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62
차원상인 162화
“만약 그들이 우리의 보호 요청을 받아드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받아드리게 될 것일세. 왜냐면 우리를 지배할 수 있어도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일세. 바로 상단이 대륙에 미치는 파급력 때문에 말일세.”
앞서 말한 대로 우현의 상단이 대륙에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렇기에 성국이나 제국 모두 없애기 보다는 지배하는 쪽을 택했던 것이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호 요청을 해온 우현을 거부하기란 매우 힘들다.
그로인해 우현 상단과 거래 중인 타국들과의 관계가 나빠진다면 성국으로서도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금전적인 면에서 지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보호 요청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걸 계기로 우리에게 화약과 화포를 달라면 어떻게 합니까? 제국에 이어 성국까지 가지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고심 안한바는 아니지만 별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네.”
“왜 그렇습니까?”
“화포를 쓰기 위해선 화약이 필요하네. 그리고 그 화약은 우리만 만들 수 있네. 이 말은 그들에게 우리가 화약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화포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이 말일세.”
“그렇긴 합니다만 화약을 받고 나서 돌변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만약 그리할 경우 반대편인 제국 측에 화약을 더 많이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성국으로서는 큰 화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들은 우리와 제국간의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 분명하네.”
확실히 그의 말대로 화약이 한 곳으로 쏠리면 반대편 왕국은 망하게 되고 말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서로간의 형평성을 맞추려고 들 것이고 말이다.
한마디로 상대방이 눈치를 보면 모를까 자신들이 눈치 볼 상황은 아니란 말이 된다.
“참모관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내 생각에도 그 수가 최선인 것 같으니 영주님께 아뢰어 실행에 올리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그리하십시오.”
동의를 표하는 소네스에게서 시선을 떼서는 남궁운혜에게로 돌렸다.
“자네도 들었겠지만 우리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주위 정보가 중요하네. 성국이 공식적으로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 일에 개입하기 전에 보호 요청을 해야 우리 계획이 빛을 발하니 말일세. 그러니 주위 정세를 잘 살펴 내게 알려주도록 하게. 알겠는가?”
“최대한 노력하도록 할게요.”
굳은 의지를 보이듯 그녀는 연신 주억댄다.
하나, 고흥만은 맘이 놓이지 않는 듯 둘을 보며 재차 말을 한다.
“명심하게! 이번 일로 인해 향후 영지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바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주게!”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한목소리로 답하는 그들을 보고서야 고흥만은 굳어져있던 낯을 펴간다.
이렇게 살아남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동안 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장소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이가 있었다.
‡ ‡ ‡
“하아! 하아!”
미친 듯이 달려가는 바딘 백작 옆으로 핏물을 한껏 머금은 검을 쳐든 기사들이 다가왔다.
“어서 가십시오! 어서!”
“부탁하네!”
인사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기사들은 검을 들고 뒤를 향해 뛰어간다.
차차창!
“으아악!”
“국왕 폐하를 위하여! 크악!”
귓가로 울리는 쇳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에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벌써 몇 명째일까?
자신을 살리고자 불나방처럼 목숨을 내어주고 사라진 기사들이 말이다.
사실 네이트 백작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에 빠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설마하니 적의 매복에 빠진 것도 모자라 자신을 따라온 후방 부대가 네이트 백작과 손을 잡은 이들이었을 줄은 말이다.
그 결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도망만 치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마저도 그리 길게 가지는 못할 거라는 것이다.
줄어드는 호위 기사들만큼이나 점점 희망이 사그라져가던 그때, 수풀을 헤치고 한 사람이 뛰쳐나왔다.
“백작! 이쪽이오!”
“올레도 경! 당신 이곳엔 왜…….”
“설명할 시간이 없소! 어서 날 따라 오시오!”
붉은 후드를 눌러쓴 올레도 백작의 뒤를 쫓아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 5분쯤 달렸을까? 돌연 시야가 트인다 싶더니 자그마한 공터와 함께 열심히 바닥에 마법진을 새기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대체 이게 뭐요? 국왕 폐하 곁에 있어야 할 경은 또 왜 여기 있는 것이고 말이오?”
올레드는 알카인 왕실 소속 마법단을 이끄는 수장으로 레조스 왕의 수족 같은 존재이다.
그런 그가 왕실을 떠나 이것에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공터에서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진이나 새기고 있을 줄이야.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안다는 듯 올레도 백작은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가 네이트 백작을 막으러 떠난 후, 국왕 폐하께서 심려가 크셨네. 친왕파의 핵심 축인 자네를 잃을까봐 말일세. 그래서 나를 보낸 것일세. 만약에 자네가 위험에 빠지면 구해주라고 말이야.”
“국왕 폐하께서 말인가?”
“그렇다네.”
순간 바딘 백작의 맘이 울컥한다.
이렇게까지 레조스 왕이 자신을 위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올레드 백작은 마법진이 완성 되었다는 마법사들의 말에 서둘러 발길을 옮겨갔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마법진 위로 오르게!”
“이게 대체 무엇인가?”
“워프 마법진일세. 급하게 만드느라 먼 거리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추적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네.”
워프 마법진이란 말에 바딘 백작은 기사들에게 손짓을 한다.
하나, 그들은 마법진 등진 채 조금 전 달려왔던 곳을 바라본다.
“이보게! 뭐 하는 가?”
“저희는 생각지 마시고 어서 가십시오.”
“자네들을 두고 어디 간단 말인가?”
