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휘호오오오~
시공간 이동체는 무서운 속도로 수직상승 했다.
바람을 가르며 가시권에서 점점 멀어지는 시공간 이동체.
과거를 향해 날아가는 시공간 이동체의 움직임은 뒷걸음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일보의 후퇴였다.
이윽고 지구상에서 육안으로는 관측할 수 없을 만큼 멀어졌을 때였다. 검은 우주 한가운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광채가 나타나더니, 시공간 이동체를 서서히 집어삼켰다.
시공간 이동체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장면은 과거로 이어지는 광경들이었다. 이를테면 끝까지 다 본 영화를 다시 한번 감상하고자 영상을 되돌리는 화면처럼.
―칙칙, 치직, 치직!
시공간 이동체 안 용하와 인공이 앉은 좁은 공간에 교신을 시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용하의 두 눈이 빠르게 여러 장치가 복잡하게 혼재된 계기판 주변을 두루 살폈다.
“무엇을 찾는 것이냐?”
인공의 물음에 용하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하던 일에만 몰두했다.
“무엇을 하느냐고 묻질 않느냐!”
용하의 행실에 울화가 치밀었던지, 인공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형님, 이 소리 안 들리세요?”
그제야 용하는 반응을 보였고, 인공은 의아해서 물었다.
“소리! 무슨 소리?”
“간헐적으로 탁탁 튀는 소리 말입니다.”
“전기합선 말이냐?”
“네, 그 비슷한!”
“아, 그 소리라면 아까부터 들렸는데.”
“아까부터 들렸다고요? 그럼 진작 말씀을 하셨어야죠.”
“아, 그걸 왜 나한테 지랄이야. 이 복잡한 기계 덩어리에서 뭔 소리가 안 나겠어.”
“알았어요, 됐고요. 지금 우리가 이런 일로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형님, 전기가 합선되는 소리처럼 들린 이 소리 말입니다. 이게 실은 전기합선이 아니고,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거든요.”
“뭣이라, 무전기?”
“네. 누군가 우리하고 교신을 시도하는 겁니다.”
“교신? 우리하고? 누가?”
인공은 세 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던졌다.
“그걸 저한테 물어보면 어떡합니까?”
“그럼 누구한테 물어?”
“저는요, 시공간 이동체 안에 무전기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 그럼 대체 누가 우리하고 교신을 시도하려는 걸까? 혹시 외계인…….”
“쓸데없는 소리! 외계인이 어디 있습니까?”
“외계인이 없다고 생각해?”
“자그마치 2,000년입니다. 외계인, 외계인, 입방아만 찧어댄 게. 그런데 뭐 하나 이렇다 할 볼거리를 찾아낸 사람이 있습니까? 없잖아요.”
“사람들 입에 자꾸 오르내린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다는 얘기 아닐까?”
“형님! 사람들이 왜 귀신 얘기에 관심을 보이고 흥미로워하는 줄 아세요?”
“그야,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 같으니까 흥미를 갖는 거 아닐까?”
“아니죠. 귀신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니까, 관심이 생기고 흥미를 느끼는 겁니다.”
“그래? 정말 그런 거야?”
“그럼요. 같은 이유로 외계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음, 알았어. 어차피 결론도 나지 않은 얘기 가지고 에너지 소모하지 말자고.”
“그래야겠죠? 갈 길도 먼데.”
“그나저나 네 녀석이 찾는 게 이것이냐?”
인공이 불쑥 내민 건 다름 아닌, 장난감처럼 생긴 무전기였다.
“아, 그걸 왜 형님이 들고 계세요. 이리 주세요.”
용하는 인공의 손에서 무전기를 야멸차게 뺏어 들었다. 그러고는.
“아, 아! 여기는 이동체. 관제실 나오라 오버.”
아무렇게나 질러 본 말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반응을 보였다.
[아아! 여기는 관제실. 이동체 응답하라. 내 말 들리는가?]“조 박사님?”
[김 관장님?]“네, 저 김용하입니다.”
[목소리로 봐선 상당히 좋아 보이시는데,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컨디션 어떠세요?]“컨디션이라면 어떤……. 일단 기분은 괜찮아요. 그런데 조 박사님! 지금 우리가 시공간을 이동해가는 거 맞습니까?”
