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99
차원상인 099화
“하긴 블랙 파우더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주위 다른 사람들도 동의를 표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블랙 파우더는 전전대 대 스승인 넬 브케이언 마법사가 만들어 낸 것으로 혹시 모를 악행에 쓰일까 봐 약 80년간 숨겨왔었다. 근데 차카타파에 대한 지원을 얻고 싶은 마음에 헤네브가 지금껏 실험한 내역에 몰래 끼어 넣었고 그걸 우현이 보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아브라암은 상대가 하늘에서 내려준 한줄기 빛과도 같음에도 냉철하게 파악하는데 주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단주님은 블랙 파우더를 어찌 사용할 생각이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블랙 파우더는 될 수 있으면 감추고 싶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입니다. 그때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지금 우리 손에 있는 것이 낫습니다.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블랙 파우더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실 생각이시군요.”
“예! 하지만 일단 사용하면 전쟁 무기로 번지는 것은 막을 순 없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수량 통제를 통해 크게 번지지는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 전에 여러분과 우리 상단 안위가 우선시되어야겠지만 말입니다.”
“그 말은 지금부터라도 블랙 파우더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불안한 미래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준비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묵묵히 듣고 있던 아브라암의 낯이 딱딱하게 굳어져간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우현이 다른 이들과는 달리 블랙 파우더의 위험성을 눈치 챈 듯싶고, 되도록이면 악용되지 않도록 하려 한다는 점이 추측을 좀 벗어났다고 할까나?
어쨌든 예상했던 것보다는 좋은 터라 별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전쟁 무기로 쓰인다는 것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읽은 것인가? 우현이 밝게 웃으며 말을 건네 왔다.
“그렇다고 블랙 파우더를 이용해 지금 뭘 해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 관심을 끄는 건 그것이 아니라 스켄다라암이니 말입니다. 제가 후작이 되긴 했지만 일단은 상인이니 돈 좀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거웠던 분위기와는 달리 돈 좀 벌게 해달라며 아양 떠는 말에 아브라암은 그만 실소를 하고 만다.
“알겠습니다. 후작님의 말씀대로 돈 벌 수 있게 다른 것도 노력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알겠다며 아브라암은 고개를 끄덕여간다.
하나둘 커피를 다 마시자 사람들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상단 주거지에 머물 곳을 준비했으니 그곳에 여장을 푸시면 될 겁니다. 참!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의 신병은 상단 호위대에서 특별히 신경 쓸 것이니 이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한 차례 허리를 숙인 사람들은 호위대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나섰다.
식어버려 차디찬 커피를 한입에 털어넣던 그때 레이젠이 안으로 들어왔다.
“차카타파 사람들을 만났는가?”
“예! 제가 온 걸 어찌 알았는지 이렇듯 쳐들어왔네요.”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라는 듯 제스처를 취해본다.
그걸 보며 웃던 레이젠은 서류 하나를 앞에 놓았다.
“이번에 왕실로 가져갈 물품들 목록이다.”
들어서 살피던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준비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제법 많은 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참! 요즘 양초 공장은 어떻습니까? 잘 돌아갑니까?”
“헤일러의 말에 따르면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하네.”
“그거 다행이군요.”
조금은 맘이 놓인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맞다! 샹들리에는 어떻게 됐습니까?”
“며칠 전 게이트를 통해 왕도로 옮겼고 어제 설치가 완료됐다는 전갈이 통신 마법사를 통해 전해왔네.”
“그거 다행이네요.”
다 본 듯 서류를 한편으로 치우는 우현에게 레이젠이 말을 건넸다.
“캐슬! 한 가지 좀 걱정되는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최근 들어서 몬스터들의 출몰이 잦아지고 있네. 몬스터 수도 증가하고 있고 말이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일전에 듣기를 줄어들고 있다 들었는데 아니었습니까?”
“한때 줄어들기도 하긴 했네만 원래대로 돌아간 듯싶네.”
한껏 좁혀든 이맛살을 매만지던 우현이 물었다.
“형님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 여겨지십니까?”
“일단, 대규모 토벌전이 필요하다 여겨지네.”
“대규모 토벌전이라…… 그건만 하면 되는 일입니까?”
“일전에 말한 용병 길드를 치안대로 귀속하는 것을 해야 하네.”
턱 밑을 매만지는 손길에 난감함이 엿보인다. 그럴 것이 용병 길드장이 그들의 생각대로 쉬이 움직일까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들어 마시던 우현은 고개를 들어 레이젠을 보았다.
“형님, 그것 말입니다. 잘될까요?”
“길드장들에겐 다 말해놨네.”
잠시 밖으로 보던 레이젠은 끊었던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쯤이면 도착할 듯싶네.”
“도착? 설마 그들이 오는 거예요?”
“원래는 나와 소네스가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자네가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 없겠다 싶어 이곳으로 오라 일렀네.”
“형님!”
너무하다고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때 하인 하나가 들어왔다.
“영지 내 용병 길드장들이 왔습니다.”
“어서 들어오라 하게!”
