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66
차원상인 166화
텅 비어진 마법진 위를 바라보던 올레도 백작 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조스 왕은 보냈나요?”
“그렇습니다, 테온 님!”
돌려진 고개 넘어 뒷짐을 진 채 빙그레 웃고 있는 테온이 보인다.
곁으로 다가온 그는 마법진을 살펴보다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저 때문에 수고가 많네요. 바딘 백작 구하랴, 레조스 왕 구하랴 말이에요.”
“아닙니다. 성국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능히 바칠 수 있습니다.”
그랬다. 올레도 백작의 본명은 테이라 아크리로 레조스 왕과 조바오니 동태를 살피기 위해 테온과 함께 비밀리에 성국에서 보내진 사람으로 평소엔 왕실 마법병단을 책임지는 백작으로 활동하지만 밤에는 아이언 트웰브 기사단 일원으로 암암리에 조바오니 공작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아크리로 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아직까지는 정체가 들통 나면 안 되니 말이에요.”
끄덕이던 올레도 백작은 입고 있던 후드를 벗어던지고 체인지 마법을 사용해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상의에 붉은 견갑을 두르고 삼각 턱에 날카로운 눈매가 이전과는 많이 다른 그를 보며 테온은 피식 웃었다.
“그럼, 가볼까요? 명색이 모시는 사람의 왕위 취임식인데 빠질 순 없으니까 말이에요.”
돌려가는 그를 따라 올레드 백작 아니, 아크리는 검붉은 마석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곁에 있던 다른 마법사들도 서둘러 모습을 바꾸고 그들을 쫓아가기 시작하였다.
제7-6장
조바오니 공작의 모반에 이은 왕위 취임식까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소리가 딱 맞을 정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대륙의 각 왕국들은 갑작스러운 이 변화에 놀라워하면서 예의주시하였다.
아직 친왕파의 핵심인 전왕이 된 레조스 왕과 바딘 백작이 죽지 않은데다가 몇몇 영주가 조바오니 공작의 왕위 찬탈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 내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법 농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알카인 왕국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하임이트 영지가 포함되어 있어 더욱 그랬다.
대륙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알카인 왕국은 점차 전화의 늪에 빠져 들어 가고 있었다.
‡ ‡ ‡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의자에 앉아 턱을 괜 채 종이를 살피던 베야크 칸은 흥미롭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물론 조바오니 공작의 모반이야 어느 정도 예측했던 일이지만 설마하니 바딘 백작에 이어 레조스 왕까지 놓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왕위 찬탈에 반대하는 이도 있어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왕위에 올랐다고 해도 내란을 피할 방도는 없을 것 같았다.
들고 있던 종이를 옆에 놓은 그는 시선을 돌려 테베코를 보았다.
“네 생각에는 이후 상황이 어찌 될 성 싶으냐?”
“십중팔구 내란으로 번질 것 같습니다.”
“역시나……. 그리 전개가 되는 건가?”
턱을 매만지던 베야크 칸은 예상했던 대라며 말을 한다.
“그동안 조바오니 공작이 해온 행실을 미루어 볼 때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그럴 테지. 그의 성정상 조금의 반란도 용서치 않을 테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칸!”
그의 말에 동의하며 테베코는 고개를 숙인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베야크 칸이 물었다.
“그나저나 엘테르 성국은 이번 일에 대해 어찌 행동하고 있나?”
“그게……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도 조용합니다. 아무래도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순간 베야크 칸의 이맛살이 좁혀든다. 레조스 왕과는 달리 조바오니 공작은 성국과 긴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친분이 있다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엘테르 성국 측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을 법도 한데 잠잠하다는 것이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굵직하면서도 거칠게 뻗어진 눈썹 사이로 위로 그려진 내천자를 긁적이던 그가 시선을 들었다.
“혹시 말이야. 이번 일에 엘테르 성국이 관여한 것은 아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보던 테베코가 서둘러 반문을 했다.
“성국이 조바오니 공작으로 하여금 모반을 일으키게 획책을 했다는 말입니까?”
“알카인 왕국에서 그리 사달이 났는데 잠잠한 것도 좀 이상하고……. 왠지 그럴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럴 법한 이야기다.
온갖 흉계를 꾸며 왕국에 내분을 일으킨 후 성전이라는 미명 아래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바로 엘테르 성국이기 때문이었다.
그걸 염두에 둘 때 현 알카인 왕국 상황은 그들이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심증에 불과할 뿐이지만 말이다.
의자 손잡이를 검지로 톡톡 내려치던 베야크 칸의 시선이 돌려졌다.
“테베코! 만약 성국이 개입했다면 향후 일은 어찌 될 것 같나?”
“사견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빌미 삼아 성전을 벌여 알카인 왕국을 손에 넣지 않을까 사료가 됩니다.”
듣고 있던 베야크 칸이 검지만 펴 든 채 말을 건넨다.
“아니야! 그것 말고도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어!”
“다른 방법? 그게 무엇입니까?”
“그래! 현재 도망 중인 레조스 왕과 바딘 백작을 도와 본래의 자리를 되찾게 하는 것이지.”
“하지만 그리 해봤자 성국 측으로는 별 달리 얻을 것이 없을 겁니다. 고작 해봐야 알카인 왕국을 속국으로 부리는 정도가 될 겁니다.”
