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다들 무엇을 보았는지 넋 나간 사람들 같았다.
“아니, 저것은 또 뭣에 쓰는 물건이래?”
구경꾼들 입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새 나오는 말이었다.
“저자는 어느 문파의 사람인가?”
전동휠을 어느 문파에서 내려오는 비급이라고 생각했던지, 경공술 고수조차도 용하가 어느 문파의 사람인지 궁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 속도, 시속 40km로 오십여 리를 달려도 조금도 숨이 차거나 지치지 않으니 말이다. 일전에 개방의 창의부흥원 원장으로 일할 때 내놓았던 이라는 신물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세인들은 놀라게 하는 물건이었다.
한편.
“대체 뭣들하고 있는 것이냐?”
악에 받친 방주의 목소리는 심장을 찢어놓는 비수와도 같았다.
“저잣거리에 요물이 돌아다니고 있다는데, 어찌하여 그런 중요한 정보가 이제야 전해지는 것이냐?”
방주의 서슬 같은 질문에 누구 하나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왜들 대답이 없는 것이냐?”
“…….”
“너희들은 개방의 일원으로부터 추앙받는 어른들이다. 허리에 찬 새끼줄의 매듭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방주 앞에 조아린 그의 수족들은 부끄러움을 금치 못해 더 납작 조아렸을 뿐 여전히 함구한 채였다. 그런데 사실 잘못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방주에게 있었다. 정보 수집과 외부인 유입이 주 업무인 남채화를 개방에 묶어두었느니, 새로운 정보가 입수될 리 만무했다.
“개방에서 어른으로 살면서, 그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냐?”
당장에라도 서슬 퍼런 검을 마구 휘두를 기세였다.
“아무리 개방이 정책이 그렇다고 한들, 어른으로서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입수할 방도조차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니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벌써 잊었는가. 내가 어린 시절을 어찌 보냈는지 까맣게 잊었단 말인가. 금일 해가 지기 전까지, 그 물건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여 내게 가져오도록 하라.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할 시, 그대들에게 주어졌던 개방에서의 모든 권한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박탈할 것이다. 알겠는가?”
호통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 탓일까. 누구 하나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질서가 무너져 혼란스러웠고, 호연지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탕!
“알겠는가?”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가 심장을 짓눌렀고, 카랑한 방주의 목소리가 숨통을 조였다.
방주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방주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렇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 전 방주 전(殿)을 나온 구결 아래 개방의 일원은 삼삼오오 모여 고민을 토로했다.
“언제는 철저하게 배척하더니, 갑자기 저러시면 우리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당장 어디 가서 정보 수집원을 조달합니까?”
“정보 수집원이 급조해서 될 일입니까?”
“어떻게든 해봐야지요. 이대로 모든 걸 내려놓을 순 없지 않습니까?”
의견은 분분했으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저마다 지금의 자리를 그러니까, 지금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 우리 이렇게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일단 그들을 개방으로 잡아들입시다.”
“그래서요,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먼저 살아야 하잖아요.”
다들 입이 쑥 들어갔다. 경직된 분위기는 쉽게 가실 줄을 몰랐다. 짧지만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누군가 입을 뗐다.
“그렇게 합시다. 달리 방법도 없으니 일단, 포박해다가 곡식 보관 창고에 감급합시다.”
“그럼 무사들을 보내 그들을 생포하라고 합시다.”
“몇 명이나 보내면 될까요?”
“개방의 안전을 지켜 줄 무사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풀어, 최대한 빨리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들입시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서둘러 움직입시다.”
그런 결정을 내린 지 두 시진 남짓 시간이 흘렀다. 저잣거리를 유유히 오가며 산천 유람을 하던 용하의 눈에 일단의 무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음, 드디어 낚였군!”
용하는 개방에서 보낸 무사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급파할 수 있는 조직은 오직 강호 무림에 개방밖에 없어서였다.
“그럼 슬슬 작전을 펼쳐볼까?”