“저희보다는 백작님이 우선입니다. 그러니 어서 가십시오!”
이 말을 끝으로 기사들은 조금 왔던 길로 뛰어간다.
아마도 뒤따라오는 이들을 막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생각으로 보였다.
이에 바딘 백작이 나서려 하지만 올레드 백작의 손에 잡혔다.
“이곳에 만든 마법진으로는 저들을 데리고 갈 수 없으니 그만두게!”
“그럼, 저들을 버려두고 가란 말인가?”
“어쩔 수 없네!”
말도 안 된다며 항의를 해보려했지만 뒤이어 보인 광경에 그만 두었다.
“코카른! 부탁하네!”
“전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십시오!”
어느새 나갔는지 마법진 앞에선 사내는 품에서 마법스크롤을 꺼내들고는 환히 웃는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바딘 백작은 시선을 돌려 올레드 경을 보았다.
“저 사람은…….”
“누군가는 마법진을 발동 시켜야 하네. 그 후에는 적이 추적하지 못하게 부숴야 하고 말이야.”
바딘 백작은 말도 안 된다며 쳐다보지만 한 발 앞서 올레드 경이 말을 꺼냈다.
“시간이 없네! 마법진을 발동 시킬 것이니 가만히 있게.”
손짓을 본 마법스크롤을 든 마법사는 주문을 영창하였다.
땅에 그려진 마법진 모양 그대로 빛무리가 치솟는다 싶더니 돌연 회전해가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막 돌아다니던 빛무리 위로 마법사의 거친 일갈이 들려온다.
“워프!”
순간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다 싶더니 점차 제 빛을 찾기 시작한다.
주위로 일렁이는 마나의 파장 위로 텅 빈 마법진이 보인다.
마법이 성공 했다 싶자 주문을 영창하던 마법사는 서둘러 마법스크롤을 잡았다.
“멈춰라! 죽기 싫으면 멈춰!”
그새 아까 간 기사들을 다 죽였는지 적병들이 미친 듯이 달려온다.
“이미 늦었어!”
환히 웃는 미소 위로 마법스크롤이 찢겨지자 밑바닥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라온다.
얼마나 맹렬한 기세로 불타오르는지 마법사를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 마법진까지 불로 뒤덮어버린다.
불길에 휩싸인 채 허우적대던 마법사가 쓰러지자 그것을 본 적 병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독한 놈!”
혀를 차던 그들은 발길을 돌렸다.
마법진이 훼손된 이상 더는 쫓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리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고작 해봐야 워프 마법진이 다일 테니 말이야. 그러니 병사를 보내 숲, 아니 인근 산을 샅샅이 뒤지는 한이 있어도 그들의 흔적을 찾아내!”
기사인 듯 보이는 사내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병사들이 숲 속으로 흩어졌다.
제7-5장
천지만물이 바삐 움직이는 오후.
그중 그 어느 곳보다도 바쁜 곳이 있으니 그곳은 다름 아닌 알카인 왕국의 정보 및 통신을 담당하는 참모대였다.
흔히들 이곳을 두고 ‘영원히 잠들지 않은 땅’이란 말을 쓸 정도이니 대충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왕도 주변 통신에 귀를 기울이는 제1통신실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할 만큼 바쁘기 그지없다.
왕도의 안전을 책임을 지는 탓에 다른 곳의 서너 배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말단인 탓에 당직을 서고도 한숨도 못 잔 멜라빈은 시뻘게진 눈을 연신 굴리며 종이에 적힌 정보를 살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종이를 탁자에 내던지며 거칠게 불만을 토해낸다.
“빌어먹을! 지가 상관이면 다야? 어떻게 된 게 사흘에 한 번씩 당직을 서게 해!”
입을 오리처럼 내밀던 그의 몸이 돌연 멈춰졌다.
내던져진 종이 사이로 보이는 글이 그를 돌부처처럼 굳게 만든 것이다.
한참을 멍하니 있는가 싶더니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크, 크……큰일이다! 크, 큰일이야!”
호들갑은 있는 대로 다 떨던 그가 고개를 홱 돌렸다.
건너편 자리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중년 사내를 보고는 버럭 질러댔다.
“부……부장님!”
미친 듯이 외쳐대는 그에 간밤에 거하게 술을 한잔한 탓에 숙취로 고생하고 있던 부장 테일이 몸을 일으켰다.
“빌어먹을! 왜 이리 시끄러워?”
오만가지 인상을 쓰는 그에도 불구하고 멜라빈은 여전히 소리만 질러댈 뿐이었다.
“부장님! 부장님!”
“아이고, 머리야! 그렇지 않아도 숙취 땜에 골이 다 흔들려 죽겠는데……. 미췬! 왜 부르고 지랄이야?”
사나흘 굶은 야수처럼 그는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멜라빈은 그런 그를 사뿐히(?) 외면한 채 종이를 디밀었다.
“이것 좀 보십시오!”
난데없이 서찰을 내미는 그에 청오는 이맛살을 찌푸린 채 받아보았다.
“대체 뭔데……. 대낮부터 개지랄을 다 떨…….”
순간 테일의 입이 닫혔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는가 싶더니 종이를 들어 살폈다.
“야! 이거 조지아 영지에서 날아 온 거 맞아?”
“예, 부장님! 조금 전 전서구를 통해 받았습니다. 등급은 백(등급은 다섯 가지로 백, 적, 청, 갈, 흑의 순이다. 그 중 제일 급한 것이 백이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