[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과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아, 그렇군요. 말씀하신 대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치고는 무척 편안합니다. 이를테면 속이 울렁거린다거나 메스꺼운 것도 없고 말입니다. 아, 잠깐만요.”
용하는 조 박사와 교신을 하다 말고 인공의 상태를 물었다.
“형님, 어디 불편한 데 없죠?”
“나 말이냐?”
“네, 형님 말입니다. 간단하게 빨리!”
“네 녀석 눈에는 내가 이상해 보이느냐?”
“아뇨! 멀쩡해 보이는데요.”
“잘 봤어. 보다시피 난 멀쩡해.”
그제야 용하는 무전기 속 조 박사와 다시 교신을 시작했다.
“박사님! 일단 시공간 이동체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저는 물론이고 인공 형님도요.”
[혹시 모니터 보고 계십니까?]“모니터? 무슨 모니터!”
[전면 계기판 옆에 내비게이션처럼 생긴 거 말입니다.]“내비게이션처럼 생긴 거? 가만있자……. 아, 이거 말씀하시는 건가? 내비게이션처럼 생긴 게 아니고, 이건 완전 내비게이션인데요? 이거 말씀하시는 거 맞죠?”
[아무튼, 그거 켜시고 ‘아웃사이드’라고 써진 아이콘 클릭하세요.]“알겠습니다.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 한 것일까? 용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농담하시는 거 보니까,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고, 아직은 시공간 이동체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바로 그때였다.
―삐욕!
―틱!
―위잉~ 위잉~ 위잉~
그리고 마침내 모니터가 켜지며 검은 화면이 올라왔다.
“모니터 켜졌는데,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요?]“네, 아무것도! 그냥 검은색입니다.”
[관제탑 모니터에는 우주의 행성들이 빠르게 흐르는 게 보이는데요.]무전기 속 조 박사의 말에, 용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을 만지작거렸다. 수차례나 이리저리 만지작거려 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안 보입니다. 시공간 이동체의 모니터에는 아무것도 안 보여요.”
[혹시 말입니다. 모니터 화면을 좀 밝게 해 보시겠습니까?]“네, 알겠습니다. 잠깐만요……. 어디 보자…….”
바로 그 순간.
“헉!”
용하는 숨이 탁 막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모니터 속 바깥 광경은 조 박사의 말마따나 우주의 행성들이 빠르게 흐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조 박사님! 보입니다. 그런데 모니터를 보는 순간.”
―우욱, 우웩!
“갑자기 울렁거리는 게, 속이 몹시 거북합니다.”
[속이 거북하다니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뒤집히는 것 같다고요.”
[아, 멀미를 시작했나 보군요.]“모니터 꺼도 되죠?”
[꺼도 상관은 없지만, 만에 하나 모니터를 끈다면, 가고자 하는 과거로 정확히 도착한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음, 이를테면 말입니다. 시공간 이동체의 도착 지점은 14세기로 설정돼 있습니다.]“그런데요?”
[14세기까지는 시공간 이동체의 자동 항법 장치가 작동해 자율 비행을 할 겁니다. 하지만 도착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은 관장님께서 수동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그 말씀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것처럼, 시공간 이동체의 모니터를 주시해야 한다는 거죠?”
[공교롭게도 그래야만 합니다.]무전기 속 조 박사의 목소리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관적이었다.
“어쩌면 좋죠?”
[음,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들으세요.]“네, 말씀하십시오.”
“그걸 시공간 이동체에 탑승하고 있는 제가 느낄 수 있을까요? 바깥 광경을 보지 않고도 말입니다.”
[지금으로선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단정 지을 수 없다니요,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시공간 이동체의 움직임이 느껴집니까?]“아뇨!”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지금 과거로 이동하는 건 맞습니까?”
[왜요, 아닌 것 같습니까?]“이 안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요.”
[시공간 이동체의 속도를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한 겁니다. 만약 그 속도를 탑승자가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멀미 때문에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설마 멀미 때문에 죽기까지 하겠어요?”
