우현은 손에 마석을 쥔 채 나지막이 말을 하였다.
“웜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에 시커먼 구멍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바람이 인다 싶더니 주위의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차츰 딸려가던 심지에 불이 붙은 기름통은 이내 허공에 떠오른다 싶더니 그대로 시커먼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나둘 사라진 기름통은 저 멀리 토니노 자작 군대의 머리 위에 생겨난 구멍을 빠져나와 떨어져 내렸다.
콰쾅! 화르륵! 화륵!
“으……아악! 불……불비다!”
“하늘에서 불비가 내린다.”
화약 폭발로 인해 불이 붙은 기름으로 인해 일순 주위가 시뻘건 화마로 뒤덮였다.
개중에는 운 좋게 피한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온몸에 불길을 휘감은 채 연신 허우적댄다.
온갖 비명과 단발마가 교차하는 가운데 또다시 퍼부어지는 불비에 주위는 아비규환으로 변해간다.
콰콰쾅! 화르륵!
“몸에 부……불이…… 사……살려줘!”
등에 붙은 불길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것도 잠시 십여 개의 경철이 병사의 온몸에 꽂힌다.
기름통에 딸려 온 화약통이 폭발하면서 그 속에 담겨 있던 수백 개의 경철이 사방으로 날아가면 그리된 것이었다.
그나마 불붙은 기름은 방패라도 들어 막을 수 있다지만 경철은 그것마저 뚫고 들어와 더 무서웠다.
콰쾅! 피피피핑!
또다시 쏟아지는 경철 비에 사람들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전장을 가득 메운다.
아수라장이 된 전장을 보던 고흥만은 이내 시선을 홱 돌렸다.
어느새 온몸이 축축하니 땀으로 뒤범벅이 된 우현은 비틀대는 몸짓으로 부서진 마석을 버리고 새 것을 손에 쥐었다.
거친 숨소리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흥만은 멈추라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우현의 공격이 제일 효과가 좋기에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만 참아주게! 조금만!’
성 밖으로 나선 병력을 움직여 공격을 할 순 있지만 그랬다간 적은 곧바로 후퇴를 감행할 것이다.
만약 그리된다면 후방에 있는 레이젠 부대와 부딪칠 것일 가능성이 커지고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레이젠 부대에는 전직 도베르만 기사단 출신자들이 있고, 천랑대를 비롯한 남궁세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토니노 자작과의 병력 차가 무려 세 배 이상이나 날만큼 커서 위험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그들 자체가 우현의 핵심 무력이라고 할 수 있어 더욱더 조심스러웠다.
털썩!
비틀대던 우현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놀란 고흥만이 황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보게! 괜찮은가? 정신 좀 차려보게!”
땅에 파묻듯 푹 숙여진 고개 위로 손이 내저어진다.
한데 그 손짓이 무겁기 그지없는 것이 물 먹은 솜 같아 보인다.
‘기력이 많이 쇠한 모양이군!’
괜한 욕심에 사람 잡는 것 아닌 가 싶어 맘이 무겁기 그지없던 그때 소네스가 올라왔다.
“형님…… 레이젠 형님이 약조한 장소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오호! 그런가?”
옆에 있는 병사에게 우현을 맡긴 고흥만은 서둘러 일어서 외쳤다.
“지금 즉시 성 밖에 있는 추가 병력을 보내 앞서 나간 인원들과 합류해 공격토록 하라!”
“알겠습니다.”
황급히 나가는 병사는 성 밑을 향해 출진을 알렸고 그로인해 닫혔던 성문이 또다시 열리기 시작하였다.
멀찍이 떨어져 토니노 자작을 살피고만 있던 우현의 병사들은 재차 열려지는 성문 위로 보이는 깃발 신호를 보고는 황급히 공격 진열을 갖추고는 추가 병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추가된 병력을 앞세우고 궁병은 뒤에서 궁을 든 채 토니노 자작 군대를 향해 진군해가기 시작하였다.
‡ ‡ ‡
“화, 화살이…… 컥!”
“크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화살받이라도 된 듯 온몸에 화살을 박은 채 힘없이 쓰러진다.
마지막 마차가 일으킨 폭발을 끝으로 더는 공격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겨우 한숨을 돌린다 싶었는데 또다시 시작된 공격에 토니노 자작은 낯을 구겨갔다.
“어디서 공격을 해오는 것이냐?”
“아까 성문에서 나온 병사들이 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
쇼에이의 말에 자작의 미간이 사정없이 좁아진다.
본진의 병력이 공격한다는 것은 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뜻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던 토니노 자작이 물었다.
“상대의 병력은 얼마나 되느냐?”
“그새 추가가 됐는지 얼추 잡아 천은 되는 듯합니다.”
“그럼, 우리의 병력은 어찌 되는가?”
“죄송합니다만 겨우 반 정도 살아남은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