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83
차원상인 083화
그의 말대로 현재 우현이 추진하고 있는 것들 대부분이 대륙에서 상단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우선, 판로 막혀 힘들어 할 것을 대비해 미리 유통망을 구축하고, 2차 거래를 통해 좀 더 많은 이득을 얻고, 동시에 중원 물류의 흐름을 파악토록 하였다.
세 번째로는 현재 대륙에서 추진 중인 위성창고 및 판매처를 1년 내에 설립하여 좀 더 상단에 판매력을 높이도록 하였다. 이는 중원이 대륙과는 달리 단일 왕국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만약 이곳 또한 대륙과 같았다면 이리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냐며 끄덕이는 남궁천옥의 낯에 놀라움이 피어오른다.
솔직히 우현이 말한 것이 기가 막힌 묘수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그가 방식이라면 능히 중원의 상계가 들썩거리게 만들 것만은 확실했다.
아니, 어쩌면 상인이란 존재 자체를 변화시킬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놀라움 가득한 그와는 달리 우현의 낯엔 뭔가 맘에 안 든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럴 것이 상단이야 대륙에서 했던 것을 밑거름 삼아 진행해 나가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대륙과 중원간의 거래를 어떻게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현대를 통해 물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조만간 대륙으로 터를 잡을 경우를 대비해 대륙과 중원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해두는 것이 좋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깊어지는 고심만큼이나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져만 간다. 상념 속에 빠져 있던 그를 깨운 건 다름 아닌 남궁천옥이었다.
“상단주님!”
“아! 부르셨습니까?”
“뭘 그리 깊이 생각하십니까?”
“그럴 것이 좀 있었습니다. 근데 왜 부른 겁니까?”
“일단, 2달 후에 상인들에게 오라고 하긴 했는데 어떤 것을 팔 것인지 알려주지 못한 것이 걸려서 말입니다.”
홍보 문제가 맘에 걸린다는 말에 우현은 피식 웃어갔다.
“방책이 있으니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조금은 미더운 듯한 모습에 우현은 슬쩍 시선을 남궁조공에게로 돌렸다.
“가주님께 듣자니 황국에 연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필요하느냐?”
“괜찮다면 쓰고 싶습니다.”
손을 들어 허연 수염을 쓰다듬어 간다. 평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그인지라 선뜻 답하기 그런 모양이다. 장고를 거듭하던 그는 이내 우현에게 물어갔다.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물품 좀 황제께 진상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황제에게?”
난데없이 웬 황제냐 싶던 남궁조공의 두 눈이 번쩍 뜨인다.
그의 머릿속에 두 가지 물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혹시…….”
웃고 있던 우현은 고개를 끄덕여간다.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색한지와 무늬한지를 바칠 겁니다. 물론 몇 가지 물건도 같이 보낼 거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 방법은 대륙에 있을 때도 썼던 것인데 효과가 아주 좋아서 이번에도 써볼까 합니다.”
그의 말대로 홍보 역시 대륙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차용하기로 하였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기도 했는데 검증된 것을 활용하는 편이 나을 듯싶어 결국 이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남궁조공도 확실히 이 방법이 황궁에 상단을 각인 시킬 방법도 되고 중원 상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도 할 듯싶었다.
“내 연락을 넣어둘 것이니 그쪽으로 물건을 보내도록 해라!”
“고맙습니다.”
감사를 표하던 그때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 보였다.
티아에게 물어보니 밥이 준비 됐다며 모두 식사하러 간다고 하였다.
마침 속이 출출했던 터라 잘 됐다 싶어 같이 가자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약간 허기가 진다 싶었는데 잘됐구나!”
다른 이들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러 나서는데 한쪽 귀퉁이에서 뭔가를 가지고 열심히 놀리고 있는 한 여인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 하얀 솜 같아 보이는 그것에 우현은 대체 무엇인지 물어갔다.
“명주 말이냐? 요 옆이 강소성인데 지금 한창 목화밭을 일궈 만든 명주가 성행한다고 하기에 우리도 그걸로 돈 좀 벌어볼까 싶어 앞 텃밭에 키웠느니라.”
“그럼, 목화를 키워 옷을 만들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저걸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해서 아주 좋기 그지없느니라.”
‘맞아! 과거 문익점 선생님이 목화씨를 가져와 조선에 전파했다는 말이 있었지.’
주억대던 그의 고갯짓이 멈춰진다. 순간 머릿속에 목화를 대륙으로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양모(양털)와 가죽이 전부인 그곳에 만약 이것을 가져간다면…… 일대 혁신과도 같은 일이 될지도 몰라!’
거기다 목화 재배법이나, 베틀 같은 도구 역시 이곳이라면 능히 얻을 수도 있어 굳이 중원이 아니라 대륙에서도 능히 키우고 만들 수 있을 듯싶었다.
이뿐만 아니라 목화는 단순히 옷감뿐 아니라 목화대는 종이의 원료로, 씨앗은 짜서 식용유로, 찌꺼기는 빨래비누로, 깻묵은 사료나 비료로 쓸 정도로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물론 우현이 이걸 알고 제대로 쓰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가능했지만 말이다. 약간 흥분까지 한 우현은 서둘러 남궁조공을 찾아갔다.
“혹시 이걸로 만든 옷감, 명주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마십니까?”
“그것이…….”
그저 대략적인 것만 아는 남궁조공인지라 쉬이 답을 하지 못한다.
