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93
차원상인 093화
“오빠!”
“왜?”
“지금 실시간 1위에서 5위까지 다 우리 신발과 가방이야!”
“뭐?”
공장장에게 잠시 후에 전화한다고 하고 통화를 끝낸 우현은 황급히 보영에게 갔다.
근데 놀랍게도 그녀의 말대로 실시간 검색어 1위~5위까지가 모두 오늘 팔기로 한 신발과 가방 이름이었다. 그중 기사 하나를 클릭 해 살펴보니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배우가 올해의 잇템으로 뽑았다며 SNS에 글을 남겼다고 써 있었다. 문제는 그걸 지금까지 조회한 사람이 무려 육십 만이었고 그 결과 지금 이 사태 벌어진 것이었다.
“대체 왜?”
알 수 없다는 듯 갸웃대던 그때 어깨 위로 우리의 얼굴이 디밀어진다.
“어라? 뭐야? 만세가 만든 신발과 가방이잖아.”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끊이지 않는 전화를 받아대던 서우와 서연이 다가왔다.
같이 기사를 읽어대던 셋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어대는가 싶더니 큰 소리로 외쳐갔다.
“대박이다! 대박!”
한목소리로 외쳐가는 그들 못지않게 서우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좋아했다.
하긴 지금껏 고생만 했는데 이렇듯 좋은 결과가 있으니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더러 개중에는 기쁨이 넘치다 못해 폭주하는 이도 있었다.
“야야! 오늘 같은 먹고 죽자! 죽어!”
어느새 땄는지 잔에 막걸리 담으며 외쳐간다.
얼떨결에 막걸리를 마셔가던 우현은 문득 할머님이 떠올랐다.
마지막까지 동생들을 잘 챙기라던 유언 아닌 유언을 생각하며 그는 슬며시 눈물 한 방울을 자아냈다.
“상단주님!”
갑자기 눈물을 떨궈서 놀란 것일까?
티아가 곁으로 다가왔고 그걸 본 서우 또한 다가온다.
“왜 그래?”
“그냥 이렇게 내가 잘된 걸 할머니께 좀 더 빨리 보여드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나서…….”
그의 말을 들은 서우는 슬며시 어깨를 잡아갔다.
그리고는 우현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네 왔다.
“분명 할머니도 이런 널 보며 저세상에서 좋아하실 거야! 그럴 거야!”
별것 아닌 말인데도 오늘따라 힘이 솟는다.
고마움에 어깨를 마주 잡아가던 그때 서우가 한마디 더한다.
“술 떨어졌다. 한 잔 따라봐!”
역시 원수는 원수인가 보다.
제4-7장
사무실을 오픈한 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제일 많이 변한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가죽 사업이었다.
일주일 전 한 여배우의 SNS가 돌풍을 일으켰다면 태풍으로 진화시킨 건 다름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었다.
특히나 발볼이 넓은 사람들이나, 가죽 애호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는 다 신축성과 통풍이 잘되는 가죽 덕택이었다.
조금은 별난 이 가죽 덕에 그야말로 찍는 즉시 팔려나갔고 그로 인해 창고 하나를 크르베 가죽으로 채우고, 대륙만 벌써 네 번이나 다녀올 정도이니 할 말 다한 셈이다. 간단히 말해 대한민국 자체가 우현이 가져온 가죽으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셨습니까?”
창고 문을 열고 나서는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헤일러가 보였다.
반가워서일까? 우현은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답을 하였다.
“자주 보니 좋습니다.”
하나, 상대는 그러지 않은 듯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전 요즘 상단주님을 보지 않는 것이 소망입니다.”
“예에?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얼굴을 볼 때마다 일을 하나씩 던져주시니 좋아하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눈밑에 거뭇거뭇한 것이 다크 서클이 내려와 앉아있다.
필시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그럴 듯싶었다. 우현은 미안함에 뒷머리를 긁적대간다.
“어쩌다 보니 그리 됐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저야 이해하겠지만 레이젠 님이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총관실에 있으니 직접 가서 보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헤일러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홱 돌려나간다.
그 모습에서 왠지 섭섭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일단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 여겼다.
티아와 같이 저택으로 향해 걸어가는데 건물들 위로 시커먼 언덕들이 솟아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이상타 싶어 지나쳐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니 다름 아닌 크로베 가죽이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크로베 가죽 행렬에 상단 사람들이 제 업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이도 크로베 가죽을 옮기려고 하는 중이라 하였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우현과 티아는 서둘러 저택으로 향했다.
나는 듯이 달려 총관실로 들어가자마자 한숨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하아!”
문제는 늘어지는 한숨만큼이나 레이젠의 고개 역시 푹 숙여진다는 것이다.
“혀,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왔는가?”
“예! 근데 왠 가죽이 저리 많이 쌓인 겁니까?”
“이유가 왜이겠나? 다 자네 탓이지.”
“저 때문이라고요?”
그랬다. 최근 크로베 가죽이 많이 쓰이면서 가죽 매입 공고문 내걸었다.
가죽을 가져오면 20아이언을 주고 사겠다는 내용인데 대부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것이 눈에 보이는 것마다 크로베가 있는데 그 쓸모없는 것을 상단에서 거금을 주며 사겠냐며 믿질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그동안 상단은 꾸준히 한 달에 백 개씩 가죽을 매입한 것은 상단 용병들이 술값이나 하려고 한두 마리씩 잡아 팔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잊힌다 싶던 가죽 매입건은 한 달 전쯤 한 아이의 등장으로 인해 일대 변혁이 인다.