[관장님, 멀미해 본 적 있습니까?]“그럼요. 모임에서 바다낚시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아, 뱃멀미를 경험해 보셨군요. 그럼 이렇게 생각하세요. 뱃멀미의 천 배나 만 배쯤! 아니 그 이상일 겁니다.]“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리 무술을 수행한 사람들이어도 뱃멀미의 천 배니 만 배니 하는 건 견디지 못하고 아마 머릿속이 뒤엉켜 미쳐 버릴 겁니다.”
[저 역시 시공간 이동체에 탑승한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아무것도 모릅니다.]“조 박사님이 모른다고 하시면,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이 잔뜩 묻어났다.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저도 경험한 바가 없는데 말입니다.]“…….”
[무엇이라 드릴 말씀은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전정기(前庭器)의 흥분이 미주신경에 반사돼 일어나는 현상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그 말은, 박사님께서 거기까지 계산하고 탑승자가 멀미를 안 하도록 어떤 장치를 했다는 말씀이죠?”
[빙고!]“역시 박사님은……. 음, 박사님이시다.”
[관장님, 무슨 말이 그렇습니까? 칭찬하려거든 확실하게 하던가 말입니다.]“버벅거린다는 건, 감동의 폭이 크다는 얘기겠죠. 호. 우리 인공 형님은 제가 뭐라고 말하든 찰떡같이 알아듣던데.”
옆에 있던 인공이 우쭐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그제야 용하는 조광연 박사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끈을 놓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두 사람의 교신은 한동안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참담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급기야.
“조 박사님!”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던지, 용하의 목소리가 적잖이 격앙되었다.
[네, 말씀하십시오.]“혹시 말입니다. 관제실 모니터로 시공간 이동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는 있지만, 저 또한 사람인지라, 만에 하나 잠이라도 들어 버리는 날엔…….]“아르바이트 쓰세요. 비용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알바생 한 열 명쯤 채용해서 모니터 다섯 대쯤 놓고 2교대로 모니터링을 하게 한다면, 놓치는 일은 없을 것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알바생 구해서 모니터링은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시공간 이동체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때 제게 무전을 치십시오. 그러면 제가 그때 모니터를 켜고 수동 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관제실과 시공간 이동체의 1차 교신은 마무리되었다.
―휘호오오오~
“김 관장! 14세기로 가면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할 생각이야?”
“일단 용두방주를 만나야죠.”
“그다음은?”
“용두방주에게 아홉 개 정파의 장문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할 겁니다.”
“그들은 만나서 뭐 하려고?”
“킥보드를 팔 겁니다. 각 정파에 하나씩!”
“그래서 킥보드를 챙긴 거야?”
“네.”
짧은 대답이었지만 결연한 목소리였다.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데.”
“뭐가 안 좋다는 거예요?”
“괜히 사기꾼이라는 소리나 들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왜요?”
“며칠 안 돼 배터리 방전되고 나면 안 굴러갈 거 아냐. 그럼 그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어?”
“배터리가 왜 방전돼요?”
“아, 그걸 몰라서 물어? 자고로 전기란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지는 거잖아. 그러니 방전될 수밖에.”
“방전되는 일 없을 겁니다.”
“뭘 믿고 그렇게 장담해?”
“지난번에 뼈저리게 겪었거든요. 배터리 방전되니까 얼마나 불편한지.”
“그래서? 그래서 무슨 대비라도 했다는 거야?”
“태양광 축전 장치를 달았습니다. 즉, 오랜 장마로 해가 뜨지 않는 날이 길어지지 않는 한 킥보드가 방전될 일은 없다는 겁니다.”
“아, 그래? 음, 역시! 이러니 사람 다스리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용두방주가 창의부흥원 원장 자리를 선뜻 내놓은 거지.”
“지난번에 겪은 어려움에는 최대한 대비를 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예컨대 [바람찬]도 훨씬 개량해서 가지고 갑니다.”
“[바람찬]도?”
“네. 하나도 남김없이 정파의 수장들에게 전부 고가에 팔아먹을 겁니다.”
단단한 각오였다.
“그리고 그 돈으로…….”
용하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