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67
차원상인 167화
알겠다는 듯 토마스는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앉아간다.
그걸 보고 있던 우현은 손에 쥐어진 종이를 보며 물었다.
“여기 정확하게 피해액이 적혀 있지 않아서 그런데, 우리가 입은 피해액과 피해 보상액은 총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그제야 헤일러가 일어나 답하기 시작한다.
“며칠 전 집계된 것에서 조금 늘어나 현재는 약 천이백 골드 정도이며, 피해 복구액은 얼추 계산해도 육천 골드가 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엄청난 금액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물론 육천 골드 정도는 상단 문을 한 번 열면 모두 보충될 금액이다.
문제는 현 상황으로는 거래는커녕 상단 문을 열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돈보다는 피해 복구가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맛살을 매만지던 그가 물었다.
“생각보다 피해액이 많은 데 왜 그런 것입니까?”
“치안대 건물이 파손이 되면서 근처에 있던 영지민 곡식창고가 다수 부서지거나 불에 탔습니다. 그로인해 그 안에 있던 2년간 먹을 곡식들은 물론 치안대 보급품을 모두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영지민 주택을 덮친 공성무기들이 인근 시장 및 상점 또한 피해를 주어 피해액은 더욱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부족한 식량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급한 대로 인근 영지와 거래를 통해 조달할 생각입니다. 또한 현재 저희 상단에 대금을 다 납부 하지 못한 상인들에게 피해 복구에 필요한 물품 및 식량을 돈 대신 받는다는 연락을 취할 생각입니다.”
우현은 잘했다는 듯 끄덕이다 황급히 되묻는다.
“근데 피해 복구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현재 진행 중인 위성지부 건설비에 양초 공장 운영비, 상단 운영비 등 지속적으로 지출되어야 할 비용이 제법 큰 액수라고 아는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헤일로가 아닌 소네스가 대신 일어선다.
“그 정도 금액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한 반년 간 상단 운영을 안 해도 괜찮고 말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 인력이야! 아까 건설부장인 토마스가 말했지만 보수 공사에 쓰일 인원이 너무 부족한 상태라 상단 운영은커녕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용병들을 동원하면 안 되겠습니까?”
“영지전을 치르느라 힘들을 써서 그런지 다들 기피하는 상황이야.”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잠시 생각에 빠져가던 우현의 고개가 홱 들린다.
“메로나 자작이 다스리는 영지는요?”
“데이토나 영지 말이야?”
“예! 이번 영지전에서 이겼으니 이제 그곳은 제 영지 아닙니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 쓰는 건 어떻습니까? 물론 일한 대가는 줘야겠지만 말입니다.”
순간 주위가 어수선해진다. 확실히 데이토나 영지에 있는 영지민은 하임이트 영지에 비해 대략 다섯 배 정도 된다.
땅이 넓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영지 남부에 항구가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탓에 자연스럽게 상업이 발달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영지민도 많아진 것이었다.
턱을 매만지던 소네스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끄덕였다.
“데이토나 영지민을 사용한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인 것 같아. 남의 땅에서 일을 하는 게 좀 그럴 수는 있겠지만 상단에서 책임지고 보상을 해준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두 영지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영지민 유입 또한 원활해 질 것 같습니다.”
“하긴 데이토나는 토지는 작은데 워낙 사람이 많아 딴 영지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들었으니까 말이야.”
주위 사람들이 그 말이 옳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을 보며 나름 해결책을 찾았다는 생각에 우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족한 인력은 데이토나 영지에서 수소문하기로 하시고 최대한 피해 복구가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인력에 관해서는 대충 이야기를 매듭짓고 우현은 남은 보고를 계속해서 들었다.
“영지전으로 인한 병력 문제도 제법 심각하네. 천랑대 및 남궁세가 측이 제일 적은 십여 명이 다치고 죽었으며, 호위대 삼십여 명, 영지군은 팔십여 명이, 화포수는 다섯 명 정도가 공성전 중에 피해를 입었네. 치안대의 경우에는 재편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네. 치안대가 용병들로 이루어진 점을 들어 당시 성벽 수비를 맡겼는데 하필이면 최대 피해를 입은 곳이 성벽이라 더욱 그리된 것이지.”
“대충 얼마나 피해를 입는 겁니까?”
“피해인원 중 반수 병력에 해당하는 인원은 약 칠 할인데, 그중 치안대가 무려 삼백이십칠 명에 달하네. 반수에 가까운 인원들이 죽었거나 중경상을 입은 상태라는 말이지.”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다친 것에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온다.
안타까운 빛을 자아내던 우현은 종이를 들어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상기했다.
“이렇게까지 많은 피해를 봤다면 전력 손실 또한 매우 크겠군요.”
“큰 정도가 아니라 구멍이 뻥 뚫린 상태이네. 워낙 자체 병력이 적다 보니 더더욱 그런 것이지.”
“하긴 그도 그렇겠군요.”
답답한지 고흥만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건 우현도 마찬가지인지라 그저 옆에 둔 커피만 연신 들이킨다.
한참을 말없이 커피와 종이만 만지작대는 것을 본 고흥만이 말을 건넸다.
“그래서 하는 말이네만……. 어제 말한 보호 요청에 대한 답을 들어야겠네.”
“세투란 제국이 했다던 우리 영지 보호건 말입니까?”
