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59
차원상인 059화
고개를 돌린 상치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갔다.
“이거 괜히 시체 하나 치우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걱정 실린 담배 연기가 창밖으로 내뿜어진다.
“왔다!”
익숙한 마법등이 있는 철 창고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어간다.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근심 어린 아까와는 달리 웃는 얼굴을 한 채 샘플로 보일 성냥과 양초를 꺼내 품에 안은 그는 창고 밖으로 나섰다.
“상단주님! 오셨어요?”
“티아군요.”
급히 뛰어오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자신을 본 모양인 듯싶다.
흐트러진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긴 티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근데 왜 이제 오셨어요? 총관님과 대장님이 많이 기다리시는 것 같던데…….”
“뭔가를 준비하느라고 그리 됐네요.”
“그래도 석 달이 넘었는데 소식이라도 전해주시지 그러셨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남몰래 입맛을 다시던 그는 깜박했다는 듯 말을 건넸다.
“지금 다들 만나보고 싶은데 서재로 좀 오시라고 해주시겠어요?”
“지금 즉시 연락을 할게요.”
“부탁합니다.”
미소 짓던 우현은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에서 하인이 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길 즈음 하나둘 사람들이 찾아왔다.
“캐슬 왔어?”
“상단주님! 오셨습니까?”
소네스와 같이 들어온 이를 향해 고개를 숙여갔다.
“예! 상단에 별일은 없죠?”
“일은 없는데 조금 애로 사항은 있었지.”
“애로…… 사항이요?”
“요 근래 몬스터들이 출몰하면서 상황이 좀 복잡해졌거든. 자세한 상황은 이따가 사람들 오면 하도록 할께.”
‘몬스터가 출몰했다고?’
난데없는 이야기에 우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뭔 말이냐며 채 묻기도 전에 레이젠과 호위대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좀 많이 늦었구나!”
“일이 있었어요.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의자에 앉아가는 그를 뒤로한 채 곁에 있던 호위대가 군례를 올린다.
“안녕하십니까, 상단주님!”
분명 다섯 사람이나 되건만 한 목소리처럼 외친다.
물론 그 속에는 필리온이 특유의 능글맞은 얼굴로 웃고 있었지만 말이다.
강인한 기세가 느껴지는 그들을 보며 웃던 우현은 의자를 권해갔다.
잠시 후, 모두가 자리에 착석하자 굳게 다물었던 말문을 열었다.
“그간 상단주임에도 자주 자리를 비워 미안합니다. 뒤늦은 거지만 그동안 상단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싶으니 준비된 사람부터 해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소네스 옆에 앉아 있던 낯익은 이가 말을 꺼낸다.
“물품 관리를 맡고 있는 조퍼슨이라고 합니다,”
헤일러 대신 온 그는 슬쩍 끄덕여 인사를 건넨다. 우현이 손을 들어 보이자 헛기침을 통해 주위를 환기시키고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들고 읊기 시작하였다.
“그간 꾸준히 성장을 하여 1년 반 전, 처음 상단을 시작했을 때에 비해 약 20배 정도 커진 상태입니다. 현재 한 달 거래 물량은 육백만 개로 그중 종이가 사백만 장으로 제일 많고 다음이 커피로, 백오십만 개 정도 나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오십만 개는 소금, 비누, 휴지 순으로 최근 점차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창고에 있는 물품은 구 할 이상이 소진된 상태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남은 것마저도 이미 팔렸어야 하는 거지만 한 달 전부터 상인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재고가 없어 상단 문을 닫는 것만은 면하였습니다.”
한 달 거래 물량이 사백만 개라는 말에 혀를 내두르다 한 달 전부터 상인들의 발걸음이 끊겼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거래 상인들이 줄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이때 잠자코 있던 소네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아, 그건 내가 설명할게.”
“형님, 말해보세요.”
“너도 들었을 거야. 이 영지는 4년마다 몬스터들이 출몰하는데 대충 1년가량 지속된다고 말이야. 근데 예년에 비해 올해는 팔 개월가량 빨리, 약 두 달 전부터 몬스터들이 영지에 출몰하기 시작했어.”
“그럼, 몬스터들 때문에 상인들이 오질 못한다는 말입니까?”
“그런 셈이지. 뭐, 아직까진 그래도 찾아오고는 있는데 얼마 못 가 완전히 끊기고 말 거야.”
예상 밖의 상황에 우현은 당혹해하였다.
물론 그도 알고는 있었다. 반년만 있으면 몬스터들이 들이닥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해 논의를 해볼까 했는데 이렇게까지 빨리 몰려올 줄은 몰랐다.
“바딘 백작님은 어찌하시고 있습니까?”
“일단, 용병들은 죄다 끌고 나가 토벌전을 벌이고는 있는데 몰려오는 수가 너무 많아서 조만간 영지성으로 다들 돌아와야 할 거라더군.”
“그게 언제쯤 될 거라 하던가요?”
“대충 삼 개월 안에는 다른 곳과의 발길이 끊길 거라고 다들 예상을 하고 있어.”
‘삼 개월이라…….’
예상 밖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과거 백작도 말을 해줬고, 간간이 소네스도 이에 대해 말을 해줬었다. 문제는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될 것이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맞잡은 두 손에 턱을 괴어가는 우현의 미간이 사정없이 좁혀든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 일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 지금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4년 뒤에 또다시 이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절로 내쉬어지는 한숨 너머 헤일로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상행을 나서는 것입니다.
