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85
차원상인 085화
“중원이란 곳에 다녀온 일은 잘되었는가?”
우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한다.
“예!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렸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가기 전 소네스가 많이 걱정했었는데 말이야.”
“그랬을 겁니다.”
능히 그랬을 거라며 답을 한다.
슬쩍 주위를 살피던 레이젠이 되물어온다.
“소네스가 안 보이는군. 중원에 남은 건가?”
“저보다는 소네스 형님 쪽이 남는 것이 더 나으니까요.”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동의를 표하던 레이젠은 물건 가지러 들어가는 일꾼들에게 문가를 내주고는 우현과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그동안 상단 운영에 별문제는 없었죠.”
“헤일러가 잘해주고 있어서 그런지 특별하게는 없는 걸로 아네.”
“그럼, 치안 쪽은 어떻습니까?”
“차츰 호위대와 상단 용병들 사이가 안정이 돼서 그런지 치안 역시 별문제는 없네.”
“그거 다행이네요.”
우현은 한 차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최근에 물품만 주고 돌아가기만 해서 신경을 제대로 못 썼기 때문이었다.
“참! 호위대 규모가 커진 걸로 아는데 얼마나 커진 겁니까?”
“꾸준히 인원을 보충해서 현재는 약 팔십 명가량 되네. 그중 반이 훈련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만간 상단으로 복귀할 테니 호위대의 힘이 더욱더 강해질 것이네.”
“그렇게 호위대가 늘어난 것에 대해 여타 용병에게서 별말은 없습니까?”
“원래대로라면 그래야 하는데 몬스터들의 출몰이 줄어들면서 토벌전에 나서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네. 부족해진 일자리 탓인지 호위대에 들어오려는 인원들이 많아져 그다지 큰 말들은 없네.”
“하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이들이니 크게 뭐라 할 순 없겠군요.”
뭔 말인지 알겠다는 듯 주억대간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레이젠은 깜박했다는 말을 건넸다.
“참! 요 며칠 영지 관리들이 상단으로 찾아왔네. 아무래도 넉 달 뒤 즉위식이 거행되면 자넨 이곳 영지의 영주이니 현황 보고 겸해서 인사하러 온 듯싶네.”
그러냐며 끄덕이던 우현의 고개가 홱 돌려진다.
“넉 달 뒤에 즉위식을 합니까?”
“그새 까먹었는가?”
핀잔에 우현은 뒷머리를 긁적댄다.
“그게 아니라…… 시간이 너무 빠르다 싶어서 그렇습니다.
“화살보다 더 빠른 것이 세월 아니던가?”
“그렇긴 하죠.”
답을 하는 우현의 낯이 찡그려진다. 모양새로 보아 짜증이 한가득인 것이 심기가 불편한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즉위식을 하는 곳이 다름 아닌 왕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레조스 왕이 부득불 우겨서 그런 것으로 명색이 후작인데 영지에서 초라하게 즉위식을 하는 것은 왕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반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동물원의 원숭이 꼴이 되게 생겨서 그런 것일까?
유독 즉위식 이야기만 하면 심기가 불편해져서 오만 가지 인상을 쓰곤 했다.
“그때 형님도 같이 가실 거죠?”
“이를 말인가? 소네스는 물론이고 네시아까지 가겠다면 난리도 아니네.”
“네시아까지 가면 가는 길이 제법 재미있겠네요.”
즐거워하는 그에 레이젠은 피식 웃어간다.
“재미있을 겨를이나 있겠는가? 어차피 게이트 타고 가면 금방인데 말이야.”
“그도 그렇겠네요.”
뒷머리를 긁적대는 그에 레이젠은 절레절레 흔든다.
“어쨌든 영지 관련 서류들을 서재에 두었다고 하였으니 살펴보도록 하게!”
“근데 관리들은 서류만 놓고 간 겁니까?”
“아닐세. 한두 시간쯤 후면 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렸다 한번 보도록 하게!”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이젠 상단뿐만 아니라 영지도 신경 써야 하니 말입니다.”
“자네 말이 맞네!”
어느덧 저택에 도착한 우현은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레이젠을 보냈다. 하인들의 인사 속에 안으로 들어간 그는 일단 시원하게 한바탕 샤워를 하고는 자신의 일터인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양 옆으로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아마도 레이젠이 말한 영지 관리들이 보라고 놔두고 간 것들인 모양이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책상 앞에 서류를 본 지 한 십 분쯤 됐을까?
긴 한숨이 토해진다 싶더니 오 분에 한 번꼴로 줄기차게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정리된 장부나 서류는 하나 없고, 듣는 것마다 부족하다, 모자란다, 할 수 없다, 능력이 없다 등등 온통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영지는 제대로 돌아가는 게 있긴 한 거야?”
답답함에 또다시 한숨을 내쉬려던 그때 문이 열리며 하인이 들어왔다.
“영지 관리분들이 오셨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오긴 했지만 잘 왔다 싶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서류들이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들이라는 말에 하인은 밖으로 나가 네 사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한껏 움츠린 몸에 우현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한 차례 몸을 떠는 것이 무서운 괴물을 보고 놀라는 듯하다. 아무래도 우현의 신분이 후작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듯싶다.
‘계급이 깡패라니까…….’
절로 새어나오는 한숨을 감추지 못한 채 우현은 인사를 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영주, 릭 캐슬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집행관 오헨입니다.”
“서기 마틴입니다.”
“서기 핀리입니다.”
“서기…….”
줄줄이 바닥에 내려서 고개를 바닥에 처박는다.
이젠 지겹기까지 한 우현은 서둘러 일으켜 세워갔다.
“뭐하는 겁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예에? 예예!”
