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72
차원상인 072화
“따라와! 형님 있는 데로 안내할 테니 말이야.”
포위하듯 에워싼 그들과 함께 우현과 임동수는 왼편에 있는 조금은 작은 창고로 향했다.
한편, 왼편의 가건물에 숨어서 지켜보던 레이젠은 뒤로 돌아 그들이 향하는 곳으로 조심스레 따라나섰다. 얼마 안 가 작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는 사내들이 지키는 앞쪽이 아닌 뒤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쪽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어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뒷문인 듯싶은 것이 하나 있기에 들어가려던 레이젠은 이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바깥이 허술하다는 건 안쪽에서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말일 터……. 여기보다 다른 곳으로 들어갈 궁리를 해야겠어.”
잠시 주위를 살피는데 시야에 창고 지붕이 들어왔다.
드럼통을 밟고 올라서서는 지붕 한편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몸을 한껏 숙인 채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조심 나아가던 그는 덮개가 뜯어진 창문 하나가 눈에 잡혔다. 저거다 싶은 생각에 서둘러 다가가서는 지붕에 몸을 바짝 붙인 채 고개만 움직여 깨진 유리창 틈으로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사오십 명가량의 사내들에게 에워싸인 우현과 임동수의 모습이 보였다. 건너편을 보니 열 명 정도 되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두 팔을 뒤로 한 채 끈에 묶여 있었다.
‘저 사람이 납치된 이인가 보군.’
주위 상황으로 대충 어떤 이를 구해야 할지 가늠해가던 그때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내가 왔으니 아버님은 풀어주지 그래?”
사내들 사이에서 너무도 당당한 모습의 그를 보며 피식 웃던 백인철이 말을 건넸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지?”
“어차피 원하는 건 나잖아? 괜히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단둘이 합의를 보지.”
“하긴 이쪽이야 네가 가져온 금괴를 판 죄밖에는 없지.”
“그러니까 나랑 이야기하자고!”
검지를 들어 턱을 톡톡 치던 백인철이 내젓는다.
“싫은데! 이 사람이 있으면 내가 많이 유리해질 것 같은데…… 굳이 보내줄 필요가 있을까?”
“보내주는 게 좋을걸! 내가 화를 내기 전에 말이야.”
“네가 화내기 전에 풀어주라고?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푸……풋! 푸하하하!”
백인철을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건 주위에 있던 사내들도 마찬가지다.
“하하하! 이 미친놈이! 지가 무슨 슈퍼맨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한바탕 창고 안에 웃음소리가 흘러간다.
눈가에 맺힌 눈물까지 닦아내던 백인철은 우현을 보았다.
“쯧쯧쯧! 하여튼 요즘 영화나 드라마가 애들을 다 망친다니까……. 아무나 영웅이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드니까 말이야.”
혀를 내차던 그의 시선이 싸늘해져간다.
“이봐! 그만하고 엎드려서 살려 달라 애원하지 그래? 내 생각에는 그게 정확한 수순일 것 같은데 말이야.”
“아버님을 풀어주기 전엔 어림도 없어!”
“그래?”
콧방귀를 뀌던 백인철이 슬쩍 고개를 돌린다.
그의 시선을 받은 사내 하나가 서우 아버님의 등짝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어이쿠!”
일순간 두 무릎이 굽혀지지만 옆에서 붙들고 있는 이 때문에 그저 힘없이 축 늘어져버린다.
“아, 아버님!”
우현이 황급히 나서려 하지만 주위 사내들 때문에 막히고 만다.
그런 그들을 향해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지만 낯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바라본다.
“비켜! 어서 못 비켜!”
막무가내로 물러나라는 우현으로 인해 주위의 공기가 순간 팽팽해진다.
다행히 서둘러 임동수가 나서서 떼어놓지 않았다면 한바탕 싸움이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어이! 겨우 이 정도로 그리 당황해서야 되겠어?”
“네놈이 원하는 게 뭐야?”
서릿발 가득한 시선을 보며 피식 웃던 백인철이 답해갔다.
“별거 없어. 네가 가진 금괴와 그 금괴를 수입한 경로! 그 정도면 될 것도 같은데…….”
