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61
차원상인 061화
“적극적인 판매도, 판매망 구축도, 업무 분할도 다 좋네만…… 문제는 두 조각이 난 상단을 잘 이을 수 있냐는 것이네. 아까 자네가 말한 곳들은 이곳에서 가는 데만도 족히 한 달 이상은 되는 제법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다네. 그런 먼 곳에 있는 위성지부를 어찌 관리할 것이며 한 달에 한 번 거래지만 물량만 해도 삼백만 개나 되는 그 많은 물량을 어찌 조달할 것이고, 이십만 골드에 육박하는 그 많은 대금을 어찌 회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네. 그뿐만 아니라 물품 및 대금 운반 도중 만나게 될 몬스터라든지, 도적 떼라든지 산재된 위험도와 함께 물품 이동 간에 걸리는 시간에 따른 거래 간격이라든지 산재된 문제들이 너무나 많네. 자네는 이를 어찌 해결할 셈인가?”
“그러니까…… 그게…….”
우현은 쉬이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다물고 만다. 물품 운반이야 용병들을 이용하면 될 것이고, 관리야 상단 사람들을 보내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도 간단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레이젠의 말을 듣고 보니 운송이나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각 외로 너무 많아보였다.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져 가던 그때 소네스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왔다.
“해결책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해결책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게 대체 뭡니까?”
해결책이 있다는 말에 우현이 화색을 띠며 묻는다.
“내 생각엔 세 가지 방법이 있을 듯싶어. 첫째 알카인 왕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게이트를 사용해 물품 운반 및 대금 회수를 하는 거야. 비용이야 좀 들긴 하겠지만 제일 안전한 방법이 되겠지. 문제는 왕실의 태도야. 게이트가 위성지부와 본 상단 사이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 상단에 영향력 또한 커질 것이 분명해. 그 말은 그들이 상단 자체를 통제하려 들 수도 있다는 말이 되지.”
“자칫 국영화될 위험이 다분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두 번째 방법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는 거야.”
공간을 넘어 한순간에 이동시키는 마법진인 텔레포트 마법진. 설치만 되면 사람, 물건 할 것 없이 옮길 수 있는 데다가 물량 또한 무제한이다. 문제는 운용비다. 설치만도 몇만 골드에 달하는 데다가 최소 6써클 이상의 마법사가 만들어야지만 사용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운용할 마법사만 2써클 이상 마법사 셋에다 한 번 사용 시 소비되는 마석만 무려 스무 개가 넘어 최소 몇천 골드가 깨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활용성이 높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쓰는 곳은 세투란 제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마석 창고라 불릴 만큼 마석이 풍부하고, 마법사들이 즐비한 곳이기에 가능하지 다른 왕국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 결과 혹한의 대지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세투란 제국이 엘테르 성국과 더불어 강국으로 자리한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그거라면 정말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뭐, 너처럼 대륙을 오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물품이나 대금 운반에 별 무리는 없을 거야. 단, 몇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말이야.”
“문제요?”
“텔레포트 마법진이란 게 마법진 중에서도 꽤 고위 써클의 마법진이거든! 최소 6써클 마법사가 설치해야 하고, 운용하려면 5써클 이상 마법사가 셋이나 있어야 하지. 물론 마석도 많이 필요한 데다가 한번 시전하면 족히 삼천 골드는 ‘휘익!’ 날아가 버리지. 뭐, 비용이야 우리 상단 재정상 별문제는 안 되겠지만…… 어쨌든 고위 마법사들을 구할 수 없는 우리 여건상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기 위해선 마탑이 꼭 필요해! 한마디로 우리에겐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운용되기까지 꽤 골치 아픈 방법이 되겠지.”
“그렇기도 하겠군요.”
맞는 말이라며 우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메마른 입새를 커피 한 모금으로 축이던 소네스는 다음 말을 이어간다.
“마지막 세 번째는 위성 지부를 서부, 동부, 북부 국경선에 맞닿은 영지가 아닌 이곳 하임이트 영지와 가까운 이웃 영지 중에 선택하는 거야. 거리를 줄임으로써 위험도를 낮추는 거지. 이것은 아마 앞서 말한 두 가지 방법에 비해 실행하기도 쉽고, 비용 부담이 덜하지. 그렇다고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야. 이웃 영주들이 우리의 의견을 수용할까 하는 것도 문제이고, 받아들인다 해도 바딘 백작이 우릴 놔줄 것인가 하는 것도 있지. 현재 영지가 이만큼이나 부흥한 것도 어찌 보면 우리 상단의 영향이 크니까 말이야.”
“그래도 안정적으로 상단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 번째 방법이 더 좋겠군요.”
“그렇기는 한데…… 여전히 관리 측면에서는 매우 좋지 않지. 아무리 이웃 영지라고는 하지만 한 번 오가는 데 족히 하루에서 이틀은 걸리니 말이야. 거기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선에 이르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거고 말이야.”
동의를 표하며 주억대던 우현이 대뜸 레이젠에게 물었다.
“형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지금 말한 세 가지 방법 말인가?”
“예!”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레이젠은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세 번째 방법을 주로 하되,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물밑 작업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좋을 듯싶네.”
“그 말은 세 번째 방법으로 안전하게 가면서 좀 더 확실한 것을 모색해보라는 말이군요.”
“그런 것이지. 솔직히 이번 일로 상단이 커다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네만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데 무작정 나서는 것은 좋지 않네.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네. 그러기 전에 시간을 두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상단 측면에서도, 자네를 위해서도 더 나을 듯싶네.”
