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64
차원상인 064화
“근데 왜 바딘 백작의 하임이트 영지입니까? 다른 곳도 많은데 말입니다.”
“화이트 그리핀 상단주 일로 바딘 백작은 눈에 불을 켜고 왕성으로 복귀할 방법을 찾을 게야. 괜히 막는다고 더 큰 사달을 만들기 전에 그를 그냥 복귀시키는 편이 오히려 우리에게 좋을 것이야.”
“그편이 우리가 그를 조종하기 쉬울 테니 말입니다.”
“맞는 말이야.”
동의를 표하듯 조바오니 공작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알겠습니다. 공작님의 말씀대로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영지 건은 되도록이면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야.”
한 차례 허리를 숙이던 테온은 발길을 돌려 나갔다.
사과가 반이나 남았건만 흥미를 잃은 듯 내려놓고 만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인가? 맛있게 영글기를 말이야.”
순간 바딘 백작의 혀가 입술을 훑는다.
마치 눈앞에 맛있게 여문 사과가 있는 듯 말이다.
“크크크! 크하하하!”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우현을 노리는 것은 자신만이 아님을 말이다.
제3-6장
“갈 준비 하려고?”
빙그레 웃어주던 우현은 곁에 있는 두 개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준비할 것 없이 그냥 여기 있는 짐들을 가지고 가면 됩니다.”
그러냐며 주억대던 그는 곁으로 다가와 가방 하나를 들었다.
“간만에 내가 배웅해줄까?”
“배웅이요?”
“그동안 바쁘다고 너 가는 것도 제대로 못 봤는데 이참에 시간이 좀 있을 때 배웅하려고!”
피식 웃던 우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편한 대로 하세요.”
그렇게 사이좋게 짐을 나눠 든 둘은 서재를 나와 컨테이너가 있는 창고로 향했다.
“오늘 수고했다!”
“뭘요?”
“위령비 공원 개장하는 것 때문에 집에도 안 가고 기다렸잖아.”
“그런 일은 당연히 제 일정을 미루더라도 참여하고 가야죠.”
흘낏 보던 소네스는 씨익 웃어간다.
“상단주가 너라서 다행이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나라면 절대 그러지 못할 거거든…….”
“괜한 말 하지 말고 어서 가죠. 저 많이 늦었거든요!”
“알았다.”
서로를 보며 웃던 두 사람은 창고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잠시 후, 티아를 문 앞에 세운 채 안으로 들어간 소네스는 들고 있던 것을 건넸다.
“나중에 보자구!”
“예, 그동안 몸조심하세요.”
가방을 양쪽 어깨에 멘 채 밝게 웃어 보이던 우현은 컨테이너로 가 라이터를 켰다.
순간 컨테이너 박스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그를 보던 소네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항상 봐도 놀라운 광경이라니까…….”
발길을 되돌린 그는 창고 밖으로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우현이 또다시 돌아올 줄은 말이다.
“벌써 육 일째입니다. 대체 언제 오는 것입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기다려보라니까 잠자코 거기 처박혀 있어.”
“좁은 차에서 시간만 죽이려니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곰만 한 덩치를 가진 사내 셋이 앉아 있는 통에 비좁다 못해 껴 죽을 듯싶다.
그 모습이 한심한 듯 상치가 고개를 내저어갔다.
“그러기에 평소에 다이어트 좀 하라고 했잖아!”
“형님! 미스코리아 나갈 일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힘이 딸린다고 난린데……. 살을 빼면 어떻게 합니까?”
양옆에 있던 사내들이 맞는다는 듯 주억대간다.
“그럼, 비좁다고 말을 말든지!”
“사실인데 어떡합니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 그에 저도 모르게 손이 쳐들린다.
하지만 운전석에 있던 동호의 제지로 그만둬야 했다.
“하여튼 이따가 들어가면 보자! 아주, 혼찌검을 내줄 테니 그리들 알아!”
순간 뒷좌석의 세 사내들의 몸이 움찔댄다. 뒤끝 길기로 유명한 이가 바로 상치다. 얼마나 그랬으면 백인철마저 뒤끝 작렬 상치라고 하겠는가? 아마도 이번 일을 두고 족히 삼 년은 울려먹을 게 뻔하다. 나 죽었다 하는 표정을 지어가는 그들을 뒤로한 채 상치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만 바라본다.
이곳에서 시간을 죽인 지 벌써 오 일하고도 열일곱 시간째.
슬슬 졸리기까지 하던 그때 운전석에 있던 광호가 돌연 손을 치켜들었다.
“나타났습니다.”
돌아간 시야 사이로 창고 문을 열고 나오는 우현이 보인다.
“이제 오나 보군. 자아! 모두 탈을 써! 그리고 잊 지마! 저놈에게 얻어야 하는 건 가지고 온 금괴가 아니라 어디서 가져오는지에 대한 정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형님!”
사내들은 일제히 준비한 탈을 얼굴에 써간다.
“돌아왔군!”
천장에 있는 전깃불을 보며 뇌까리던 우현은 가방에 넣어 놨던 점퍼를 꺼내 입었다.
하임이트 영지야 사시사철이 가을 날씨이지만 이곳은 2월 말이라 이대로 나갔다간 얼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창고 문으로 가 열고 막 밖으로 나서려는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슬쩍 돌아간 시선 위로 서우가 손을 들어 보인다.
“왔냐?”
“조금 전에 왔어.”
우현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간다.
늘 보이던 임동수가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비원 아저씨 찾냐?”
“어! 혹시 너 못 봤어?”
“잠시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하더라.”
그러냐며 우현은 고개를 끄덕여간다.
“참! 근데 너 여긴 무슨 일이야?”
