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60
차원상인 160화
그랬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고흥만은 우현이 쓰려진 것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두 말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것도 ‘피해 복구는 자기 소관이 아니다!’란 말만 하고 말이다.
우현의 부재를 이유로 들어 도와달라고 했지만 지금껏 재정을 맡아 온 이가 하는 편이 낫다며 단칼에 거부를 했다.
그 결과 이처럼 혼자서 기나긴 피해 상황 보고를 들으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헤일러의 보고에 한숨을 내쉬던 그는 손을 들어 멈춰간다.
“간단히 요약해서 우리가 입은 피해액이 대충 얼마나 될 것 같아?”
“현재까지 접수된 것과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대충 피해액은 천 골드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처……천 골드? 피해액이? 그럼, 피해 복구 금액은 얼마나 되는데?”
“못해도 오륙천 골드 정도는 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피해 복구액이 육천 골드나 된다고?!”
“사망 및 중경상을 입은 용병 및 영지민에 대한 보상금 및 파손된 주택 지원금, 전쟁으로 인한 가축 피해 보상금, 성벽 보수금, 전쟁에 쓰인 각종 물품들의 파손에 대한 보상금 및 피해 복구 동안 보류될 상행으로 인한 피해까지 모든 피해액을 종합해 볼 때 대충 그 정도는 나올 듯합니다.”
전쟁에서 지면 왕국 재정이 파탄난다고 하더니만 틀린 말은 아닌 성 싶다.
그저 멍하니 피해 복구 금액만 되뇌던 소네스는 또 한 번 한숨을 푹 내쉰다.
‘그간 모아둔 세간살이가 아주 아작이 나겠구먼!’
미치다 못해 팔짝 뛰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내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피해 복구 금액 말고도 양초 공장과 같이 지속적으로 지출되어야 할 비용에다 왕국 및 타 왕국에 건설할 위성지부에 들어갈 금액까지 앞으로 들어갈 돈이 워낙 많아 그런 것이었다.
답답한 속을 달래려 냉수 한 컵 시원하게 들이킨 그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상단과 거래한 이들 중에 대금 결제를 다 하지 못한 이들에게 돈 대신 현재 필요한 물품으로 대신 보내달라고 연락해둬!”
“대금 대신 피해 복구에 필요한 물품으로 받으라는 겁니까?”
“이 상황에서 언제 피해 복구 물품을 사오겠어? 그러니 그들더러 사오라고 연락을 취해둬!”
“알겠습니다.”
“그리고 토마스! 파손당한 영지민에 대해선 현재 조성 중인 영주민 주택 단지에 우선적으로 살 수 있게 해두고 사망자 전부 위령비 공원에 옮겨 묻을 거니까 그리 알고 준비해. 만약 땅이 모자라면 넓혀서라도 실행해!”
소네스에게 불린 토마스가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그리 조치를 취해두겠습니다.”
“말만 조치 취하겠다고 하지 말고 지금 당장 가서 준비해! 영주님 성격상 그 문제에 대해선 대충 넘어가실 분 아니니까 말이야.”
“걱정 마십시오. 그것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긴 위령비 공원을 만든 장본인이니 그도 그렇겠군.”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미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인다.
그것도 잠시 소네스는 계속해서 피해 복구에 대한 사항을 조율했다.
그렇게 한참을 논의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들어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뭐? 이게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시선을 내려 또 한 번 종이를 보던 소네스는 사정없이 좁혀진 미간을 매만졌다.
“알았어! 내가 가서 볼 테니 넌 참모관을 불러와!”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소네스는 짜증을 한가득 토한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 ‡
딸깍!
문을 열고 들어가던 고흥만은 침상에 누워있는 우현을 보다 옆에 자리한 티아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상태는 어떠한가?”
“마나가 갑자기 고갈된 상태라고 해요.”
“마나 고갈? 흐음! 그냥 알기 쉽게 결론만 말을 해주게!”
눈살을 찌푸리는 그에 티아는 간단히 답했다.
“며칠 푹 쉬면된다고 해요.”
“그럼,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인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피로 누적으로 인한 몸살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다행이군, 그 정도로 끝나서 말이야.”
그제야 맘이 놓이는지 고흥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긴 벼랑 끝까지 몰고 또 몰아댔는데 걱정이 안 되려야 안 될 수 없을 것 같다.
주저앉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우현이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화들짝 놀란 고흥만이 곁으로 다가선다.
“이제 좀 정신이 드는 가?”
“예! 근데 제가 여기 왜 있는 겁니까?”
“전쟁 끝나자마자 쓰러져서 이리로 데려왔네. 신전에서 사제도 데려오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러냐는 말과 함께 몸을 일으키던 우현에게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무슨 온몸이 관절이 녹이 슨 듯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느껴왔기 때문이었다.
“몸 아픈 곳이 있는가?”
“그냥…… 좀 몸살이 온 것처럼 아프네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티아가 슬며시 끼어든다.
“그건 급속도로 많은 마나를 쓴 것에 대한 후유증 때문에 그런 거예요. 다른 곳은 딱히 아픈 곳이 없다니까 좀 쉬면 괜찮아질 거요.”
“그거 다행이네요.”
그나마 다행이라며 끄덕인다. 분명 방금 일어났건만 몸이 고달파서 그런지 절로 감기는 눈을 간신히 떴다.
“참! 전쟁 뒤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일단은, 영지 내부부터 처리하고 있네. 그게 끝나면 메로나 자작의 영지를 손볼 예정이네.”
“메로나 자작 영지요?”