우현의 생각은 묻지도 않은 채 레이젠이 냉큼 안으로 들인다.
그런 그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던 그때 문을 열고 세 사람이 들어왔다.
“처음 뵈겠습니다, 백작님! 블루 토치 길드의 길드장 헨센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용병 길드 그린 쉴드 길드장 사이먼입니다.”
“워해머 길드장 안톤입니다.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후작님!”
연령대도 노인에서 삼십대 중반까지, 제각기고 차림새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에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노련함과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이었다. 아마도 거친 용병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된 것 같았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그들에 ‘또냐’라며 내뱉던 우현은 됐다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모두 일어서십시오. 아! 그리고 다음번에 만날 땐 간단하게 고개만 숙이도록 하십시오. 지나친 과례는 오히려 성의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후작님!”
“명에 따르겠습니다.”
“예, 백작님!”
대답을 하면서도 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권위와 두려움을 강조하는 귀족과는 다르다며 말이다.
“내 듣자니 몬스터 토벌을 세 길드에서 담당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셋 중 지긋하게 나이를 먹은 백발의 노인, 블루 토치 길드장 헨센이 갈색 지팡이를 앞세우며 나섰다.
“그렇습니다. 후작님!”
“보통 어떤 방식으로 행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상황에 따라 세 길드가 공동으로 용병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 세 길드의 전력은 어찌 됩니까?”
세 사람은 잠시 시선을 맞추는가 싶더니 헨센이 다시 나섰다.
모양새로 보아 아무래도 그가 이들의 대장격인 듯싶다.
“알기 편하게 통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보유 용병들은 총 이천삼백 명가량 되며 그중 A급이 열 셋이고, B급은 육십 명 정도 되며, C급은 구백오십 명가량 됩니다. 나머지는 D급과 E급으로 S급 용병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번 토벌전으로 몬스터 출물은 한동안 뜸해질 것이라 대규모 이동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영지에 남은 용병은 대충 천이백 정도 될 것입니다.”
“그럼, 비용은 어찌 해결합니까?”
“매달 용병들 계약금을 정산하여 이곳에서 지급받습니다.”
‘하청업체 결제 방식과 비슷하군.’
대충 어찌 흘러가는 지 짐작이 간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가 재차 물어갔다.
“혹시 말입니다. 용병들 중에 이곳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습니까?”
“대충 삼백 명가량은 현재 이곳에 정착하고 있거나 그리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아! 영지 치안대를 부활시킬까 해서 말입니다. 더불어 약간의 기사단도 운영할 생각입니다.”
말을 주고받던 그들은 조심스레 말을 건네왔다.
“혹시 그 기사단 단장이 레이젠 님이십니까?”
“아시는군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또다시 술렁임이 일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야기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묵묵히 지켜보던 우현은 대화 끝난 듯하자 다물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대화는 다 나누셨습니까?”
주억대는 그들은 사이로 헨센이 나섰다.
“치안대를 만들겠다고 하시는 것은 저희 길드와는 이젠 더는 거래를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전 치안대를 세 길드에게 맡길 생각입니다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러분의 길드를 이참에 치안대로 바꿀 생각이라서 말입니다.”
순간 세 사람 얼굴 위로 황당한 빛이 흘러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용병 길드를 사유화하려 들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여, 영주님! 아무리 치안대가 중요하다 한들 저희 용병길드를 가져가질 순 없습니다.”
“저 가져간다 한 적 없습니다만…….”
“금방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저희 길드를 치안대로 바꾼다고 말입니다. 그게 가져가는 것이 아니고 뭡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전 세 길드를 소유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길드는 치안대로 바꿀 겁니다.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여전히 세 사람은 이해가 안 되는 듯 갸웃댄다.
실소를 하던 우현은 차근차근 설명해가기 시작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껏 하던 방식 그대로 할 거니까요. 다만, 전과 다르게 용병들은 치안대 소속이 되어 영지를 보살피게 될 것입니다. 단, 이곳에 정착을 바라는 용병의 경우 일반 계약만 한 용병들의 책임자가 될 것이며. 개중에 희망하는 이는 기사단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하, 하지만 몬스터 토벌이 끝나가는 지금 일반 치안대의 봉급으로는 그들은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은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럼, 그것 말고도 용병들이 혹할 일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충분히 있습니다.”
예상 밖의 말에 또다시 셋은 말을 섞어간다.
이때 문이 열리며 하녀가 들어와 잔 세를 내려놓는다.
우현은 자신에게도 놓인 잔을 들어 올리며 빙긋 웃었다.
“대화가 길어져 목이 마를 텐데 커피 한 잔씩들 하십시오.”
순간 세 사람들의 시선이 잔들에 꽂힌다.
말로만 듣던 그 귀한 커피가 자신들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슬쩍 맛을 보던 그들은 그 오묘한 맛에 눈을 휘둥그레 떠간다.
이런 반응에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여전히 우현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잠시 커피를 마시는데 돌연 삼십대 중반의 그린 쉴드 길드장 사이먼이 고개를 쳐들었다.
“혹시…… 그 일이라는 게 물품 수송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