“내일이 구정이잖냐? 간만에 집에서 고기 굽는다고 너 데려오란다.”
구정이라고 같이 밥이나 한 끼 하자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서우가 품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대뜸 건네 온다.
뭔가 싶어 받아 보니 다름 아닌 서우 아버님 전화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그래, 서울에 도착했느냐?”
“예! 조금 전 도착했어요.”
“혹시나 못 만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안도감 어린 목소리에 우현은 슬쩍 미소를 짓는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내일이 구정 아니냐? 간만에 서우 엄마가 고기 굽는다고 같이 먹자고 하더라.”
“그렇지 않아도 서우에게서 들었어요. 집에 들르라고 말이에요.”
“그래? 동생들에게는 내가 연락했으니 따로 연락할 것 없이 오너라!”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차 안 막히면 대충 사십 분 정도 후면 도착할 겁니다.”
“빨리 오려고 운전 막 하지 말고 조심해서 와! 알겠지?”
“예!”
휴대전화를 끄는 우현에게 서우가 입을 삐죽인다.
“아무래도 나 다리 밑에서 주워 왔나 보다.”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정작 친아들은 며칠 안 들어가도 연락 한 번을 안 하는데 고작 하루 안 들어간 너한테 전화를 하니 그렇지.”
“그런 말 하기 전에 평소에 부모님께 좀 잘해!”
핀잔을 주며 막 차로 가려는데 웬 시커먼 양복에 놀이동산에서나 볼 법한 동물 탈을 쓴 상치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덩치들이 산만 한 것이 딱 봐도 힘깨나 쓰는 이들 같다.
“뭐야? 저치들!”
순간 서우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하나, 상대는 그런 그가 우스운지 답도 안 한다.
주먹을 불끈 쥔 채 나서려는 것을 우현이 제지하며 말을 건넸다.
“당신들 누구지? 누가 보내서 왔어?”
“기껏 탈까지 쓰고 나 누가 보냈수 하고 떠드는 놈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어!”
“맞아! 크크크!”
“하하!”
사내들은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저 새끼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서우를 다독여갔다.
상대의 분위기로나, 사람 수로나 함부로 나서는 것은 금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놈들 왜 온 거지? 혹시 금괴 때문인가?’
이 질문의 답은 머리에 쓴 양 탈이 불편한 듯 매만지던 상치에게서 나왔다.
“다른 건 필요 없고 네가 금괴를 어디서 가져오는지나 말해!”
순간 우현의 눈매가 좁혀든다.
‘역시나 목적은 금괴인가? 한데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금괴를 판 것은 자신이 아닌 서우 아버님이다. 그렇다면 그를 노리는 것이 정상인데 어째서 자신을 노린단 말인가? 이는 곧 오랜 조사를 통해 자신이 금괴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말과도 같았다.
‘꼬리가 너무 길었던가? 아니면, 안 걸릴 거라 자신했던 건가?’
하긴 지금까지 판 금괴만도 얼추 열일곱 개는 된다. 그 많은 양을 팔고도 그 누구 하나 이상타 여긴 사람이 없다 여기는 것이 더 이상타. 한마디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능히 예상했으면서도 그 어떤 대비책도 준비하지 않은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다못해 보디가드라도 구해서 데리고 다닐걸…….’
때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어찌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손에 가죽 장갑을 끼던 상치가 물어왔다.
“어차피 우린 답 들을 사람은 한 명이면 족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슬쩍 사내들의 시선이 서우에게로 향한다.
한마디로 친구 죽기 전에 다 털어놓으라는 것이다.
입술을 깨물던 우현이 나지막이 물었다.
“내가 금괴는 가지고 있다는 걸 어찌 안 거지? 금은방 사람들이 말했을 리는 없고…… 그럼 금 매입업자인가?”
“굳이 그거에 대한 답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그쪽 사람들이 맞는군!”
“뭐, 그건 네 편한 대로 생각하고…… 금괴를 가져오는 곳이나 말해!”
“만약 거절한다면?”
“좀 두들겨 맞고 산에 묻혀야겠지. 그러기 전에 금괴를 가져오는 곳을 말하게 만들겠지만 말이야.”
입술을 훔치는 혀 위로 살기 어린 눈빛이 흐른다.
‘결과야 어떻든 날 죽일 생각이군!’
빠드득 이를 갈던 우현은 슬쩍 주위를 살펴갔다.
그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눈을 피해 외진 데로 오다 보니 그런 것이었다.
‘뚫을 수 있을까? 십수 명을 상대로…….’
레이젠에게 검술을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저 기초 수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언뜻 봐도 깡패 같은 이들을, 그것도 십수 명이나 되는 인원을 당해내긴 힘들 듯싶다. 좀 더 빨리 레이젠에게 무술을 배울 걸 하는 아쉬운 생각이 머릿속 가득 떠다녀 간다.
‘헛생각 할 시간 없다. 아티팩트를 사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날 기다리는 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야.’
팔목에 걸린 마법 팔찌를 매만지던 그때 치우려고 세워둔 손수레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슬며시 발걸음을 옮겨 근처로 간 우현은 자그마한 목소리로 서우에게 말했다.
“서우야! 내가 뛰어 하면 뛰어! 알았지?”
서우는 답 대신 슬쩍 끄덕여간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그때 상치가 말을 건네 왔다.
“서로 말 오래 섞어봤자 좋은 거 없으니 이쯤에서 정리토록 하지.”
번쩍 들리는 손 뒤로 사내들이 나선다. 다가오는 그들을 보던 우현이 슬쩍 호주머니에서 무선 자동차 키를 꺼내서는 눌렀다.
삐삑!
“뭐, 뭐야?”
갑작스러운 소리에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