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70
차원상인 170화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건넸다.
“만드는 것은 상관이 없겠지만 그걸로 인해 영지민들이 위압감을 가질까 걱정이 됩니다.”
“나도 그리 생각했네만 상단에서 갖는 그들의 위치나 관계를 생각하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되네. 거기다 남궁세가 측에서 영지민과의 관계를 생각해 장원을 크게 짓지 않는다고 했고 말이야.”
우현은 예상 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중원에서 본 장원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제법 큰 규모로 지을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름 영지민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그것도 있지만 솔직히 옛날 장원보다는 자네가 지어주는 주택이 더 튼튼하고 좋아서 그런 거라네. 그래도 혈족인 만큼 구심점이 될 건물은 필요해 그런 것이지.”
“하긴 그 시대엔 우리가 만드는 주택 갖은 건 꿈에도 꾸지 못하니 말입니다.”
맞는 말이라는 듯 끄덕이던 고흥만이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그래서 그런데 이참에 시멘트, 아니 오, 오비아트인가를 가지고 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걸 가져가라는 말씀은 거기에 여기 주택을 만들라는 것은 아니겠죠?”
“왜 아니겠나? 이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택이라면 거기라고 싫어할 것 같은가? 분명 잘 될 걸세. 내 장담이지!”
듣고 보니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현대 건축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튼튼하고 활용도가 뛰어난 이곳 주택이라면 중원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 듯 싶다.
굳이 주택이 아니라 해도 다리나, 도로, 성벽 등 온갖 곳에 쓸 수 있는 것이 오비아트인지라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다.
“기회 봐서 중원으로 오비아트를 가져가서 반응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인기를 끌 것이니 걱정 말게!”
장담한다는 듯 가슴을 두들겨간다.
웃던 우현은 그만 돌아가 쉬라며 내보냈다.
그렇게 혼자가 된 그는 잠시 창밖을 보다 짐을 싸들고 나섰다.
막 방을 나서려는데 남궁운혜가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영주님, 어디 가시려는 건가요?”
“이곳에 오래 있었으니 집에 좀 가볼까 합니다.”
집에 간다는 말에 그녀는 서둘러 물어온다.
“혹시 중원에 들렀다 가실 예정이신가요?”
“그럴 생각입니다만 부탁 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중원에 들릴 거라는 말에 그녀는 얼굴에 화색을 띤다.
그러고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다음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가실 때 저희 식솔 좀 데리고 가셨으면 해서요.”
“갑자기 식솔을 왜요? 뭐 전할 거라도 있으십니까?”
“두 달 전부터 총관이신 소네스 님이 더는 통역 마법이 걸린 반지는 구하기 힘들다 하시기에 이참에 사람을 보내 세가 사람들 언어 및 대륙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시킬까 해서 그래요.”
듣고 있던 우현은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를 표했다.
“무작정 와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그편이 훨씬 좋겠군요.”
“저 역시 그리 생각해서 영주님이 가시기 전에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갈 사람은 정해졌습니까?”
“예! 가르칠 교재까지 이미 다 준비된 상태입니다.”
교재까지 준비한 걸로 봐서는 오래전에 준비해둔 것 같다.
“그럼, 지금 즉시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창고로 오라고 하십시오. 지금 당장 중원으로 넘어갈 것이니 말입니다.”
“얼른 가서 그리로 사람을 보내도록 할게요.”
한 차례 허리를 숙이던 그녀는 몸을 돌려 날 듯이 달려간다.
우현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여긴 건지, 아니면 맘이 급해서 그런 건지 평소 잘 안 쓰던 경공까지 써가며 뛰어간다.
삽시간에 사라진 그녀를 보며 혀를 내두르던 우현은 발걸음을 돌려 창고로 향하였고 언제 왔는지 대기하고 있던 남궁세가 식솔 하나를 데리고 창고로 들어갔다.
이렇게 우현은 중원으로 떠나갔고 어스름하던 하늘도 점차 푸른빛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제7-8장
똑똑똑!
빠르게 두드리는 손길 때문인지 잠잠하던 방문 안쪽에서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게!”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카미엘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성서에 손을 얹고 기도중인 엘르느 성황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기도를 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 때문일까?
카미엘은 얼굴 가득 미안함을 담은 채 고개를 푹 숙인다.
“기도하시는 데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닐세! 이제 막 끝내려는 참이었네. 그런데 아침 일찍 무슨 일인가?”
“조금 전 통신실에서 올라온 보고가 있는데 직접 보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품에서 종이를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기도를 위해 꿇었던 무릎을 땅바닥에서 뗀 엘르느 성황은 근처 의자에 앉아 종이를 들어 보았다.
빠르게 훑어 내리는 눈동자 위로 점차 미간이 좁혀진다 싶더니 이내 내천자를 그렸다.
굳이 그 종이를 읽지 않아도 그리 썩 좋은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들고 있던 것을 탁자에 내려놓은 그는 시선을 쳐들어 카미엘을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이더냐?”
“이미 온 대륙에 똑같은 내용의 통신이 전해진 상태입니다.”
엘르느 성황은 어이가 없다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자아낸다.
“설마하니 제국이 이런 식으로 우리 일을 방해할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저 역시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제국이 하임이트 영지를 보호하겠다 공표한 것도 모자라 알카인 왕국의 레조스 왕을 지지한다는 선언과 동시에 복위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설 줄은 말입니다.”
