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73
차원상인 073화
텔레포트.
“텔레포트!”
무의식중에 읊어가던 우현의 눈동자 테두리에 황금선이 둘러짐과 동시에 기묘한 무늬들이 들어차 간다. 무슨 마법진 같아 보이는 그것이 형성되기 무섭게 그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싶더니 임동수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순간이동을 한 듯한 괴이한 광경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사내는 찌르던 회칼을 멈추고 섰다. 우현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다 눈앞에 있는 그를 보고는 서둘러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퍼어억!
이마 밑으로 핏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그를 보며 우현은 어이없어하였다.
‘뭐, 뭐야?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순간이동이라도 한 거야?’
기가 막혀하는 것도 잠시 뒤이어 날아든 쇠파이프에 서둘러 몸을 빼갔다.
그러고는 자신도 모르게 또 한 번 텔레포트를 외쳤지만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질 않았다.
뭔가 잘못됐나 싶던 그때 팔찌를 어루만졌었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티팩트 때문인가?’
혹시나 싶어 아까처럼 팔찌를 만지고 외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에게 달려들어 오는 상대를 피하며 허벅지와 어깨를 빠르게 강타해 쓰러트린 우현은 번뜩 든 생각이 있었다.
‘아티팩트가 아니라 마석 때문인가?’
설마 하는 생각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예비로 가져온 마석 중 하나를 쥐어갔다.
“텔레포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신형이 사라지고 공격해오는 사내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훤히 내다보이는 등짝 위로 쇠몽둥이를 휘둘러 무너트린 우현은 입꼬리를 뒤틀어갔다.
“역시 마석이 있어야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는 거군.”
그뿐만이 아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마석을 쥐는 순간부터 아까 맞은 허벅지나 어깨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거기다 불끈 솟은 근육과 온몸 가득 활력이 넘치는 것이 꼭 스트랭스를 시전한 듯한 기분이 든다.
“왜 이런 능력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석을 손에 쥐는 순간 난 천하무적이 되는 것이군.”
히죽 웃던 그는 새로 생긴 능력을 이용해 싸움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한 사내가 쓰러진다.
문제는 상대가 무너지기 무섭게 우현 또한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 나타나 부하들과 싸우는 그에 백인철은 어이없어하였다.
“저놈 정체가 뭐야? 홍길동이야? 뭐야? 대체 뭔데 저리 잘 싸워?”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상치에 백인철은 얼굴을 구겨간다.
“왜 몰라? 네가 그랬잖아. 전직 영업사원에 불과하다며 싸움 따윈 잘 못한다고 말이야. 근데 저기 어디 봐서 싸움을 못하는 거야? 조폭이 와서 형님 하겠구만!”
“죄송합니다. 저번에 봤을 때 좀 한다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싸움 좀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부르자고 한 거야?”
“죄송합니다.”
답답하다는 듯 백인철은 가슴을 두들겨간다.
“그래, 저놈이야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둘은 누군데 저리 잘 싸우는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보는 인물들입니다.”
“대체 아는 게 뭐야? 뭐냐고!”
버럭 소릴 질러가는 그에 상치의 목이 움츠러든다.
잠시 눈치만 살피던 상치가 말을 건네 왔다.
“형님! 일단, 몸을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뭐? 몸을 피해?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지금은 뒷일을 생각할 때입니다.”
“야, 인마! 청원파에, 불사마귀파까지 총 칠십에 가까운 숫자야! 근데도 도망치란 말이야? 고작 세 명 때문에.”
상치는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
“이러다간 모두 죽습니다. 형님까지 그럴 순 없지 않습니까?”
“이…… 이…….”
어느새 반수가 쓰러진 창고 안을 훑던 백인철의 낯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바르르 떨려오는 불끈 쥔 주먹 아래로 핏방울 하나를 떨어트리던 그는 이내 발걸음을 돌려갔다.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제가 길을 트겠습니다.”
한 차례 끄덕인 상치는 서둘러 앞장을 섰다.
멈춰 서서 재차 주위를 살피던 백인철은 입술을 와락 깨물어갔다.
“우현 이놈! 어디 두고 보자!”
바드득 이를 갈던 그는 상치의 뒤를 쫓아 뒷문으로 향했다.
우두머리가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어느 정도 팽팽했던 전세는 이내 한쪽으로 쏠렸다.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싸움은 점점 그 끝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후, 창고의 모든 이들을 쓰러트린 세 사람은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갔다.
“하아! 하아! 싸움도 할 게 못 되는군!”
철퍼덕 피범벅인 바닥에 앉는 우현에게 임동수가 말을 건네 왔다.
“일단, 돌아가야 합니다. 이 정도로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경찰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맞네! 어서 이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 괜히 머물러 있다 다른 이들이 습격이라도 하면 곤란해지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레이젠까지 동의를 표하자 우현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라? 어라라!”
한순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없다.
휘청대며 무너지는 것을 옆에 있던 임동수가 잡아간다.
“고……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크게 싸웠는데 몸이 남아날 리 없습니다.”
하는 김에 한 팔을 목에 두르고 옆구리를 잡아챈 그대로 우현을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백인철의 금괴 강탈 사건은 창고에서의 일전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고 있었다.
“누군가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시커먼 선글라스를 벗어 양복 안주머니에 넣으며 범우가 물었다.
