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84
차원상인 084화
묵묵히 듣고 있던 세가주 남궁현철이 고개를 치켜든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남궁중행은 흠칫 놀랐다.
시선 속에 담긴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버님이 그러라 하신 겁니까?”
한기 돋친 말투에 남궁중행은 그가 대충이나마 알아차린 것을 알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이내 한숨을 지어갔다.
“형님이 이번 일을 왜 받아들인 것인지 아는가?”
“저도 그 점이 좀 의아합니다. 그 세가를 팔겠다 말할 당시 아버님이 왜 저더러 가만히 있던 것인지 말입니다.”
그랬다. 우현의 말에 받아들이기 전 나서려는 그가 머뭇댄 것은 다 남궁조공이 보낸 전음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본 태상가주에게 부여된 창천령을 써 지금부터 세가주의 그 어떤 발언 및 행동도 불허하니 그리 알도록 하게!]이렇듯 창천령(태상가주 또는 장로원주이 쓸 수 있는 것은 딱 한 번 현 가주에 대해 제재 및 행동을 제한시킬 수 있다.) 통해 제한한 탓에 그는 세가가 팔리는 데도 아무런 말도 못하였던 것이다.
나중에 그리한 연유에 대해 물어봤지만 남궁조공은 묵묵부답인지라 지금껏 벙어리 냉가슴인 양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가주 남궁현철을 보던 남궁중행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형님은 허울뿐인 무림제일가 되기보다는 성화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이 되길 원하시네. 즉, 세가가 아닌 중원을 넘어 차원을 지배하는 대제국이 되길 원하시는 것이지. 그러기 위해선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기에 형님은 우현을 받아들인 것이네.”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내 듣자니 우현이란 자에겐 대륙에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력도 어느 정도 있고 말입니다.”
“나도 그리 들었네만 형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 세가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알고 있네. 그렇지 않다면 빚덩어리인 세가를 굳이 사려고 들었겠는가? 그만큼 약하니 그것을 보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잠시 생각에 잠기던 세가주 남궁현철은 이내 고개를 내젓고 만다.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나 그렇다고 납득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그의 발밑에 있는 꼴인데 세가의 후대를 생각하면 그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염려 가득한 그의 말에도 남궁중행에게선 별다른 빛이 없다.
마치 이쯤은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라는 듯 태연하기까지 하다.
“태상 가주님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네. 우리가 뿌리가 되면 된다고 말이야.”
“뿌리가 된다? 설마…….”
“자네 추측대로 형님은 그 우현이란 자와 세가를 합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네. 즉, 그를 품어 세가 사람으로 만들 생각인 것이지.”
남궁중행의 고갯짓을 보는 그에게 탄식이 인다.
설마하니 우현을 세가로 들일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나, 한편으로는 이리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여겨진다. 바닥까지 내팽개쳐진 무림제일가의 명성을 끌어올리고 중원 위에 군림하기 위해선 우현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아군으로서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선 아예 세가 측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묵묵히 있던 세가주 남궁현철의 시선이 남궁중행을 찾아갔다.
“세가 품에 끌어들인다 하셨는데 어떤 방법으로 그리하실 생각이랍니까?”
“형님은 남궁운혜와의 혼례를 생각 중이라고 하더구나!”
“운혜를 말입니까?”
“그렇네.”
가세주 남궁현철의 차녀인 남궁운혜는 어릴 때부터 현명하고 그 미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또한 무공 솜씨도 후지기수에서 용봉십수에 들 정도로 빼어나 일찍이 무림 삼대 미녀로 통하기도 하였다.
물론 세가 측으로 봐서는 그런 훌륭한 딸을 우현과 맺어지게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혼례만 올리게 된다면 그 후 모든 것은 세가의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남궁운혜를 떠올리고 있던 그때 문이 열리며 안으로 우현이 들어왔다.
“세가주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남들보다 좀 일찍 했네. 그보다 어서 앉게!”
자리를 그에 슬쩍 고개를 숙여보이던 우현은 의자에 몸을 얹혔다.
“그나저나 총관에게 들어보니 명주와 비단을 사가지고 가려 한다고 들었네.”
“예! 대륙에는 아직 명주나 비단 같은 고급 옷감은 없어서 그리하려고 합니다.”
“하긴 명주와 비단 정도 되는 물건은 어딜 내놔도 좋은 물품이긴 하지.”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세가 사람들이 따라주는 뜨거운 물에 우현은 품에서 꺼낸 커피를 탄다.
다른 사람들 몫도 타서 주자 모두 손에 쥐고 한 모금 한다.
“요상한 물건이구만! 처음 그저 쓴 물에 지나지 않은 듯싶었는데 마시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생각을 좀 더 깊게 해주곤 하니 말이야.”
“그래서 저도 사색을 할 땐 이것을 먹곤 합니다.”
빙그레 미소 짓는 우현에 마주 웃던 세가주 남궁현철이 말을 건넸다.
“참! 그러지 말고 식량도 좀 사가지 그러나?”
“식량이요?”
“최근 몇 년간 풍년인지라 곡물창고에 쌓아둔 쌀들이 모두 썩어가고 있네.”
“쌀이 그리도 많습니까?”
우현은 전혀 몰랐다는 듯 되물어간다.
“그렇다네. 너무 많아서 쌀값이 거의 폭락을 하다시피 했다군. 나라로서는 재정이 풍족하니 좋을 순 있겠지만 농민들로 보자면 그만큼 힘든 일도 없지.”
“그거 잘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영지에 식량이 많이 부족했는데 여기서 사가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듯싶습니다.”
