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時空間 移動體.
그동안 천체물리학자 조광연 박사와 함께 과거로 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정작 그것의 실체를 규정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인공의 물음에 시원스럽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게 말입니다. 무엇이라 단정 짓기가 애매합니다.”
“뭣이라! 사람 애간장을 그렇게 태우고도 모자라, 무엇이라 단정 짓기 애매하다 했느냐?”
“…….”
“무슨 말이든 해보아라. 그렇게 입 빼물고 있으면 뾰족한 수가 나온다더냐?”
“형님이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기 더 조심스럽습니다. 음, 그러니까 그게, 흔히 말하는 타임머신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타임머신하고는 좀 다른 겁니다.”
“타임머신인데, 타임머신하고는 다르다?”
“네, 형님.”
“내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대답을 내놓는다는 건, 네 녀석이 화를 자초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
“화를 자초하다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나치게 당당했다.
‘녀석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군.’
늘 그랬다. 왠지 당당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뒤에서 수작을 부렸으니.
‘더는 묻지 말자. 어차피 대답도 못 들을 거,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금쯤 한 차례 더 호통을 쳤어야 했지만, 인공은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용하 역시 호통을 칠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이렇게 조용히 끝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예상이 빗나가자 추궁당할 때보다 더 궁지에 몰린 것 같아 가슴이 짓눌리는 듯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드려야 하지만, 제가 말재주가 이것밖에 안 돼 답답하실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시공간 이동체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직접 보시면 그동안의 궁금증이 한꺼번에 풀릴 것입니다.’
용하는 조금은 미안한 눈빛으로 인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는 그렇게 믿고 싶은데, 어떻게? 형님도 좀 믿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 *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용하는 틈나는 대로 미숙이와 잦은 시간을 가졌다. 쑥쑥유치원이 제법 자리를 잡아서인지 예전의 미숙이가 아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신감이 넘쳐났고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미숙아, 너를 보면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구나.’
눈에 띄게 달라진 미숙의 야무진 모습을 보는 용하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을 뿐.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늘 고심했는데, 밝고 건강한 미숙을 보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미숙아!”
원장실로 들어서며 미숙이를 불렀다. 일부러 보란 듯이 목소리 톤을 높여 경쾌하게. 업무에 열중이던 미숙이 고개를 들어 해맑게 웃었다.
“어, 오빠 왔어?”
“바쁜가 봐?”
“그러게! 내 인생에 이런 날도 다 있네.”
“좀 더 허리띠 졸라매야지.”
“여기서 어떻게 더?”
“이 악물고 해서 이 건물 전체를 쑥쑥유치원으로 만들어 봐. 할 수 있지?”
“그러잖아도 오빠! 신도시 다른 유치원 다니던 원생들도 우리 쑥쑥유치원으로 옮기겠다고 줄을 섰어. 그런데 오빠도 알다시피 오겠다고 다 받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잖아.”
“왜, 교실이 부족해서?”
“부족한 게 어디 교실뿐인가? 선생님도 부족하고, 내 능력도 부족하고…….”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고, 할 말이 너무 많아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만! 말 안 해도 다 알아.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너무 진지했다. 이런 말투는 유치원이 경영난에 부딪혔을 때, 대책 마련을 위해 만든 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닌가.
―갑.분.싸!
‘어쩜 저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냐? 기, 승, 전, 분위기 다운!’
미숙은 분위기가 어눌해지는 게 싫었다.
“오빠, 이 시간에 이렇게 만나는 거, 정말 오랜만이지? 우리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할까?”
“술? 좋지. 처음인 것 같다.”
“뭐가?”
“미숙이 네가 먼저 술 한잔하자고 제안하는 거.”
“그래? 정말 내가 그랬어?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술 한잔 사는 것도 인색한.”
“그런 뜻이 아니라, 언제 어른 되려나 싶었거든.”
“그 말은… 내가 그렇게 철없이 굴었어?”
“아니! 철이 없어서가 아니고, 항상 해맑은 어린아이 같았거든.”
“그래? 그래서! 그게 좋았다는 거야, 싫었다는 거야?”
“당연히 좋았다는 거지. 난 말이야. 미숙이 네가 하는 거면 트림 소리도 예쁘게 들렸어.”
