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왜 그러느냐?”
조금은 과장된 반응을 보인 인공을 대하는 장설의 안색 또한 심상치 않았다.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이리도 사색이 된 것이야.”
장설이 재촉했지만, 인공은 되레 차분해져서 용하의 귀에다 속삭였다.
“얘, 용하야! 혹시 14세기에도 UFO(유에프오)가 출연했다는 기록을 본 적 있느냐?”
잠시 인공에게 귀를 내준 용하의 표정이 서서히 달라졌다. 그런 용하를 보는 장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용하 자네는 어찌하여 그리 짜증을 내는 것이냐?”
“장설 형님! 짜증뿐 아니라, 화가 나려고 합니다.”
용하의 대답에 인공은 질색하며 떨어져 나갔다.
“뭐, 화가 난다고? 왜―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대체 뭐라고 했길래 화가 나?”
“아, 이 형님 글쎄 뭐라고 한 줄 아세요? UFO(유에프오)라고 하는데, 형님 같으면 짜증이 안 나겠습니까?”
“뭔―프?”
그러잖아도 쪼글쪼글한 장설의 얼굴이 더 쭈글쭈글해져서 물었다.
“아, 그게 말입니다. 동네마다 조금씩 표현이 다른데, 인공 형님과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우리 동네 프라이드 치킨 오케이!?’를 그렇게 부릅니다.”
“뭐, 뭐? 우리 동네 뭔 케이?”
생전 들어보지 못한 말에 쭈그러지고 또 쭈그러진 장설의 얼굴은 아예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인공 저 녀석은 뭘 보고 그렇게 놀란 거라느냐?”
“아, 그게 말입니다. 형님. 별똥별을 보고 그 호들갑을 떤 것 같습니다.”
“뭐라! 별똥별?”
기도 차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하룻저녁에도 수도 없이 보는 걸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는 것이냐?”
어찌나 말문이 막혔던지, 이 한마디를 하는데 세 번이나 나눠서 내뱉었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은빛 모래알로 빼곡하게 채워진 은하수.
세 사람은 잠시 여려진 감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였다.
“인공에게 묻겠다.”
“네, 말씀하십시오, 형님.”
“별똥별이 어느 방향으로 떨어졌느냐?”
“아, 그게 말입니다…….”
인공은 고개를 갸웃거려가며 이리 재고 저리 재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런 인공을 지켜보는 용하는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장설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제가 방향감각을 잃어 잠시 시간을 끌었습니다. 별똥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꼬리를 길게 물며 떨어졌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그럼요, 형님.”
“혹시 용하 너도 보았느냐?”
“아뇨, 저는 못 보았습니다.”
장설은 뒷짐을 진 채 쏟아질 듯 반짝거리는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용하는 조바심을 견디느라 마른침을 수도 없이 삼켰고, 인공은 혹시 또 혼나지나 않을까, 그것을 걱정했다.
피를 말리는 듯한 시간은 염려했던 것보다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아마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려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구나.”
장설의 말에 용하는 펄쩍 뛰었다.
“형님, 그게 다 무슨 말씀입니까? 별똥별은 흔한 것입니다. 게다가 인공 형님에게는 하늘의 계시를 받을 만한 아무런 기연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아니, 음양과 오행으로 보아, 지금은 인공이 하늘의 계시를 받을 사주야.”
“뭐, 형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선뜻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니,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 게냐?”
“인공 형님 말입니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도 형님이 잘 압니다. 자신이 그런 기연을 만날 위인이 못 된다는 걸.”
“용하야! 네 녀석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인공에 불만이 많은 게로구나.”
“불만요? 그럴 리가요. 오히려 이 심장 속에 고마움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녀석이 어찌하여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이냐?”
용하는 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장설 또한 더는 어떤 추궁도 하지 않은 채 생각했다.
‘녀석이 인공을 시기하고 있나 보군.’
누군가를 시기하는 건 다른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용하는 누구 때문에 인공을 시기한단 말인가. 사소한 궁금증을 남긴 채 세 사람은 별똥별이 꼬리를 물고 떨어진 방향으로 변함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장설 형님!”
“왜 그러느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닌 밤중에 대체 무슨 생각이 들었기에 그러는 것이냐?”
“지금까지는 방주를 만날 생각만 했습니다.”
“그랬었지. 그런데 그 계획에 무슨 변화라도 생겼다는 것이냐?”
“네, 외람되게도 계획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해 보아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아무래도 높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지 않습니까?”
“장애물이 두려운 것이냐?”
“두렵다기보다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낭비라!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느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 않더냐.”
“백번 천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나, 고생도 가치가 있어야 사서도 하는 겁니다.”
“단지 시간 낭비가 염려돼 그러는 거라면 주저하지 말고 부딪치거라. 강호 무림이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니 극복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느냐?”
“외람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슨 묘수라도 있다는 것이냐?”
“묘수는 아니지만, 최고의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최고의 방법이라, 그것이 무엇이냐?”
“제일 위를 만나는 것보다는 제일 아래를 만나는 게 쉬울 것 같습니다.”
“제일 아래? 그럼 백의개를 만나겠다는 것이냐?”
“백의개? 형님 그건 또 무엇입니까? 남채화보다 더 아래입니까?”
용하는 남채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활동하지 않고 있을 뿐 존재한다는 건 확실하니 말이다.
“아니, 용하야! 너는 한동안 개방에서 생활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개방의 최하위 서열인 백의개를 모른단 말이냐?”
“외람되지만 저는 개방에서 지내는 동안 창의부흥원의 연구실과 용두방주 궁만 오갔습니다. 그런 제가 최하위 서열을 어찌 알겠습니까? 이참에 형님께 배우고자 합니다.”