머뭇대는 그를 본 남궁천옥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그 대신 답을 해갔다.
“강소성이 목화 대량 재배지라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만 그건 왜 묻는 겁니까?”
“이것을 가져가 대륙에 팔려고 합니다.”
“대륙에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사이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뒤에 서 있던 티아가 대화 내용을 들고 놀라움을 표한 것이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라 여긴 우현은 씨익 웃어갔다.
“티아 어때? 이거 괜찮을 것 같지?”
“예! 상단주님 생각대로 이런 옷이라면 대륙에서 많이 팔릴 거예요.”
동의를 표하는 그녀에 귓가 솔깃해진 남궁천옥이 물어온다.
“대륙에는 이런 것이 없습니까?”
“그곳에는 목화라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양털과 가죽, 베로 짠 것 왜엔 없어요.”
“베옷? 아직도 베로 옷을 해 입는단 말이더냐?”
어떻게 베옷을 입느냐며 남궁조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그와는 달리 남궁천옥은 목화 자체가 없다는 그녀의 말을 곱씹어간다.
동시에 우현이 왜 대륙에 무명 옷감을 팔겠다고 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상단주님! 대륙에 명주를 얼마나 파실 생각이십니까?”
“명주가 아니라 옷을 팔 생각입니다.”
“옷을 만들어 판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남궁천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명주 한필을 파는 거야 이해가 되지만 굳이 옷을 만들어 판다는 건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옷감은 팔기만 하면 되지만 옷을 만들어 파는 건 옷 제작에 드는 인건비나 여러 가지 부수적인 추가비용이 들어 상황 자체가 달랐다.
한마디로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알고 있다는 듯 우현은 천천히 설명을 해갔다.
“뭐든 자신이 체험해봐야 인정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특히나 옷감 같은 건 직접 옷으로 만들어 입어봐야 알 수 있죠. 즉, 옷감을 가져가 판다해도 사람들이 입어보기 전까지는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거란 말입니다. 그래선 전 옷을 만들어 가서 팜으로써 좀 더 빨리 사람들에게 무명옷에 친숙해지게 할 생각인 겁니다.”
“한마디로 입소문을 내시겠다는 소리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이유가 있습니다. 명주 한 필 팔 때보다 그것을 옷으로 만들어 팔 경우 얻는 이득은 최소 배 이상은 날 것입니다. 그것을 생각할 때 조금 수고가 들긴 하지만 옷을 팔 때가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명주 한 필당 여섯 벌의 옷이 나온다(사실이 아니니 절대 믿지 마십시오.) 들었다. 대충 명주 한 필에 은 다섯 냥이 되고, 명주로 만든 옷 한 벌당 은 두 냥 정도 하니 얼핏 봐도 두 배 이상의 이득이 난다.
거기다 파는 곳이 이곳 중원이 아닌 대륙이라 하지 않는가? 물론 인건비나 추가 제작비용을 따져봐야겠지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듯싶다.
“알겠습니다. 그럼, 옷 제작에 필요한 사람부터 도구까지 모두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근데 비용은 되겠습니까?”
“세가 빚을 제하기 전 소네스님이 금덩어리 몇 개 빼두라 하여 두 개 정도 남겨 두었습니다. 하나당 금자 다섯 냥이니 총 열 냥으로 그 정도 금액이면 아무리 많이 준비한다 해도 돈이 남을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제게 금괴 네 개가 더 있으니 그걸 가지고 명주와 비단 좀 구매해 주십시오. 내일까지 한 오십 필 정도 구했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충분합니다.”
“그럼, 비단 구매를 비롯해서 옷 제작까지 모두 총관님만 믿겠으니 준비 잘 해주십시오.”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 염려 마십시오!”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남궁조공은 슬쩍 앞으로 나선다.
“그만들 일 이야기하고 어서 가자꾸나! 이거 원 배 속이 거지가 되어 죽겠구나!”
“하하하! 태상가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너스레에 한바탕 웃어젖히던 사람들은 그와 함께 식사에 나섰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우현은 세가주인 남궁현철을 만나러 갔다.
현재 그는 무너진 세가의 구성 조직들을 재편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에 하던 이들을 부르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자기 생활을 찾아 그만둔 이도 있고,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세가 내 정보 조직이 밖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으며, 개중에는 조직원의 이름과 능력 등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세가에 있던 이들을 부른다 해도 전에 있던 조직이나 자리에는 앉히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고 결국 개편까지 감행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도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싸 쥔 채 시선을 들어 숙부이자 장로인 남궁중행을 보았다.
“은비각(남궁세가의 정보조직 중 하나)은 살릴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조직원은 물론이고 수집 형태, 작전 진행까지 너무 많이 드러난 상태일세. 괜히 살렸다간 오히려 외부 세력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꼴이 될 것이네.”
“그렇다고 다른 조직에 넣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답답해하는 말에 남궁중행은 백미 밑에 자리한 노안을 굴려 바라본다.
“그러지 말고 그들을 대륙인가 하는 곳으로 보내지 그러느냐?”
“그 말은 상단주인 우현을 따라가도록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내 듣자니 그는 한 버려진 땅의 성주가 됐다고 하더구나. 그래도 상인이니 영지를 운영하는 거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무력 키우거나 사용하는데 여러모로 힘들 것이다. 특히나 정보 조직의 경우 경험이 없는 자는 만들기 힘들 것이니 차라리 세가의 사람들을 보내 구축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