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41
차원상인 041화
“앞으로 훈련을 할 때면 꼭 이것들을 착용한 상태로 해야 하네.”
“전부 다 말입니까?”
“그렇다네.”
자신의 예상대로라서 그런 걸까? 별다른 반론 없이 수긍했다.
끄덕대는 그를 보던 레이젠은 뒤쪽에서 뭔가 꺼내 건넸다.
“소네스가 인근 영지 마탑에 부탁해서 가져온 것이네.”
“이거…… 단검 아닙니까?”
크기로 보나, 모양새로 보나 딱 단검이다.
역시나 맞는지 레이젠이 고개를 주억댄다.
“자네 말대로 단검이네. 단, 아티팩트처럼 마법이 걸린 마법 단검이지.”
“이 단검에 마법이 걸려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1써클 라이덴 마법이 걸려 있네. 상대 검신과 부딪칠 때 사용하면 감전되어 쓰러지거나 한동안 움직일 수 없네.”
우현은 놀라 서둘러 물었다.
“그런 거라면 매우 귀중한 거 아닙니까?”
“그렇지는 않네. 마법이 걸려 있기는 하네만 1써클뿐이고, 충전용 마나석을 사용하는 탓에 고작 두 번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네. 뭐, 기존 단검에 비해 좀 비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닐세.”
“그렇군요.”
하긴 매우 좋은 물건이라면 이리 쉽게 구할 리 없을 듯싶다. 그런 건 왕실에서 독점하려 들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응급 시엔 제법 유용하게 쓰일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일단, 훈련을 해야 하니 단검을 근처에 두고 훈련용 목검을 손에 쥐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형님!”
서둘러 인근 나무 밑에 단검을 두고 온 우현은 레이젠이 준 목검을 쥐고 섰다.
“오늘은 늦었으니 자세를 잡는 걸로 대신하겠네. 내일 아침부터는 이곳을 스무 바퀴 정도 뛴 다음에 가르쳐준 것들을 각각 이백씩 하고 끝내게.”
“이……백씩이요?”
“자네 나이도 있고, 할 일이 많은 것을 생각해 그 정도로 한 것일세. 아니라면 족히 오백 번씩은 해야 하네.”
‘오…… 오백?’
나름 생각해줬다는 말에 우현은 입을 닫고 만다.
괜히 더 말했다가 숫자가 늘어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늘 가르칠 것에 대해 말해 주겠네. 오늘 배울 것은 검술의 핵심이자, 제일 중요한 네 가지 기본 동작일세. 바로 찌르기, 횡 베기, 내려 긋기, 올려치기일세.”
핵심이라 하기에 거창한 것을 바랐던 탓인지 왠지 별로 흥이 안 든다.
레이젠도 그걸 알아챘는지 뒤이어 부연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네 동작이 별것 아니라 여길지도 모르네. 왜냐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네. 하지만 그렇기에 이 네 동작이 더욱더 중요한 것일세.”
묵묵히 듣고만 있던 우현은 이내 놀랐다.
쉽게만 봤던 것과는 달리 매우 중요한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동작들도 있지만 그건 이 네 동작들에서 파생된 것에 지나지 않네. 즉, 이 네 동작을 확실히 익힐 수 있다면 이후, 그 어떤 검술을 배우더라도 남들보다 쉽게, 빨리 익힐 수 있으며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게 되네.”
그랬다.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누구나 할 만큼 이 동작들은 실전에서도 제일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아무리 삼류 검술이라도 이 네 가지 동작에 대해서만큼은 그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하는 것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눈을 반짝이며 보는 우현에 레이젠은 입꼬리를 밀어 올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두 발은 어깨 넓이쯤 벌려놓고 발끝은 몸 바깥으로 약간 틀고, 무릎은 편하게 살짝 구부리게. 그런 다음 두 팔을 밑으로 편하게 늘어트린 후, 상체를 앞으로 숙이게.”
“이, 이렇게 말입니까?”