“으이그! 더럽게.”
“그러게, 웬 말이 그렇게 많아. 어서 나가자. 근처 맛집이 어디더라.”
“데헷, 이제야 오빠 같네.”
미숙은 종종걸음으로 용하를 뒤따랐다.
“오빠! 근처 맛집보다 근교로 좀 나가는 게 어때?”
“왜, 신도시에 새로 들어선 맛집이 얼마나 많은데.”
“물론 많겠지. 신도시 상권을 장악해 한몫 벌어보겠다고.”
“그런데 뭐 하러 멀리 나가? 맛 하나로 승부 걸겠다고 목숨 걸고 신도시로 들어온 맛집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아, 그런데 오빠. 명색이 교육자인 내가,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술자리에 앉아 있으면, 보는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어?”
미숙이 주위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유명세를 치른다는 뜻이다.
“훗, 행복한 비명이네!”
“음, 행복해. 행복해 미치겠어. 그러니까 오빠, 우리 신도시 벗어나서 오붓하게 시간 보내다 오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미숙의 제안, 아니 소원을 못 들어줄 리 없었다.
“그럴까?”
용하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택시를 불러세웠다.
“오빠! 차는?”
“주차장에 차 없으면 사범님 전화가 빗발칠 거야. 그럼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은 물 건너가는 거지.”
“아, 역시!”
* * *
운명의 그 날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혹시 몰라 이것도 함께 개발했습니다.”
“이게 뭡니까?”
“이를테면 블랙박스죠. 자동차 블랙박스 말고, 비행기 블랙박스 말입니다. 저에게 처음 제안할 때 말씀하셨죠? 광채에 휩싸이는 순간부터 과거 어느 곳에 도착하든, 모두 카메라에 담길 거라고. 바로 그 장치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박사님과 제가 교신도 할 수 있는 겁니까?”
“당연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박사님은 현재에 있고 저는 과거에 있는데.”
의아해서 물었다.
“그런 걸 해내는 게 바로 과학이고 기술입니다. 그뿐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해 중앙관제센터에서 원격조정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블랙박스를 통해.”
“중앙관제센터라면…….”
“제가 중앙관제센터고, 관장님은 시간 여행자가 되는 거죠.”
“그거 흥미로운데요. 그럼 혹시 제가 위험에 처한다거나, 박사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가 지시하는 대로 해주시는 건가요?”
“지시하실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즉시 응급출동 시스템을 가동해 안전한 곳으로 잠깐 이동시켰다가 돌아오게 해드릴 겁니다.”
“안전한 곳으로요?”
“네, 이를테면 가까운 다른 시간으로 잠시 이동시켰다가 돌아오는 거죠.”
“왠지 듬직한데요.”
“반대로 제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주셔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안 따르면요?”
“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관장님은 길을 잃고 시공간을 떠도는 시간 여행 속 미아가 되고 말겠죠?”
“그 말씀은?”
“말 그대로 저와 교신이 끊기면, 시공간 이동체는 끈 떨어진 연이나 마찬가지니, 정처 없이 시공간을 떠돌 수밖에 없겠죠?”
“박사님 말대로라면 이건 중단해 주십시오. 제가 왜 그런 걸 연구하는 데 돈을 써야 합니까? 나를 궁지로 몰아넣을지 모를 그런 것에다가.”
용하가 정색하고 쏘아붙이자, 조광연은.
“아, 농담입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박사님, 지금 이 분위기에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네, 제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말을 함부로 했네요. 농담이었습니다.”
“박사님! 저 지금 심각합니다. 제발 좀…….”
“알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죠. 음, 그러니까 제가 부재중이거나 잠들었을 땐 무인 원격조정 시스템이 가동될 겁니다. 24시간. 유사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사시라면?”
“시공간 이동체에 결함이 생기거나 고장이 난다 해도 자동 정비 시스템이 가동돼 최단 시간 안에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 역시! 조 박사님 명성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군요. 교신도 24시간 가능한 거겠죠?”
“물론입니다. 21세기 AI 기술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지 오래니까요.”
“짐은 얼마나 실을 수 있습니까?”
“어떤 용도로 이용하실지 몰라 제 나름대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실을 수 있는데요?”