역시나 예상했던 것을 요구해오는 그에 우현은 눈살을 찌푸려갔다.
“근데 어떻게 안 거지? 내가 금괴를 취급하는 것을 말이야.”
“그거야 다 아는 수가 있지. 왜, 궁금해?”
“거래하던 사람이 시켰나 싶어서 말이야.”
“황 사장 쪽은 이 일에 대해선 모를 테니 걱정 마!”
순간 우현의 미간이 좁혀든다.
금괴 거래하는 이 중에 그런 사람이 있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백인철이 황 사장을 아는데 정작 그는 이 일을 모른다고? 그럼, 그 말은 황 사장이 이 일을 백인철에게 사주한 것이 아니라, 백인철이 그에게서 나에 대한 정보를 얻고는 몰래 일을 벌였다는 거잖아.’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대략이나마 상황 파악이 되었다. 단 한 가지, 백인철이 어떻게 황 사장에게서 자신의 정보를 얻어냈는지가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굳이 그걸 따질 필요까지는 없었다. 슬며시 시선을 쳐든 우현은 백인철에게 말을 건넸다.
“만약 황 사장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안다고 해도 뭔 문제 있겠나? 고작 해봐야 판매자가 너에서 나로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야.”
“내 말은 그 역시 너처럼 힘으로 뺏을 거란 생각이 안 들어?”
“그땐 돈 받고 줘버리면 되지. 뭘 그리 고민을 하나? 어차피 내 것도 아니었잖아. 안 그래?”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찬동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형님!”
처참하리만큼 구겨진 우현의 낯을 즐기듯 바라보던 백인철이 다시 말을 건네 왔다.
“우리가 긴말을 섞을 만큼 좋은 사이도 아니고, 이제 그만 금괴를 건네지. 안 그러면 여기 있는 이 사람 나 책임 못 져! 무슨 말인지 알겠지?”
슬쩍 돌아간 시선 너머 한 사내가 축 늘어진 서우 아버지의 머리채를 잡아 올려 고개를 쳐들게 한다. 한순간 신음이 흘러나오고, 이에 발작을 하듯 우현이 움직여보지만 임동수에게 잡혀 옴짝달싹 못한다.
“놔! 저 자식을 죽이고 말 거야!”
“참으십시오. 레이젠 님이 나설 때까지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레이젠을 들먹이는 그에 우현은 그저 바드득 바드득 이를 갈아댄다.
백인철이 그런 그를 보며 즐거워하던 그때 돌연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와장창! 쿵!
“뭐, 뭐야?”
떨어지는 유리 조각을 피하며 당혹감을 금치 못하던 백인철의 눈에 바닥에 내려선 한 중년 사내, 레이젠이 들어왔다. 정확히 서우 아버지 앞에 선 그는 허리춤에 찬 쇠단봉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마…… 막아!”
소리쳐 보지만 그 전에 레이젠의 손이 더 앞섰다.
“스콜피온 테일 스피어!”
거친 외침과 함께 빠르게 쏘아지는 쇠단봉이 마치 전갈의 꼬리처럼 서우 아버지를 붙들고 있던 사내들의 전신에 꽂혀간다.
“아악!”
“크으윽!”
각각의 목과 어깨, 팔, 명치, 허벅지에 틀어박힌 쇠단봉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그들을 대신해 레이젠이 서우 아버지를 받아갔다. 삽시간에 정리해버리는 그에 일순 주위가 조용해진다.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없어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자기 부하들이 다쳐서 그런 것일까?
눈가에 불똥을 튀기던 백인철은 거칠게 주위를 보며 외쳐갔다.
“뭐 해? 모두 죽여! 죽이란 말이야!”
이 말을 기점으로 창고 안에 있던 모든 사내들이 우현과 임동수, 레이젠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세 사람 역시 쇠단봉과 건틀렛, 쇠몽둥이를 들고 그들에 맞서 바닥을 울려가기 시작했다.
“이야아아!”
“크윽!”
힘없이 무릎을 꿇어가는 사내의 얼굴 위로 시커먼 발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땅에 나뒹굴어가는 그를 대신해 쇠몽둥이를 든 우현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 새끼 죽여!”