“왠지 남의 힘을 기대는 것 같아 창피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네.”
한숨을 푹 내쉬던 우현은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정녕 우리 힘으로 안 되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 안 될 것은 없네만 자네가 상당히 골치 아파질수도 있다네. 사실 이곳 대륙에 현대식 기갑부대를 창설하면 문제는 간단히 끝날 일이야.”
순간 탄식이 흘러나온다. 확실히 고흥만의 말대로 총이나, 대포 같은 현대식 무기를 들여와 군대를 꾸리면 별문제는 안 생긴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인해 벌어질 대륙 타 왕국의 행동들이다.
필시 현대식 무기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총동원 할 것이고 그로인해 대륙 전체가 핏물로 붉게 물들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큰 대륙에서 군대를 꾸리고 유지하려면 그만큼은 많은 무기들이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할 텐데 그걸 현대에서 어떻게 구해 오냐는 것이다.
무기 상인들이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영화처럼 그들이 쉽게 접촉하기도 힘든 터라 더욱 그렇다.
이래저래 문제점투성이에다가 일전에 화약과 화포까지만 쓰기로 결심 했던 것도 걸리는지라 결국 그것에 대해서는 더는 생각지 않기로 하였다.
커피 한 모금 마시던 그는 시선을 들어 고흥만을 보았다.
“죄송하지만 그들이 말한 그 조건과 보상이 뭔지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들의 조건은 간단하네. 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신무기인 화포와 화약을 자신들에게 제공해줄 것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지 말고 계속해 나갈 것. 이 두 가지이네. 이 조건에 대한 보상으로 협정이 끝날 때까지 이곳 제국과 상하 없는 동등한 위치의 동맹국으로 보고 상호간에 행해지는 모든 정치적, 군사적 문제에 대해 서로간의 상의 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 하더군. 보호 조치에 대해선 서남부 끝단인 셀핀 자작의 영지인 메아리스 영지와 서북부에 위치한 동맹국인 마크스카 왕국에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어 협상만 끝나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다고 했네.”
순간 우현의 눈에 놀라움이 피어난다.
제국이 대국의 이점을 내려놓고 자신들과 동등하게 손을 잡겠다고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군사력을 동원한 조바오니 공작에 대한 강력한 제제까지.
그 어디에도 보지 못할 그 파격적인 내용을 되새기던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제법 꽤 괜찮은 협정이군요.”
“경제적, 군사적 이득을 모두 취하겠다는 것이 좀 욕심이 과한 듯 보이네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약자이니 뭐라 할 수 없는데다가 보상을 보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
“저도 그리 생각은 됩니다만 그래도 성국이 걸리는 군요. 저희가 제국과 손을 잡은 것을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이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고흥만이 답했다.
“솔직히 나도 그 점이 염려되어 성국의 반응을 살폈는데 예상 외로 잠잠하더군. 그래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네. 제국도 탐내는 화포와 화약을 왜 그들은 바라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랬더니 대충 답이 보이더군. 제국과는 다른 성국의 방법이 말이야.”
“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어제 간략하게 말해줬네만 제2차 공격이 감행되던 날 네이트 백작이 병사를 이끌고 남하하기 시작했네. 얼핏 보기엔 인척 관계인 토니노 자작의 도움 요청을 받고 영지전을 참여하기 위해 그런 것 같았지만 사실은 친왕파의 핵심 인물인 바딘 백작을 불러들여 처치하기 위한 것이네. 결과만 따지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바딘 백작의 공백을 틈타 조바오니 공작은 왕성으로 진격해 왕위를 찬탈하였지. 워낙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이라 나로서도 놀랍기 그지없었다네. 한데 말일세. 만약 이 상황을 성국에서 만든 것이라면 어찌 될 것 같은가?”
예상 밖의 질문에 우현은 쉬이 말을 하지 못했다.
야심이 강한 조바오니 공작의 성정으로 보아 왕위 찬탈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왜 성국이 꾸민 일이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로인해 성국이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 군요. 조바오니 공작이라면 능히 왕위 찬탈을 꿈꿀 위인인데 성국이 꾸민 일이라고 하시니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계획한 것은 조바오니 공작의 왕위 찬탈이 아닌 레조스 왕의 복귀이니 그렇다네. 아마도 그들은 이리 생각을 했겠지. 자네를 목표로 전쟁을 일으키자니 여러모로 귀찮은 문제들이 많이 생기니 차라리 알카인 왕국을 속국으로 만들기로 말이야. 그러면 왕국의 귀족인 자네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질 것이니 그 점을 들어 조공을 받치는 식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뜯어내자고 말이야.”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자신을 직접 건들지 않으면서도 속국이라는 미명아래 원하는 것은 다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왠지 제국보다 성국이란 존재가 무서워진다.
이렇게까지 일을 꾸미고 진행시켜 가는 그들이 말이다.
어느새 텅 비어진 커피 잔만 들었다 놓기를 거듭하던 우현은 시선을 들어 보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사실 난 제국과 협정을 맺은 뒤, 곧바로 성국에 보호 요청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했네만 자칫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네. 왜냐면 우리가 성국에 보호 요청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왕국 내 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주기 때문일세.”
“하긴 우리가 불러 피를 흘린 만큼 보상을 하라 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