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58
차원상인 058화
“사…… 삼매진화?”
언젠가 서우에게 들은 적이 있다. 무공이 어느 정도 극에 다른 고수는 내공을 이용해 맨손으로도 불을 피워 올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저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눈앞에 펼쳐지자 우현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몰랐다.
‘하여튼 저놈은 적당이란 단어를 모르니…….’
지켜보고 있던 남궁조공은 이내 한숨을 내쉰다. 보아하니 자신의 무위를 선보이기 위해 일부러 그런 듯싶은데 워낙 정도를 넘어선 탓에 겁을 먹긴커녕 황당해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그가 우현에게 말을 하였다.
“그만 정신 차려라! 물이 식으니 말이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우현은 서둘러 품에서 커피 스틱을 꺼내 들었다. 굳이 대륙에서처럼 종이에 싸온 것이 아닌 이것을 보인 것은 어차피 타 차원에서 왔다고 한 이상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타는 그를 보던 남궁조공이 대체 무엇이냐며 물어갔다.
“커피라 부르는 것으로 왕족들이 차 대신 마시는 것인데 제법 맛이 좋습니다.”
“그럼, 노부도 한 잔 줄 수 있겠느냐?”
“알겠습니다.”
아까처럼 남궁현철에게 뜨거운 물을 받은 우현은 커피 스틱을 꺼내 타갔다.
건네는 잔을 받아 조심스레 한 모금 마시던 남궁조공은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차처럼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달착지근한 것도 있는 것이 꽤 맛이 좋구나! 혹시 이것도 파는 물건이더냐?”
“예! 종이 다음으로 제일 많이 팔립니다.”
“그럴 만도 하겠구나!”
끄덕이던 남궁조공은 앞에 놓인 차를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커피만 홀짝댄다.
그 모습이 부러웠던 것일까? 남은 두 사람 역시 맛보길 원했고 결국 우현은 커피를 꺼내 들고 사람 수만큼 타야 했다. 잠시 커피 타임을 갖던 그들에게 남궁조공이 말을 건네 왔다.
“대륙이란 곳과 이곳이 좀 달라서 그런지 물건들이 좀 그렇긴 하네만 대체적으로 좋더구나!”
“마음에 든다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본 세가와 거래를 하지 않겠느냐?”
“무슨 거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차가 마음에 안 든 듯 찡그리던 우현이 반문을 해간다.
“네가 가지고 온 물건을 우리 쪽에서 맡아서 팔아볼까 해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물품의 대금은 언제 주실 생각이십니까?”
“판매 끝난 후 대금을 지불할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판매가 끝나 다음에 말입니까?”
“그런 것이지.”
우현은 차를 멀찌감치 밀고는 내저어간다.
“불가합니다.”
“네놈이 천휴당을 부쉈음에도 책임도 묻지 않고 거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함에도 여전히 안 된다 이것이냐?”
“천휴당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상은 보상이고, 거래는 거래입니다. 혼돈하지 말아 주십시오.”
단호한 어조로 답하는 그에 눈살을 꿈틀대던 남궁조공이 재차 물어갔다.
“대금이 문제라면 주겠다. 그래도 하지 않겠느냐?”
“대금도 대금이지만 제 나름의 상단이 있습니다. 그 상단을 통해 거래를 하는 것이 옳다 봅니다.”
“그 말은 이 땅 위에 네 상단의 지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냐?”
“그러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관자놀이를 툭툭 쳐대던 남궁조공은 이내 고개를 쳐들었다.
“만약 노부가 너의 물건을 모두 갖겠다면 어찌하겠느냐?”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우현은 담담하게 답해간다.
“액땜했다 생각하고 넘길 생각입니다.”
“그저 액땜이라 생각한다라…… 훗! 그 말은 너만은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다는 듯 보이는구나!”
“태상 가주님! 아까 제가 했던 말을 잊으신 모양입니다. 전 차원을 넘나들며 장사를 합니다. 그 말은 제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태상 가주님이 막으신다 해도 말입니다.”
광오하다 여긴 것일까?
피식 웃던 남궁조공이 물어갔다.
“그렇다면 갈 것이지 왜 지금껏 머물러 있는 것이냐?”
“과연 제가 이곳에서 장사를 해도 될지 알고 싶어서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럼, 지금껏 네가 느낀 것에 따르면 장사할 만하겠느냐?”
“충분히 그렇다 여겨집니다.”
“왠지 자신감이 과한 듯싶구나!”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흔들림 없는 그의 눈동자를 보던 남궁조공은 나지막이 말을 흘렸다.
“네가 설치하겠다는 그 지부 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곳으로 삼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때 듣고 있던 남궁천옥이 소리쳤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남궁세가를 한낱 상단의 지부로 전락시키시다니요. 그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럼, 세가를 살릴 수 있는 또 다른 방책이 있는지 말해 보아라!”
“그거야…….”
말은 꺼냈지만 쉬이 잇진 못한다.
그런 그를 보며 남궁조공은 혀를 차댔다.
“쯧쯧쯧!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지 오래이거늘…… 뭘 그리 고민하는 것이냐?”
“하지만 아버님…… 본가는 무림제일가입니다. 그런데 어찌 한낱 상단 속으로 기어 들어간단 말입니까?”
“지금 체면 따윌 생각할 때이냐?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서 세가를 살려야 할 것이 아니더냐?”
“그러나…….”
“시끄럽다! 지금 당장 대안을 내놓지 못하겠거든 그만 입을 다물라!”
거친 일갈에 이내 남궁천옥은 입을 다물고 만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짐짓 눈을 부라리던 남궁조공은 시선을 우현에게 두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그런 일이라면 능히 그럴 만도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입니다.”