서슬 퍼런 주위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현은 다가오는 이의 발목을 후려쳐 중심을 잃게 만든 후, 비틀대는 그의 얼굴에 재차 내려쳐 바닥에 몸을 눕혔다. 뒤이어 찔러오는 사내의 회칼을 쳐낸 우현은 고개를 젖혔다 상대의 미간에 강하게 내리꽂았다. 얼굴을 에워싸고 비틀대며 물러서는 그를 뒤로한 채 빙그르르 몸을 돌려 뒤로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베어갔다. 두 번 연속 팽이처럼 돌아가는 우현의 몸을 따라 휘둘러지는 쇠몽둥이에 사내들은 힘없이 무너져갔다. 하나,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쇠몽둥이를 휘둘러 전후좌우 할 것 없이 찌르고, 베어간다. 단말마와 함께 또다시 사내 셋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다. 한순간 전방이 뻥 뚫렸지만 곧바로 사내들로 메워져간다. 또다시 쏟아지는 적들에 맞서 우현은 빠르게 쇠몽둥이를 휘둘러보지만 이 많은 이들을 혼자 처리하기엔 아직 그의 실력이나 경험이 많질 않았다.
“끄으윽!”
허벅지로 날아든 쇠파이프에 맞고 휘청대면서도 우현은 찔러오는 회칼을 내려침과 동시에 쇠몽둥이를 상대의 목젖에 힘껏 찔러 넣었다.
“커어헉!”
상대가 채 몸을 눕히기도 전에 쇠파이프 하나가 우현의 어깨를 후려쳤다.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거세게 휘둘러진 쇠몽둥이에 사내 하나가 땅에 쓰러져간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서릿발 가득한 거친 일갈이 귓가를 때린다.
“죽엇!”
홱 돌아간 시선 위로 싸늘한 예기가 흐르는 회칼 하나가 들어왔다.
급한 대로 팔찌를 잡고 마법을 시전해 보려 했지만 그러기엔 때가 너무 늦었다.
‘제기랄!’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는 내뱉던 그때 회칼 든 사내가 갑자기 튕겨나간다.
“괜찮으십니까?”
언제 달려왔는지 임동수가 우현의 등을 맞대고 주위를 훑어갔다.
쇠몽둥이를 쳐든 채 주위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여갔다.
“예! 아직은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임동수의 개입 때문일까? 주위 사내들은 이내 다가서지 못한 채 머뭇대간다. 마치 원방진처럼 빙 둘러진 그들 틈 속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우현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는 거야, 어서 해치우지 않고?”
백인철의 외침 때문일까? 정체되어 있던 공기가 한순간 깨진다 싶더니 사내들이 달려들어 온다. 몸을 틀어 상대의 공격을 피한 임동수는 엄지와 검지 사이 부분으로 목을 쳐갔다.
“커커컥!”
한순간 숨쉬기가 곤란해진 탓인지 회칼도 놓고 목줄기를 잡아간다. 그 틈을 타 상대의 얼굴에 건틀렛을 낀 주먹으로 올려쳤다.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어가는 그의 등을 밟고 허공으로 날아오른 임동수의 발차기가 엎어진 우현을 노리는 한 사내의 면상에 처박힌다.
고통 어린 신음 소리와 함께 얼굴을 감싸 쥔 채 물러서는 그의 허벅지를 로우킥으로 걷어차 땅에 꿇리고는 훅을 날려 쓰러트려 버렸다. 고맙다는 듯 슬쩍 고개를 숙이던 우현은 다시 적들을 향해 날아 들어갔다. 임동수 역시 건틀렛을 쳐들고 다가오는 사내들과 맞서갔다. 그렇게 나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오는 상대를 맞아 싸워갔다.
“크으윽!”
머리를 얻어맞고 상대에게서 막 시선을 돌리려는데 건너편에 임동수를 향해 회칼을 찔러가는 사내가 보인다. 서둘러 아티팩트에 있는 그리스라도 시전해 볼까 싶었지만 그러기엔 때가 너무 늦었다. 팔찌를 부여 쥔 채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돌연 우현의 머릿속에 네 글자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