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68
차원상인 168화
“그 보상은 두말할 것 없이 속국 조약일 것이고 말이야.”
맞는 말이라는 듯 우현은 비롯해 주위 사람들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래서 난 다른 방법이 없나 고민을 하다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네. 흔히들 이독제독이라고 하지 않나? 독은 독으로 맞선다는 그 말처럼 제국으로 하여금 왕국 내 문제에 개입을 시키는 것일세.”
“자칫 성국처럼 왕국이 속국이 되면 어떻게 합니까?”
“그전에 영지와 제국간의 협정을 끝내 왕국이 어찌 되든 상관없도록 만들어야겠지.”
이제껏 묵묵히 듣고 만 있던 남궁운혜가 둘 사이로 끼어들어온다.
“성국의 음모를 분쇄시키고 영지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좋은 계책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로인해 성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할 위험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약이 좀 바짝 오를 테니 잠재워야겠지.”
“어떻게 말인가요?”
“성국에 보호 요청을 할 것이네.”
“성국에 보호 요청을 한다고요? 하지만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요.”
“상황이 다르지 않나? 아까는 왕국 내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서 그런 것이고, 지금은 그들이 개입한다 해도 제국이 버티고 있으니 알카인 왕국을 속국으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네. 고작 해봐야 우리와 손을 잡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 물론 제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말이야.”
이 말을 끝으로 남궁운혜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고흥만의 말대로 제국을 개입 시킨 후, 성국에 보호 요청을 할 경우 앞서 말한 상황과는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성국이 끝까지 우현을 공격하려 할 경우 제국과 한 판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터라 그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성국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는 셈으로 우현의 보호 요청을 받아드리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좋은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을 보던 우현은 문득 든 생각에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제국에 이어 성국까지 화포와 화약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일전에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화포를 쓰기 위해선 화약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화약은 우리만 만들 수 있네. 이 말은 그들에게 우리가 화약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화포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이 말일세. 물론 무기를 받고나서 돌변할 수도 있네. 만약 그럴 경우 우리는 반대편인 화약을 더 많이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우릴 공격한 이들에겐 큰 화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들은 우리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 분명하네.”
“알겠습니다! 참모관님의 말씀대로 일을 진행시켜 보십시오. 그에 따른 모든 지원은 아끼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고맙다는 듯 고흥만은 고개를 숙인다.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우현은 주위 사람들을 보며 말을 건넸다.
“영지전을 끝낸 상태라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흔히들 위기가 곧 기회라고들 하니 피해 복구는 물론 영지 정상화에 최대한 노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주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굳은 의지를 보이듯 한목소리로 외치던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빈 잔을 치우고 하인을 시켜 가져온 커피를 마시던 우현은 고흥만을 옆으로 불렀다.
“더 할 말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다는 듯 끄덕이던 그는 곁으로 다가와 건네주는 커피를 마신다.
“거참! 입에 쫙쫙 달라붙는 것이… 역시 난 믹스 커피 체질이라니까!”
“아까도 마셨으면서 뭘 그리 과하게 말하십니까?”
“원래 믹스 커피라는 것이 말일세. 마시면 마실수록 그 맛이 좋아진다네. 신기하게도 말이야.”
“하긴 저도 영업맨 시절 연거푸 세 잔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단맛이 좀 입에 배서 그렇지 맛은 전 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럴 걸세.”
둘은 서로를 보며 웃으며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던 그때 한 사내가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영주님!”
“어서 오십시오. 헤네브!”
밝게 맞이하는 우현에 헤네브는 재차 고개를 숙인다.
옆에 놓인 의자에 몸을 싣는 그의 앞에 하인이 다가와 커피를 건넨다.
“그렇지 않아도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차카타파가 만든 화약이야 말로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등 공신이니 말입니다.”
“저흰 그저 만들기만 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화약을 만들어낸 차카타파 마법사들입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리 영지도 지키지 못했을 겁니다.”
계속 된 찬사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하다.
그간 우현에게 받기만 했던 것을 이제야 갚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이번 일로 인해 차카타파 마법사란 이름이 온 대륙에 울려 퍼질 거란 것이 그를 기쁘게 했기 때문이었다.
터질 것 같은 웃음을 간신히 눌러 담아가던 그때 우현이 말을 건넸다.
“이곳에 따로 부른 것은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뭘 부탁하신다는 겁니까?”
들뜬 눈빛이 어느새 차분해진다.
마치 무슨 말을 하든지 다 들어주겠다는 모습이다.
조금은 부담스러울 모습이건만 우현은 별 감흥 없는 지 자신의 말만 했다.
