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75
차원상인 075화
특히 경찰청 윗선에서 사건을 덮으라고 압력을 줬다는 말에 더욱더 놀랐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서우 아버지는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아까 말한 대로 어쩌면 금괴 매입자가 관련된 일이 맞는 듯하구나.”
“저도 그리 생각은 합니다만 문제는 어떤 의도로 했느냐는 겁니다.”
“그렇겠지. 자신의 비리가 들통 날까 두려워서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한 일을 뒷수습하기 위해 그리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래서 앞으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맞는다는 듯 모두들 고개를 끄덕여간다.
방 공기가 한없이 무거워지던 그때 방문을 열고 서우 어머님이 들어온다.
“여보, 전화 왔어요.”
“누군데?”
“김 사장이라고만 하던데요.”
“김 사장?”
서우 아버지의 이맛살이 좁혀든다. 자신의 주위엔 김 사장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금괴 매입자밖에 없다. 문제는 그에게 알려준 거라곤 휴대전화 번호밖에 없는데 어찌 알았는지 집 전화로 연락한 것이었다. 조금은 굳은 얼굴로 무선 전화기를 건네받은 그는 나직이 말을 건넸다.
“전화 바꿨소.”
“김 사장을 대신해 연락한 백 사장이오.”
“김 사장은 어디 가고 그쪽이 전화한 것이오?”
“사정이 바빠 그런 것이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그러냐며 끄덕이던 서우 아버지가 대뜸 물어갔다.
“근데 말이오. 혹시 대부업체 일에 손을 댄 적이 있소?”
조금 전까지 논의했던 것에 대한 질문이 터져 나오자 주위에 있던 사람 모두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화기 너머 백 사장이란 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하였다.
“헤리엇 론 말이오? 그거라면 신경 쓰지 마시오. 워낙 문젯거리라 언제 한번 손 좀 봐주려 했던 놈이라 이참에 아주 정리한 것이니 말이오.”
“굳이 그쪽에서 손을 쓸 필요가 있었겠소?”
“그게…… 우리 쪽에 약간의 책임이 있다고나 할까나? 매입자 중 황 사장이란 사람이 그쪽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헤리엇 론 대부업체 놈에게 시킨 모양이오. 한데 하라는 조사는 않고 금괴에 눈이 멀어 이번 일을 벌이게 되었다고 하였소. 꼭 그리하라 시킨 일은 아니나 원인 제공을 우리가 했으니 어찌 책임이 없다 하겠소. 그래서 몰래 뒷수습을 하라 일렀소. 물론 우현이란 사람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게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오.”
그제야 모든 상황이 납득이 간 서우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여간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우현은 치미는 궁금증에 참지 못하고 이내 말을 걸어갔다.
“아버님, 어떻게 된 일이라 합니까?”
“이 사람 말로는 일전에 거래했던 매입자 황 사장이란 사람이 우리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헤리엇 론 대부업체 놈에게 시킨 모양이구나. 한데 그 대부업체 사장은 하라는 조사는 않고 금괴에 눈이 멀어 이번 일을 벌이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자신이 시킨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싶어 우리 몰래 뒷수습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간의 의문점이 풀려서 그런가? 모두의 얼굴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표정만은 굳어진 상태이다. 경찰청 윗선까지 움직일 정도로 상대의 권세가 드높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서우 아버지 또한 그러한지 쉬이 말을 뱉지 못하던 그때 백 사장이 말문을 열어갔다.
“참! 거래 말이오. 재개했으면 하는데 언제쯤이 좋겠소.”
“금괴 거래를 말이오?”
“맞소. 금괴 거래!”
머뭇대던 서우 아버지는 잠시 수화기를 떼고 우현에게 물어갔다.
“금괴 거래 언제 하냐고 묻는데 어찌 대답하면 좋겠느냐?”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제가 통화해보겠습니다.”
“네가 말이냐?”
“예! 그러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잠시 바라보다 이내 수화기를 내주고 만다.
“전화 바꿨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것인가?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이내 말을 건네 온다.
“조금 전 하던 이야기가 있으니 마무리 짓게 바꿔주시겠나?”
언성이 좀 높은 것이 심기 불편한 목소리다. 하긴 한참을 기다리게 한 데다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상대를 바꿨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우현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이제부터 저와 이야기하면 됩니다.”
일순 침묵이 찾아든다.
“대체 자네가 누구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제가 바로 금괴의 주인인 우현입니다.”
순간 방 안에 적막감이 밀려온다. 설마하니 우현 스스로가 금괴의 주인이라고 밝힐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건 상대도 그러한지 잠시 조용하던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말이 들려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찾느라 애를 먹었는데 살아 있었구만.”
“주위 여건상 잠시 몸을 숨겨야 했습니다.”
“어쨌든 건강히 잘 있는 듯하니 다행이구만!”
“걱정 끼쳐 드린 점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그나저나 거래는 언제 다시 재개할 것인가?”
“금괴가 필요하십니까?”
“그렇네만……. 왜, 그만두고 싶은가?”
“만약…… 그렇다면 어쩌실 겁니까?”
상대의 생각이 궁금해진 우현은 슬쩍 떠본다.
한데 예상 밖의 말이 수화기 건너에서부터 흘러 들어왔다.