“하지만 하임이트 영지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겠지.”
멈칫대던 테베코의 두 눈이 점점 커진다.
그제야 상대가 뭔 말을 하는 지 알아챘던 것이다.
“확실히 릭 캐슬이 목적이라면 그럴 수 있겠군요.”
“맞아! 괜히 릭 캐슬을 얻겠다고 전쟁을 걸었다 대륙의 많은 왕국들이 대거 반발을 하면 아무리 엘테르 성국이라고 당해낼 수 없으니 차라리 속국으로 만들어 조공을 빌미로 야금야금 물품을 빼돌리는 편이 훨씬 나을 거야.”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방금 한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단 생각이 들자 살짝 골치가 아파온다.
만약 그들의 계획대로 될 경우 여러모로 제국이 힘들어질 성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테베코는 슬쩍 시선을 쳐들었다.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간에 내란이 일든, 엘테르 성국이 개입을 했든……. 우리로서는 어떻게든 빠른 시일 내에 릭 캐슬과 협정을 체결해야만 하겠군요.”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편이라 할 수 있을 거야.”
대충 대화가 일단락 지어진다 싶던 그때 베야크 칸이 제지를 건다.
“그러지 말고 협정 체결 후, 알카인 왕국으로 공식 서안을 보내게.”
“뭐라고 말입니까?”
“릭 캐슬의 보호 한다는 내용과 함께 조바오니 공작의 역모에 분노를 금치 못해 현재 도망 중인 레조스 왕과 바딘 백작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이야.”
“친왕파 쪽 손을 들어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한다면 엘테르 성국도 더는 알카인 왕국 내부 일에 간섭하기 힘들어질 것이야. 간섭하더라도 우리가 개입된 상태라 멋대로 하지 못할 테고 말이야.”
듣고 있던 테베코의 낯에 환한 미소가 깃든다.
그리한다면 제국으로서는 릭 캐슬을 얻음과 동시에 엘테르 성국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말씀대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칸!”
베야크 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끄덕인다.
마치 앞으로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될 거라는 듯 말이다.
‡ ‡ ‡
영지전이 끝난 지도 어느덧 사흘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간 자리보전만 하던 우현이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복잡한 시기에 그의 귀환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기도 하였다.
어쨌든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보고를 받는 우현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다.
예상보다 피해가 심한데다가 피해복구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영지민의 삼분지 이가 용병인 탓에 복구 작업에 나설 사람이 없는 터라 더욱더 그러했다.
한참을 묵묵히 보고를 받고 있던 우현이 손을 들어 막았다.
“아까 말씀하신 피해 인원 중 사망한 자에 대해선 어찌하기로 하였습니까?”
그의 말에 보고하던 헤일러 대신 토마스가 일어서 답을 하였다.
“이틀 전, 소네스 님께서 사망한 인원 전부 위령비 공원에 묻으라 하였습니다. 공간이 부족하면 넓혀서라도 말입니다.”
“그럼, 장례식 절차는 어찌하기로 했습니까?”
“과거 행했던 것처럼 영지성을 순례할 생각입니다만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그리 해주십시오.”
내저어지는 손짓에 헤일러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음 보고로 넘어가려는 그때 우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럼, 보상은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과거 있었던 몰핀의 경우를 예로 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망자 유족들에게 충분한 사례를 할 생각이며, 원하면 상단에 일자리 제공은 물론이고 그들이 머물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곳에 없는 유족들의 경우 어떻게든 찾아내 보상을 할 생각입니다. 부상자의 경우에는 부상 정도를 따져 보상 및 상단 일자리 제공과 머물 주택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공성무기로 인한 전소 및 파괴된 주택 육십여 채 경우, 현재 건축 중인 영지민 주택에 우선적으로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가축 피해를 입은 이들은 현재 매입가의 최고가로 보상을 할 예정입니다.”
“잘하셨습니다만 한 가지 추가를 해주십시오. 전에 위령비 공원에 만들어 둔 세인트 월에 사망자 전원의 이름을 새겨주십시오. 용병이든, 영지민이든 신분 구별 말고 모두 말입니다. 제 말 아시겠습니까?”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리를 숙여 보이던 토마스는 자리에 앉았다.
고맙다는 듯 끄덕이던 우현은 깜박했다는 듯 말을 건넸다.
“참! 주택 말고 다른 건축물의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또다시 건축물 이야기가 나오자 헤일러는 토마스에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왠지 순서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해하면서도 그는 재차 일어서 답했다.
“영지 곡식 창고와 치안대가 쓰는 경비 탑과 숙소 및 보급품 건물이 부서진 상태로 조만간 보수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만 문제는 성벽입니다. 영지성의 성문을 중심으로 왼쪽 성벽이 십여 군데가 무너졌거나 파괴가 된 상태인데 잘 못 건들었다가는 부서질 염려가 있는데다가 인력도 부족해 일단 보수 작업은 미뤄둔 상태입니다.”
“부서진 성벽에 오비아트를 덧대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도 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내구성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
“다음번에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영주님!”
하긴, 안이 허술한데 내구성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던 우현은 시선을 들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좋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보수하는 것보다 현재 무너진 곳을 완전히 무너트려 새로 짓는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땜질 공사로 헛돈만 쓰느니 그 편이 나을 수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그렇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