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82
차원상인 082화
특히나 마법이 시전되기 전 사용된 마력이 그들이 흔히 쓰는 내력과 비슷한 기운을 보이면서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치켜든 손을 홱 돌리자 불덩이가 새끼를 치는 것처럼 여덟 개로 늘어난다. 개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불덩이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강도가 더욱더 강해졌다.
눈앞에서 펼쳐진 이 광경에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그들을 보는 소네스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갔다.
‘역시 마법은 써클 빨이라니까…….’
그랬다. 고작 2써클에 불과한 소네스가 이리 많은 파이어 볼을 만들 수는 없다.
다 품에 지니고 온 4써클 마법 스크롤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놀라움과 함께 경계심 가득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우현이 말을 건네왔다.
“형님! 집안 공기가 안 좋은 듯하니 좀 시원하게 해주시겠습니까?”
한차례 끄덕대던 소네스는 쳐든 손을 한쪽 벽으로 향하였다.
그러자 도깨비불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불덩이들이 빠르게 가리킨 곳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집 한쪽 벽이 부서져 내린다.
흡사 절정의 고수가 장력을 배출한 듯한 모양새이다.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란 듯 세가 사람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하나 같이 검을 쳐든 것이 혹시나 싸움이라도 벌어진 줄 안 모양이다.
남은 벽 주위에 남아 있는 불씨들을 보던 남궁조공은 됐다는 듯 손을 내저어갔다.
“됐으니 이만 가보거라!”
“아, 알겠습니다.”
일단 고개는 숙이지만 쉬이 발길이 돌려지지 않는 듯 쭈뼛댄다.
채차 가보라는 말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빼들었던 검을 넣고 밖으로 나섰다.
잠시 후, 집안에 다섯만 남자 남궁조공은 시선을 들어 우현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한 것이 무엇이더냐?”
“마법이라고 마법사들이 쓰는 힘입니다. 여기 소네스 형님이 고써클 마법사라면 더 강력한 마법을 쓰겠지만 능력이 안 되어 이 정도밖에는 못합니다.”
“그럼, 그 고써클 마법사라는 이들은 더 강력한 힘을 쓴다는 말이더냐?”
이 질문은 우현 대신 소네스가 앞장서 답을 해갔다.
“마스터라 불리는 자들은 능히 혼자 성 하나는 흔적 없이 없애 버릴 수 있다 들었습니다.”
“성 하나를?”
아까 본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쓴다는 것도 놀라운데 성 하나쯤은 우습게 지워버린다고 하니 남궁조공으로서는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다 막혀왔다. 황당하다는 빛을 띠던 고개를 내저어갔다.
“마법이라…… 그럼, 이게 내가 말한 힘이라는 것이더냐?”
“그렇긴 합니디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의문을 표하던 그때 우현의 신형이 사라져버린다. 좁혀드는 눈매 사이로 굴러가는 눈동자 너머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분명 내력이 보이질 않았던 우현이건만 이형환위에 버금갈 정도로 빠른 움직임에 남궁조공은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텔레포트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순간 이동이라고 하죠.”
한 차례 미소를 지어 보이던 우현의 모습이 또 한 번 사라진다 싶더니 세가주 남궁현철 옆에 서 있다. 그것도 잠시 또다시 없어지더니 원래 자신이 서 있던 자리로 어느새 되돌아가 있었다. 무슨 홍길동인 양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에 남궁조공과 세가주 남궁현철은 혀를 내둘렀다. 거기다 기척은커녕 내력을 사용한 기운 또한 느껴지지 않아 더욱더 그리하였다.
침묵 속에 있던 남궁조공이 좁혀진 눈매 속의 눈동자를 굴려간다.
“한 가지 물을 것이 있느니라. 네가 말한 그 다른 세상엔 이처럼 기이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느냐?”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말에 푹 숙여진 그에게서 웃음이 피어오른다.
