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97
차원상인 097화
“거래이지 않습니까?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닐세. 자네가 아니었다면 시작은커녕 깊은 절망 속에 여전히 산속에서 숨어서 지내고 있었을 것이네. 그런 우리를 빼준 것은 다름 아닌 자네였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상인입니다. 저는 거래를 했고 그에 대한 보답을 받는 중일 뿐입니다.”
우현은 말도 안 된다며 남궁조공을 본다.
하나, 그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그저 웃기만 한다.
그렇게 걸어서 어느덧 천상전 앞에 도착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서류를 한쪽에 쌓아두고 열심히 살피고 있는 남궁천옥이 보았다.
“바쁘신 모양입니다.”
우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쳐들던 그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단주님 오셨습니까?”
“됐으니 그냥 편히 앉으십시오.”
“하지만…….”
됐다는 듯 휘이 젓는 손짓에 남궁천옥은 뒷목을 긁적이며 앉아간다.
그런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은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몸을 얹었다.
“근데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었던 겁니까?”
“아! 지금껏 거래 현황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슬쩍 보고 있던 것을 빼앗아 보며 물었다.
“그렇습니까? 물건은 잘 나가고 있습니까?”
“태상가주님이 황실에 색한지와 무늬 한지를 진상한 후, 두 품목은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두 물품에 비해 다른 것들이 판매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봐도 부진해 보이는군요.”
맞는다는 듯 남궁천옥은 끄덕여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단주님이 시행하신 대금 대신 받은 물건들을 팔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빚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걱정 어린 모습에 우현은 피식 웃어간다. 혹시나 남궁세가 꼴이나 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손에 쥔 서책을 내려놓은 우현은 괜찮다는 듯 말을 하였다.
“걱정 마십시오. 차차 나아질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상황이…….”
아무래도 쉬이 걱정이 걷힐 것 같지 않은 생각에 우현은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 놓았다.
우유 빛의 기다란 그것을 보던 남궁천옥은 자못 궁금하던지 물어왔다.
“이게 뭡니까?”
“밤을 밝힐 것입니다.”
“밤을 말입니까?”
끄덕대던 우현은 성냥을 꺼내 켜 양초를 불을 붙였다.
자그마한 그 불꽃을 보는 남궁천옥과 남궁조공의 얼굴에 놀라움이 피어난다.
“이……이게 뭡니까?”
“양초라고 하는 것입니다. 대륙에서 가져온 것인데 방 안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죠. 그리고 제 손에 든 건 성냥이라고 불을 피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냐며 끄덕대던 남궁천옥은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건네왔다.
“근데 이것 하나가지고는 방이 아무리 조그만 해도 밝히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이게 십만 개나 있어도 말입니까?”
“십……십만 개?”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많을 줄 몰랐던 남궁천옥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대신해 이번엔 남궁조공이 물어왔다.
“대륙에서 만든다고 하던데…… 대체 하루에 얼마나 만들기에 그리 많이 가져온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 개가 다였는데 자제 충원과 시설 추가로 지금은 하루 생산량이 만 개 정도 됩니다. 물론 시설을 좀 더 충원하여 생산량을 늘릴 계획에 있습니다.”
“하루에 만 개씩이나 만든다는 말인가? 대체 그리 많이 만들어서 어디에 팔겠다는 말인가?”
“대륙 전체, 그러니까 여기로 치면 중원 전역에 파는 셈이지요.”
“중원 전……역?”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그 많은 것을 파는 것도 파는 것이지만 중원 전역의 밤을 환하게 밝힌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있던 남궁조공은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정말로 그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직은 힘들겠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물론 대륙과 중원 전역 모두 양초를 팔 것이고 말입니다.”
“대……대륙과 중원 모두 말인가?”
“그렇습니다.”
순간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배포가 크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꿈이 야무지다고 해야 할지 도통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들도 우현의 입장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듯싶었다. 그만큼 양초가 가진 매력은 매우 컸으니 말이다. 물끄러미 양초를 보던 남궁천옥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근데 이것들의 가격이 어찌 됩니까?”
“양초는 철전 열 냥이고, 성냥은 철전 한 냥입니다.”
“그리 비싸지는 않군요.”
“원래는 더 받아야 하는데 그랬다간 너무 비싸서 사지 않을 듯싶어 그리 책정을 했습니다.”
잘했다는 듯 남궁천옥은 끄덕인다. 사실 보통 철전 석 냥에 만두 하나를 판다. 그걸 염두에 둘 때 비싸다 할 수 있지만 밤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열 냥 정도는 해야 될 듯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불을 켤 수 있는 성냥이었다. 철전 한 냥으로 쌀 뿐더러 그것만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불을 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았다.
“제 생각이지만 양초보단 성냥이 더 많이 팔릴 듯싶습니다.”
“본노도 그럴 듯싶구나!”
남궁조공 또한 한팔 거들고 나선다.
하나, 이쯤은 생각했던 일이라 우현은 별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 뒤엔 아마 바뀔 겁니다.”
“한 달 뒤에?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앞으로 한 달간 상단 전역에 양초를 켜 둘 것입니다.”
하지만 남궁조공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갸웃거려갔다.
