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66
차원상인 066화
손에 다른 뭔가도 같이 딸려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켜려고만 하였다. 물론 아직 모래시계가 다 채워지지는 않아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든 차원을 넘어 도망치는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데없이 라이터를 켜대는 그에 임동수는 당황스러워하였다.
“사장님! 사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다쳐서 그런 줄 알고 우현의 어깨를 잡아가던 그때 돌연 라이터를 쥔 손에서 빛이 난다 싶더니 불꽃이 피어올랐다. 동시에 셋은 창고 안에서 사라져 갔다.
콰콰쾅!
창고 문이 박살이 나며 차가 안으로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상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셋에 눈살을 찌푸렸다.
“썅! 이 새끼들이 대체 어디로 짱박힌 거야?”
막 창고를 뒤지려는데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경찰입니다.”
“뭐? 경찰?”
“아무래도 아까 경비원 새끼가 신고를 한 듯싶습니다.”
“빌어먹을 개자식! 철수해! 어서!”
“알겠습니다.”
우르르 나가는 그들과 함께 물려지는 차에 오른 상치는 박살이 난 문을 보며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가자!”
“이대로 실행하도록 해!”
우현을 보내고 난 후, 창고를 나서던 소네스는 때마침 찾아온 헤일로를 맞이했다.
창고 문 앞에서 사십여 분간 논의를 마치고 막 그를 보내려는데 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등 뒤에 있는 창고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뭐지?”
이상타 싶은 생각에 소네스는 옆에 있는 티아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진한 혈향이 콧속을 파고 들어온다.
‘대체 어디서 피 냄새가?’
절로 찌푸려지는 눈살을 어쩌지 못하던 그때 돌연 티아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
“사…… 상단주님!”
뭔가 싶어 시선을 돌리니 언제 왔는지 피범벅이 된 우현이 누워 있다. 근데 문제는 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다른 이도 같이 엎어져 있었고 그 앞에 마치 보호라도 하듯 칼을 치켜든 요상한 차림의 웬 사내가 보인다.
“이봐! 캐슬! 캐슬 괜찮아?”
걱정이 앞선 소네스가 다가서려 하자 칼을 치켜든 사내의 눈빛이 번뜩인다.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낯을 일그러트리는 그를 뒤로 밀어내며 티아가 나섰다.
“당신은 누군가요? 대체 누구이기에 우리 상단주님과 있는 건가요? 그리고 왜 상단주님이 피범벅이 된 건지 어서 말하세요!”
“@$^&*&**&!”
“대답하세요! 만약 말하지 않으면 지금 당신의 목숨을 거둘 거예요.”
뒤춤에서 빼어 드는 단검과 함께 티아의 두 눈에 살기가 돋는다.
마나까지 피워 올린 탓인지 그들이 있는 창고엔 한겨울처럼 한기가 휘몰아친다.
‘고수군! 마치 잘 벼려둔 검 한 자루를 보는 듯해!’
칼을 치켜든 사내, 임동수의 미간이 한껏 좁혀들던 그때 밑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티…… 티아…… 형님…….”
“캐슬! 정신이 들어?”
“제 친……구 좀 살려…….”
서우를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늘어트리고 만다.
우현에서 시선을 뗀 소네스는 티아에게 말을 건넸다.
“티아! 캐슬을 업고 저택으로 가! 옆에 있는 친구는 내가 업을 테니 말이야.”
“알겠어요. 총관님!”
막 발걸음을 떼려는데 임동수의 칼이 추켜세워진다.
순간 눈살을 꿈틀대던 티아가 한기를 담아 말을 흘려갔다.
“지금은 다친 이를 보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이대로 계속 막겠다면 네 목숨을 거두겠다.”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본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우현과 안면이 있는 듯싶어 그만 칼을 내렸다. 티아는 칼을 치우길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다가와 우현을 업어갔다. 뒤따라 서우를 등에 업은 소네스의 시선이 임동수에게로 향한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일단, 날 따라와! 알았지?”
손짓으로 보아 자신을 쫓아오라는 듯싶어 그를 따라 창고 밖으로 나서던 임동수는 기가 먹힌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무슨…….”
눈에 익었던 거리는 어디 가고 중세 유럽 귀족들이나 살 법한 커다란 저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대체 정체가 뭡니까?”
제3-7장
쾅!
“멍청한 놈들! 다 잡은 놈들을 놓쳐?”
백인철은 부서져라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뒷배에 조직이 없는 듯 항려 몰래 금괴를 빼돌려 재미 좀 볼라 했더니 귀찮게 됐다.
“황 사장, 그 사람 밑에 수하는 없어도 제법 골치 아픈 사람인데…… 된통 걸렸구만!”
밑에 사람을 키우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법조계, 경찰 쪽 사람들을 많이 알았다.
그래서 다들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꾹 참고 있는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다 왠지 맛이 써 잔을 내려놓고는 버럭 소릴 질러갔다.
“명우 좀 오라 해!”
“아, 알겠습니다.”
눈치만 살살 살피던 사내 하나가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낌새가 안 좋은 걸 미리 눈치채고 피신한 명우를 찾으러 말이다.
잠시 후, 허겁지겁 스포츠머리에 덩치 좋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부, 부르셨습니까?”
“우현이라는 그놈 말이야. 여동생이 둘 있다고 했지.”
“예!”
“둘 다 잡아와!”
“여동생 둘 다 말입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벌여 놓은 일 수습은 해야 할 것 아니야?
“아, 알겠습니다.”
명우는 사무실에 있는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썅! 올해 횡재수가 있다더니만…… 제대로 액땜하게 생겼어!”
거칠게 휘둘러지는 발 위로 애꿎은 쓰레기통만 나뒹굴어간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서우 아버지가 나와 밖을 살핀다.