어깨까지 크게 들썩대는 것이 흡사 미친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든다.
“허허허! 아무래도 우리가 정중지와인 듯싶구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이 말이야.”
왠지 더는 두고 보지 못하겠다 싶은 생각에 나서려던 남궁현철의 몸이 멈칫댄다.
여전히 웃고 있는 남궁조공을 보느라 미처 그를 보지 못한 채 우현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순간 웃음이 딱 멈춘다 싶더니 한껏 찌푸린 눈매 위로 들끓는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날카롭다 못해 베일 듯 날이 선 그 눈빛에 부르르 떨던 그때 남궁조공에게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까 말한 것 아직도 유효하더냐? 우리 세가를 천하제일가로 만들어주겠다는 것 말이니라.”
“예, 예! 유효합니다.”
“그럼, 네 말대로 한번 해보자구나! 그 천하제일가라는 것 말이다.”
“고맙습니다.”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해간다. 이렇게 우현은 평생 아군이 될 남궁세가와 손을 잡게 되었다.
제4-3장
“그건 저쪽으로 가야지! 어허! 그 물건은 이쪽이라니까! 제발 정신 좀 차리면서 일하지 못해!”
버럭 성질을 부려대는 소네스를 보며 우현은 피식 웃어갔다.
남궁조공과의 면담 후, 현대로 돌아가 물건을 가져온 그는 소네스를 통해 인근 동굴과 임시로 만든 창고에 쌓아두고 관리토록 하였다. 물론 세가주 남궁현철과 논의를 통해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일임받은 상태였고 말이다.
한편에선 외인의 관섭을 한다며 싫어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라는 명분에 다들 조용히 입을 닫았다. 어쨌든 한결 편해진 일처리는 좀 더 빠른 진행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모두 바쁘구먼!”
흘낏 돌아본 시선 너머 남궁조공이 보인다.
세가를 일으켜 세울 발판이 될 것인지라 신경이 제법 쓰였나 보다.
“오셨습니까?”
대충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한 그는 슬쩍 옆으로 섰다.
“가져온 물건들도 많구나! 참! 이번에 새로운 물품을 가져왔다 하던데 그게 무엇이더냐?”
“아, 저번에 가져온 종이 대신 화선지라고 다른 종이를 가져왔습니다.”
“화선지?”
의문을 표하는 모습에 우현은 뒤에 있던 티아에게서 화선지를 받아 디밀었다.
펼쳐 이리저리 살피던 그는 제법 맘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거려갔다.
“이 정도면 내다 팔아도 될 듯싶구나! 수량은 대충 얼마나 가져온 것이더냐?”
“500롤…… 그러니까 이만 오천 장 정도 가져왔습니다.”
“이만 오천 장이라? 제법 많이도 왔구나!”
“중원이라는 곳이 워낙 넓으니 그 정도는 있어야 할 듯싶었습니다.”
잘했다는 웃어 보이는 남궁조공에게 우현은 회심의 물품을 꺼내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색한지와 무늬한지(한지에 색과 무늬를 넣은 것을 각각 색한지, 무늬 한지라 한다.)와한지였다. 색한지는 살색과 녹색, 두 종류인데 너무나 고아 마치 비단을 보는 듯하였고, 무늬한지는 전통한지에 자그마한 구름과 대나무 문양을 넣은 것으로 보기에도 매우 고급스러운 것이 제법 값이 나갈 듯싶었다. 생전 처음 보는 종이들에 남궁조공을 두 눈을 휘둥그레 떠간다.
“이, 이것이 종이인가?”
“그렇습니다.”
“이 종이는 빛깔이 아주 곱구만! 저 종이에 새겨진 학 문양은 고고한 것이 마치 서생들을 위한 종이 같구만!”
“맞습니다.”
답을 하는 우현의 눈가에 미소가 깃든다. 색한지와 무늬한지라면 대륙의 A4용지처럼 대박 상품이 될 것 같아 일부러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세가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었다. 연신 살피던 남궁조공은 슬쩍 시선을 치켜 올렸다.