“가옥이야 바람이 안 불 테니 양초가 안 꺼진다 쳐도 밖에는 금방 꺼질 텐데 괜찮겠는가?”
“걱정 마십시오. 그걸 대비해 가로등을 가져왔으니 말입니다.”
“가로……등?”
“철제 구조물인데 상단 부분이 유리로 덮여 있어 그 안에 양초를 켜놓으면 절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남궁조공과 남궁천옥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 가로등이란 것만 있으면 양초를 켜 놓을 수 있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것도 대륙에서 만든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곳에서 모두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말에 남궁조공은 부러운 기색을 보인다. 자신들도 그곳처럼 물건을 만들어 판다면 좀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그의 속내를 읽었던 지 우현이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여기서 가져간 명주와 비단이 평이 좋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조만간 대량으로 그것들을 가져가 팔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인가?”
“예!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소량이라도 좋으니 구매해 쌓아 두십시오. 언제든지 제가 가져가 팔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를 말인가?”
남궁조공은 기쁜 신색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비단이야 원래 비싼 것이니 좀 그렇지만 명주의 경우 값이 그리 비싸지 않은 터라 잘만 팔면 많은 이득을 얻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은 남궁천옥을 바라보았다.
“참! 지부 건설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 어느 곳으로 잡을지 구상 중에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동부와 북부 이 두 곳에 남궁세가 제자 중 표국을 하는 이들이 많은 곳으로 선택하십시오.”
남궁천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부라고는 하나 상점에 가까운 것이다.
근데 굳이 표국이 많은 곳을 선택하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처럼 지부에서도 일부 대금 대신 물품을 받아 판매를 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가져가려는 상인들도 생겨날 것이니 표국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걸 생각해 애초부터 남궁세가 제자들이 운영하는 표국이 있는 곳으로 선택을 하면 제자들의 신망도 두터워지고 평판 또한 좋아질 것입니다.”
“듣고 보니 좋은 방법이군요! 그러지 않아도 최근 들어 많아진 표국 탓에 세가 제자들이 운영하는 표국 사정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그리한다면 위기를 타파할 수도 있고 이득도 올릴 수 있어 좋을 듯싶습니다.”
좋은 생각이라는 듯 끄덕거리던 그때 식솔들이 커피를 타와 그들 앞에 놓았다.
마침 목이 말랐던 터라 세 사람은 기분 좋게 마셔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색한지와 무늬 한지 말일세. 이번에 얼마나 가져왔는가?”
“만 장씩 가져왔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턱 밑을 긁적대던 남궁조공은 미안한 빛을 띠운다.
“사실은 두 물품 때문에 상인들이 싸우는 일들이 많아 예약을 받아서 파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는데 그 양이 좀 돼서 말이네.”
“얼마나 됩니까?”
“최소한 오만 장 정도 되네.”
우현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좀 많이 모자라네요.”
“그렇긴 하지.”
눈치를 살피는 그를 본 우현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엔 만 장 파시고 대신 다음엔 오만 장을 가져올 것이니 거기에 맞춰서 예약을 하십시오. 그리고 매번 지금처럼 다름 번에 팔 수량을 미리 적어서 주십시오. 그걸 토대로 물품을 가져올 테니 말입니다.”
“알겠네. 내 천옥이를 통해서 준비하라 하겠네.”
잘 넘어갔다 여긴 것인지 남궁조공의 낯에 미소가 그려진다.
이렇게 세 사람은 밤새도록 상단 일을 논의하며 하루를 보내갔다.
사흘 뒤, 우현은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 일찍부터 여장을 꾸리던 중 남궁조공이 찾는다는 식솔의 말에 티아와 함께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문을 두들겨 안으로 들어가는 표현을 한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침상에 앉은 환한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맞이하는 남궁조공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거라!”
“저를 찾으셨다고요?”
“할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자리에 앉아라!”
의자에 몸을 얹는 것을 지켜보던 남궁조공이 한편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손짓을 했다.
조심스레 걷는 발걸음하며 단아하며, 정갈한 옷차림은 그녀의 품성이 어떤지 능히 짐작케 했다.
“이 아이는 남궁운혜로 세가주인 내 아들의 차녀이니라.”
“그렇습니까? 우현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남궁운혜라 해요.”
살포시 미소를 짓기만 했는데 주위가 환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갸름한 얼굴에 초생달 같은 눈매와 오뚝한 콧날. 거기다 앵두처럼 작은 입술까지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 미모 한다 싶을 정도로 예쁜 그녀를 왜 자신의 앞에 데려왔는지 우현은 자못 궁금해졌다.
“앞으로 대륙에서 가주를 대신해 본가 식솔들을 이끌 것이니라.”
“이 여인이 말입니까?”
우현은 제법 많이 놀란 듯 되물어간다. 여인인 것도 그런데 스물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앳된 모습이 험난한 타지로 보내기엔 아직은 좀 그렇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것일까? 남궁조공은 걱정 말라는 듯 말을 해온다.
“나이는 어려도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무공도 출중하니 별 무리는 것이니라.”
“하지만 대륙은 옆 동네 마실 가는 것처럼 편한 일이 아닙니다. 온갖 괴물들이 판치는 자칫 목숨에 위협이 가해질지도 모르는 험지입니다. 근데 어찌 여인을 보내시려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