십 년 묵은 체중이 내려간 듯 환한 빛을 띠어간다.
그런 그에 도움이 돼서 다행이라며 세가주 남궁현철이 말을 하였다.
감사하다며 주억거리던 우현은 뒤에 있는 티아에게 말해 총관 남궁천옥더러 명주와 비단과 더불어 식량을 매입토록 전하라 하였다. 잠시 후, 세가 사람을 통해 알린 티아가 곁으로 되돌아오자 우현은 깜박했다는 듯 물어간다.
“참! 절 찾으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다른 게 아니라 자네가 대륙에 데려갈 사람들 중 은비각 출신 사람들을 보낼까 해서 그러네.”
“은비각 출신이요?”
자못 궁금한 듯 물어오는 그에 세가주 남궁현철은 찬찬히 설명해갔다.
“본 세가는 두 개의 정보조직이 있네. 하나가 월은각이고, 다른 하나는 은비각으로 흔히 은운쌍각이라고 하지. 근데 이번에 세가가 분열이 되면서 은비각에 소속된 이들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되는 일이 발생했네. 세가를 위해 음지에서 일했던 이들인 만큼 어떻게든 거두고는 싶으나 정보 수집을 전적으로 했던 이들이라 무력이 약한 이들이 많아 창천대나, 멸천대에 보내기도 그렇고, 일반 식솔로 두자니 가진바 능력이 너무나 아깝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대륙에 그들을 데려가는 것이 어떻겠나?”
“은비각인가 뭔가 하는 정보조직 사람들을 말입니까?”
“자네도 상인이니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네. 근데 그 정보라는 것이 단순이 상인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닐세. 나라를, 세가를 운영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네. 그건 앞으로 하임이트라는 영지를 다스리게 될 자네 또한 마찬가지일세. 문제는 정보수집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아니라는 것이야. 조직을 꾸리는 것도 힘들지만 그 조직에서 활동할 사람들을 키우는 것도 만만치가 않네. 하지만 우리 측 은비각 사람들이 간다면 정보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을 걸세. 그간 정보 조직으로써 쌓아온 경험들이 있으니 말이야.”
묵묵히 듣고 있던 우현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정보가 가진 힘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도 명장이라 추대되는 한니발 장군은 정보와 첩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기로 유명하였으며 그걸 바탕으로 알프스 산맥을 넘어 공격을 하는 등 적이 전혀 생각지 못한 전술로 승리를 이끌었다.
이렇듯 정보가 주는 힘이 어떤가를 고려할 때 앞으로 영지를 다스릴 신임 영주로서 정보조직을 운영은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보 상인들에게 정보를 얻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사람을 키우자니 능력이 없어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렇다면 가주님의 말씀대로 은비각 출신 사람들을 데려가 그들을 바탕으로 정보조직을 꾸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맘을 굳힌 우현은 시선을 들어 세가주 남궁현철을 보았다.
“그리하십시오. 아직 기반이 약한 대륙 상황을 볼 때 그편이 나을 듯싶습니다.”
“은비각 문제도 해결됐으니 이제 남은 건 대륙에 갈 제자들인데…… 내 생각이네만 천랑대 사람들을 보낼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천랑대요?”
앞서 말한 창천대와 멸천대가 아닌 다른 이름에 우현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혹시나 자신과 갈 사람들을 무공이 약한 이들을 뽑아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읽기라도 했다는 듯 세가주 남궁현철은 천랑대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갔다.
“남궁세가의 무력대는 세 개가 있네. 대검진을 형성해 싸우는 창천대와 절대적인 무공실력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는 멸천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림보다는 군부의 성격이 강한 천랑대가 있네. 앞서 설명한 대로라면 멸천대 대원들을 자네에게 붙이는 것이 맞을 것이나 이곳이 아닌 대륙에서 그것도 넉넉지 않은 적은 인원으로 어떤 임무든 성공해내야 하는 악조건을 염두에 둘 때 군부 성향이 강한 천랑대가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이 드네.”
듣고 있던 우현도 그의 생각에 동의를 표하였다. 대륙의 경우 용병들이 판치는 그야말로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즉, 일반적인 무림인보다는 군부 성향이 강한 이들이 가는 것이 더 옳다는 말이 된다.
“세가주님의 말씀대로 천랑대 대원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더 나을 듯싶습니다.”
“자네가 동의한다니 다행이군. 그럼, 열흘 안에 일차로 갈 은비각 출신 사람 두 명과 천랑대 출신 두 명, 총 넷을 선별토록 해놓겠네.”
“참! 그 전에 일전에 말한 종속의 인을 찍어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 점 역시 감안하고 뽑을 것이니 걱정 말게.”
“고맙습니다. 가주님!”
서로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한 덕분일까? 둘은 손에 든 잔을 들어 보이며 웃어간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점점 하루가 저물어갔다.
제4-4장
이틀 후, 남궁천옥이 구해준 명주와 비단에 덤으로 목화씨 백 개까지 챙긴 우현은 대륙에 넘어가기 전에 현대에서 물품을 챙기기 위해 일찍부터 여장을 꾸렸다.
어차피 있는다 해도 상단 구성 단계인지라 그다지 도움이 될 건 없었다. 특히나 소네스가 남기로 한 터라 더욱더 그랬다.
남궁조공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우현은 곧바로 빈 컨테이너 박스를 가지고 티아와 돌아왔다. 그리곤 사전에 채워둔 컨테이너 박스를 가지고 다시 대륙으로 넘어갔다.
얼마 전에도 왔건만 천장에 걸려 있는 마법등이 정겹기만 하다. 기분 좋게 창고를 나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레이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