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81
차원상인 081화
맞는다는 듯 상대는 고개를 끄덕여간다.
“제법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기억을 하는군.”
“미안합니다. 제게 사정이 생겨 좀 늦었습니다.”
“그 일이 제법 안 좋은 것인가 보군. 기도가 싹 달라진 것을 말이야.”
사람이 바뀐 듯하다는 말에 우현은 피식 웃었다.
“죽을 뻔해서 그럴 겁니다.”
그럴 것 같았다는 듯 끄덕여간다.
“하긴 그 정도가 아니면 그리 변할 일은 없겠지.”
“근데 태상가주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안에 계십니까?”
“아! 그러지 않아도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네. 어서 들어오게.”
남궁현철은 문고리를 잡아 활짝 열어 보인다.
우현은 고맙다는 듯 한 차례 주억대고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네스와 티아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서자 허름한 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뒤돌아 있는 이가 하나 보였다. 딱 봐도 누구로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태상가주인 남궁조공인 듯싶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몸을 돌려 시선을 이쪽으로 향한다.
모습은 그다지 변한 것 없어 보이긴 한데 기분 탓인가?
왠지 전과는 조금 많이 늙은 듯 보인다. 아마도 그간 마음고생이 커서 그런 듯싶다.
굳게 다문 입술 위로 미소를 띠던 그는 우현을 향해 말을 건네왔다.
“다시 돌아왔느냐?”
“제가 사정이 있어서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남궁조공은 아니라는 내저어간다.
“다시 찾아왔으니 그걸로 된 것이니라. 그보다 일행이더냐?”
시선이 뒤로 향하는 그에 우현은 끄덕여간다.
“예! 태상가주님 말씀대로 이번에 저와 같이 온 이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차림새가 좀 남다르더군.”
“이쪽 세상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우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본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소네스와 티아는 앞으로 나섰다.
“소네스라 합니다. 캐슬이 상단주로 있는 상단의 총관입니다.”
“캐스르? 우현이 아니고?”
갸웃대는 고갯짓에 우현이 부연설명을 해간다.
“대륙에서 부르는 제 이름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남궁조공이 옆에 있는 티아로 향한다.
“티아예요. 상단주님의 호위입니다.”
“역시 기운이 센 것이 절정은 되어 보이더니만 호위였구먼그래!”
“말씀 고맙습니다.”
칭찬의 답례라는 듯 티아는 고개를 숙여간다.
그걸 보며 미소 짓는 남궁조공에게 우현이 말을 건넸다.
“근데 듣자니 세가가 많이 힘들어졌다고…….”
순간 눈살을 꿈틀대간다.
정곡을 찔려서 그런 듯싶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나직이 말을 건넨다.
“다 그놈의 돈 욕심에 그만 눈이 멀어 이리 되었느니라.”
우현은 시선을 쳐들어 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채 다 듣기도 전에 남궁조공이 또 한 번 내저어간다.
“다 노부가 부덕한 것을 어찌 자네 탓이라 하겠느냐?”
“하지만 제가 빨리 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 생각을 했었는지 피식 웃어간다.
슬쩍 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던 그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솔직히 말하면 노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니라. 자네와 거래를 튼 것도 다 그것에 기인한 것이니 말이야. 하지만 어쩌겠느냐? 그러기에 오래전에 가세가 많이 기운 상태였느니라. 자네가 있다 한들 잠시 유보될 뿐 상황은 나아지질 않는다 이 말이니라.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처럼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2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우현에 책망보다는 자신들의 과오를 먼저 들먹인다.
하긴 그 모든 것의 시작은 그들이 먼저 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집안 공기가 무거워졌다 여긴 것인지 남궁조공은 화두를 바꿔갔다.
“그건 그렇고 내 듣자니 저번처럼 물건은 안 가져오고 자네들만 왔다고 하던데 사실이더냐?”
“아! 혹시나 저번처럼 또 가옥을 부술까 싶어 먼저 우리만 왔습니다.”
“하긴 저번에 천휴당 부순 것은 좀 과하긴 했지.”
그때 천휴당이 무너지면서 위패들이 대부분 박살이 나 그걸 수습하느라 한참 골치 아프긴 했다.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는 빛을 띠던 남궁조공은 우현에게 되물어 간다.
“그럼, 물건은 언제 가져올 생각이더냐?”
“그건 지금이라도 가능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럼 됐다는 듯 끄덕여 간다.
“참! 미안하네만 이곳에 상단을 차리는데 큰 도움은 못 줄 것 같은데 괜찮더냐?”
“총관인 소네스 형님을 데려왔으니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제야 왜 총관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우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왔는지도 말이다.
한껏 눈매를 좁히던 남궁조공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갔다.
“노부의 생각엔 우리 세가를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는 듯싶은데 굳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더냐?”
눈을 치켜뜨던 우현의 고개가 들려졌다.
“제게 남궁세가를 파십시오.”
“세가를 팔라? 보다시피 가세가 기울어진 우리 세가가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물끄러미 상대를 보던 남궁조공에서 탄식이 새어나온다.
왜 그가 세가를 찾은 것인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세가의 무력이 탐나더냐?”
한차례 고갯짓을 하던 우현은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려갔다.
“솔직히 말해서 전 무림제일가인 남궁세가의 힘이 필요합니다.”
