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86
차원상인 086화
어쩐지 상단 일을 할 사람들을 구한다 하면 구름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든다 싶더니만 다 이런 이유에서 그런 모양이었다. 씁쓸해지는 입맛에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만다. 잠시 서류를 들어다 보던 우현은 이상하다는 빛을 띠었다.
“여기 보니 영지민이 거주하는 곳이 영주성에서 고작 5야르(대륙에선 km를 야르라 칭한다.) 안이라고 하는데 이유가 뭡니까?”
“그건 몬스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몬스터 출몰은 고작 1년뿐이 아닙니까? 몬스터가 없는데 굳이 영주성 근처에 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만 몬스터들이 물러갔다고 해서 아주 간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영지 곳곳에 터를 잡고 있어 영주성에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용병을 써서 몬스터들을 완전히 토벌을 하면 될 것 아닙니까?”
머뭇대던 행정관인 오헨이 나지막이 답을 해간다.
“그것이 영지 재정 문제로…….”
“또 돈이 없어서 못한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이없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납득이 된다. 몬스터들을 막느라 용병들에게 워낙 돈을 쏟아붓다 보니 영지 재정이 구멍이 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남은 몬스터들을 처리 못해 또다시 출몰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이거 영지를 반납하고 중원으로 뜰까? 차라리 그편이 맘 편할 듯싶은데 말이야.’
중원을 들먹여 보지만 이내 곧 맘을 접고 만다. 그쪽에도 남궁세가가 깔아둔 빚부터 까야 하는 형편이라 이곳과 별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돈 들어갈 일이 많아지겠다며 우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만다.
“일단, 상단에 말해 가지고 있는 식량을 풀라고 해둘 것이니 영지민들에게 받아가라 일러두십시오. 부족한 식량은 차후에 또다시 지급할 것이고 말입니다. 세금 또한 영지가 정상화될 때까지 받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하고요.”
“알겠습니다. 영주님!”
주억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우현이 대뜸 물어갔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뭐부터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네 사람은 서로를 보며 지금 한 말이 뭔 의미인지 해석하려 들었다.
점점 길어지는 시간에 보다 못한 우현이 부연 설명을 해간다.
“영지의 문제 중에 어떤 걸 먼저 해결해야 한다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던 오헨이 조심스럽게 답을 해갔다.
“제 생각엔 일단 영지 수복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지 수복이요?”
“사실 영지엔 놀고 있는 땅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랬다. 하임이트 영지의 총면적은 약 1870캬르(대륙에선 캬르가 km2이다.)로 한국의 중심지 서울 면적(605.25km2)의 약 3배가량 되지만 그중 테이페 산과 엘케비노 산맥이 655캬르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 면적은 1215캬르 정도가 된다. 문제는 현재 영지민들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고작 50캬르 정도로 무려 20배나 가까운 땅이 놀고 있는 실정이었다.
서류를 살피던 우현은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갔다.
“그러네요. 확실히 놀고 있는 땅이 많네요.”
“그 땅들의 반이라도 우리가 차지할 수 있다면 지금의 극심한 식량난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겁니다. 문제는 곳곳에 자리한 몬스터들입니다.”
턱을 괸 채 듣고 있던 우현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돌고 돌아 결국 한 가지로 귀결이 되는군. 영지 내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에 대한 토벌과 빈약한 영지의 무력! 바로 이것으로 말입니다.”
그랬다. 너무도 약한 영지의 무력을 용병들로 메우다 보니 엄청난 지출로 인해 영지 재정이 악화되고, 제때 몬스터를 뿌리 뽑지 못해 몬스터 잦은 출몰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치안 불안으로 인해 영지민이 늘지 못한다.
이렇듯 모든 것이 다 너무도 약한 영지 무력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영지군을 육성하자니 시간적, 물질적, 인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그중, 시간과 인적 문제가 제일 컸다.
암만 생각을 달리하고 방법을 모색해보지만 결국은 용병에게 의지하는 것뿐이 답이 없다. 전전긍긍하던 그때 핀리가 한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영지는 용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몇십 년간 지속되어온 몬스터 출몰로 인한 것도 있지만 극심한 영지의 재정 악화와 얼마 되지 않은 적은 영지민의 수가 영지군을 키우지 못하게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영지군을 따로 만든다는 것은 많은 무리수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인 다음으로 큰 고객인 용병들을 내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영지 재정에 크나큰 악영향을 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조용히 경청을 하던 우현은 미처 몰랐다는 듯한 빛을 띤다.
“용병들이 그렇게까지 우리 영지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아무래도 의존하는 정도가 많다보니 이리된 듯싶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메마른 입술을 침으로 축인 핀리는 아까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영지 치안을 용병들에게 제대로 맡기는 것이 어떻겠나 싶습니다.”
“제대로 맡긴다고요?”
“예! 그들의 노고와 노력을 인정한다며 지군 부대장에 각 용병 길드장들을 앉히는 겁니다.”
“부대장에 용병 길드장들을 앉혀요?”
갸웃거리던 우현과는 달리 핀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려간다.
뭔가 속셈이 있는 듯싶은 생각에 어서 말해보라며 재촉을 하였다.
“한마디로 용병 길드장들을 이용해 용병들을 영지군이란 아래 뭉치게 만들자는 겁니다. 그리 되면 우리가 얻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안정적인 치안과 용병들을 영지에 거주케 해 영지민수 증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지 경제 활성화입니다.”
