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al Survival Strategy RAW novel - Chapter 1820
차호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이계의 소설 내용이 지금 장면과 겹쳐진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유호가 곱게 접어놓은 차호의 하얀 깃털 부채와 학사복도 눈에 들어왔다.
‘그 선언은 단지 소설의 재현이다.
차호가 언제나 하던 장난에 불과하지.’
그런데 절대계의 현자의 정점에 존재하는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저렇게 동조하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위현자들이 차호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첩보가 들려온다.
그럼 현재에 대한 비유나 풍자라는 말인가?’
차르르르르!
차호가 놓고 간 출사표라는 죽간을 다시 들어 올려서 읽기 시작한 진리의 표정은 심각했다.
‘여기에서는 가문과 천하가 셋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나이고, 또 하나는 진실이겠지.
그럼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누가 나와 진실과 대등하게 가문을 나눌 수 있는가?’
절대계 최강의 종족의 오리진이 되었으나 개인 전력은 약해진 유일용신제는 될 수 없었다.
바람가는 힘을 숭상하는 영원한 무사의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저 힘으로는 기껏해야 바람가 총 오백만 명 중 용신족이 모친인 오만 명이 한계다.
그럼 누구인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오래된 바람가라는 유호가 떠올랐으나 곧 부정한다.
‘그 아이는 권력이나 바람가 밖은 관심이 없어. 십중천이 아직 불완전한 지금은 마호도 아니다.
나 이외에는 바람가의 지분을 셋으로 나눌 가주는 바람가 안에서는 없다.
그럼 밖인가?’
바람가의 가주로 태어났으나 모친을 선택하거나 자격 미달로 쫓아낸 혈족들을 진리는 하나하나 떠올린다.
그러나, 바람가의 가주들이 아무리 강력해도 추방된 혈족을 따를 리가 없었다.
‘폐관수련만 하는 아이 중 하나인가?
그 아이들의 전력은 확실히 바람가의 삼 분의 일을 넘는다.’
자신조차 정확한 전력을 확인할 수 없는 폐관수련만을 하는 바람가의 가주들을 떠올린 진리는 고개를 저었다.
‘폐관수련실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파워 오브 엠블렘 같은 절대적이면서 단호한 강함을 숭상한다.
바람가가 위기에 빠지지 않으면 나오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 아이들은 누군가의 휘하에 들어가지 않아.’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진리는 무엇인가 깨달은 느낌이었다.
‘바람가의 밖에서 나와 동등한 지분을 가진 가주?
그럼?’
퍼뜩-!
차분히 생각하면서 무엇인가를 떠올린 진리의 마음속에서는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으윽! 아버님이다!
파워 오브 엠블렘인 일대 바람의 절대자라면 폐관수련을 하는 가주들은 따를 것이다!’
진리와 진실과 동등한 지분으로 가문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수많은 바람가의 가주 중에서 일대 바람의 절대자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신령과 불균형이 일어나던 영원체의 신체를 죽음으로 버리고, 복제 절대계에 요양을 보낸 아버님의 존재를 어떻게 차호가 알았단 말인가?
그리고, 복제 절대계의 위치는 누구도 모르고 갈 수도 없다.’
절대계가 복구할 수 없는 피해나 오류가 나면 그대로 덮어씌우기 위해서 만든 복제 절대계였기에 보안은 철저했고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 정체는 이동 요새처럼 움직이는 이동세계였기 때문이다.
‘복제 절대계는 우주 공간을 가르는 유성처럼 움직이는 세계다.
불규칙적으로 절대계와 근접한다.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정 거리에 도달하면 순간적으로 정보발송만 받고 지나가기에 나와 사이안도 이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단지 접속을 기다려야 할 뿐이다.
탐지도 세계 전부에 걸어놓은 은폐 권능 때문에 무리이지.’
복제 절대계가 항상 이동하면 영원체의 시각과 인지 감각조차 혼란시키는 조처를 해놓았기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초고속 이동세계였다.
‘아버님이 복제 절대계 속에서 요양이 아닌 또 다른 바람가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
진리의 부친은 어디까지나 일대 바람의 절대자였다.
초월자의 정점으로 돌아간 그가 여성 영원체를 반려로 삼아서 또 다른 진리를 낳는다면 차호의 말대로 바람가는 셋으로 나누어진 셈이었다.
‘강자를 우선하는 나와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진실이 바람가를 양분한다.