엘르느 성왕이 탁자에 내려놓은 종이에 쓰여 있는 건 우현과 사전에 합의했던 세투란 제국의 공표문이었다.
문제는 성국에서는 이미 사흘 후 현재 왕위에 있는 조바오니 공작을 내려앉히고 레조스 왕을 다시 올리기로 합의가 된 상태라는 것이다.
근데 지금 이 공표문 하나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럴 것이 제국의 공표문으로 인해 레조스 왕이 입장을 바꿀 공산이 커 그간 힘들게 합의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제국처럼 공식적으로 개입하자니 그간 했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일이 되고, 그렇다고 발을 빼자니 제국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꼴이 된다.
물론 왕위 복귀 후, 레조스 왕이 성국에 취할 행동 역시 걱정이 되고 말이다.
뒤늦게나마 제국처럼 하임이트 영지를 보호하겠다 나서볼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고작 영지 하나를 두고 강대국인 제국과 성국이 같이 나서는 것도 그렇고 릭 캐슬이 성국의 제안을 받아 줄까하는 점도 그랬다.
여러모로 골치 아파진 상황에 엘르느 상황의 이맛살이 점점 깊게 파였다.
“공표문 이후 제국의 움직임은 어떻더냐?”
“알카인 왕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세투란 제국 동맹국인 마크스카 왕국에 주둔해 있던 제국의 병력들이 일제히 남하를 하였다 합니다.”
“남하를 했다고? 레조스 왕과 바딘 백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더냐?”
“아무래도 제국의 입장을 공표했으니 알아서 찾아올 거라 생각하고 조바오니 공작을 왕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구나!”
말이 맞다는 듯 끄덕이던 그때 또다시 방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얽힌다.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드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엘르느 성황이 안으로 들라 하였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도는 황급히 허리를 굽혀갔다.
“성황 폐하! 급보입니다.”
“급보? 무슨 내용인지 어서 말해 보거라!”
“조금 전 레조스 왕이 아국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전했습니다.”
엘르느 성황의 두 눈이 질끈 감긴다.
불안했던 예감이 너무도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한숨만 내쉬던 그때, 끝난 줄 알았던 사도의 말이 계속 이어져 나간다.
“그리고 테온 사도가 성황 폐하께 한 가지 요청한 것이 있습니다.”
“테온 사도가 요청을? 그 요청이라는 뭔가?”
“그건 바로 레조스 왕, 바딘 백작의 죽음과 조바오니 공작 지지표명을 통한 속국화 작업입니다.”
“레조스 왕, 비딘 백작의 죽음과 지지표명?”
“그렇습니다. 성황 폐하!”
순간 엘르느 성황의 이맛살이 주름진다.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계획이다.
레조스 왕과 바딘 백작을 없앤다면 제국의 개입은 사라지는 데다가 조바오니 공작의 지지표명을 빌미삼아 속국화 작업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능구렁이 같은 조바오니 공작이 순순히 성국의 말을 듣느냐는 것이다.
물론 공표문으로 인해 절벽 끝에 내몰리긴 했지만, 왕국 내 모든 권력을 이미 손에 꽉 쥐고 있는데다가 그의 성격상 속국보다는 제국과 타협점을 찾으려 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까 지지표명을 통한 속국화 작업이라고 했는데 그 방법에 대해선 전해온 것이 있느냐?”
“조바오니 공작의 손과 발을 자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측근들을 떼어낼 수 있다는 말이더냐?”
“충분히 가능하다 했습니다.”
엘르느 성황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시선이 마주친 카미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를 표하는 그를 보고서야 엘르느 성황은 결정을 내렸다.
“테온에게 전해라! 요청한 것을 받아드린다고 말이야.”
“성황 폐하의 뜻을 그대로 전하겠나이다.”
고개를 숙여보이던 사도는 발끝을 돌렸다.
밖으로 나서는 그를 보고 있던 엘르느 성황이 말을 하였다.
“카미엘! 혹시 모르니 아국의 병사들을 알카인 왕국으로 움직이도록 하라!”
“조바오니 공작에게 압박을 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쪽이 혹하기 쉽지 않겠더냐?”
“성황 폐하의 말씀대로 행하겠습니다.”
카미엘까지 나가자 홀로 남은 엘르느 성황은 한껏 눈매를 좁혀간다.
“세투란 제국! 네놈들 생각대로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야! 절대로!”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마음속에 치미는 노기처럼 말이다.
‡ ‡ ‡
제국의 공표문으로 인해 엘테르 성국이 골치 아파하고 있을 때 유독 기뻐하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바딘 백작이었다.
올레도 백작을 따라 보모스 영지로 온 그는 곧이어 들려온 조바오니 공작의 모반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이 왕만은 화를 면했다는 말에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어떻게든 레조스 왕을 구해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나, 집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올레도 백작이 왕을 모셔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발끝을 방으로 되돌려야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둘은 작금의 사태에 대한 계책을 모색해보지만 쉽사리 찾아내질 못했다.
무벌이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물론이고 왕국 내 삼대 상단 역시 조바오니 공작 측에 섰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몇몇 귀족들이 일어서긴 했지만 정세를 역전시킬만한 능력은 갖고 있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