“현재 화포는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이동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물론 마차를 이용해 움직일 수는 있지만 싣고 내리는 그 과정이 녹록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현재 화포의 무게를 줄여 휴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순간 고흥만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거기다 연신 우현만 쳐다보는 것이 지금 그가 뭘 원하는지 눈치챈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입을 꾹 다문 채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그런 것도 모른 채 잠시 생각에 잠기던 헤네브는 조금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
“화포를 겉만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무게를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크기 또한 줄인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리한다면 사거리가 많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만들 수 있겠습니까?”
“양초 공장장이신 호른 님과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참! 조건이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가져온 이 그림들대로 좀 만들어 주십시오.”
우현은 뒤편에 놓아둔 종이들 중에서 몇 장을 가져와 그의 앞에 놓았다.
물끄러미 그림을 바라보던 고흥만의 눈을 휘둥그레진다 싶더니만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이건 박격포와 바주카포 아닌가?”
그랬다. 우현이 보여준 그림은 현대 보병들이 쓰는 박격포와 바주카포가 그려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천뇌 축소판이라 적혀진 수류탄이라 것을 포함해, 조선시대 화기인 신기전에, 전차를 본뜬 듯한 마차 위에 화포 얹은 것까지 이곳에 있으면 안 될 것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어느새 부릅뜬 눈을 우현에게로 돌린 그는 거센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네! 현대화기를 이곳에 풀어놓을 셈인가?”
노성이 주위를 울리는데도 불구하고 우현은 그저 미소만 짓는다.
이에 더욱 화가 치민 고흥만은 더욱 큰 소리로 외친다.
“왜 대답이 없는 것인가?”
거듭되는 말에 우현은 굳게 다물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참모관님!”
“그래, 말해보게!”
“뭔가 오해가 있는 듯 모양인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서 왜 그림엔 박격포와 바주카포 같은 것이 있는 가?”
또다시 터지는 노성에 우현은 한숨을 내쉬며 그림을 가리켰다.
“그 말씀을 하시기 전에 그림부터 다시 보시기 바랍니다.”
“뭐? 그림 다시 보라고?”
절로 내려진 시선 사이로 조금 전 봤던 그림이 다시 들어온다.
근데 약간 묘한 것이 모양새는 분명 박격포와 바주카포인데 발사 방식이라 그려진 그림은 영락없는 화포이다.
그건 마차에 매단 화포도 지지대가 설치하게끔 되어 있는 것 빼고는 마찬가지였다.
신기전도 알고 보니 우리가 아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한 줄에 활을 두 개씩 네 줄, 총 여덟 개의 활에 화약을 매단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즉,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두 눈을 끔벅대는 그를 보며 우현이 말을 하였다.
“저는 화포를 그 이상의 것은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화포가 아니지 않는가?”
“엄밀히 말해 모양만 바꿨을 뿐 화포가 맞습니다.”
“그렇긴 하네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겠는가?”
조금은 누그러진 그를 보며 우현은 차분하게 답을 했다.
“제국과 성국에 무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상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무기의 우위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만들자고 한 것이지. 처음부터 이것을 목적으로 들여온 것은 아닙니다.”
확실히 그럴 필요는 있다.
물론 화약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차카타파 마법사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공의 위협이 사라지진 않는다.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금 우현이 말한 무기의 우위를 앞세워 적을 압박한다면 능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대국이라 한들 화력에서 앞선 우현을 상대하긴 힘들 테니 말이다.
어느 정도 우현의 속내를 이해한다 싶던 그때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리저리 눈동자만 굴리는 헤네브가 보였다.
그로서는 지금의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그저 눈치만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크흠! 그냥 영주님과 비밀 이야기를 좀 했네.”
헛기침을 연신 해대며 슬쩍 뒤로 물러난다.
누가 봐도 얼버무리려는 모습에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우현이 한 발 먼저 그림을 본 소감을 물어오는 바람에 그냥 넘어가야만 했다.
“어떻습니까? 할 수 있겠습니까?”
“모양이야 호른 님에게 해결해 달라하면 됩니다만……. 공격 방법이 다 다르군요.”
“쓰임새가 다 다르니까요.”
물끄러미 종이를 들여다보던 헤네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엔 일단 만들어 실험을 통해 수정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힘들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의 눈이 번득인다.
과학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식적 호기심이 발동을 한 것이었다.
이것이 완성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그런 것이 말이다.
어쨌든 무기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우현은 고흥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참모관님! 이 무기들의 쓰임새에 대해 잘 아실 테니 이에 따른 편제 및 운영 방법을 모색해 주십시오.”
“일단, 화포수를 양성하면서 무기가 개발이 되면 그에 따른 편제로 바꾸도록 하겠네. 운영 방법은 기사단장 레이젠과 상의해 준비토록 하고 말이야.”
“어렵겠지만 신경 좀 써주십시오. 영지를 위한 일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