듣고 보니 꽤 괜찮은 생각인 듯싶다. 문제는 용병 길드장들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과 돈을 우선시하는 용병인 탓에 영주인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나, 영지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언제든 배신을 하고 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다는 말이다.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려서 그런지 우현의 맘이 쉬이 움직이질 않는다.
“좋은 방법이긴 한데 용병 길드장들이 움직이겠습니까?”
“용병들의 기준은 돈입니다. 목숨 값으로 버는 것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만큼 욕도 많이 먹습니다. 특히나 우리 영지 용병 길드장들은 모두 이곳에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인지라 더욱더 안 좋죠. 그런 그들이 제일 원하는 게 있다면 다름 아닌 명예욕일 겁니다. 목숨 값으로 돈을 벌지만 그래도 자신 때문에 이 영지가 안전한 것이라며 인정을 받고 싶은 거란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주님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영지군 부대장직에 앉히겠다고 하신다면 그들이 해온 모든 것이 정식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겁니다. 또한 그와 더불어 영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주겠다는 말이 됩니다. 한마디로 상급 관리가 되는 것이지요. 이 좋은 기회를 그 어떤 용병 길드장들이 거부를 하겠습니까? 오히려 모두 쌍수 들고 환영할 겁니다.”
끄덕이던 우현은 앞서 생각한 문제점에 대해 물어갔다.
“용병 길드장들이야 우리 손을 잡는다 쳐도 용병들까지 그러겠습니까? 거기다 용병들이 손을 잡고 영지를 수탈하려고 들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사실 영주님이 모르셔서 그러시겠지만 용병들 중에 꽤 많은 수가 몬스터 토벌전이 끝나도 영지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긴 시간 이곳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정이 든 것이죠. 그것을 이용한다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겁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신다면 가족을 영지로 데려와 살 게 할 사람만 뽑으면 될 것입니다. 상단에서 하시는 종속의 인을 부여하셔도 될 것이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종속의 인이 있었구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어 주는 핀리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의 말대로 가족을 영지로 데려와 살거나, 종속의 인을 찍을 경우 반란에 대한 걱정은 많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뒤이어 말한 영지군 부대 대장직 공석임을 들어 용병들을 자극해 몬스터 토벌에 적극적으로 가담토록 하는 방법까지 핀리가 말하는 것 중에 나쁜 것들은 없었다. 우현은 헤일러 다음으로 좋은 인재를 얻었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영지군에 대한 문제는 그걸로 해결할 테니 방금 말한 것들을 검토해 세부사항을 만들어 오십시오. 제 말 알겠습니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감사한데 적극 밀어주겠다는 말에 절로 허리가 숙여진다.
그런 그를 웃으며 바라보던 우현은 오헨을 향해 말을 건넸다.
“참! 현재 상단 부근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데 마땅한 이를 찾아보십시오. 성과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며, 농사를 짓는 동안 집은 물론이고 매달 생활비 또한 따로 지급할 예정이니 그리 아시고 사람을 뽑아 보십시오.”
“죄송하지만 무슨 농사를 짓는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목화라는 것으로 잘하면 우리 영지의 특산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순간 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피어났다. 난생처음 들어본 목화라는 작물에 당혹감들이 깃든다. 특히나 영지의 특산물이 될 거라며 자신에게 말하는 우현의 모습에 더욱더 그렇다.
그럴 것이 괜히 실패했다가 노여움이라도 사는 날엔 그야말로 끝장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그들의 속내를 읽은 우현은 한편에 두었던 명주를 꺼내 앞에 늘어놓았다.
“어떤 건지 알려주지도 않고 무작정 키우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이것이 바로 목화라는 작물에서 나온 것으로 명주라고 합니다.”
다가와 살피던 그들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 보던 베나 가죽과는 다른 옷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옷감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목화를 키운 후 틀에 짜면 이런 옷감이 나옵니다.”
옆에서 명주를 매만지던 핀리가 감탄을 하였다.
“베와는 달리 조금은 부드러운 것이 매우 좋습니다. 거기다 통풍도 잘될 듯싶은 것이 더운 날에 입어도 될 듯싶습니다.”
맞는다는 듯 우현이 고개를 끄덕여간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목화에 나오는 솜이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해 옷을 만들면 추운 겨울에도 능히 버틸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진짜라는 말에 네 사람은 또다시 술렁인다. 지금껏 이런 옷감은 처음일뿐더러 추운 날에 가죽이 아닌 다른 옷을 입는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던 터라 놀라움은 배로 커졌다. 그런 그들을 보며 우현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잘만 키우면 우리 영지의 특산품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주목받을 물건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일까? 재차 명주를 만져가는 오헨의 얼굴에 웃음기가 덧씌워졌다.
“걱정 마십시오. 대지의 가호가 담긴 사제의 성수라면 별탈 없이 클 테니 말입니다.”
“대지의 가호는 또 뭡니까?”
“아! 농사를 짓기 전 신전에서 농사꾼들에게 주는 일종의 성수입니다. 그걸 농사지을 곳에 서너 차례 정도 뿌리면 땅에 생기가 돋아나서 별탈 없이 농작물이 잘 자랍니다. 죽었던 땅이라도 웬만하면 살아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