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삐욕!
용하는 부푼 가슴으로 스마트폰을 눌렀다.
거의 동시에 트럭 엔진이 요란하게 굉음을 토해 내며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혔다.
용하는 황급히 트럭 문을 열며 유월을 향해 외쳤다.
“유월!”
문이 열리자 유월이 껑충 뛰어올라 트럭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용하가 트럭에 올랐을 땐 이미 조수석에 자리 잡고 앉은 유월이 능청을 떨며 용하를 맞이했다.
“거기가 유월이 자리인 건 어떻게 알았을까.”
―멍멍!
유월은 꼬리를 살랑거리는가 하면, 용하의 손을 핥으며 핼끔 눈치를 살폈다.
“잘했어, 유월!”
칭찬의 말에 유월은 꼬리를 더욱 세차게 흔드는가 하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용하를 바라보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 하는 행동이 꼭 뭘 알고 하는 것 같다니까. 천재야, 천재!”
그 순간 유월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런 쓸데없는 말을 왜 하는 걸까, 하는 기색으로.
용하는 서둘러 조광연과의 교신을 시도했다. 21세기 조광연이 있는 곳의 시간이 어떨지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말이다.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여기는 지금 14세기 중원의 밤이다.”
―치직치직!
―멍멍!
―치지지지지직, 칙칙!
―멍멍! 멍멍멍!
유월이 표정에 두려움과 의구심과 의욕이 한꺼번에 드리워졌다.
“유월! 놀랄 거 없어. 이게 다 우리가 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야.”
―끄~응…….
―치직치직!
―끄응~
용하의 눈이 무전기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유월이 또한 잡음이 무성한 무전기만 바라보며 낑낑거렸다. 그때였다.
[김 관장님?!]무전기 속에서 잡음처럼 새 나오는 목소리가 복권 당첨 소식보다 더 반가웠다.
“네, 박사님! 저 김용하입니다.”
―치직치직! 치익~
하지만 다시 잡음만 무성할 뿐, 더는 아무 말이 없었다.
유월이 낑낑거리며 조바심을 내는가 하면, 용하의 얼굴을 핥으면 위로했다.
“고마워, 유월!”
그때였다.
―치직치직!
[김 관장님!]“네, 조 박사님! 말씀하십시오. 잘 들립니다.”
[저도 잘 들립니다. 교신은 관장님이 먼저 시도하셨으니 용건이 있을 것 아닙니까? 제가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고, 관장님이 말씀하셔야죠.]“아, 그러네요. 실은 장설 형님 때문에요.”
[왜요, 그분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무슨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고요. 장설 형님을 만났는데 곧 돌아가신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세요.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는지 궁금해서요.”
[아― 어렵네요.]“어렵다니, 뭐가 말입니까?”
[관장님을 믿지 못해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요.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잖습니까?]“사람 마음이 그렇다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음, 그게 말입니다.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조광연은 계속해서 난처한 기색만 드러냈을 뿐, 좀처럼 말을 하려 들지 않았다.
“박사님이라 그런 건가요? 뭐가 그렇게 복잡합니까? 사람 사는 거 별거 없잖아요. 그냥 좀 쉽게 쉽게,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될까요?”
[그게 말입니다. 쉽게 쉽게, 그렇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왜죠? 왜 절대 안 된다는 거죠?”
[제가 그걸 관장님께 낱낱이 말씀드리면, 일이 좀 복잡해질 수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쉽게 말해 살리고 싶어진다는 거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릅니다.]조광연의 말에 찔끔했다. 사실 얼렁뚱땅 장설이 어디에서 어떻게 죽는지 알아내서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교신을 시도했는데, 바로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좋아요! 박사님 말씀이 사실이 아니라도, 충분히 걱정할 만한 것이니 인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 관장님께서 뜻을 굽히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말입니다.]“그렇다면 아직 걱정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 주십시오. 박사님처럼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가 그 정도 못 할 리 없잖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천문우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니, 우수한 두뇌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 탁월한 두뇌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쓰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두뇌이지, 한 개인의 죽고 사는 일에 참견하라고 주시지는 않았습니다.]차마 어떤 말로도 회유할 수 없을 만큼 단호했다.
