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79
차원상인 079화
팔짱을 낀 우현은 여전히 적은 숫자에 고심이 깊어진다.
침묵 속에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이내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아무리 특임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적다 생각이 됩니다만…….”
“약간은 그렇긴 하지만 엘레토 님와 필리온 님이 저희 쪽에 지원을 나온 데다가 아까 말한 두 사람만 충원이 되면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 두 사람이 대체 어떤 이들이기에 그리 말하는 겁니까?”
“한 사람은 전 특임대 팀장이고, 다른 한 분은 육본 특작부대인 해오름의 전 기밀 정보 전술관(군대에는 없는 직책입니다.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입니다.”
“육본 특작이요?”
“예!”
순간 우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럴 것이 육본 특작 해오름부대는 육군 통합 특수부대로 군 자체 내 특수부대원 중 최고만이 모여 이루어진 부대라 알려져 있다.
특히나 작전에 따라 인원 구성 자체가 달라지는 그 독특한 형식은 그 어느 나라의 특수부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그럴까? 소속 부대원조차도 부대 구성원이 어찌 되는지 책임자는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할 만큼 철저하게 비밀에 싸여 있다.
한데 그런 곳의 정보 전술관이라니 대체 그가 가진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쉬이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잠시 놓았던 넋을 추스른 우현은 서둘러 물어갔다.
“그런 사람이라면 정부에서 주시하고 있을 텐데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다. 어느 정보기관이나 마찬가지지만 정보 전술관이란 직책이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감시를 받게 된다. 도청은 물론이고, 핸드폰 추적, 이메일 해킹 등 당사자에 관한 모든 것을 살피고 조사를 한다. 이는 일을 하면서 얻은 정부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회사로 끌어들이겠다니 그건 정부의 감시망 속에 제 발로 들어가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이없어 하는 그와는 달리 임동수는 담담한 눈빛으로 말을 하였다.
“솔직히 말씀드려 그분을 포섭하고자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정부의 감시망을 이용해 백파를 견제코자 하는 것이고, 둘째는 위해를 가해올 시 그분이 가진 연줄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피처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그런 것입니다.”
“한마디로 백파를 견제 및 개입을 막기 위해 회사 내로 들이겠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듯하다. 그 정도 사람이라면 나름 연줄이 꽤 있을 것이고, 대부분 높은 직책을 맡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간단히 말해 뒷배가 어느 정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회사 내에 버티고 있으면 백파라도 쉬이 건들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 감시망 또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임동수 씨의 말대로 그분을 포섭해 백파를 견제토록 하죠.”
막상 우현이 찬성을 표하자 이번엔 임동수가 난감한 빛을 띤다.
“근데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대체 어떤 문제를 말하는 겁니까?”
잠시 머뭇대다 이내 답을 해간다.
“정보 전술관님은 이미 동참하시겠다고 답을 해온 상태라 별 걱정은 안 됩니다만 문제는 특임대 팀장님입니다. 워낙 제멋대로 하시는 분인데다가 스스로가 원하지 않으면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면 상관들이 싫어했을 텐데요.”
“그렇긴 하지만 워낙 실력이 특출난 탓에 불만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기곤 했습니다.”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전에 회사 다닐 때 이기적인 성격에 사교성 제로인 사람이 있었는데 영업 능력이 너무나 뛰어난 탓에 다소 불협화음이 생겨도 자르지 않고 계속 다니게 했다. 없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 여긴 것이었다.
‘그때 부장님이 그 사람을 어떻게 했더라?’
그 당시 어떤 식으로 그를 부렸었나 하고 생각하던 우현은 시선을 들어 임동수를 보았다.
“혹시 그 팀장이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게 뭡니까?”
“좋아하는 거라…… 아! 어릴 적 택견을 배워서 그런지 무술 유단자와의 대결을 매우 좋아합니다. 일부러 찾아다니며 대결을 청하기도 했을 정도니까 말입니다.”
“무술 유단자와의 대결을 좋아한다라…….”
순간 우현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를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분에 대해선 제가 직접 만나 뵙고 단판을 짓겠습니다. 또한 추가 지원군까지 데려오도록 하죠.”
“지원군이요? 그럴만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솔직히 생각 못했는데 조금 전 이야기 듣고 떠올랐습니다.”
“혹시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다.”
자못 궁금한지 임동수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피식 웃던 그는 슬며시 고개를 내저어갔다.
“듣는 것보다 나중에 직접 보는 것이 더 나을 듯싶군요.”
눈살을 찌푸리던 임동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습니다. 기다리도록 하죠.”
“더 할 말 있으십니까?”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대륙에 갔다 올 동안 제 여동생들과 서우네 가족을 부탁합니다.”
“마음 푹 놓고 갔다 오십시오.”
한 차례 주억대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끄러미 뒷모습을 바라보는 우현에게 서우가 물어온다.
“근데 그 지원군이라는 게 대체 누구냐?”
“너도 나중에 봐!”
대답을 안 해줘서 그런지 심통이 났는지 입술을 삐죽여간다.
못 말린다는 듯 보던 우현은 더 할 말이 있는 물었다.
“백파 쪽에서 보낸다는 사람. 사흘 뒤, 사무실 오픈할 때 온다고 하던데.”
“그래? 근데 너 어떤 사람이 오는지 알고 있어?”
“자세한 건 모르고 여자라는 것만 알고 있어.”
“여자?”
“어! 그것도 우리보다 어린 아주 젊은 여자로 말이야.”