그리고, 아버님이 강함만을 추구하는 바람가를 만들었다면 가문은 완벽하게 셋으로 나누어진다.
그럼 최악이다.’
그렇게 진리도 점점 상황 파악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하얀 깃털 부채를 한가롭게 부치는 존재가 있었다.
물론 그는 차호였다.
이야기 속의 책사 상태로 들어간 시선은 외계 너머의 아주 먼 지역에서 몰려오는 이상한 형태의 누런 대군을 쳐다보고 있었다.
장난기가 가득했던 표정을 싹 지운 그는 깃털 부채를 부치면서 낭랑하게 말한다.
“외계 너머의 저편에서 누런 바람이 다시 불어오는구나.”
후우우우우우우!
차호의 말대로 전방의 시야는 온통 노란색의 대군으로 가득차 있었다.
인간형부터 시작해서 행성보다 거대한 괴수까지 섞인 그들의 공통점은 오직 노란 피부뿐이었다.
탁-!
“지긋지긋한 것들! 세계들의 흐름이 절대계로 향하자마자 시설을 전력 가동하여 대량생산을 하는군.
언제나 느끼지만, 양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차호는 불쾌한 표정으로 깃털 부채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말한다.
“저들은 누런 하늘의 적들!
황천적(黃天敵)이라 부른다.
저것들은 정기도 없는 단지 공해야.
아무리 없애도 계속 날라와서 세계를 더럽힌다.
지금은 막기만 하지만, 언제인가는 발생원인까지 싹 쓸어버려야한다.”
누군가에게 하는 소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차호의 뒤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외계 신황들과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이 대기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구구구! 구구궁!
더구나, 신황과 청혈일족의 지배층인 외계의 정예세력까지 그들의 뒤로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차호는 그들을 눈으로 흩고서 부채로 노란 대군을 가리키면서 명령한다.
“자아! 가거라!
푸른 하늘의 전사들아!”
그런데 움직이는 전력이 없었다.
그들로서는 이런 전쟁에 참전하라는 말을 시작에게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의 전사?’
‘그게 누구냐?’
‘우리?’
그러고 보니 외계의 벽을 넘자마자 갑자기 옷이나 장갑이 푸른색으로 색칠이 되어있기는 했다.
단지 차호의 취미나 장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전쟁터로 밀어 넣으려 하니 움직일 리가 없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언제 우리가 전쟁 파견을 나왔나?”
‘너희는 시작님에게 따로 들은 것이 없나?’
노란 먼지처럼 몰려오는 적의 대군은 만만치 않아 보였으나 일천억 년을 청혈일족과 싸워온 신황들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전투에 참여할 수 없기에 평소에는 원수인 청혈일족의 지배층들에게 말을 건다.
‘우리는 모르노라!’
‘우리도 지금 상황이 헷갈리니 말 걸지 마!’
‘그보다 신황 주제에 친한 척하지 마라!’
청혈일족은 인간형이 기본인 다른 창조주에게 보이기에는 흉측한 곤충인간의 모습이라고 배척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제 누가 보아도 멋진 곤충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진화한 청혈일족의 지배층들이 쏘아붙인다.
‘너희는 우리 적이야!’
‘지배종족으로 거들먹거릴 수 있는 것도 얼마 안 남았다.’
시작에게 전투를 멈추고 외계 외곽에서 차호의 행동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갑작스러운 전투명령에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 된 그들이었다.
이 일행의 대표역할을 맡은 제천신황이 나서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희 창조주님께서는 차호님이 무엇을 하시는지 확인하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디에도 전투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제천신황은 노랗게 밀려오는 황색 대군을 쳐다보면서 넌지시 말했다.
“앞으로 나타날 침입자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있기는 했지요.
하지만, 외계를 침범할 의지가 없는 이상은 저희가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살랑! 살랑!
그러자 차호는 하얀 깃털부채를 부치면서 위엄이 넘치는 음성으로 말한다.
“응? 시작님은 방어만 하겠다고?
원래 세계로 쳐들어갈 이 좋은 기회에 그럴 리가 있나?”
잠시 생각한 차호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상황을 보실 모양이시군.
그럼 방식을 바꾸지.”
차호는 외계의 신황과 청혈일족이 모두 들을 수 있게 강력한 의지를 보낸다.
“너희는 영역이 필요 없느냐?
행성 같은 것 말이다.”
“!?”
“?”
창조주나 영원체들 간에 뭔가 지극히 곤란한 사정이 많이 꼬여있다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제천신황과 외계신황들이었다.
