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50
차원상인 050화
우현의 말에 소네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분명 자신을 소개할 때 전투 마법사라고 했어. 문제는 워낙 마법사가 없어서 확인 없이 뽑아 버렸다는 거지만 말이야.”
줄어드는 뒷말을 보며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어떡하긴. 우릴 속이고 취업하려 한 만큼 돌려보내야지. 정체도 의심스럽고 말이야.”
“그래도 마법사인데 어디 쓸 곳이 있지 않을까요?”
소네스는 단호하게 내젓는다.
“그 사람이 차카타파 마법사라서 그건 힘들 것 같다.”
“차카타파 마법사요?”
“마법사들에게도 일종의 계파라는 게 있는데 그걸 학파라고 해. 그중 차카타파는 마탑에서 내놓은 학파로, 일반인들도 싫어하는 곳 중 하나야. 간단히 말해 쓸모가 없다고나 할까?”
“뭘 하는데 쓸모조차 없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들이 추구하는 게 좀 허황된 거라서 말이야. 뭐라 하더라? 세상 만물에 깃든 마나를 모아 인간의 생명력을 늘린다나? 뭐, 일종의 불노불사 약을 만들려고 하는 학파지.”
“불노불사?”
순간 머릿속에 화학과에 다니던 서연이가 과거 한 영화를 보면서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오빠! 진시황이 불노불사의 약을 구하라고 해서 장생술을 익힌 도인이 찾아나서잖아. 유렵에도 연금술이란 것이 있어서 불노장생의 약을 구하려 했었대.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그 불노장생의 약을 만들려 했던 연금술이 근대 화학의 기초가 되었다는 거야. 한마디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만들게 해주었다는 거지.”
‘그래! 연금술! 소네스 형님이 말한 차카타파는 연금술을 하는 학파일 가능성이 매우 커!’
우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것이 당시 서연이가 뒤이어 했던 말이 ‘세상 모든 것들을 재료로 그것이 무엇인지 분석, 파악해 실험에 썼다.’라고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말인즉, 이 대륙에 있는 자원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차카타파가 자신이 생각하는 연금술과 같은 것인지 알아봐야겠지만 만약 같다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나 마찬가지다. 그럴 것이 현대는 자원 전쟁이라고 할 만큼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이곳에서 자원을 캐내 판다면 그건 단숨에 세계 대재벌의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전 하나만 캐서 팔아 봐? 그것만으로도 재벌 되는 건 우스울 것 같은데 말이야.’
상상만으로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난데없이 웃어젖히는데 그 모습이 꼭 실성한 사람 같아 보인 소네스는 어이없다는 빛을 보인다.
“갑자기 넌 또 왜 그래?”
“아, 아닙니다.”
애써 웃음을 멈춘 우현은 시선을 들어 바라봤다.
“일단, 차카…… 뭐시기라는 마법사를 상단에서 보내지 마시고 데리고 있으십시오.”
“그건 또 왜?”
“제가 생각한 사람이 맞는다면 앞으로 우리 상단에 큰 도움을 줄 사람입니다.”
“그게 정말이야?”
“예, 형님! 그러니 꼭 데리고 있으십시오. 자세한 건 집에 다녀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았어. 네가 그리하겠다면 그리해야지, 뭐!”
“부탁합니다. 형님!”
우현은 이 말을 끝으로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창고로 가 컨테이너 박스와 함께 현대로 돌아온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 해가 안 졌군.”
거래에 나서기 전 서우 아버님이 돈이 준비된다 해서 서둘러 빚을 갚으려 하는 것이었다.
황급히 차에 올라타 금은방으로 간 우현은 서우 아버님이 준 돈을 가지고 남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 대부업체로 향했다. 그에게 받은 돈을 손에 침을 튀기며 다 센 백인철은 너무도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금액 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이제 빚은 더는 없는 거겠죠?”
백인철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주억댔다.