하긴 이번을 잘 넘긴다고 해도 2년이 지나면 또다시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위압감에 다급하게 뭔가를 하려 든 것은 사실이다.
‘모든 일에는 수순이 있는 법이다. 어차피 시간도 1년이란 매우 긴 시간이 있지 않은가? 차차 고민해도 늦지는 않아!’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논의를 뒤로 미루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형님들의 의견에 따라 위성지부는 이웃 영지에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괜히 일 크게 벌려서 골치 아플 것 없잖아. 차근차근 밟아 가자고!”
소네스는 결정 잘했다며 끄덕여간다. 그건 레이젠도 마찬가지 모습이다.
대충 위성 지부 문제가 봉합됐다 싶자 이들은 다시 양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양초 제작에 쓸 물건들의 도면입니다.”
도면을 살피던 소네스는 눈살을 찌푸려갔다.
“제법 복잡한 것 같다?”
“겉보기에만 그렇고 실제 제작할 땐 매우 쉬우니 벌써부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모양새로 보아 솜씨 좋은 대장장이들이 필요하겠네.”
“예!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등잔부터 시작해, 샹들리에, 가로등, 양초등까지 모두 만들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러다 왕국에 있는 대장장이들 모두 긁어모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참! 유리 기술자도 필요하겠다. 양초등과 가로등에 쓸 유리 덮개를 만들려면 말이야.”
순간 우현은 두 눈을 끔벅이며 되물어간다.
“유리 기술자라면 유리를 만들 줄 아는 이들이 있다는 말입니까?”
“예전부터 있었다만……. 뭔 문제라도 있어?”
“그건 아니고 한 번도 유리로 된 건 보지 못해서 말입니다.”
“하긴 이젠 유리로 된 물건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처음 유리가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다.
특히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있는 포도주를 보고 있노라면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너무도 깨지기 쉽고, 만드는 이도 적어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멀리하게 되었다.
그나마 사용하던 왕실에서도 독살의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자 유리잔에서 금으로 만든 잔으로 바꾸면서 더더욱 찾는 이가 없어졌다. 그 결과 지금은 명맥조차 유지하기 힘들, 아니 유리 자체가 있었다는 것도 모를 만큼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계약까지 한 건 아니고 견적만 여러 군데 유리 세공사에서 받아놓은 상태였다.
한데 아직 양이 적어서 그런지 가격이 생각 외로 많이 비쌌다. 일반 제품 형태가 아니라서 따로 제작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던 우현은 생각지도 못하게 문제를 덜게 되어 기쁨에 미소를 지어갔다.
“그럼, 그들을 수소문해서 데려오기로 하죠.”
“그건 걱정 마! 헤네브를 통해 알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헤네브? 그가 누구입니까?”
너무도 생소한 이름에 우현이 물어온다.
“일전에 네가 뭐 확인할 게 있다고 상단에 머물게 한 차카타파 마법사의 이름이야.”
“아! 그 연금술 마법사?”
“연금술?”
“그런 게 있구요. 지금 그 사람 만나볼 수 있습니까?”
소네스는 고개를 내저어간다.
“내가 일 좀 맡길 게 있어서 일주일 후에나 상단에 오는데…….”
“그럼, 어쩔 수 없이 만나는 문제는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겠군요.”
“미안하다!”
“아닙니다. 상단 일을 하러 갔는데요, 뭐!”
그래도 미안한지 뒷머리를 긁적대던 소네스가 깜박했다는 듯 말을 한다.
“참! 헤네브가 네게 주라는 것이 있었어. 그간 연구한 기록지라나 뭐라나…… 어쨌든 두툼한 양피지 책자였어.”
“그럼, 그것 좀 보게 가져다주시겠습니까?”
“내 방에 있으니까 이따가 사람 시켜서 보내주지.”
“그렇게 해주십시오.”
커피를 한 모금 미시던 우현은 주위를 보며 웃어갔다.
“자아! 이제 나눌 이야기도 끝난 듯싶은데 이만 일어나죠. 내일 물품 판매만으로도 바쁠 듯싶으니 말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어서려 했어.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쑤셔서 말이야.”
레이젠도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일어선다. 이렇게 각자의 일을 찾아 발길을 돌리는 세 사람은 위성 지부 설립을 해결할 인물이 바로 코앞에 왔다는 것을 이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다.
제3-5장
타타탁!
빠르게 맞부딪치던 두 목검이 한순간 떨어져나간다.
두 손으로 검을 치켜든 채 숨을 헐떡이는 우현과는 달리 한 손은 뒷짐을 진 채 한껏 여유로움을 표하는 레이젠.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대비를 보이는 두 사람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우현은 치켜든 목검을 앞으로 향하고 다시 달려 나간다.
“이야앗!”
타탁!
슬쩍 몸을 틀어 내리찍어 가는 목검을 피한 레이젠은 지나쳐 가는 그의 뒤통수에 목검을 찔러 넣었다. 하나, 재빨리 몸을 멈춰 세운 우현은 허릴 숙여 날아드는 목검을 피함과 동시에 횡으로 베어갔다.
이것 또한 예상했는지 레이젠은 슬쩍 뒤로 몸을 날려 피해간다.
근데 우현의 몸이 목검을 따라 빙그르르 돌아간다 싶더니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내리찍었다.
부우웅!
한 발 앞서 틀어진 레이젠의 몸 옆으로 목검이 꽂혀간다.
들고 있던 목검을 막 쳐들려는데 돌연 우현의 무릎이 치솟아 오른다.
발차기를 하는 줄 알고 레이젠이 뒤로 물러서자 올라간 무릎이 내려와 바닥을 굳세게 울림과 동시에 이마를 숙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