네 명의 여동생을 둔 11살짜리 소년 가장 마크는 쌍둥이 동생들의 생일 선물을 고심하다 우연히 상단의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집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다섯 마리 크르베 가죽을 팔고 1실버를 받았다. 그 후, 영주성을 돌아다니며 가죽이란 가죽은 죄다 가져와 팔아댔고 그 결과 일주일 만에 1골드를 벌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둘 집구석에 처박았던 가죽을 꺼내와 팔았고, 심지어 잡은 크르베의 가죽을 벗겨 와서 팔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이 좀 늘긴 했어도 그리 걱정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크르베가 대륙에서 많기로 유명한 몬스터인데다가 별 어려움이 없이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우현은 그만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결과 돈에 눈이 먼 어른,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아이까지 죄다 나와 크르베 사냥에 나서면서 더욱더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결국 지금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묵묵히 사정을 듣고 있던 우현은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설마하니 이런 상황에까지 이룰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닐세! 자네가 이리 될 줄 알고 그랬겠는가?”
“그래도…….”
됐다는 듯 손을 휘이휘이 저어간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현이 조심스레 물어갔다.
“그럼, 가죽 구매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당분간 구매 중단하기로 공고문을 걸었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이미 산 것을 다시 팔 수도 없지 않는가?”
하긴 눈에 치이는 게 크르베인데 그 누가 사 가겠는가? 한마디로 우현이 죽어라 현대로 날라야 한다는 것뿐이 방법이 없다. 뭐, 그러려고 오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졸지에 대형사고를 쳐버린 우현은 미안함에 눈치만 살펴댔다. 그런 그를 보며 내젓던 레이젠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로 향했다.
“그나저나 저 많은 가죽을 다 가져갈 수 있겠어?”
“아직 제 능력이 그리 크질 못해서 일부만 가져가야 할 겁니다. 어차피 소비 속도가 빠르니 조만간 다 가져가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만…… 근데 크르베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 팔다니? 그 가죽이 그리 좋은 건가?”
“예! 제가 알고 있는 분이 30년 가까이 가죽 신발 만드는 일을 하시는데 가죽이 너무도 좋다며 저에게 먼저 일을 청할 정도니 대충 짐작이 되실 겁니다.”
그러냐며 주억대던 레이젠가 대뜸 말을 건네왔다.
“그리 좋은 거면 굳이 거기서만 팔지 말고 여기서도 팔지 그런가?”
“여기……서도 팔라고요?”
“그래! 굳이 거기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겠나? 신발만 좋다면 거기든 여기든 다 살 거 아니야! 안 그래?”
언젠가부터 현대 물품은 대륙에, 대륙의 것은 현대에 파는 것이 공식인 양 여겨왔다. 물론 중원에서 대륙으로 팔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중원의 것을 가져오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물품 판매를 국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이다.
‘남극에 가서 냉동고를 팔고, 해수욕장에 모래를 팔아야 영업맨인 것을 어찌 그리 편견 가득한 좁디좁은 안목으로 물건을 팔려는 것인지…… 내 원!’
영업맨으로서는 최악이라 할 수 있는 편견이 눈에 씌인 자신을 탓하듯 목덜미를 툭툭 쳐간다.
“왜 그런가?”
“형님의 말을 듣고 보니 제 생각이 너무도 짧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냐며 끄덕이는 그에 우현은 피식 웃었다.
“어쨌든 형님 말대로 제가 만든 가죽 신발과 가방을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어떤지 의견 좀 수렴해주십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네만…… 벌써 가려고?”
“예! 저번처럼 오늘도 크로베 가죽을 가지러 온 것이라서요.”
“그러지 말고 다른 것에도 신경 좀 쓰게! 현재 추진 중인 일도 많은데 상단주가 그거 하나에 묶여 있으면 어찌하란 말인가?”
레이젠의 책망에 우현은 고개를 숙이고 만다.
잘되라고 하는 말이기에 거부감보다는 죄송스러움이 먼저 들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그리하겠습니다.”
“꼭 그리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막 돌리려던 발길이 순간 멈춰 세워진다.
“참! 크르베 가죽을 컨테이너 박스에 넣어 두셨습니까?”
“저번에 놔두고 간 것에 두었으니 그걸 가져가면 되네.”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넣어 두었다는 말을 듣기 무섭게 우현은 총관실을 빠져나간다.
이렇듯 그가 발길을 재촉하는 것은 비단 가죽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죽 사업이 잘돼서 그런 것인지 할인마트를 위해 접촉을 하던 중소기업들이 전과는 달리 호전적인 자세로 바뀌었고, 그 결과 영등포에 대형 점포에 중소기업 물품을 전문으로 하는 할인마트를 두 달 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면 오픈하기로 하고 인력 충원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야말로 날개 돋힌 듯 사업이 확장되다 보니 그만큼 걱정거리가 생겨났는데 그중 하나가 다름 아닌 경호 문제였다. 물론 인원 충원이야 그나마 원활하게 되고 있었지만 임동수가 말한 두 명의 인재가 아직 동참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이에 우현은 그들을 직접 만나 담판 짓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나선 우현은 티아와 함께 크르베 가죽이 담긴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창고로 갔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마석을 이용해 현대로 넘어온 그는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우에게 몽땅 떠넘기고는 임동수, 엘레토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