“어째서인지 물어도 되겠느냐?”
이유를 묻는 말에 잠시 머뭇대는가 싶더니 이내 답을 해간다.
“사실 제가 이곳을 다녀간 지 얼마 안 돼 아는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당해 사경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친아버지로 생각하는 분이 잡혀가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하셨고 말입니다.”
“역시나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더냐?”
순간 우현의 눈살이 꿈틀댄다.
어투가 묘한 것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제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아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스레 관상을 볼 줄 알게 되더구나! 처음 널 봤을 때 얼굴에 사기가 뻗치는 것이 그럴 거라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워낙 기운이 강해 죽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었느니라.”
설마 싶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우현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나 하는 책망이 일기도 했다.
미리 알았다면 일이 벌어지기 전에 대비를 했을 거란 생각에서 말이다.
그런 그의 눈빛에서 속내를 읽은 남궁조공은 슬쩍 말꼬리를 돌려본다.
“그러니까 생명의 위협을 더는 느끼지 않고자 본 세가의 힘이 필요하다 이 말이더냐?”
“그것도 있지만 상단이 제법 커져 지킬 힘이 필요합니다.”
“자신과 상단을 지킬 힘이 필요하다…….”
가슴까지 내려앉은 허연 수염을 매만지던 그가 되물었다.
“흥정을 하려면 제대로 된 값을 치러야 하는 법! 그럼 묻겠느니라! 네게 힘을 빌려준다면 본 세가에 무엇을 줄 생각이더냐?”
우현은 생각 따윈 필요 없다는 단숨에 답을 해간다.
“예전의 명성을 되찾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고작 치른다는 값이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켜 세워주겠다는 것이더냐?”
“그뿐만 아니라 천하제일가가 되게 해드리겠습니다.”
“가세가 기울었다 해도 우린 무림제일가다. 고작 천하제일가라는 말에 회가 동할 거라 생각하느냐?”
기가 차다는 듯 남궁조공은 콧방귀를 뀌어간다.
하나, 우현은 별 내색 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제가 말한 천하제일가란 하늘과 땅이 존재하는 모든 곳의 군림하는 세가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늘과 땅이 있는 모든 곳이라…… 그럼, 네가 말하는 타 차원이란 곳을 말하는 것이냐?”
한 차례 끄덕거린 우현은 부연설명을 해간다.
“여기 티아를 보셔서 알겠지만 다른 차원 대륙에서도 이곳과 버금가는 무술 실력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 모두 남궁세가를 두고 제일가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한마디로 본 세가를 중원 넘어 다른 차원에도 진출토록 해주겠다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순간 남궁조공의 두 눈이 번뜩인다. 솔직히 말해 아까 티아를 봤을 때 놀라웠다.
중원인이 아닌데도 절정 고수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내심 다른 차원의 고수들은 어떨까 생각 중이었는데 이렇듯 그들을 발밑에 꿀릴 기회를 준다고 하니 회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은 흥분한 듯한 자신에 애써 눌러가던 남궁조공이 메마른 입새를 축이며 밖에 대고 소리쳤다.
“세가주! 거기 있거든 어서 들어오시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가주 남궁현철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가 길어지는 듯 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우현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예전에 이야기 듣길 현 무림의 최고수가 다름 아닌 세가주인 남궁현철이라 들었기 때문이었다. 경계심 가득한 그의 눈빛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세가주 남궁현철은 고개를 주억댔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이 아이가 말하길 우리 더러 중원을 넘어 다른 차원에서도 제일가가 되도록 해주겠다는데 네 생각은 어떠하느냐?”
“중원을 넘어 말입니까?”
“그렇다는구나!”
세가주 남궁현철의 시선이 우현을 찾는다. 멋도 모르고 상계에 뛰어들었다가 이 꼴이 되긴 했지만 이미 중원을 제패한 세가를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훑어가던 그는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 왠지 무시하는 듯해 우현은 기분이 나빴지만 장소를 생각해 꾹 참아갔다.
“아버님! 이미 무림제일가인데 그 어디가 우릴 대적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도 그리 생각하는데 이 아이는 그러지 않은 모양이구나!”
“무공을 잘 모르니 그리 생각할 수도 있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더는 할 말이 없는 지 고개를 홱 돌려간다.
조금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 모습에 우현은 피식 웃어간다.
“정말 모르시는 건 세가주님이십니다.”
“본 가주가 모른다고?”
돌려진 시선 위로 싸늘한 한기가 담긴다.
하나, 우현은 별 감흥 없는 웃으며 바라본다.
“세상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이곳 못지 않은 힘을 가진 곳이 많다는 것을 어찌 생각하지 못하는 겁니까?”
“중원보다 더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이냐?”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는 그에 우현은 끄덕거려간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보지 않으면 납득하기 힘드실 테니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슬쩍 돌려진 고개 너머 소네스가 보인다.
난감한 빛이 역역한 것이 상황이 이리 될 줄은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이래서…… 마법 스크롤을 가져오라 한 거냐?’
그제야 우현의 생각한 바를 깨달은 그는 품에 있는 마법스크롤을 찢으며 손을 쳐들었다.
“파이어 볼!”
순간 손 위로 시뻘건 불덩이 하나가 치솟아 오른다.
난데없는 그것에 세가주인 남궁현철은 물론이고 남궁조공까지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