“물론입니다. 원금에, 이자까지 모두 갚으셨으니 이제 더는 빚은 없습니다. 혹시나 불안하실까 싶어 여기 영수증을 끊어 놨습니다.”
우현은 됐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보다 계약서를 주십시오. 보는 앞에서 파기하고 싶습니다.”
“그러십시오.”
백인철이 손을 들자, 한 사내가 서류 하나를 들고 온다.
완납이라는 붉은 도장이 찍힌 그것을 보던 우현은 찢었다.
늘 보는 광경이라는 듯 주위 사람들의 낯엔 아무 변화가 없다.
다 찢은 계약서를 휴지통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려고요?”
“볼일은 다 봤으니 이만 가봐야지요.”
“그럼, 댁까지 가시는 길, 편안한 여정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 맞으시기 바랍니다.”
허리를 숙이는 그를 뒤로한 채 우현은 뒤돌아 나간다.
잠시 후, 슬쩍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나선 것을 확인한 그는 입새를 뒤틀었다.
“허리 숙여 인사를 하는데 대꾸도 않고 가? 젊은 놈이 버릇이 없구만.”
짜증을 토해내던 그는 담배를 입에 물며 털썩 소파에 앉았다.
막 라이터를 들어 불을 붙이려다 앞에 놓인 영수증을 보곤 와락 구겨 휴지통에 넣었다.
“하여튼 요새 것들은 영수증을 휴지보다 못한 걸로 취급한다니까…….”
혀를 내차던 그때 상치가 백인철에게 말을 건넸다.
“사장님, 황 사장 전화입니다.”
“이 영감탱이가 날 머슴으로 아나? 툭하면 전화하고 지랄이야? 씨부럴! 이번엔 또 무슨 일이래?”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줘봐!”
언짢은 눈빛과 달리 휴대폰을 건네받기 무섭게 정감 어린 어투로 바뀌어버린다.
“어이구! 황 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백 사장도 잘 지냈는가?”
“저야 잘 지내고 말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전화를 해주셨습니까?”
“조사 좀 해줄 것이 있네.”
순간 백인철의 낯에 짜증이 치민다.
“어떤 조사 말입니까?”
“최근 인증 없는 비공인 금괴를 파는 이가 있네. 하나면 모르겠는데 제법 개수가 되는 것이 왠지 출처가 좀 불안해서 말이야.”
“출처를 캐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바로 그것이네.”
백인철 얼굴에 떨떠름한 표정이 인다. 말하는 투로 보아 왠지 조직이 엮여 있는 듯한 예감이 강하게 들긴 하지만 조사 정도야 그리 큰 문제는 될 것 같지 않았다. 거기다 비공인 금괴라면 그야말로 가지는 사람이 임자. 약한 상대라면 자신이 먹어치우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닌 듯싶다.
“유통하는 곳이 어디입니까?”
“자세한 것은 모르고 금와 금은방이란 것만 아네.”
급히 펜을 들어 신문지 한 귀퉁이에 금와 금은방이라고 적었다.
“금와 금은방이라……. 일단, 조사해보고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말이네만 절대 상대가 눈치채서는 안 되네. 내 말 무슨 말인지 아는가?”
“지금껏 저희가 어찌 일을 처리해 왔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실력은 얕잡아보는 듯한 기분에 자신도 투덜댔다.
“내 어찌 모르겠나? 다만, 이번 일은 특히 조심해야 해서 하는 말일세.”
본심은 그게 아니라는 듯 달랜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애들에게 일러두겠습니다.”
“그럼, 연락 바라겠네.”
백인철은 끊긴 전화를 넘겼다.
“상치야, 입 무겁고 몸이 날쌘 애로 몇 명 뽑아봐!”
찌푸려진 상치의 눈살 밑으로 짜증이 깃든다.
“작업하랍니까?”
“그건 아니고…… 아까 말한 애들 데리고 금와 금은방이란 곳 좀 조사해봐.”
