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74
차원상인 074화
“덕분에 잘 잤네.”
“그 말은 어머님께 하셔야죠. 형님을 이곳에 머물게 한 건 그분이시니까요.”
그랬다. 레이젠이 처음 온 날 우현은 그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서우 어머님이 여기서 머물라고 하였다. 서우도 없어 적적하다면서 말이다. 그 결과 좁은 우현의 집이 아닌 널찍한 방 침대에서 편히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레이젠은 우현의 말이 맞는다는 듯 끄덕거려간다.
“참! 그동안 깜박 잊고 묻지 않은 것이 있네.”
“뭔지 물어보십시오.”
“일전에 백인철인가 하는 자와 싸우지 않았는가?”
“그랬었죠. 근데 그게 왜요?”
“그 당시 자네가 싸울 때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곤 하던데 왜 그런 것인가?”
잠시 그때 당시를 떠올리던 우현은 이내 피식 웃어갔다.
“그거요! 텔레포트를 써서 그래요.”
“텔레……포트? 그건 순간이동 마법 중에서도 고써클의 마법 아닌가? 자넨 마법사도 아니면서 어찌 그걸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레이젠은 안 믿긴다는 듯 되물어간다.
“저도 그건 잘…… 아! 마석입니다. 마석!”
“마석?”
“예! 마석을 손에 쥐고 텔레포트라고 하면 그리됩니다.”
우현은 호주머니에서 마석 하나를 꺼내 보인다.
까칠해진 턱을 매만지던 레이젠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차원을 넘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텔레포트도 쓸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그것과 텔레포트가 무슨 상관입니까?”
“텔레포트나 차원을 넘는 능력이나 기본 바탕은 순간이동 이것 아닌가? 더 정확히 말하면 차원을 넘는 능력이 텔레포트의 확장판이긴 하지만 말이야. 어쨌든 차원을 넘을 때나 텔레포트를 쓸 때나 둘 다 마석을 쓰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맞는 것 같다는 듯 끄덕여간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만…… 거기에 힘이 강해지거나, 몸이 튼튼해지는 것도 포함이 됩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 당시 마석을 손에 쥐니 스트랭스 마법을 쓴 듯 힘이 넘쳤거든요. 통증들도 사라졌고 말입니다.”
생전 처음 들어본 괴사에 레이젠은 당혹한 빛을 띠었다.
“스트랭스 마법을 쓴 것 같다라……. 내 생전에 그런 일을 듣거나 겪었다는 이를 본 적은 없으나 그거에 대한 답은 나보다는 마법사인 소네스에게 듣는 것이 나을 듯싶네. 아무래도 마법적인 문제인 듯싶으니 말이야.”
“저도 그게 낫겠군요.”
마법사도 아닌데 둘이 마법에 관해 논하는 것은 왠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동의를 표하는 그를 보던 레이젠은 그 당시 어떻게 텔레포트에 대해 알게 됐는지 설명해 달라 하였다.
“그냥 싸우는 중에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그럼, 주문이 떠오른 것인가?”
“아니요! 그냥 텔레포트 이 네 글자만 생각나서 무의식중에 뱉었는데 그게 진짜로 되었습니다.”
“어허! 그것참 기가 막힐 소리네.”
“저도 좀 그렇습니다.”
어이없다는 그에 우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동의를 표한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던 레이젠이 물어갔다.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인데 이곳 사람들은 다 텔레포트를 할 줄 아는 것인가?”
“그런 건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그거 다행이군.”
안심이 된다는 듯 내뱉던 그때 문이 열리며 임동수가 들어왔다.
“사장님!”
우현은 그를 보며 환하게 웃어 간다.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어머님께서 열어 주셔서 들어왔습니다.”
바닥에 앉던 임동수는 답해갔다.
그러냐며 끄덕이던 우현은 재차 말문을 열었다.
“그래, 제가 말한 건 알아보셨습니까?”
“알아보긴 했는데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요?”
“예! 아는 친구가 형사라 백인철과 했던 싸움에 대해 알아봤는데 경찰 쪽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우현은 의아한 눈빛을 자아낸다. 다른 이도 아닌 조폭이 그리 많이 다쳤는데 경찰들이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었다.
“족히 오십은 다쳤습니다. 그 많은 인원이 다 다쳤는데 어찌 경찰이 모를 수 있습니까?”
“사실 경찰 쪽에서도 백인철과 싸우기 전 경기도 인근 약소 조직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포착되긴 했다고 합니다. 근데 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청 윗선에서 그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상층부에서 말입니까?”
“예! 일선 형사들은 그 명령에 반발하는 이도 있었지만 싸움 후, 조폭들이 일제히 잠수라도 탔는지 대부분 행적들이 묘연해져 조사하고 싶어도 포기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우현은 한껏 이마를 좁힌 턱을 매만져간다. 상층부의 압박과 싸움 후 조폭들의 행적이 묘연해졌다는 것이 왠지 신경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 두 가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뒤이어 임동수가 해주는 말 또한 그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참! 헤리엇 론 회사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백인철과 싸운 다음 날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백인철은 제외하고요.”
“주검이면…… 그들 모두 죽었단 말입니까?”