“삼십 분이면 온다 하더니…… 두 시간 가깝게 지났는데 왜 안 오는 것이야?”
주름진 이맛살 밑으로 근심 어린 눈빛이 흐른다. 물론 차가 막혀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왠지 가슴 한편이 불안한 것이 자꾸 가게 밖으로 나서게 만든다. 주위를 살피다 막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품 안에서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뭔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왜 이리 안 오는 것이냐?”
“…….”
“왜 말이 없는 것이냐?”
“저어…… 송파 경찰서 강력반 형사 김철우입니다. 혹시 이 휴대전화 주인과 아시는 분입니까?”
형사란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잠시 가슴을 부여잡던 서우 아버지가 답을 해갔다.
“내, 내가 휴대전화 주인 아버지요.”
“그럼, 혹시 양제4동 ×××-12에 위치한 창고를 아십니까?”
“양제동에 있는 창고라면 아들 친구 놈 것인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것이오?”
“그러십니까? 1시간 반쯤 전에 조직폭력배가 물품 창고를 공격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서 이 휴대전화를 주웠습니다.”
하루 종일 불길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듯싶다.
“제…… 아들은 어찌 되었소? 괜찮소?”
잠시 뜸을 들이던 상대는 죄송스럽다는 듯 말을 한다.
“그것이…… 사실은 현장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핏자국이 있는 걸로 봐서는 난투극이 벌어진 듯싶은데 도망을 친 건지 아니면 신고대로 조직폭력배가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만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인근 CCTV를 확인 중이니까 곧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형사의 어조가 강경하다.
꼭 잡을 거라 확신하는 듯싶다.
“그럼, 전 어찌해야 하는 것이오?”
“마음 좀 가라앉히시고 댁에서 잠시 좀 기다려 주십시오. 혹시라도 아드님으로부터 연락이 올지 모르니 말입니다.”
“알았소이다.”
아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자신에게도 꼭 알려달라고 당부를 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났음에도 수화기를 붙들고 있던 서우 아버지는 멍한 얼굴로 힘없이 의자로 향했다.
“조폭이라니…… 조폭이라니…….”
허망한 눈빛으로 그저 창밖만 바라본다.
설마하니 이런 일이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금괴를 파는 것이 아니었어. 우리 주제에 무슨…….”
왠지 이 일을 허락한 자신의 책임이 큰 듯해 이내 고개를 푹 숙인다.
점점 자괴감마저 들던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깃든다.
“잠깐! 창고에 들이닥쳤다면 모든 걸 다 안다는 것일 텐데…….”
순간 정신이 확 든다. 창고까지 찾아갈 정도라면 이미 이 가게나 자신의 집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현의 집 또한 알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 이 말은 언제든지 조폭들이 해코지 하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순 불안해진 서우 아버지는 서둘러 우현이의 집 번호를 눌러갔다. 잠시 신호가 울리다 싶더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혹시 서연이냐?”
“예, 아버님!”
“보영이는?”
“조금 전 들어와서 어머님과 음식 중이에요.”
둘 다 들어왔다는 말에 서우 아버지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런 속내를 모르는 서연은 그저 오빠만 찾아댄다.
“근데 우리 오빠한테선 연락 왔어요? 도통 전화를 안 받아서요.”
“잠시 일이 생겨 늦는다고 하더라. 서우랑 같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마라. 그보다 지금 집에 들어갈 테니 문단속 잘하고 있어라. 혹시나 낯선 사람이 문 열어 달라 하면 절대 열어주지 말고! 내 말 알겠느냐?”
“예에…….”
평소와 달리 조금은 강압적인 어투 때문인지 서연의 말투가 떨떠름하다.
“그럼, 이따가 보자꾸나!”
전화를 끊은 서우 아버지는 서둘러 가게를 마무리하고 나섰다.
방 안 가득 비추던 푸른 섬광이 점차 사라지고, 하얀 옷을 걸친 한 사제가 보인다.
이마 가득한 구슬땀과 연신 뿜어지는 거친 숨이 지금 얼마나 많이 힘들어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입안의 단내를 겨우 삼켜가던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레이젠이 물어온다.
“어떤가?”
이마를 슬쩍 훔치며 답을 하였다.
“이제 치료는 다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이분 원래 마법사였습니까?”
난데없는 질문에 레이젠은 갸웃댄다.
“그건 왜 또 묻는 건가?”
“솔직히 말해 이렇듯 치료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린 것은 다 고갈된 마나를 채우느라 그런 것입니다. 이런 증상은 마법사들에게 더러 보이는 것이라 혹시나 마법사가 아닐까 싶어 물어본 것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인 듯 레이젠의 얼굴이 굳어져간다.
“지금 마나 고갈이라고 했나?”
“그렇긴 합니다만 일시적인 데다가 상태도 미약하여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싶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후유증이 있을까 싶어, 축복의 손길을 불러들였으니 우려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수고했네.”
“수고는요. 이번에 기부해주신 종이로 인해 신서(성서와 같다.) 제작이 수월해졌는데 이 정도도 못하면 얼굴도 못 들고 다닙니다.”
아무리 백작령이기는 하나, 특별한 수입 작물도 없는 이곳이다.
거기다 영지민들도 적은 데다가 2년에 한 번씩 몬스터들에게 해를 입는 터라 신전이라 한들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다 보니 신서를 옷에 적어 다니는 일이 빈번했고 이를 안타까워하던 우현이 이번에 신서 제작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종이의 일정량을 떼어 신전에 기부를 했던 것이다. 많은 성력을 소비하느라 제법 피곤했을 텐데 사제의 얼굴에 깃든 미소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