“효…….”
용하는 옅은 한숨만 내쉴 따름이었다. 난색으로 얼룩진 용하를 지켜보는 유월은 낑낑거리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관장님,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용하는 황급히 유월의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라니, 무슨 소리 말입니까?”
[방금 강아지 소리 같은 게 들린 것 같은데요.]“잘못 들은 겁니다.”
짧고 간결한 대답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용하는, 잘하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 봐라! 내가 좀 세게 나가니까 더는 따져 묻지 않네!!’
조광연의 태도가 궁금했다. 용하는 한동안 그의 태도 변화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조광연 박사의 입을 막아 버린 근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음껏 짖을 수도 없게 된 유월이 용하에게 매달려 그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용하는 유월의 위로를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 순간.
“그래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였어.”
말도 안 되는 발상일 수도 있으나, 용하의 생각은 이랬다. 유월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유, 물론 정이 들어서 그렇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시작은 먹이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조광연에게 그동안 막대한 연구비를 대준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용하는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조 박사님!”
―치직!
[네, 관장님.]“여러 소리 하지 말고, 장설 형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세요.”
[관장님,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제가 박사님하고 의논하는 사람입니까? 저는 비용을 대고 의뢰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박사님은 제가 의뢰하면 박사님의 재능을 총동원해서 수행해야 하는 거고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하겠습니다!]숨 막히게 묵직한 목소리였다. 용하는 뛸 듯 기뻤지만, 감정을 최대한 숨겼다.
“조광연 박사님! 앞으로도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이번 시공간 이동체 프로젝트는 기간에 제한이 없는 영원한 계약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해 주십시오.]“뭘 말입니까?”
[장설이라는 분이 우리 프로젝트 어디에 필요한지 말입니다.]역시 순순히 넘어갈 조광연이 아니었다.
‘참, 머리가 좋아도 너무 좋은 사람이야. 이번에 어떻게 따돌리지?’
“21세기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여기 무림에서 제가 펼치는 일에 그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음,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관장님도 사범님도 무림의 사람은 아니니 말입니다.]“여기 무림에서 형님과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그러니 더는 의심하지 말고 도와주십시오.”
이번에도 변함없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곧 무전기에서 조광연의 목소리가 무겁게 흘러나왔다.
[…네, 알겠습니다.]용하의 입이 귀에 가서 걸릴 듯 찢어졌다. 하지만 감정을 숨긴 채 말했다.
“참! 그리고 박사님 연구비는 장학재단에서 변함없이 지원할 것입니다. 그러니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주십시오.”
[넵!]무전기에서 군기가 바짝 든 조광연의 목소리가 새 나왔다.
“제가 부탁드린 거 이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태블릿 PC에서 확인하겠습니다.”
어느덧 동이 트려는지, 동쪽 하늘이 짙은 코발트 빛을 띠었다.
“유월! 객잔까지 최대한 빨리 가면 얼마나 걸리겠니?”
―멍멍!
유월은 밥 먹는 시늉을 하며 몇 차례 짖었다.
“아침 식전에는 도착할 수 있다고?”
―멍멍!
“좀 더 빨리 갈 수는 없을까? 장설 형님과 인공 형님이 깨기 전에 말이야.”
애원하는 듯한 용하의 말투에 유월은 제 등을 가져다 댔다.
“뭐야, 어떡하라고?”
유월은 좀 더 용하에게 가까지 등을 들이대며 두어 차례 짖었다.
“업히라고?”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유월이 조금도 거리낌 없이 해맑게 짖었다.
―멍멍! 멍멍!
용하는 조심스럽게 유월이 등에 올라탔다. 유월이 걸음이 불안해 보일 만큼 아슬아슬했다.