괜찮다는 그에 피식 웃던 남궁조공은 아까 하던 말을 이어갔다.
“조금 전 들었다시피 본가의 사정이 매우 좋지 않느니라. 정체도 모르는 네게 사활을 걸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너와 거래를 해볼까 한다. 아까 말한 대로 세가를 너의 지부로 삼아라! 단, 상업에 한해서다. 그 외의 일에 대한 간섭은 일절 불허하느니라. 어떠냐? 하겠느냐?”
우현은 시선을 들어 남궁조공을 바라본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서 그의 진심이 묻어 나온다.
묵묵히 바라보던 우현은 이내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저와 동업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너와 말이더냐?”
“괜한 욕심에 배탈만 나느니 차라리 그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남궁조공은 입꼬리를 뒤튼다.
‘그래도 상인이라고…… 스스로의 분수에 대해선 잘 아는 모양이군.’
우현에 대해 평가를 내리던 그는 좋다는 듯 끄덕였다.
“좋다! 네 말대로 동업을 해보자꾸나! 한데 어떤 동업을 원하느냐?”
“간단합니다. 앞으로 가져오는 물건에 대한 판매와 보관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맘 편히 상업을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말대로 하마! 근데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느니라. 아까 본 양초 말이다. 듣자 하니 공장을 세울 거라 하던데 이곳에도 세울 수 있겠느냐?”
남궁천옥의 시선이 들린다. 조금 전 세가를 지부로 전락시키면서까지 우현을 붙잡으려 했던 것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버님이 원한 건 양초였었군. 그것의 제조법을 얻는다면 훗날 세가가 우현이란 자와 결별을 한다 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와신상담이라 했듯이 지금은 굴욕적이지만 먼 미래를 생각해 부득이하게 이리한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 우현도 그리 생각한 것일까?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슬며시 말을 건넸다.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 하나만은 말씀드리죠. 양초는 제가 아니면 그 누구도 만들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면 양초 재료는 이곳이 아닌 제가 사는 곳에서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제조법을 훔치겠다고 머리 쓰지 말라는 소리다.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남궁조공은 피식 웃어갔다.
“네가 아니면 세가는 길거리에 나앉을 판인데 그러겠느냐? 오히려 너와 한 동업을 키워 중원의 상계를 노려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구나! 안 그러느냐?”
남은 이들의 낯에 놀라움이 피어오른다. 양초 제조법을 노린 줄 알았는데 정작 남궁조공이 원한 건 우현을 발판으로 중원의 상계를 접수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겠다는 말이다. 이렇듯 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우현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나와는 그릇 자체가 다르군. 달라!’
혀를 내두르던 우현은 입꼬리에 미소를 그린다.
왠지 그의 말대로 중원의 상계를 주름잡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태상 가주님의 청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우리 한번 중원의 상계를 흔들어 보세나!”
“그래 보겠습니다.”
마주 보며 웃는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이렇게 우현은 대륙을 잇는 또 하나의 거점을 만들어갔다.
제3-4장
“바쁘다! 바빠!”
반쯤 점퍼를 걸치고 입에 식빵 하나를 문 우현이 다급히 대문을 나선다. 갑작스러운 중원행(?)으로 인해 늦어진 상행에 다급해진 그는 서우를 닦달해 서둘러 물품을 채워갔다. 그나마 예비로 가지고 있던 컨테이너 박스에 채워진 물건이 아니었으면 오늘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차에 올라타 골목을 빠져나와 막 도로에 진입하려는데 웬 검은색 봉고 하나가 따라붙었다. 워낙 차가 많아서 그런가? 자신을 쫓아오는 것도 모른 채 그저 갈 길만 간다.
잠시 후, 창고로 차가 들어가고 따라오던 검은색 봉고는 맞은편 도로에 세웠다.
“창고로 들어갔습니다. 형님!”
슬며시 내려가는 창문 위로 휴대전화를 귀에 댄 상치의 얼굴이 보인다.
“그동안 우현이라는 놈이 금은방에 들른 뒤 금괴 매도 주문이 뜨는 걸로 봐서는 그가 바로 금괴를 운송하는 운반책일 가능성이 커! 그러니 기다렸다가 나중에 나오면 놈을 덮쳐! 알겠지?”
“근데 황 사장이 가만히 있을까요? 괜히 자기 거래처 뺏었다고 나중에 뒤탈이라도 생기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들어보니 거래하는 것들이 모두 비공인 금괴라고 하더라. 한마디로 차지하는 놈이 임자라 이 말이야. 그러니까 염려 따윈 하지 말고 나오는 즉시 그놈 조져!”
여전히 걱정 어린 눈빛을 자아내면서도 상치는 고개를 끄덕인다.
뒷일보다 통화하고 있는 백인철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근데 애들은 몇 명이나 동원할까요?”
“이삼십 명쯤 불러!”
“예에? 놈은 한 명인데 뭘 그리 많이 데려갑니까?”
“명색이 금괴를 운반하는 놈이야. 아무런 방비가 없겠어?”
“그렇긴 하지만…….”
순간 백인철이 빽 소릴 질러온다.
“니미, 말 좀 하면 들어라. 뭔 말이 그리도 많아?”
“아, 알겠습니다. 형님!”
전화를 끊은 상치는 뒤에 앉아 있는 철우에게 말했다.
“번개에게 전화 넣어서 애들 끌고 오라고 해. 현민에게도 하고…….”
“현민이 애들도 말입니까?”
“그래! 우리 빼고 스무 명 정도 더 있어야 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불러봐!”
“일단, 전화 넣어 보겠습니다.”
씨름 선수 체구에 곰보인 철우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