“음, 작은 원룸 이삿짐 정도?”
조광연은 나름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줬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듣는 용하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조광연은 이삿짐 사다리차를 움직여 시공간 이동체 가까이 세우고 바구니에 올라탔다.
“타세요!”
완성을 눈앞에 둔 시공간 이동체에 정신이 팔려있던 용하는 짐짓 놀란 기색으로 대답했다.
“아, 네!”
용하가 서둘러 바구니에 타자 사다리차가 시공간 이동체를 따라 수직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수직으로 상승하던 이삿짐 사다리 바구니가 시공간 이동체 중간쯤에서 멈췄다.
―철겅!
이삿짐 사다리차 바구니가 멈춘 곳에 사무용 책상 크기만 한 문이 하나 보였다.
“여기가 짐칸입니까?”
“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조광연은 전동 드릴로 나사를 돌려 문을 뗐다. 그리고는.
“한번 보십시오.”
용하는 허리를 쭉 빼고 시공간 이동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눈대중으로 대충 무엇인가 계산하는 듯하더니.
“음, 조금 작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래저래 잘 적재하면 그럭저럭 쓸 만은 하겠네요.”
“확실하게 말씀하십시오. 더 컸으면 좋겠습니까?”
“만약 더 키운다면 달라지는 게 있나요?”
“짐칸이 커진 만큼 패신저 칸이 작아지겠죠.”
“아, 올라온 김에 패신저 칸도 좀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지이이이잉~
사다리가 시공간 이동체를 따라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멈춰 섰다.
―철겅!
사다리차 바구니가 멈춘 곳에 승용차 손잡이처럼 생긴 문고리가 보였다.
“패신저 칸은 타고 내리기 쉽게 문고리를 달았습니다.”
조광연이 패신저 칸 문을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아, 됐습니다. 짐칸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패신저 칸을 본 용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조광연은 적잖이 결연한 표정으로 선언하듯 입을 뗐다.
“이것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용하는 의아한 눈으로 조광연을 바라보았다.
“과거로 가져가실 짐만 탑재하면 언제든 출발할 수 있습니다.”
“참, 그리고 동력은 어떤 방식으로 공급받을 수 있습니까?”
“시공간 이동체의 절반은 태양광 패널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다시 말해 던전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동력이 부족해 멈추는 일은 없을 겁니다.”
“태양광 패널이라면…….”
“시공간 이동체의 에너지원은 전기입니다. 태양열을 전기로 치환한 전기에너지.”
“아, 그렇군요! 음, 그럼 만약에 제가 어떤 이유로 전기가 필요하면 시공간 이동체의 전기를 끌어다 쓸 수도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간 여행 중에 사용하게 될 기기에다 태양광 패널을 미리 설치해서 가시는 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용하의 표정에, 텔레비전 드라마 속 주인공이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을 때처럼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느껴졌다.
용하는 시공간 이동체에 실릴 물품 주문서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줄 것을 추가로 주문했다.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출발의 그 날까지, 시간은 여느 때보다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급기야.
D―day.
만반의 준비를 끝낸 용하와 인공은 시공간 이동체 앞에 섰다.
시공간 이동체를 올려다보는 두 사람은 가슴이 벅찼다.
“형님! 어떻습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이런 줄도 모르고 매번 궁지로 몰아넣기나 하고…….”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알았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그건 그렇고 짐칸엔 뭘 그렇게 잔뜩 실을 것이냐?”
“음, 그건 비밀입니다.”
“비밀이라, 좀 서운하구나. 하나 더는 묻지 않을 것이다.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형님, 그냥 가볍게! 조금 멀리 여행 간다 생각하고 다녀오죠. 조광연 박사님은 21세기에 남아 관제를 담당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다시 한번 숙연하게 자기들만의 의식을 치른 용하와 인공은 시공간 이동체에 탑승했다.
그리고 조광연이 시공간 이동체를 원격조정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움직이자.
―쉬우우우우!
시공간 이동체가 동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추진체에서 뿜어내는 동력은 충분해 보였다. 단지 불안했던 건 이동체가 심하게 요동친다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는 조광연의 미간이 심하게 좁아졌다.
‘미처 계산하지 못한 반응이다. 만약 실패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