“괜찮겠어? 유월!”
―멍멍! 끙~
“유월아~ 마음은 고마운데, 나 그냥 내려서 걸어갈게. 그게 더 빠를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잘하려고 애쓰는 유월이 안타까워 한 말에 정작 유월은 귀도 기울이지 않은 채 꿋꿋하게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유월이 걸음걸이가 경쾌해지기 시작했다.
“어, 이 녀석 좀 보게. 또 초월적인 기운이 솟아나려나 보네!”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유월. 이번에는 몸이 광고용 풍선에 공기가 차오르듯 커졌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귀도 조금씩 커지더니 중력을 잃은 듯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았다. 마치 경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날아오르기 직전, 날아오를 듯 말 듯 하는 것처럼.
“어! 이러다 진짜 날아오르겠는걸. 조금만 더 유월아!”
바로 그 순간 유월이 두둥실 떠오르는 듯하더니 비록 높이 날아오르지는 못했지만, 대지를 밟으며 달릴 때보다 훨씬 빠르게 객잔을 향해 날아갔다.
“장하다! 유월아~ 누가 뭐래도 우리 유월인 무림의 강아지야.”
시원한 새벽 공기가 두 뺨을 얼마나 스쳤을까.
―멍멍!
마침내 용하는 객잔에 도착했다. 아직 동쪽 하늘이 푸른 빛을 띤 이른 시각인데 말이다.
“고맙다, 유월아. 아까 식전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했을 때는 실망했었는데.”
서둘러 객잔으로 들어갔다. 인공과 장설은 여전히 깊은 잠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였다.
“일상이 시작되기 전에 조 박사가 보낸 메일부터 읽어 볼까.”
용하는 조심스럽게 인공의 품에서 태블릿 PC를 빼내보려 했다. 하지만 인공은 무의식중에도 양팔에 힘을 주며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한 용하는 난색을 지었다.
“형님, 제발…….”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유월이 인공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태블릿 PC를 움켜쥔 그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마치 이제 막 태어나 꼬물거리는 제 새끼의 온몸을 매만지듯이.
그렇게 얼마나 핥았을까. 마침내 인공의 손에 힘이 풀리는가 싶더니, 움켜쥐고 있던 태블릿 PC를 스르르 놓고 말았다. 용하는 태블릿 PC를 들고 구석진 자리로 옮겨 전원을 켰다.
“아, 모든 게 완벽해.”
내심 염려했던 것도 시원스럽게 해소되었다. 솔직히 부팅이 안 되면 어쩌나 조금은 걱정이 됐는데 말이다. 용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인터넷에 접속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표정에 실망이 스쳤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어서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토록 치밀한 조광연 박사가 되지도 않는 태블릿 PC를 마치 제세동기처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했을 리도 없고.”
무엇이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새벽 시간은 유독 빠르게 흘렀다. 그래서인지 조바심이 극에 달한 탓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를 어쩐다.”
바로 그때였다. 유월이 인공과 용하의 중간쯤에 떨어진 스마트키를 입에 무는 게 보였다. 그제야 용하는 왜 인터넷 접속에 실패했는지 깨달았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용하는 유월이 물어다 준 스마트키 열림 버튼을 길게 눌렀다. 바로 그 순간.
―띠링~
인터넷에 접속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앗싸!”
이제 막 화면이 열리고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다는 알림이 보였다. 조광연 박사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용하는 서둘러 이메일을 열었다. 빠르게 읽어 내리는 용하의 입가에 웬일인지 잔잔한 미소가 피었다.
“어쩌면 이렇게 자상할 수가…….”
용하의 가슴 속에 파문이 일었다. 감동의 물결이었다. 자신이 보낸 이메일을 받아 볼 상대를 배려한 조광연의 마음이 느껴져서였다.
“단어 하나, 어휘 하나!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을 선택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까?”
그의 이메일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