“별것 아니다. 백의개란 개방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자가, 자기 전 재산을 청산하고 들어가 삼 년 동안 견습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 말씀은 백의개가 되면 삼 년 동안 개방의 일상을 보고 배운다는 뜻이 아닙니까?”
웬일인지 용하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뭐랄까, 호기심이 갑자기 눈덩이처럼 커진 사람의 눈빛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모범이 될 만한 자가 있다면, 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 자기 몸에 배게 하는 과정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개목이 된다 한들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야.”
“백의개인지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
“허리춤에 찬 새끼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매듭의 수에 따라 서열을 알 수 있어.”
“매듭이라고요?”
“예를 들어 구결인 방주의 새끼줄에는 아홉 개의 매듭이 있고, 이제 막 개방의 일원이 된 백의개는 매듭이 없는 새끼줄을 허리춤에 차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형님! 저는 백의개가 되겠습니다.”
용하의 말에 장설은 언성을 높였다.
“무어라! 시간이 없다던 녀석이 갑자기 백의개라니?”
“삼 년 동안 견습 생활을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럼 어찌할 생각인 게냐?”
“개방을 찾아 고생할 이유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무슨 수로 개방엘 갈 생각인 게냐?”
“그들이 찾아오게 할 겁니다.”
“뭐라! 그들이 찾아오게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방법이 있습니다.”
“개방에서 우리를 찾아오게 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말해보아라.”
“우선 소문을 퍼뜨릴 것입니다.”
“소문이라?”
여간해서 평정심을 잃지 않던 장설이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네. 사천성 제일가는 부자가 개방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다음은?”
“제 생각이 맞는다면 분명 누군가가 저를 찾아올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비로소 장설이 고개를 수차례나 끄덕이며 용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같은 말을 듣고도 인공의 표정은 전혀 달랐다.
“좋다! 다 좋은데 그게 통할 것으로 생각하느냐? 게다가 우리에게는 그들을 현혹할 만한 재산도 없지 않으냐?”
“그들이 현혹될 만한 몇 가지 미끼를 던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럴만한 미끼가 우리에게 없지 않으냐?”
“있습니다. 제가 준비한 비급이 있습니다.”
용하는 급한 마음에 비급이라 말하고 말았다.
“비급이라…….”
비급이란 말에 장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인공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용하를 바라보았다.
‘인석아, 대체 어쩌려고 일을 크게 벌이는 거야? 나중에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근심으로 얼룩진 인공은 수차례나 표정을 바꿔가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용하는 무표정하게 인공을 바라보았다.
‘형님!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부터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겠습니다.’
결연히 어금니를 깨무는 용하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망설여야 했다.
“모름지기 비급이라고 하면 한 가문에 내려오는 일종의 필살기 같은 것인데, 용하 자네는 어느 가문의 사람이었는가?”
“김용하! 제 이름이 김용하이니, 아마도 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겠습니까?”
“음, 김씨 가문이라. 자네 가문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한 혁혁한 업적을 세운 조상이 있었던가?”
“있었지요. 너무 많아 입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요.”
옆에서 듣고 있는 인공은 혀를 내둘렀다. 단 한 번도 물러섬 없이 옥죄듯 몰아치는 장설의 물음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용하의 말발 때문이었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쥔 인공은 내심 용하를 응원했다.
‘너만 믿는다, 김용하! 넌 한 번도 설전에서 져본 적 없는 강적이잖아.’
돌이켜 보니, 인공은 설전에서 단 한 번도 용하를 이겨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든든했다. 설마 기력이 다한 노인 하나쯤 감당하지 못할까.
그때였다.
“몇 날 며칠이 걸려도 좋으니, 모두 읊어보아라!”
일순 궁지에 몰려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용하의 얼굴에 역력했다. 하지만.
“형님도 참, 그 많은 걸 제가 무슨 수로 말로 다 하겠습니까. 가문에 그것을 기록해 놓은 책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얻어다 드리면 되겠습니까?”
용하는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다. 공부와 담쌓은 지 오래여서 아는 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얕은 지식이라도 동원해야 할 형편이었다.
우선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얼핏 김유신 장군이 떠올랐다. 그다음 고려 시대는 최 씨들 세상이었으니 돌아볼 것도 없이 지나쳤다.
‘하, 되게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몇 안 되네.’
또다시 걱정이 앞섰다. 용하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인공의 눈에도 여실히 보였다.
‘녀석이 대체 어쩌려고…….’
바로 그 순간 용하의 머릿속에 묘안이 떠올랐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다!’
금세 용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것을 감지한 인공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설 형님! 모든 건 제가 준비할 것이니, 형님은 어떻게 소문을 낼 것인지 그걸 좀 궁리해 주십시오. 그리고 인공 형님께서는 한시도 장설 형님 곁을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
나름대로 계산이 있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인공이 산통을 깨고 말았다.
“나더러 장설 형님 곁을 떠나지 말라고? 싫다. 왜 내게 그런 십자가를 짊어지라는 것이냐?”
“인공 형님! 만약 저와 길을 가는데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가면 죽음의 길로 가는지, 삶의 길로 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때 형님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예리한 질문이었다.
“길이… 하나밖에… 없을 때?”
인공은 바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채 딸막거리고만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장설 쪽을 흘깃거리며 눈치만 살폈다. 조금 전 인공과 잠시 눈이 마주친 장설은 슬그머니 그의 눈길을 피했다. 한마디로 말해, 군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따라오라는 용하의 의중을 장설은 귀신같이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