화들짝 놀라하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또 한 번 바닥에 엎드리면 그땐 화낼 테니 절대 그러지 마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신임 영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듯싶다는 생각에 오헨은 살포시 앉아갔다.
소리라도 날까 조심하는 그에 우현은 언제 한 번 과례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생각했다.
매번 이런 식이면 불편해 어딜 나돌아 다닐 수 없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네 분이 오신 걸 보니 혹시 책임자들입니까?”
일순 그들 사이로 눈치가 오간다.
이건 뭔가 싶던 그때 오헨이 답을 하였다.
“사실…… 저희가 전부입니다.”
“예에? 한 영지의 관리가 고작 넷이란 말입니까?”
“그게…… 영지 재정문제로…….”
순간 손을 들어 이마를 짚어간다. 아무리 영지 재정이 안 좋다고 해도 행정관이 고작 넷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끈지끈대는 머리를 만져가던 우현이 오헨을 보았다.
“근데 어째 낯이 익은 것 같습니다.”
“아, 그건 제가 영주관 집사이기 때문에 오다가다 만나셨을 겁니다.”
“영……주관 집사라구요?”
“예! 옆에 있는 핀리는 여기 영주관 주방장이고, 마틴은 정원사, 월터는 마부입니다.”
“아까 분명히 행정관에 서기라고…….”
“재정문제 때문에…….”
영지 행정관이 고작 넷에다가, 겸직까지.
기가 막혀 절로 말문이 딱 막혀버린다.
고개를 흔들어 멍해진 정신을 되돌린다.
“그럼, 하녀나 하인은 없습니까? 저번에 타국 상인들 왔을 때 보니까 있던 것 같은데…….”
“영주관 인근에 사는 주민들더러 와서 일을 하고 품삯을 받아가라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주관엔 눈앞에 있는 네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다 재…….”
“……재정문제 때문이라고요…….”
“예!”
뒷말을 빼앗긴 탓일까?
오헨은 조금은 뻘쭘한 듯 뒷머리를 긁적댔다.
‘뭔 영지가 이래?’
이젠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또 한 차례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시선을 서류 쪽으로 돌린다.
차라리 일 이야기나 하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영지에 대해서 잘 몰라 몇 가지 묻고 싶어서 그러니 최대한 아는 한도 내에서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여기 보니 영지민들의 주식은 밀과 감자라 들었습니다. 대충 한 달 소비량이 얼마나 됩니까?”
질문을 받기 무섭게 핀리가 앞으로 나선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대충 감자 삼분지 일 포대 정도 될 겁니다.”
“뭐, 뭐라고요? 한 집이 한 달 먹는 게 고작 감자 반 포대도 안 된다는 말입니까?”
우현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무슨 북한도 아니고, 설마하니 한 가정이 한 달 먹는 게 감자 반 포대도 안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상단 사람들과 여관, 주점 같은 곳이야 임금이 높거나, 용병들의 이용으로 어느 정도 돈 벌이가 되지만 대부분의 영지민들은 수입이 턱없이 낮아 감자 반 포대도 감지덕지입니다.”
“그렇다고 쳐도 한 달에 감자 포대 삼분지 일이면 너무 적은 거 아닙니까?”
“원래는 반 포대 정도 되는데 지금부터 아껴 먹지 않으면 올 겨울까지 먹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럼, 1년 동안 감자 네 포대로 버틴단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우현은 못 믿겠다는 듯 아까 본 서류의 한 구절이 생각나 이리저리 뒤져 펼쳐 앞에 놓았다.
“잠깐! 여기 서류에 따르면 750여 호 중 농사를 짓는 이는 삼백여 호로, 생산량은 밀 천 포대, 감자는 약 삼천 포대 정도 된다고 하던데 그 정도면 몬스터 출몰하는 1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는다 해서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싶습니다만…….”
오헨은 아니라는 고개를 내젓는다.
“영주님이 농사를 짓는 법을 몰라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씨를 뿌리고 농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간 몬스터들이 드나들면서 논밭을 엉망으로 해놓기 때문에 그걸 정비하는 것만도 반년 가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럼, 농사는 고작 1년. 한 번밖에 못하는 겁니까? 3년 동안 말입니다.”
“죄송하게도 그렇습니다.”
우현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만다.
몬스터가 출몰하는 1년간은 농사를 못 짓고, 그나마 나타나지 않은 2년 동안 반년은 농지 정비하고, 나머지 1년 반 동안 딱 한 번 경작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1년 동안 농사해 번 것으로 3년간 먹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제껏 다들 굶어 죽지 않고 버틴 게 용하네.’
스스로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 듯 내뱉는다.
극심한 식량난 때문일까?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러가던 우현은 펠른에게 물어갔다.
“제가 알기론 상단에서 사람들에게 식량을 싸게 팔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사서 먹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그럼, 돈이 없어서 못 먹는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식량이 없다고 해서 싸게 줬더니만 이젠 돈이 없어서 못 사먹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에 그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멍하니 있던 우현은 말이 되냐는 듯 되물어갔다.
“내가 알기론 세금도 받지 않는 걸로 아는데 왜 돈이 없다고 하는 겁니까?”
서로를 바라보며 머뭇대던 그때 중 서기 핀리가 슬쩍 나선다.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못 받는 겁니다.”
“못 받는 거라고요?”
“영지 특성상 특별히 돈 벌 수단이 없는지라 대부분 자급자족해 사는 성향이 강합니다.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살림 형편에 식량을 사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거기다 몬스터가 출몰하는 1년 동안 집을 떠나 영주성에서 갇혀 살아야 하는데 이때 쓰는 돈이 많다보니 영지민 대부분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세금을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