“금은방 말입니까?”
상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리고 조사하는 거 들키지 않게 해 달라니까 그리 알고…….”
“조치해 두겠습니다.”
담배 한 모금을 빨아 목구멍으로 쑤셔 넣던 백인철은 이맛살을 좁혔다.
“빌어먹을 노친네! 내가 언젠가는 꼭 목 따버리고 말겠어! 기필코!”
내뿜어지는 흰 연기 위로 살기 어린 눈빛이 일렁인다.
건물 밖으로 나선 우현은 대부업체가 있는 곳을 보았다. 분명 빚을 다 갚아 후련할 줄 알았는데 맘 한편에 시원섭섭함이 감도는 것이 아주 묘한 기분이 든다. 고개를 내저어 잠시 머릿속을 비우던 그는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 누구보다 이 소식을 전해 듣길 바라는 한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여보세요?
“예, 금은방입니다.”
“아버님, 접니다.”
“우현아! 무슨 일이냐?”
“지금 막 대부업체 빚 다 갚고 나오는 길입니다. 다 아버님 덕분입니다.”
“덕분은 무슨……. 그보다 네 고생이 더 컸지. 어쨌든 축하한다. 우현아!”
“감사합니다.”
목소리 가득 기쁨이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덩달아 목소리도 커진다.
“이럴 게 아니라 오늘 저녁 우리 집에 오너라. 빚 변제하느라 그간 고생도 했는데 조촐한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더냐?”
“오늘은 힘들 것 같은데요. 서연이는 학교 수업이 오후까지 꽉 차 있고, 보영이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늦고 말입니다. 저 역시 많이 피곤해서 좀 쉬고 싶고 말입니다.”
“내일은 어떠냐?”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주억댔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라 물어봐야겠지만 아마 다들 괜찮을 겁니다.”
“서우 애미에게 말해 놓을 테니 내일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꾸나!”
“동생들에게 말해 놓겠습니다.”
“그럼, 남은 일 얼른 마치고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어라.”
“아버님도 편히 쉬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우현은 서둘러 두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해 내일 서우네 집에 가는 것은 별문제 없을 듯싶었다. 막 통화를 끊고 품에 집어넣으려는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어, 서우네?”
뭔 일인가 싶어 서둘러 폰을 켠다.
“우현이냐?”
“그래! 이제 막 창고로 가려는 중인데 무슨 일이야?”
“아까 공장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공장장님……? 아! 가죽 공장장님!”
누군지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이내 허벅지를 쳤다.
“어! 그분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샘플이 다 만들어졌다고 내일 아침에 들르라고 하시던데.”
“알았어! 그럼, 내일 내가 가서 샘플 확인하고 올게.”
“그래, 부탁한다!”
이 말을 끝으로 통화 종료를 누르던 우현은 두 눈을 껌벅여댔다.
그럴 것이 누르기 무섭게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었다.
“뭐지? 이 번호는?”
낯이 익은 것 같으면서도 처음 보는 듯한 번호에 갸웃댄다.
일단, 받아 보기나 하자는 생각에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성난 고함이 터져 나온다.
“전화 빨랑빨랑 안 받아?”
먹먹해진 왼쪽 귀 대신 다른 쪽으로 전화기를 옮긴 우현은 정체가 뭐냐고 물었다.
“대체 누구신데 소릴 지르는 겁니까?”
“뭐? 누구냐고? 야! 너, 단축번호 1번에 기억 안 시켰어?”
‘단축번호…… 1번?’
갸웃대던 고개가 우뚝 섰다.
“너! 우리냐?”
“그래, 우리다! 그동안 왜 전화 안 했어? 손가락 부러졌어? 전화번호를 받았으면 재깍재깍 연락해야 할 것 아니야!”
“일이…… 좀 있어서 깜박했다.”
“깜박? 그게 13년 만에 만난 사람에게 할 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