창조주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정신체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외계 너머의 진출에 관련된 명령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영원체님 사이에서 외계 진출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럼 함부로 움직이면 큰일이 난다.’
‘그럼 이번에는 관람만 하자.’
그런데 차호의 의지가 전 군단에 전해지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외계 너머에 아직 주인이 없는 세계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 전공이 없으면 당연히 보상은 없다.
출입도 당연히 금지야.”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있던 군단이 점점 흔들린다.
장난스러운 말투를 버리고 현자의 모습을 취한 차호의 존재감은 어떤 창조주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 차호가 사정없이 보내는 의지는 외계 정예세력의 마음을 뒤흔든다.
‘애들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거 막아야 할 것 같은데?’
‘바람가의 가주를 누가 막아?’
‘그것도 영원체의 정점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십중천님이시다.’
‘우리보다 강력한 사백구십구 주우주가 몇 분 만에 몇 번이나 날아갈 뻔했다.’
무엇보다 항상 방실방실 웃던 차호가 이렇게 심각한 현자의 표정을 하고 있으니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말하마.
황천적(黃天敵) 목 하나에 외계 너머의 행성 하나를 주겠다.”
“!!!”
“!!!”
차호가 외계 너머의 세계 남부지역에 광대한 미개발 영역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외계 신황들에게 비밀도 아니었다.
차호가 시작과는 대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어…어떻게 할까?’
‘우리가 무슨 용병신이냐?’
‘하지만 외계 너머의 세계는 우리보다 정기가 풍부하다던데?’
‘시작님의 명령이 없이는 군세를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굉장히 익숙한데?’
‘나도 그래.’
‘이런 경우가 있었나?’
상상할 수 없었던 굉장한 보상을 걸고서 뻔히 보이는 사지로 스스로 들어가게 한다.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선택받은 외계 신황들이 많이 겪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외계 신황들을 갈등하게 하였다.
‘꿀꺽! 저 녀석들 목 하나에 행성 하나라니?’
‘미개발이나 무인행성이라도 대박이잖아?’
‘그놈들이 숫자는 참 많네.’
‘저것들의 목 하나에 행성 하나라 이거지.’
‘잘하면 여기서 외계 휘하의 세계를 하나 늘릴 수 있다.’
황천적(黃天敵)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꽤 강하고 숫자가 많았다.
하지만, 일천억 년 전쟁으로 단련된 그들의 적은 아니었다.
여기에 약속한 상대가 차호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외계 남부를 장악한 차호님이면 충분히 내려줄 수 있지.’
거대한 세력을 만들면 항상 부족한 것이 영역이고 정기다.
갑작스러운 거대한 보상에 서서히 열기가 퍼지는 외계 신황들을 제천신황이 다급하게 말렸다.
‘참아!
시작님의 명령을 기다려야 한다.’
조심스러운 외계신황들은 일단 시작의 지시대로 관망만 하기로 했는데 그들과 전혀 다르게 빠르게 움직이는 세력이 있었다.
“청혈일족 돌격!
외계를 황천적(黃天敵)으로부터 지켜라.”
“앞으로 나가라!
푸른 하늘의 전사들아!
누런 공해를 막자”
“우리의 세계를 확보…아니 지켜라!”
외계의 지배종족으로 인정받아 비교적 풍요로운 중심부를 확보한 신황들에 비해 가난한 그들로서는 인내할 수가 없었다.
“야-! 시작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황들이라면 망설일만한 명분이나 외계 너머의 일에서 차호와 어울린 적이 많은 청혈일족에게는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시작님의 동맹인 차호님을 돕는 것이 뭐가 문제냐?”
“왜 시작님이 완전무장을 하라고 갔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그리고 다시 말하겠는데 친한 척하지 마라!”
“우리 외형이 조금 더 멋지게 변하면 고루한 외계 신황따위는 그대로 퇴출이다!”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하면서 일제히 가운뎃손가락만을 들어 올리고 돌진하는 지배자급 청혈일족들이었다.
“저 망할 벌레들이!”
원래 적대하던 제천신황의 의견 따위는 무시하는 지배자급 청혈일족이 세력을 이끌고서 누런 대군들에게 돌격한다.
그런데 그들만이 아니었다.
웅성! 웅성! 우르르르르!
신황들의 세력까지 분위기에 취해서 진격을 시작하려 하자 외계 신황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아오 시바-! 망했다!”
“이 망할 자식들아! 멋대로 싸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