“누구 차지?”
“차 번호로 보아 우현이란 자의 것 같습니다.”
“그럼, 백인철은 어찌 됐지?”
“앞서 차를 타고 도주했고 청강이가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애들 몇 보내서 청강이 쪽에 합류케 하고 넌 기다렸다가 조용해지면 남은 애들을 데리고 가서 정리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어이가 없군. 대체 어떤 놈들과 싸웠기에 60명을 상대로 세 명이 이길 수 있는 거지?’
통화를 끝낸 범우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면서 책상에 놓인 사장 백인철이란 적힌 명패를 들고 돌아섰다. 그러자 차마 인간 몰골이라고 할 수 없을 듯싶은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반신을 붉게 물들인 그는 얼마나 많이 얻어맞았는지 눈두덩은 둘째 치고 얼굴 전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와 있다.
불쌍하다 못해 애처롭다 싶은 이 사람, 다름 아닌 백인철이었다.
찢기고 부풀어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 사이로 침을 질질 흘리던 그는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떠 자신을 내려다보는 범우에게로 향했다.
“사…… 살려 주…….”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명패가 내리쳐지고 핏물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파파팍!
서너 번은 더 내리치던 범우는 핏물로 얼룩진 양복 상의를 벗어 던졌다.
뒤에 있던 이에게서 새 양복 상의를 건네받은 범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어르신, 모두 정리했습니다. 자료는 수거하는 대로 곧바로 가져가겠습니다.”
“수고했네. 집에서 봄세.”
“찾아뵙겠습니다.”
벽밖에 없건만 그곳에 백파가 있다는 듯 허리를 숙여간다.
통화를 끝낸 그는 슬쩍 시선을 주위로 돌렸다.
“10분 준다. 뒤져!”
허리를 굽히던 사내들은 사무실 구석구석으로 퍼져갔다.
책상과 서랍, 캐비닛, 컴퓨터 할 것 없이 눈에 띄는 것은 죄다 뒤져갔다.
어지러이 풀어헤치는 그들을 뒤로한 채 범우는 밖으로 나아갔다.
딸깍!
수화기를 내려놓는 백파의 옆에 있던 박정숙이 말을 건넸다.
“그리해도 될까요?”
“뭘 말이냐?”
“우현이란 자를 가만히 두는 것 말이에요.”
피식 웃던 백파는 옆에 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그 우현이라는 놈 말이다. 알고 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내 옛 친구 놈의 손주더구나. 원래대로 하자면 마땅히 정리를 해야겠지만 그 친구를 봐서라도 이번만은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다.”
“친……구 손주분이라고요?”
박정숙의 낯에 의아한 빛이 떠오른다.
지금껏 백파의 곁에 있으면서 처음 친구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비정하기로 소문난 백파 님에게 친구가 있었다고?’
여전히 믿기지 않는지 쉬이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웃던 백파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래, 나와는 각별한 친구지. 아주 아주 많이 말이야.”
슬쩍 내려간 시선 위로 탁자에 놓인 서류 한 부분이 들어온다.
조부 장우길, 조모 김미선 자동차 사고로 사망
“안 그런가, 우길이?”
빙그레 웃는 입가에 차디찬 한기가 어린다.
그것도 짙은 살기를 머금은 것이 말이다.
제3-11장
납치 사건이 있은 후, 집에 돌아온 서우 아버님은 사흘간을 끙끙 앓아누웠다.
아마도 정신적, 심적 충격이 몸을 그리 만든 듯싶었다. 그동안 서우 어머님이 서우의 행방과 무슨 일로 저러냐고 물었지만 우현은 아버님이 깨어나면 알려드리겠다는 말만 할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평소 자신들에게만은 거짓말을 안 하는 터라 괜찮겠지 하고 넘어갔다. 친구이자, 동네 의원인 박 의원이 잠시 놀라서 그런 것인지 걱정 말라고 한 것도 한몫하였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흘러 어느덧 일주일째가 되었다.
“으으응!”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던 레이젠은 눈앞에 펼쳐진 방 안 정경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꿈은 아닌 듯싶군.”
벌써 일주일이나 머물고 있건만 그는 여전히 꿈 타령을 해댄다.
그럴 것이 밤이 되어도 환하게 비추는 형광등과 등이 배기지 않고 편하기 그지없는 침대와 의자, 세상의 만물을 보여준다는 컴퓨터와 TV, 아무 때나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휴대전화까지 대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갖가지 신기한 것들이 그를 놀라움에 빠지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어제저녁 나절에 보여준 탑건이라는 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떻게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도 모자라 싸울 수가 있는 것인지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는 우현에게 물었다. 왜 이런 무서운 무기가 있는데도 대륙을 정벌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 질문에 우현은 이렇게 답을 하였다.
대륙과 제가 사는 세상이 다릅니다. 그리고 한쪽이 너무 강한다 한들 함부로 무력으로 짓밟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대륙은 대륙대로, 지구는 지구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는 소리다.
레이젠은 그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우현이란 존재에 대해 공포감을 느꼈다.
그가 한순간 그릇된 생각을 할 경우 대륙은 그야말로 핏물에 젖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경외심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가운데 잠이 들어서 그런지 쉬이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멍하니 있던 그때 우현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일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