과거 그와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 한순간 머릿속을 파고든다.
‘영지에 갇혀 있지 말고 상행을 나선다라……. 진짜로 상행을 나서 봐?’
상행을 들먹이기 무섭게 고개를 내저어간다.
‘아니야! 그리한다 해도 4년 뒤엔 또 몬스터들 때문에 나서지 못할 거야. 상행을 통해 물건을 나르지 않아도 팔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리저리 방법을 모색해보지만 답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맘에 커피만 연신 들이켜던 우현의 손이 일순 멈춰 선다.
‘잠깐! 상행을 통해 물건을 나르지 않아도 팔 수 있는 방법? 그래, 그거야! 물건을 굳이 옮기지 않아도 팔 수 있는 방법! 바로 물류창고를 세우는 거야!’
과거 영업 사원을 막 시작했을 때 한 선배로부터 물류 유통 과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물류 센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역설했지만 우현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 그가 말했던 것에 제일 부합한 것이 다름 아닌 물류 센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상황이나 목적은 조금 다르긴 해도 말이다.
‘기왕 물류 센터를 세우는 거! 체인 형태의 상점을 만들어 봐? 편의점처럼 말이야.’
물류 센터를 만들기로 맘먹기 무섭게 머릿속에 그것을 활용할 방법들이 그려져 간다.
워낙 빠르게 계획이 세워져 가다 보니 자신이 무슨 아이큐 180의 천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름 이유와 사업 향방, 형태까지 세운 그는 우선 다른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그 문제는 자신과 레이젠, 소네스 이렇게 셋이 따로 논의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다른 문제로 넘어가죠. 현재 주거지 조성은 어찌 되어 가고 있습니까?”
현장 책임자인 마이클이 자리에서 일어서 간다.
“거의 다 끝난 상태입니다. 길게 잡아도 한 달이면 모두 마무리될 겁니다.”
“그럼, 영지성 밖에 사는 사람들부터 완성된 집에 들이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들을 우선적으로 들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거에 대한 불만이나 그런 것은 없습니까?”
“이미 입주했던 이들도 집을 양보할 정도이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싶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어간다.
저번과 같은 희생은 다신 없었으면 해서 그런지 더욱더 그러하다.
커피를 들어 메마른 입새를 축여가던 그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말을 건넸다.
“그렇게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면 영지성도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이제껏 커피만 마시고 있던 레이젠이 대화에 끼어들어 왔다.
“현재 영지에 있는 모든 용병길드가 다 동원된 상태이고 타 영지에 있는 용병들도 백작의 호출을 받고 오고 있는 중이네. 그뿐만 아니라 상단 외부 경계 근무를 서는 인원들 또한 두 배로 늘린 상태이니 적어도 자네가 우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듯싶네.”
조금은 안심이 된 듯 표정이 온화해진다.
“그래도 모르니 돈 걱정은 마시고 상단 안전에 힘을 써주세요.”
“그리하겠네.”
레이젠과 일별한 우현은 다시 마이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힘들더라도 시일을 앞당겨서 주거지 단지 조성이 끝나도록 해주십시오.”
“꼭 그리하겠습니다.”
“위령비 공원 또한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근심 어린 표정을 짓던 우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건 그렇고, 상단 사람들 생활 상태는 어떻습니까? 식료품이나 그런 것은 모자라지 않습니까? 타 상인들이 발길을 끊으면 매우 곤란할 듯싶은데 말입니다.”
“일전에 주거지에 상점을 개설하라고 해서 어느 정도 물건들을 비축해놨으니 그걸 풀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
“그럼, 상단 외 영지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물음에 주위 사람들은 난감한 빛을 띠었다.
쉬이 나서지 못하던 그때 조퍼슨이 슬쩍 말문을 연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물론 지난 1년 반 동안 상인들이 오고 가면서 영지에 돈이 유입되면서 영지민들이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그건 영주성 내에 사는 이들 이야기이고 성 바깥에 사는 이들은 아직까지 힘겨워하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풍족치 못한 식료품과 물품이 더욱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요 근래 영지민들에게 물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영주성 내 사는 영지민에 비해 워낙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이라 물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잠자코 있던 소네스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온다.
“사실 저번에 대금 대신 물품을 받는 걸 2할로 늘리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인들의 발길이 끊어지다 보니 비축된 양이 많질 않아. 그렇다고 영지민들에게 팔 물품 양을 줄여 어떻게든 버텨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양이 될 때 이야기지. 지금으로서는 힘들 것 같아.”
“바딘 백작 쪽에선 어떻게 할 예정이라고 합니까?”
“나아진 영지 재정 때문인지 각 상단에 식료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러 나섰다는데…… 영지 사정을 아는 상인들이 값을 너무 올리는 바람에 힘들 듯싶어.”
“그 말은 한동안은 지금 상태를 유지할 거라는 말이군요.”
“아무래도 그럴 듯싶어.”
잠시 턱을 만지작대던 우현이 말을 해갔다.
“그럼, 일단 상단에 비축해 둔 물품을 풀도록 하세요. 모자란 분량은 이번 거래에 참여할 상인들에게 대금 대신 받도록 해주십시오. 기왕이면 넉넉하게 물품을 준비토록 하십시오. 바딘 백작이 구매한 식료품이 늦게 도착할 때를 대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