“이보게! 괜찮으면…… 몇 장!”
다 듣지 않아도 뭔지 알고 있던 우현은 티아에게서 종이 몇 묶음을 받아 건넸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세가 사람들과 나눠 쓰시라고 준비해 왔습니다.”
“고, 고맙네!”
받기 무섭게 얼른 장삼의 긴 소매 속에 넣는다.
혹시나 종이에 때라도 탈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애지중지 챙기던 그때 남궁세가 총관 남궁천옥이 다가왔다.
“상단주님! 여기 계셨습니까?”
“갔다 오셨어요?”
“예! 생각보다 일이 쉬이 풀렸습니다.”
상대가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상단주라는 이유만으로 남궁천옥은 늘 존칭을 하였다.
부담스럽다며 거부를 했지만 주위 사람들도 그렇고 그도 상단 내 기강이 세워지질 않는다며 부득불 그리하였다. 그 결과 세가 내 가주와 태상가주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누구든 우현을 보면 존칭을 하게 되었다. 밝은 표정의 그를 바라보던 우현은 갔다 온 일에 대해 물었다.
“제게 주신 금덩어리 하나당 금자 다섯 개와 바꿨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금자 이백 냥을 써서 남은 빚인 금자 육백오십 냥에서 제하였습니다. 나머지는 금년 내로 갚기로 하고 채무변제증을 받아왔습니다.”
채무변제증을 받기 무섭게 남궁조공에게 넘긴다.
한자를 잘 모르는 터라 차라리 그에게 줘 확인하는 편이 더 빨랐다.
건네받은 것을 단숨에 읽어 내린 남궁조공은 맞는다는 듯 끄덕였다.
“채무변제증이 확실하구만!”
확인을 받고 나서야 우현은 시선을 돌려 다시 한 번 남궁천옥을 보았다.
“장원은 어찌 되었습니까?”
“때마침 북경으로 올라가는 관리가 머물던 저택이 나와서 제법 싼 값에서 구매를 해두었습니다. 전에 비해 조금은 누추하긴 하지만 규모가 커서 물품들을 쌓아둘 창고를 짓는 데 편할 듯싶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참! 전에 세가에 있던 사람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마침 잘 물어봤다는 듯 남궁천옥은 서둘러 답을 해간다.
“말씀하신 대로 인근에 있는 이들부터 수소문해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고향에 내려간 이도 있고, 가업을 이은 이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딱히 정해진 것이 없는 터라 장원을 여는 즉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해왔습니다.”
“상단은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니 잘하셨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속가 제자 중 표국을 하는 이들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뭡니까?”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남궁조공은 시선을 들어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이 된 가운데 우현은 빙그레 웃어갔다.
“현재 진행 중인 거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저희 상단의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란 것은 분명합니다.”
그랬다. 남궁세가를 나가 중원 곳곳에 퍼진 제자들이 만든 표국들을 하나로 이어 거대한 유통망으로 만들어 이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의 유통이 좀 더 원활해짐과 동시에 더 큰 판매 이득을 올릴 것이 분명했다.
이런 우현의 속내를 알 길 없던 남궁천옥은 그저 앞으로 상단이 일어서기 위한 커다란 계획이 있음을 아는 걸로 만족하였다.
“그나저나 일전에 거래했던 상인들과는 연락이 닿았습니까?”
우현의 물음에 남궁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근에 있는 상인들에게는 만나보았고, 멀리 있는 사람들은 표국을 통해 연락을 넣어 두었습니다. 근데 왜 대금 3할은 물품으로 대신 받는다 하셨습니까? 상인들도 그것에 대해선 다들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방식은 현재 대륙에서 통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상단을 방문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2차 거래를 통해 좀 더 많은 이득을 얻고, 더불어 중원 곳곳에 나는 특산물과 판매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