순간 우현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왠지 자신에게로 보낸다는 사람이 감시자가 아닌 문젯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일 대륙으로 넘어가면 못해도 나흘 정도는 자릴 비울 거야. 그러니까 그 뒤에 오라고 스케줄 조정해봐.”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말은 해뒀는데 혹시 모르니 확인해 볼게.”
“부탁한다.”
웃으며 어깨를 툭툭 치던 그때 품안에서 핸드폰이 울려왔다.
누군가 싶어 꺼내 확인하니 낯익은 번호인 듯싶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누구지?’
갸웃대던 그는 일단 받아나 보자는 생각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야! 얼른 얼른 안 받지?”
얼마나 큰 목소리인지 뒤에 있던 티아까지 깜짝 놀란다.
귓구멍을 만지작대던 서우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물어왔다.
“이 목소리…… 저번에 본 우리인가 하는 여자 아니야?”
“그래, 나다! 근데 어디서 여자, 여자 소릴 하는 거야? 한 대 맞고 싶어?”
“누가 여자 소릴 했다고 해?”
“어쭈! 내가 갖고 있는 폰 녹음되거든……. 한번 들려줄까?”
“끄응…….”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우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만다. 분명히 스피커 통화도 아니고, 일반 통화인데 무슨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를 해댄다.
‘하여튼 목소리 큰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던 그때 우리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참! 네가 준 가죽 신발 말이야. 언제 출시되는 거야?”
“그건 왜?”
“내가 신고 나가서 자랑을 했더니 이런 신발이 어디 있냐고 놀려대잖아. 그래서 이번에 나올 신상품이라고 했더니 모두 안 믿기에 사실 확인 좀 시켜주려고…….”
우현은 기가 차다는 듯 말을 하였다.
“너 자랑질 하라고 상품 출시일 정하는 거 아니거든!”
“사장 친구 둔 덕 좀 보자. 그리고 또 알아? 내가 신고 다니는 것 보고 어떤 여자 연예인이 사서 SNS에 올리지 말이야.”
“헛소리 그만하고 전화 끊자!”
“알려 달라니까!”
빽 소릴 지르는 그녀에 옆에 있던 서우가 애원을 한다.
“그만 시끄럽게 하고 그냥 알려주고 전화 끊어라.”
“그렇지! 최고야! 우리 친구!”
“오빠거든!”
“내 친구의 친구는 친구! 두말할 것도 없어!”
한순간에 개족보 만드는 소리에 서우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그대로 토해낸다.
“야! 그냥 알려주고 끊어! 더는 말 섞기 싫으니까 말이야.”
버럭 소릴 지르고는 뒤돌아가는 그에 우현은 한숨을 푹 내쉰다.
“사흘 뒤, 토요일 아침이다. 됐냐?”
“오케이! 그럼, 나중에~ 봐앙!”
“보기 싫다. 끊어라!”
우현은 더는 말하기 싫은지 통화 버튼을 눌러버린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녀가 말한 ‘어떤 여자 연예인이 사서 SNS에 올린다!’ 것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져올지 말이다. 핸드폰을 품에 넣은 우현은 티아에게 말을 하였다.
“소네스 형님을 부르십시오. 차원을 넘어갈 것이니 말입니다.”
한차례 끄덕이던 티아는 몸을 돌려 나갔다.
홀로 남은 우현은 책상 위를 정리하다 이내 일어섰다.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던 그는 나직이 말을 흘렸다.
“우현아! 또다시 시작이다. 이번엔 제대로 한번 해보자.”
굳게 다문 입술 위로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이다.
‡ ‡ ‡
“저곳인가요?”
우현의 창고 앞에 선 검은색 세단 뒷자리에 탄 여인이 물어갔다.
“그렇습니다. 아가씨!”
그렇다는 말에 여인, 아니 진소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름 전, 돌연 백파가 부르더니 난데없이 우현이란 자의 일을 맡으라 했을 때 그녀는 거절을 하려 하였다. 그럴 것이 해외 거대 기업 간의 M&A를 연달아 성공을 시키며 한국 최고 법률 로펌에서 최연소 부장에 오른 성공한 캐리어 우먼으로 이름이 자자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백파의 입김이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그녀의 탁월한 능력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런 그녀를 돌연 불러다 이런 일을 시키니 맘에 찰 리 없었다. 거절을 표하려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 말이 있었다.
-내게 흥미를 일게 하는 자이다.
지금껏 관심을 둔다는 말은 들었어도 흥미를 일게 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거기다 고위관직이나, 정치계 인물도 아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업사원이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어 일단 일을 맡기는 했는데 정작 그가 소유한 허름한 창고로 와보니 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아!”
재차 한숨을 내뱉던 그때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내, 박형만이 파일 하나를 건넸다.
“전에 아가씨가 말한 우현이란 자에 대한 조사 내용입니다.”
“고마워요.”
받은 파일을 열어 살피던 진소연의 미간이 좁혀들었다.
“중소업체 물건들을 컨테이너로 가득 채우고도 일주일이 멀다고 또다시 채운다고요? 물건을 판 흔적도 없는데도요?”
“예! 현재 우현이라는 자가 산 물품은 10여 종으로 그중 A4용지가 제일 많은데 얼마 전 구매한 것까지 포함하면 약 30톤가량 정도 된다고 합니다.”
“A4용지를 30톤가량 샀다고요?”
“그렇습니다.”
진소연은 살짝 머리가 아파오는지 관자놀이를 매만진다.
“근데 그 많은 물량이 사라졌다는 말인가요?”
“운송업체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채웠던 컨테이너가 항상 비어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그런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