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25
차원상인 025화
금액이 맞다 싶자 자신의 몫만 떼고 나머지는 돌려주었다.
“이번에도 금괴 일곱 개야?”
“형님, 전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건네받은 가죽 주머니를 보던 소네스는 콧등을 찌푸리다 이내 품에 넣었다.
“그나저나 우리 네시아는 뭐 하고 있었나?”
“구구단 외웠어요.”
“구구단?”
“응! 사칙연산을 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외우는 거래요.”
눈을 동그랗게 뜨던 소네스가 고개를 돌린다.
자신에게로 향한 시선에 우현은 미소를 지었다.
“네시아가 커서 상단 총관이 되고 싶다고 해서 알려줬어요.”
빙그레 웃던 소네스가 네시아의 콧등을 툭 친다.
“왜, 상단 일 도와주고 싶어?”
“응! 어서 커서 아빠 일도 도와주고 싶고 그래.”
“어이구! 귀여운 것!”
볼을 살짝 쥐고 흔들던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이 물었다.
“아까 먹었던 음식 맛이 심심하던데 형님이 그리 시키신 겁니까?”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소금이 다 떨어졌대!”
“그럼, 사 오면 되지 않습니까?”
“나야 사 오고 싶지. 근데 소금이 좀 비싸야지. 거기다 물량도 별로 없어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야.”
예상 밖의 대답에 우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소금이 그렇게 비쌉니까?”
“말도 마! 소금은 1kg당 실버 이십 닢으로 20kg에 골드 4닢이야. 금보다 더 비싼 게 소금이란 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금값에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고 만다. 그러고 보니 고대 왕국들이 소금을 두고 많은 전쟁을 했다는 내용을 어릴 적 책에서 얼핏 본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비싸도 너무 비싸잖아.’
기 막혀하던 그때 자신이 소금을 가져와 팔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들여와 팔아도 제법 많은 이득을 볼 듯싶은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닌 듯싶었다.
골똘히 소금 판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돌연 소네스가 말을 걸어왔다.
“참! 이제 가봐야 하는 것 아니야? 할 일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일어나려고 했어요.”
일어서는 우현에 네시아가 말을 건넸다.
“아저씨, 가게요?”
“잠시 집에 좀 가려고…….”
“너무 오래 있다 오지 마요. 네시아가 보고 싶으니까…….”
“그래, 빨리 갔다 올게! 형님,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자!”
“예!”
피식 웃고는 짐을 정리해서 어깨에 짊어지고 밖으로 나섰다.
주위의 인사에 일일이 답을 해주던 그는 저택을 나와 창고로 향했다.
막 자물쇠를 잡아가는데 하인 서넛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앗! 상단주님!”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건네는 그들에게 답을 하던 우현은 품에 한 아름 안고 있는 시꺼먼 것에 대해 물었다.
“그게 뭡니까?”
“아! 이거 크르베라는 몬스터의 가죽인데 박스 대신 종이를 쌀 때 쓰는 겁니다.”
“근데 뭔 가죽이 그리 많은 겁니까?”
“원래 크르베가 몬스터이긴 하지만 어린애도 잡을 정도로 약한 데다가 수가 워낙 많아서 대충 잡다 보면 이 정도 양은 나옵니다.”
“그래요? 어디 한번 줘보십시오.”
건네받은 것을 살펴보니 자신이 사는 곳에서 보던 가죽과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두께가 두껍고 문양도 제법 예뻐 지구의 그 어떤 가죽보다 더 나을 듯싶었다.
“이거 제가 몇 장 가져도 되겠습니까?”
“필요하시다면 그러십시오. 어차피 크르베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쉽게 구할 수 있다라……. 뭐, 어쨌든 고맙습니다.”
“그럼, 저흰 또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하인들과 일별한 우현은 손에 쥔 가죽을 살폈다.
“어째 자꾸 땡기는 게…… 한번 가져가서 어떤지 살펴볼까? 예전에 서우가 가죽 공장에 있었다고 했으니 알아보기도 쉬울 듯싶고 말이야.”
그러는 것이 낫다 싶어 가죽을 들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컨테이너 박스와 함께 현대로 돌아온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어느새 짙붉게 드리워진 하늘과 땅에 그만 콧등을 찡긋거렸다.
“너무 오래 있었나 보네.”
오늘 대부업체에 가는 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근처에 주차한 차에 올라타 금은방으로 향했다. 서우 아버지께 금괴를 전하고 막 나서려는데 입에 쭈쭈바를 물고 슬리퍼를 찍찍 끌고 오는 서우가 보였다.
“서우야!”
“어? 우현이 왔냐?”
“응! 근데 너 가죽 공장 하시는 분 안다고 했지?”
두 눈을 끔벅대던 서우가 주억댄다.
“예전에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알지. 그건 왜?”
“내가 가죽을 좀 구했는데 좋은 건지 좀 봐줬으면 해서 말이야.”
“그래? 알았어. 내가 연락 한번 해볼게!”
“고맙다. 서우야!”
막 발길을 돌리려는데 서우가 말을 걸어온다.
“벌써 가게? 그러지 말고 아이스크림 사 왔는데 하나 먹지 그래?”
“동생들 올 때 됐어. 저녁도 먹어야 하고…….”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손을 흔들어 보이던 우현은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하였다.
다음 날 아침, 우현은 식사를 재빨리 마치고 집을 나섰다.
대부업체로 가 일부 빚을 변제하기 위해서였다. 불편한 그의 마음과는 달리 토요일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하다 싶은 것이 막힘없이 쭉쭉 나아간다. 거기다 울긋불긋 예쁘게 물들어가는 가로수는 처진 기분을 달래주는 듯하다. 한참을 달려가던 그는 차를 도로 한편에 세웠다.