“그렇다고 너무 앞으로 숙이지는 말고 살짝만 숙이도록 하게.”
“형님!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맞느냐고 묻는 말에 레이젠은 끄덕거렸다.
“잘했네. 이제 한 손에 검자루를 쥐고 배꼽 위로 올리게. 이때 검자루와 몸과의 거리는 대충 주먹 하나쯤 되게 띠어주게.”
우현은 레이젠이 말한 대로 주먹 하나쯤 들어가게 떼었다.
“이제 남은 손을 들어 검자루를 쥐게. 그리고 시선은 언제나 검 끝을 향하도록 하게. 상대를 볼 때 검 끝 너머로 보고 말이야.”
들은 대로 시선을 검 끝으로 향하게 하였다.
자세가 제대로 취해지자 레이젠은 잘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기본 서기 자세일세. 앞으로 훈련을 할 때 이 자세를 한 뒤에 해야 하네.”
알겠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볼품없는 이 자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형님! 꼭 이 자세를 해야 합니까?”
“인간이 걷고, 달리고,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은 다 설 수 있기 때문일세. 이 자세도 마찬가지일세.”
“한마디로 걸음마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이해했다는 듯 우현은 다시금 자세를 잡아본다.
혹시나 틀린 구석이 있는지 살피고 또 살피면서 말이다.
그런 그의 열의 때문인지 레이젠은 또한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자세는 그만하면 된 듯하니 이제 찌르기를 배워보도록 하겠네. 서기 자세에서 왼발잡이일 경우엔 오른발을, 오른발잡이일 경우엔 왼발을 두 걸음 정도 앞으로 내딛도록 하게.”
시범을 보이는 그를 따라 우현 역시 발을 움직였다.
“이렇게 하는 게 맞습니까?”
“자네가 한 것이 맞네. 거기서 앞으로 내디딘 발의 무릎을 굽히면서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쭉 뻗게. 이때 검 끝은 자신의 눈높이에 닿도록 하고 말이야.”
우현은 들은 대로 무릎을 굽히면서 검을 앞으로 쭉 뻗었다.
곁으로 다가와 자세를 교정해주던 레이젠은 다시 한 번 해보라 하였다.
원래 자세로 돌아와 재차 찌르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호흡은 발을 내디디면서 마시고, 찌를 때 뱉는데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마시고 뱉도록 하게. 다시 해보게!”
말한 대로 호흡까지 섞어서 해보자 왠지 아까보다는 좀 더 힘이 들어가는 듯하다.
‘운동할 때 호흡법이 중요하다 하더니…… 진짜 그런 모양이군.’
호흡 하나만으로도 이렇듯 차이가 난다는 것에 놀랐다.
“자아, 그럼! 이번엔 횡 베기를 알려 주도록 하겠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배우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형님!”
이렇게 우현은 레이젠의 도움 속에 네 가지 기본자세를 차례로 배워 가기 시작했다.
제2-8장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해고 및 퇴사한 인원 3명을 제외한 87명에 새로 유입될 인원인 80명을 포합하면 총 167명이 됩니다. 또한 그들을 각 부서별로 나누어 정리하면 운송부 49명, 영업부 31명, 제조부 22명, 총무부 14명, 경비부 51명이 됩니다. 그리고 세 명이 상단을 나간 이유로는 근무 태만이 1명, 건강상의 이유가 1명, 기타가 1명입니다. 현재 각 부서별 임금은 운송부가 64골드, 영업부가 42골드, 제조부가 51골드, 총무부가 24골드, 경비부가 507골드 총합 688골드로 경비부가 제일 많습니다. 하지만 조직 개편 후, 새로 생긴 직함인 과장으로 인해 약 42골드가 더 늘어날 것이며, 연간 사원들에게 줄 보너스를 생각하면 대략 1년간 드는 총 임금은 9540골드가 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바딘 백작은 만나고 온 다음 날 아침, 총무부 과장인 관리관 헤일러에게 보고 받던 우현의 얼굴은 일그러지다 못해 구겨지고 있었다. 그럴 것이 어제 레이젠이 알려준 대로 스무 바퀴를 뛰고, 네 가지 기본자세를 각각 이백씩 했더니만 몸 곳곳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안 쓰던 근육들이 놀라서 그런 듯싶은데 한동안 지속 될 듯싶다. 사우나 한 판 거하게 때렸으면 좋겠다 싶던 그때 설명을 하던 관리관 헤일러가 슬쩍 고개를 들이민다.