“메로나 자작을 대신해 걸어온 영지전인만큼 그의 영지만큼은 우리 영지와 통합이 될 것이네. 단, 토니노 자작의 영지는 우리와 좀 거리가 멀어서 관리가 힘든데다가 우리 형평상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영지를 갖는 것은 무리인지라 왕실에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네. 이미 그리 연락을 올렸고 말이네.”
“죄송합니다. 제가 할 일인데 참모관님께서 하시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리 생각하면 푹 쉬고 어서 일어나게. 그편이 날 도와주는 것이니 말이네.”
피식 웃어보이던 우현은 슬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을 대신해 일을 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말이다.
됐다는 듯 손을 내젓던 그때 남궁운혜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를 본 고흥만은 우현에게 푹 쉬라고 하고는 방을 나섰다.
“웬만하면 그 전음이라는 것 좀 쓰지 말게. 귀신 목소리 들려오는 듯 해 흠칫흠칫 놀랄 때가 많다네.”
“죄송해요. 상황이 좀 그렇다 보니…….”
눈살을 찌푸리는 그에 남궁운혜가 고개를 푹 숙인다.
“사죄는 됐고…… 그 급한 사정이라 게 대체 뭔가?”
“네이트 백작이 남하를 했다고 해요.”
“네이트 백작? 처음 들어보는 이름 같은데…….”
“토니노 자작과는 인척 관계로 서북부 국경을 맡고 있는 무벌 중 하나입니다.”
무벌 중 하나라는 것보다 유독 인척 관계라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왠지 모양새가 토니노 자작 때문에 움직인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네 생각에는 그의 목표가 우리일 것 같은가?”
“현재로서는 그런 것으로 보여요.”
수염을 매만지던 고흥만이 물어온다.
“그럼, 그 네이트 백작인가 하는 사람이 영지에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용병들에게 물어보니 거리상 길면 열흘, 짧으면 여드레라고 하더군요.”
“빠듯하게 일주일 정도 남은 셈이군그래!”
남궁운혜는 시선을 쳐들어 바라보았다.
“전쟁 준비를 하실 생각이세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그리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긴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요.”
어두운 남궁운혜의 낯만큼이나 답답한 건 고흥만도 마찬가지이다.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죽기만 기다릴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도…….”
“산목숨인데 발버둥은 쳐 봐야 하지 않겠는가?”
더는 할 말이 없는지 이내 입을 꾹 다물고 만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한 사내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참모관님 총관실로 좀 가보셔야겠습니다.”
“총관실엔 왜 가보라는 것인가?”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
갸웃대던 그들은 발길을 돌려 총관실로 향하였다.
잠시 후, 문 앞에 도착한 가볍게 노크를 하고는 열었다.
그러자 민머리에 턱 선 가득한 수염을 기른 엄청난 살집의 중년 사내가 보인다.
겹겹이 층을 이룬 그 두꺼운 살덩이 사이로 흐르는 육즙을 수건을 들어 바삐 닦아 가던 그의 옆에는 소네스가 낯을 찌푸린 채 앉아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총관! 손님이 오셨다 들었네.”
“예! 인사하십시오. 세투란 제국 소속 하임이트 지부장 라냐스카 남작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덕한 몸집의 사내가 일어선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냐스카입니다.”
“참모관 마이클일세. 직위는 자작일세.”
대륙에 처음 왔을 때 우현처럼 한국명 말고 다른 이름을 지어야했는데 생각나는 거라곤 흔히 보는 마이클밖에 없어서 그냥 마이클로 지었다.
급히 짓기는 했지만 나름 멋도 있고 기품도 있는 것 같아 지금껏 바꾸지 않고 써왔다.
상대에게 인사를 건네던 고흥만은 어째서 세투란 제국 사람이 온 것이 물었다.
“어째서 오신 것인가?”
라냐스카는 수건으로 얼굴을 땀을 닦는 것을 멈추고 답을 하였다.
“소식을 들어 알고 계실 겁니다.”
“어떤 소식 말인가?”
“남하중인 네이트 백작과 싸운 바딘 백작이 패배한 것을 말입니다.”
순간 고흥만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네이트 백작과 바딘 백작이 싸운 것도 모를뿐더러 패배한 것은 더더욱 몰랐기 때문이었다.
일그러지는 그의 낯에 라냐스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몰랐습니까?”
“몰랐다네.”
“그렇다면 조바오니 공작이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도 모르겠군요.”
“역모? 조바오니 공작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제야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메로나 자작에 이어 토니노 자작이 영지전을 펼쳐야 했으며, 네이트 백작은 왜 남하했는지 말이다.
“미끼였군. 우리가 말이야.”
“그렇습니다.”
끄덕여가는 라냐스카와는 달리 소네스와 남궁운혜는 의아한 빛을 보였다.
워낙 일들이 빠르게 진행되어 대체 왜 그리되는지 또 고흥만은 왜 미끼라 답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던 그는 조금 전 말한 미끼라는 의미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토니노 자작과 인척 관계인 네이트 백작을 움직여 우리 영지전을 돕는 것처럼 보여 친왕파의 핵심 인물인 바딘 백작을 불러들여 처치한 후, 왕성으로 진격해 왕위에서 왕을 끌어내린다. 이것이 이번 일의 개요일세.”
“그럼, 토니노 자작이 우리와 싸우려 한 것도 조바오니 공작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재 친왕파에 있어 든든한 경제력 지원자인 캐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네. 그런 이를 건드렸으니 친왕파로서는 똥줄이 탈 수 밖에 없을 테고 거기다 네이트 백작까지 남하를 했으니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바딘 백작이 나설 수밖에는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