“예! 일단, 범인은 잡혔다고 하는데 그게 좀 이상합니다. 그가 주장하길 백인철이 최근 마약 거래를 하면서 물품 대금을 주지 않았고, 이에 앙심을 품고 사무실로 쳐들어가 보이는 모두를 죽였다고 합니다.”
“백인철이 마약 거래를 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좀 뜬금없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 합니다. 사채꾼을 하기 전에 잠시 동안 마약을 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공교롭지 않습니까? 우리가 싸운 다음 날 사체로 변하다니요. 마침 누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임동수 또한 마찬가지라는 듯 동의를 표해온다.
“저 역시 그리 생각됩니다만 수사는 이미 종결되었다고 합니다.”
“사건이 종결이 돼요?”
“이것 역시 경찰청 윗선에서 그만 마무리 지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현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번번이 가해지는 경찰청 윗선의 압력도 그렇고, 안 하던 마약 거래를 뜬금없이 했다고 하지 않나, 폐공장에서 싸움 후, 갑자기 사라진 조폭들의 행적까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이맛살을 좁힌 채 생각에 잠겨있는 그에게 레이젠이 말을 건네 왔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누군가 손을 쓴 듯싶구나.”
“누가? 왜 그런 짓을 한다는 겁니까?”
“나도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도는 알 듯싶구나. 그건 네가 관련된 사실을 모두 지우려는 것. 대부업체 사람들이 죽은 것도, 폐공장에서 싸운 조폭들의 묘한 행적까지 모두 다 그런 뜻에서 한 것일 게다. 이것을 가지고 짐작하건대 상대는 너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뭔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네가 지금 하고 있다는 금괴 거래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보니 다쳐서 대륙에 있을 때 서우가 금괴 매입자가 벌인 일이 아니냐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그럴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듯싶습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문제는 상대가 자신의 발목을 잡힐까 봐 이리한 것이냐? 아니면 백인철에게 금괴를 뺏게 했다 안 돼서 뒷수습을 했느냐? 둘 중에 하나겠죠.”
“자네 말이 맞네. 문제는 그 두 가지인데 어느 쪽이든 쉽사리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네. 상대는 경찰청 윗선을 움직일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우리가 일련의 사태에 어떤 식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말이야. 그 말은 언제든 수틀리면 우릴 위협할 무기를 가졌다는 말이 되지.”
임동수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동의를 표한다.
묵묵히 듣고 있던 우현은 시선을 들어 올렸다.
“앞으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사태 추이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좋을 듯싶네.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이상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우리의 목을 조르는 꼴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야.”
“저도 그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의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알겠습니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판단토록 하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는 듯 두 사람이 끄덕대던 그때 방문이 열리며 서우 어머님이 들어왔다.
“우현아! 아버님이 널 찾는구나!”
“저를 말입니까?”
“그래, 어서 가보아라!”
자리에서 일어난 세 사람은 서우 어머님을 따라 방을 나섰다. 레이젠, 임동수와 같이 안방으로 들어간 우현은 그간 맘고생이 심했는지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그에 죄송한 맘이 든다. 옆에 든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신 서우 아버지는 우현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근데 서우는 어째 안 보이는 것이냐?”
“사정이 생겨 저 먼저 왔습니다. 조금 있다 올 겁니다.”
“그래?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별 탈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제야 맘이 놓이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근데 이 사람들은 누구냐?”
“제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래?”
서우 아버지는 시선을 들어 임동수와 레이젠을 바라본다.
임동수야 그렇다 쳐도 서양인인 레이젠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든다.
거기다 자신을 구해줄 당시 보인 무술은 마치 이소룡이 서양인으로 태어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잠시 폭력 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의 우현이라면 그런 이와 관련될 리 없을 거라며 이내 내젓고 만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납치됐을 때 들어보니 네 금괴를 노리는 것 같던데 말이다.”
“사실 그들은 제가 거액의 빚을 졌던 대부업체 사람들로 아버님 말씀대로 제 금괴를 노리고 공격을 해왔습니다.”
“대부업체 사람들이 말이냐? 네가 금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찌 알고 그랬단 말이더냐?”
“짧은 시간에 거액의 빚을 변제한 것에 수상쩍다 여겨 조사를 했거나 아니면 금괴 거래를 했던 사람 중 하나가 시켜서 그런 걸 겁니다.”
순간 서우 아버지의 낯이 딱딱하게 굳어져 간다.
그동안 가장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제 어쩔 생각이더냐?”
“정확한 내막을 모르는 이상 당분간은 상황 추이를 살피면서 행동할 생각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서우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은 네 말대로 하는 것이 나을 듯싶구나.”
“저도 그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를 표하는 우현을 보던 서우 아버지는 깜박했다는 듯 되물어온다.
“근데 괜찮겠느냐? 그리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 것 말이야.”
“현재로서는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싶습니다.”
“뭐가 말이더냐?”
잠시 머뭇대던 우현은 아까 임동수에게 들었던 내용을 빠짐없이 설명해주었다.
싸움 후, 행적이 묘연해진 조폭들에서부터 헤리엇 론 대부업체 회사에서 발견된 사체까지 말이다. 묵묵히 듣고 있던 서우 아버지의 얼굴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다가 이내 당혹감으로 물들어간다. 설마하니 이렇듯 예상 밖의 일들이 일어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