“그만할까요?”
듣는 내내 오만 가지 인상을 쓰고 있으니 왠지 불안했는지 물어온다.
“잠시 딴생각 좀 하느라 그랬습니다. 그나저나 상단이 제법 커졌군요.”
“처음 상단을 열 당시의 대략 4배가량 인원이 늘어났습니다. 임금은 약 3배 정도 늘고 말입니다.”
“4배라……. 하긴, 과거 물품 창고나 가야 사람을 만날 정도로 상단이 한없이 크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어딜 가나 북적대니 그럴 만도 하겠군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소네스와 같이 총무 일을 봐왔던 관리관 헤일러인지라 이렇듯 상단이 커진 것에 감회가 남다른 듯싶었다. 잠시 서류를 뒤적대던 우현은 슬쩍 말을 건넸다.
“문제될 만한 일은 없습니까?”
머뭇대던 헤일러는 조심스레 답했다.
“한 가지 있긴 합니다만…….”
“그게 뭡니까?”
묻는 말에도 답하지 않은 채 그저 눈치만 살핀다.
그에 답답함을 느낀 우현은 들고 있던 서류를 놓고 편하게 물었다.
“어떤 것도 괜찮으니 편히 말해 보세요.”
겨우 맘을 정했는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그게…… 임금에 비해 일하는 양이 너무나 적습니다. 제조부나, 경비부의 경우 본래의 업무가 있어 그렇지 않지만 다른 부서들의 경우 거래하는 5~6일 반짝 일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잡무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워낙 없어 모두들 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주는 돈에 비해 하는 일이 너무나 적다 이겁니까?”
“그렇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지금 상단에서 취급하는 물건 외에 다른 것도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타국 상인에게 대금 대신 식량이나 물건을 받아 와 거래하러 온 다른 상인에게 판다든지 아니면 영지민이나 왕국 상인들에게 판다든지 해서 좀 더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상단 물품 판매를 매개체 삼아 또 다른 거래를 연다라…….”
잠시 생각하던 우현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거 제법 괜찮은 생각 같네요.”
“하지만 이건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상행을 나서는 것입니다.”
“그 말은 꼭 상행을 나서라는 말 같군요. 아닙니까?”
“상행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러 간 곳에서 만난 상인이나 귀족을 통해 인맥을 넓히고, 그곳의 특산품과 풍토에 대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훗날 있을 물품 매입 시기나 각 왕국 간의 물가 차이를 파악하는 것은 상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순간 우현의 시선이 헤일러를 찾는다. 일전에 소네스 형님으로부터 제법 똘똘한 이가 들어왔다고 하더니 이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아 보인다.
‘제법 괜찮은 인재가 들어왔군.’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짓던 우현은 그가 말한 것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본다.
“그거라면 현재 인수키로 한 다른 상단을 통해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현재 알카인 왕국의 상단은 대부분 이웃 나라 몇 곳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상단의 기틀을 잡는 데는 매우 유용하기는 하겠지만 훗날 전 대륙으로 뻗어나갈 상단의 행보에 큰 보탬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좋은 말이긴 합니다만…… 우리 상단이 전 대륙으로 뻗어나간다는 것은 조금 과한 생각이 아닐까요?”
“아닙니다. 종이나 커피 같은 타 상단의 물품과는 비교도 안 될 상품을 가진 저희 상단이라면 능히 가능하다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