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49
차원상인 049화
“저 또한 엘테르 성국에 약간의 상처를 입은 터라 앙갚음을 좀 하려 하는데 어떠십니까? 소금 독점권 가져가시겠습니까?”
“근데 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소금 독점권과 앙갚음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우현은 조금 전 엘테르 성국과 있었던 일을 하나둘 꺼내놓았다.
묵묵히 듣던 테베코 백작은 기가 막힌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 소금 팔기 위해 귀 상단의 소금 판매를 막겠다는 속셈이군.”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막상 거부를 하자니 알카인 왕국이 소국이라 자칫 커다란 분란이 일어날 듯싶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분통이 터져서 이대로는 못 있을 듯싶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희 상단 소금 독점권을 가져가 저희 대신 엘테르 성국에 소금을 팔아주십시오. 어차피 저희야 본래 팔려던 금액만 보장해주시면 되는 것이니 남은 금액은 제국에서 알아서 쓰도록 하십시오.”
순간 테베코 백작과 소네스에게서 침음성이 터져 나온다. 우현이 세투란 제국에 굳이 소금 독점권을 넘기려 했던 이유가 뭔지 그제야 알았기 때문이었다. 점차 짙어지는 미소와 함께 테베코 백작에게서 파안대소가 흘러나온다.
“하하하! 공돈이 생긴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좋네. 상단주의 그 분한 마음! 내가 풀어 드리도록 하지.”
“고맙습니다. 아!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건 또 뭔가?”
우현의 눈빛이 사이해졌다.
보는 사람이 다 기분 나쁠 정도로 말이다.
“엘테르 성국에 소금을 팔 때 되도록이면 비싸게 파십시오! 제 조건은 그것입니다.”
말의 의미를 알아챈 테베코 백작은 또 한 번 방 안을 웃음소리로 물들인다.
“최대한! 상단주님의 속 풀어지도록 비싸게 팔겠네.”
“고맙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띤 우현은 손에 든 커피 잔을 비워갔다.
이후, 종이 판매권 및 소금 독점권에 대해 세세하게 논의한 세 사람은 내일 아침 계약 체결을 하기로 약속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테베코 백작마저 나가버리고 단둘이 남게 된 우현과 소네스는 잠시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바딘 백작부터 세투란 제국 테베코 백작까지 폭풍처럼 몰아치는 그들을 상대하느라 잠시 쉴 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병을 들어 잔에 따라 마시던 소네스는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너 걸작이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복수할 생각을 다 했냐?”
“갑자기 들던데요. 아마도 엘테르 성국에 분한 맘이 좀 컸던 모양인가 봐요.”
“하긴 나도 좀 기분이 언짢은 것이 그냥은 넘길 수 없었으니 말이야.”
“그렇긴 하죠.”
시원하게 잔을 비운 소네스는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오늘 가는 날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문제들이 대충 마무리되었으니 가보려 합니다.”
“가서 좀 편히 쉬어! 거기서라도 여기처럼 마음고생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말이야.”
“맞는 말입니다.”
끄덕이던 우현은 의자에 몸을 묻었다. 허나, 이들은 몰랐다. 아까 바딘 백작이 도망치듯 황급히 갔던 이유가 우현에게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제2-11장
탁탁탁! 끼이익! 쾅!
커다란 문이 열리고 대전 안으로 바딘 백작이 허겁지겁 들어선다.
“국왕 폐하!”
목 놓아 부르는 그의 시선 위로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왕관을 쓴 한 청년이 보인다.
분명 고개를 들어 바딘 백작을 봤음에도 여전히 근심으로 얼룩진 낯은 변화가 없었다.
“경, 왔구려?”
“폐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화이트 그리핀 상단주 릭 캐슬이 세실리안가의 후손이자, 후작이라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까?”
알카인 왕국의 왕인 레조스 왕은 답 대신 긴 한숨을 흘린다.
답답해진 바딘 백작은 다시 한 번 목놓아 불러본다.
“국왕 폐하!”
“엘테르 성국에서 사람을 보내왔소.”
“제 영지에도 사람을 보내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곳까지 사람을 보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레조스 왕은 왕좌에 몸을 푹 묻었다.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제집 드나들듯 왕국을 오가는 그들에게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허탈했기 때문이었다.
침통한 표정의 그를 착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바딘 백작은 애써 위로했다.
“폐하! 기운 내십시오.”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낯엔 걱정 근심만 가득하다.
한숨만 내쉬는 그를 보며 답답한 속을 가눌 길 없던 바딘 백작은 슬쩍 말을 건넸다.
“그들이 와서 뭐라 하였기에 릭 캐슬을 후작에까지 봉하신 겁니까?”
“우현이 어디 소속이냐고 물었소.”
“소속이라면…… 혹시 알카인 왕국 사람이냐 물은 것입니까?”
“그렇소.”
그제야 바딘 백작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듯싶었다.
정체가 불명확한 우현을 회유하기 전 엘테르 성국은 레조스 왕에게 확답을 들으러 온 것이다. 거기에 반응한 레조스 왕은 자신의 백성이자, 귀족이며 후작 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한 것이고 말이다. 근데 좀 이해가 안 되는 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회유가 목적이었다면 몰래 협의를 하려 드는 것이 기본인데 이렇듯 떠들어대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바딘 백작은 서둘러 물었다.
“혹시 캐슬을 후작으로 봉하자 했던 이가 조바오니 공작입니까?”
“그렇소. 엘테르 성국 사람과 얘기 도중 조바오니 공작이 대화를 청해왔소. 그래서 잠시 양해를 구하고 만나 보니 밖에서 이미 다 들어 사정을 안다며 캐슬을 세실리안가의 릭 캐슬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였소. 작위는 세실리안가의 마지막 가주가 후작이었던 것을 들어 후작으로 하는 것이 좋고 말이오. 만약 그리하지 않으면 알테르 성국에서 그를 데려갈지 모른다고 하면서 거듭 강조했었소.”