“그럼, 자네 부모 죽음에 대한 진실은 영원히 파묻히고 말겠지.”
순간 멍하니 있던 우현은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네 부모가 당한 교통사고 말이네. 제법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더군. 인적이 드문 산언덕 비탈길 위에 만들어진 도로, 그것도 세 개의 CCTV 중 때마침 고장 난 구간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나, 타살이 의심스러워 조사하던 담당 형사가 돌연히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중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일까지. 누군가 고의적으로 그런 일을 한 것 같아 보이거든.”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들었네. 자네 부모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그 사건의 중요 목격자인 자네는 기억을 잃어버렸고 말이야.”
한순간 우현의 낯이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그럴 것이 부모와 동승하고 있었던 자신이 사고 후유증으로 그 당시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것은 담당 형사와 할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사고 지점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우현이 발견되었고, 타살을 의심했던 담당 형사가 혹시나 우현의 존재를 알고 죽이러 올까 염려되어 할아버지와 상의 끝에 다른 이들에게는 숨기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담당 형사는 사직서를 내고 고향에 내려가다 음주 사고로 죽었고, 할아버지는 돌연 자취를 감춰버려 지금까지도 행방불명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관련자가 아닌 이상 어찌 상대는 자신이 그 당시 사고 목격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의심 어린 눈빛을 자아내던 그는 한없이 차가운 말투로 말을 건넸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뭔데 그런 걸 알고 있지?”
“아까 말하지 않았나? 들었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누구에게 들었는지 어서 말해! 말하라고!”
그렇지 않아도 심상치 않은데 언성까지 높이자 주위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자아낸다.
하나, 우현에겐 그런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여전히 상대에게 소릴 쳐댄다.
“혹시 당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아니야? 그래서 백인철 그 사람을 움직여서 날 죽이려 했던 것 아니냐고?”
“뭐? 고작 어린놈 하나 죽이려고 그런 일을 벌였을 것 같으냐? 천하의 백파가 말이야.”
“백파?”
우현에게서 백파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임동수의 눈이 부릅떠졌다.
“배…… 백파라면…… 사채꾼 백파를 말하는 겁니까?”
사채꾼 백파라는 말에 이번엔 서우 아버지가 당혹감을 금치 못한다.
둘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여긴 우현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 하고는 물어갔다.
“대체 왜들 그러시는 겁니까?”
쉬이 말을 못하는 서우 아버지에 갸웃대던 그때 잠시 메마른 입새를 축이던 임동수가 답을 하였다.
“군대 시절 들은 것이라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만 백파, 그를 두고 암황이라 불렀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아…… 암황이요?”
“예!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또 하나의 존재. 어둠의 제황, 암황. 본래 사채꾼이었다고 하는 그는 경찰, 검찰, 정계, 상계 할 것 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존재라 합니다. 그저 풍문 속에 떠도는 이름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진짜로 존재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상상치 못한 상대의 내력에 우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잠깐! 상대가 진짜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이라면 굳이 날 살려둘 필요는 없잖아. 지금은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나중에라도 되돌아오면 커다란 화근거리가 될 테니 말이야. 거기다 백파 정도면 나 하나 이 세상에서 지우는 것은 일도 아닐 테고 말이야.’
생각하면 할수록 백파는 이 일과 거리가 먼 듯싶다.
난감한 빛을 띠는 우현과는 달리 서우 아버지는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우현아! 아까 네가 왜 그리 성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백파라면 거래를 그만두는 것이 좋겠구나!”
“맞습니다. 그런 이와의 거래라면 끝이 좋지 못할 겁니다.”
임동수 또한 동의를 표하며 나선다.
둘을 보는 우현의 낯에 복잡한 빛이 깃든다.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었다.
거래를 끊어야 이득이 될지 계속해야 이득이 될지 말이다.
전엔 대부분 가죽 사업을 들어 그만두는 쪽이었지만 부모의 죽음에 대한 말을 듣고 나니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나 할아버지의 행방불명 역시 그 일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듯해 더욱 그러했다.
‘상대가 백파인 것을 안 이상 거래를 끊는다 해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아주 대륙으로 가는 것도 좋을 듯싶은데……. 문제는 막상 가려고 해도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어쩐다?’
그렇다. 대륙에서 파는 대부분을 이곳에서 가져가는 데다가 자체 생산품을 만들고 싶어도 형편상 당장 어찌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다 벌여 놓은 일들도 많아 무작정 대륙으로 건너가는 것도 무리인 듯싶다. 거기다 부모님의 죽음과 할아버지의 향방 또한 맘에 걸리고 말이다.
‘그래, 어차피 갈 거라면 대륙에 있는 상단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을 최대한 빼먹고 가자! 부모님의 죽음과 할아버지 또한 찾아보고 말이야. 그러는 편이 훗날을 생각해도 더 이득이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우현은 굳게 닫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좋습니다. 거래를 계속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에서 걱정 어린 말들이 흘러나온다.
“우현아!”
“사장님, 거래를 왜 계속하신다는 겁니까?”
“그래, 우현아! 그만한다 해라. 어서!”
우현은 손을 들어 그들을 자제시켰다.
차츰 조용해지자, 수화기를 들고 물었다.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일단은 들어보기로 하지.”
“첫째, 금괴 파는 일을 2년 동안만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