“저긴가?”
차압 봉투와 내비게이션을 번갈아 보던 그는 건물에 걸린 헤리엇 론이란 간판을 보고는 밖으로 나섰다. 오천만 원짜리 자기앞수표가 들어 있는 지갑이 있는 가슴을 매만진다.
아까 확인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살핀 것이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그는 대부업체가 있는 건물로 향하였다.
엘리베이터를 따고 3층에 내려서, 헤리엇 론이라고 적힌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기…….”
들어가기 무섭게 탁자에 녹색 모포를 깔고 화투를 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씨름선수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엄청난 덩치에다, 얼굴은 또 얼마나 험악한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이들이었다. 빤히 쳐다보는 그들에 망부석처럼 굳어 가던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로 왔어?”
사장이라 쓰인 명패로 보아 아무래도 대부업체 사장인 듯싶다.
“저어…… 보증 선 거 돈 갚으러 왔습니다.”
“아, 고객이시군요.”
서둘러 들고 있던 신문을 치운 그는 탁자에 있는 이들을 향해 외쳤다.
“야, 거지 깽깽이 같은 놈들아. 손님 왔는데 고스톱이나 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싸게싸게 안 일어나?”
사내들은 후다닥 일어나 탁자를 비운다.
그런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보던 그는 우현에게 자리를 권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주억대던 우현은 탁자 옆 소파에 몸을 실었다.
“놀라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저놈들이 속은 착한데 워낙 인상이 안 좋아서…….”
“저는 괜찮습니다.”
이때 한 사내가 냉녹차를 가져와 앞에 놓았다.
“10월이 됐는데 더위가 가시질 않네요. 이거 한 잔 드시면서 기분 좀 가라앉히십시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우현은 괜찮다는 듯 슬쩍 옆으로 밀어 놓는다.
그걸 본 백인철의 미간이 잠시 좁혀들긴 했지만 이내 본래의 신색을 찾는다.
“참! 통성명이 늦었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헤리엇 론 사장 백인철입니다.”
“장우현이라고 합니다.”
“저, 근데 돈을 갚으러 오셨다고요?”
“예!”
“죄송하지만 성함하고 주민번호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장우현, 87××××-10×××××입니다.”
슬쩍 돌아가는 백인철의 시선 위로 캐비닛을 열고 장부를 뒤지는 한 사내가 보인다.
얼마나 급한지 밑으로 다른 장부들이 떨어지는 데도 주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찾았습니다.”
날듯이 다가온 그는 백인철에게 장부를 건넸다.
“야, 장부가 화장실 휴지냐? 바닥에 막 떨어트리게!”
“크윽!”
흔히 조인트, 정강이를 까인 사내는 죽을상을 해댄다.
허나, 백인철은 관심도 없다는 듯 나직이 뱉었다.
“어서 빨리 정리해라! 어?”
“예, 예! 형님!”
절룩대며 걸어가는 그를 뒤로한 채 얼굴 가득 웃었다.
마치 조금 전 일이 다 환상이라도 된다는 듯 말이다.
“죄송합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라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 예…….”
자신도 모르게 주억대던 우현은 난감한 빛을 띠었다. 분명 조폭 사무실은 맞는 것 같은데 백인철을 보면 아닌 것 같은 것이 도통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군요.”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박유범, 오억 팔천만 원 대출함. 보증인 장우현,’ 옆엔 계약서와 영수증까지 붙어 있다. 박유범이란 이름을 봐서 그럴까?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이 양 주먹이 꽉 쥐어진다. 그런 그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백인철의 낯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워낙 비슷한 상황을 많이 봐서 별 감흥도 없었던 것이다.
“대충 계산해보니 육억 천구백칠십만 원 정도 되는군요.”
“석 달 전에 물어봤을 땐 육억 오백이십만 원이라고 하셨는데…….”
“이자가 붙지 않습니까?”
“그래도…….”
“손님, 저흰 은행이 아닙니다.”
빙그레 웃어대는 낯빛에 절로 한 대 치고 싶단 생각이 든다.
눈살을 찡그리던 우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돈을 내겠습니다.”
“그럼, 현재 총액을 다 변제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일부만 먼저 갚겠습니다.”
순간 백인철의 낯이 굳어진다.
약간만 그런 것인데 생판 다른 사람이 되고 만다.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인간으로 말이다.
그것도 잠시, 원래의 신색으로 돌아와서는 웃었다.
“일부라면 얼마나 변제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3억을 갚겠습니다.”
“3억 말씀이십니까?”
우현은 답 대신 지갑에서 오천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여섯 장을 꺼내 탁자에 늘어놓았다.
백인철은 수표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뒤에 있는 사내들에게 외쳤다.
“확인해라!”
주섬주섬 다가온 그들은 한 사람당 두 장씩 들고 전화기를 붙든다.
아마도 은행으로 문의해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듯하다.
“요즘 워낙 가짜 수표들이 많아서…… 이해 좀 해주십시오.”
“괜찮습니다.”
“저어, 기다리는 동안 차를 더 갖다 드릴까요?”
앞에 놓인 것도 마시질 않고 있는데 더는 무슨…….
우현은 됐다는 듯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때 뒤에서 사내들이 외쳤다.
“이상 없습니다.”
“고객님이 주신 금액, 3억 확인했습니다. 그럼, 남은 금액은 언제쯤 주실 생각이십니까?”
“석 달 뒤에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때가 어서 오길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백인철은 또 한 번 빙그레 웃었다.
그런 그가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진 우현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