순간 바딘 백작은 손이 툭 떨어졌다.
“허어! 당했습니다.”
“바딘 경! 뭘 당했다는 것인가?”
“조바오니 공작의 수에 당했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알아듣게 말해보시구려.”
답답하다는 그에 차근차근 풀어 설명을 해간다.
“제가 캐슬에게 작위를 내리지 말고 가만히 두라 한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알고 있소! 아국의 백성이 아니고, 상단이 경의 영지에 있는 이상 조바오니 공작이라도 쉬이 건들지 못할 것이라 하지 않았…….”
순간 말을 끊은 레조스 왕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인다.
“그럼, 조바오니 공작이 캐슬이 걸리도록 이 일을 꾸몄다 생각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분명 그는 엘테르 성국 사람들에게 캐슬은 아국 사람이며, 세실리안가의 마지막 후손이라 하였을 겁니다. 더불어 못 믿을 것 같으면 국왕 폐하께 물어보라 했을 겁니다. 즉, 엘테르 성국 사람들을 빌미로 캐슬을 아국 귀족으로 만든 것입니다. 차후 캐슬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기 위해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됐다 할 순 없는 것이오?”
“아마도 늦었을 것입니다. 지금쯤이면 조바오니 공작이 타국에 캐슬의 정체가 세실리안가의 마지막 후손이라며 떠들어 댔을 테니 말입니다.”
“어허!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이오? 내 아무것도 모르고 호랑이 입에 고기를 던져 주었으니…….”
레조스 왕은 이마를 감싸 쥔 채 침통한 빛으로 고개를 숙인다.
“폐하!”
“힘드오! 너무 힘드오! 경이라도 이곳에 있다면 좋으련만……. 나 혼자는 그를 감당하기엔 너무 힘드오!”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하는 그를 바딘 백작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홉 살에 왕위에 올라 13년간 조바오니 공작에 의해 지금처럼 꼭두각시처럼 놀아났다.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지만 그를 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긴 권력 싸움 속에서 충신들은 하나둘 왕성을 떠나갔고, 자신마저 2년 전 이곳을 떠나 저 멀리 하임이트 영지로 향했다.
그렇게 홀로 남은 레조스 왕만이 조바오니 공작의 간계에 맞서 싸웠으니 어찌 힘들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 한편이 답답한 것이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것만 같다.
한숨이라도 길게 내쉬고 싶건만 그마저도 왕을 힘들게 할까 싶어 이를 꽉 물고 버텨낸다.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듯 말이다.
“폐하! 이렇게 된 이상 캐슬을 친왕파로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시선을 쳐든 레조스 왕은 바딘 백작을 보았다.
“그게 가능할 것 같소?”
“어떻게든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마저도 빼앗기면 이 왕실이, 이 왕국이 위험해지니 말입니다.”
한숨을 푹 내쉬던 레조스 왕은 몸을 바로 한다.
“짐은 경이나 어서 왕성으로 돌아왔으면 하오.”
“곧 그리될 것입니다. 국왕 폐하!”
“그때가 언제요? 짐이 죽은 다음이요? 아니면, 조바오니 공작이 죽은 뒤요?”
“…….”
바딘 백작은 그저 고개만 숙인 채 쉬이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레조스 왕에게서 또 한 번 한숨이 내쉬어진다.
“알았소. 캐슬, 그 사람을 우리 측으로 끌어들일 방도를 찾아보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국왕 폐하!”
이제 됐다는 듯 내저어지는 손에 바딘 백작은 뒷걸음 쳐 밖으로 나섰다.
나서는 것을 지켜보던 레조스 왕은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손으로 쳐내버린다.
와장창! 차창!
“으아아아! 아아아!”
문 앞에서 고함 소릴 듣고 있던 바딘 백작의 낯이 일그러져간다.
불끈 쥔 두 주먹을 파르르 떨어대던 그때 나지막이 말이 흘러나왔다.
“조바오니 공작! 절대로 네 생각대로 되진 않을 것이야. 이번만큼은 말이야.”
서슬 퍼런 눈빛을 자아내며 서서히 발길을 옮겼다.
한편, 자신 때문에 알카인 왕국이 뒤집어진 것도 모른 채 우현은 현대로 돌아갈 차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안 가고 있었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소네스는 마침 잘됐다는 듯 말을 건넨다.
“형님, 뭐 할 말 있습니까?”
“대금 받은 금괴! 네 몫 안 챙겼잖아.”
“그러고 보니 깜박했네요.”
소네스는 웃으며 금괴가 든 가죽 꾸러미를 내민다.
받아 막 가방에 넣으려는데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인이 들어와 소네스에게 귀엣말을 한다.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소네스는 한껏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 일단, 내 방에 가 있으라고 해!”
“그리하겠습니다. 총관님!”
나가는 하인을 지켜보던 우현이 물어왔다.
“형님! 뭔 일 있습니까?”
목덜미를 긁어대던 소네스는 이내 답을 했다.
“요번에 호위대를 뽑을 때 마법사 한 명 뽑았는데 좀 문제가 있나 봐.”
“문제요? 어떤 문제이기에 그러는 겁니까?”
“마법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전장에서와 같은 싸움터에서 활동하는 전투 마법사와 마법을 통해 세상을 비추는 진리와 원리 탐구 및, 마법진을 개발, 수정해 가는 학술 마법사가 있지. 그중 레이젠 형님이 원한 건 전투 마법사인데 하필이면 이번에 뽑힌 이는 전투 마법사가 아닌 학술 마법사라는 것이지.”
“실수로 뽑았다는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