주저하지 않고 전동휠 방향을 득달같이 달려오는 개방의 무사들 쪽으로 돌렸다. 전동휠이 말보다 빠를 수 없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 시진 이상을 달려온 말 하나도 따돌릴 수 없다면 전동휠로서 자격 미달이었다.
“다른 건 몰라서 전동휠만큼은 나를 따라올 자가 없지.”
전동휠을 타고 밤이슬을 맞으며 수도권을 누비고 다닌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용하의 기억이 멈춘 곳에서 다시 그의 눈에 펼쳐지는 원근감으로 보이는 개방의 무사들. 두려움 따위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만 뻗으면 닿을 만한 곳까지 갈 것이다.”
―위이이이이잉~
전동휠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용하의 머리칼이 진행 방향 반대쪽으로 휘날렸다. 개방의 무리가 만들어내는 흙먼지가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사들이 말을 멈추고 넋 나간 듯 용하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전동휠을 바라보았다.
“저것들 좀 봐라! 기대도 하지 않은 선심까지.”
개방의 무사들이 멈춰준 것에 대해 용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용하는 몸을 최대한 앞으로 기울였다.
―휘히히히히히잉~
전동휠은 낼 수 있는 한 최대의 속도로 개방의 무사들을 향해 거리를 좁혀갔다. 그리고 곧 손만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이르러서 반원을 그리며 방향을 돌렸다. 방향이 바뀐 전동휠은 개방의 무사들 눈치를 살피며 오던 길을 느린 속도로 달려갔다.
“흠, 놓친 고기에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눈앞에서 봤으니 안 따라오고는 못 배기겠지?”
용하는 개방의 무리를 견제하며 전동휠 속도를 조절했다. 가까이 다가오면 조금은 멀리, 좀 멀어졌다 싶으면 다시 속도를 늦추며. 예상대로 전동휠이 완급을 조절하며 거리를 두자, 그를 뒤쫓는 개방의 무리는 안달이 나서 우왕좌왕했다.
“일단 제대로 낚인 것 같다. 이제 어디로 유인하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몇몇 장소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 용하는 분명 삼천포로 빠져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아무리 고심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자, 그제야 비로소 스스로 삼천포로 빠져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야, 김용하!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지금 방향이 바뀌었잖아.”
그랬다. 원래 계획은 개방의 무사들에게 붙잡히거나, 그들이 개방으로 달아나게 만들어서 그 뒤를 따라 개방으로 들어가려는 작전을 세웠었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 간다면, 괜히 일만 복잡하게 할 뿐 얻는 게 없었다.
“이런 내가 어쩌다 이렇게 가성비 떨어지는 짓을 하는 건지.”
용하는 스스로 한 짓에 대해 개탄스러웠다.
“이제 어떡하면 좋지?”
후회와 함께 자문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이럴 때 인공이나 장설이 곁에 있었다면 뭐라도 조언해 줄까?
갑자기 그들이 그리워졌다. 아니, 하다못해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음성통화를 하든, SNS를 통해 메시지로 전달을 받든, 지금처럼 답답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침착하자!”
용하는 결연히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저들이 왜 나를 뒤쫓는 것인가?”
차분하게 처음부터 다시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곧 해답을 떠올렸다.
“전동휠을 빼앗으려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전동휠을 빼앗고 나를 잡아가려는 거겠지.”
일단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올린 해답은 이 두 가지였다. 용하는 무엇이 저들이 의도하는 것인지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고육지계(苦肉之計)!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고육지계다.”
그랬다. 삼십육계의 병법 가운데 제34계. 제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꾸며내는 방책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계책을 말한다.
용하는 불현듯 멈췄다. 꽁지 빠지게 달아나던 용하가 갑자기 멈추자, 그를 뒤쫓던 개방의 무사들도 우왕좌왕하며 멈췄다. 용하는 의연하게 그들을 직시했고, 그들은 서로 자기 무리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예다! 이거나 받아라.”
용하는 전동휠을 있는 힘껏 그들을 향해 던지고는 다시 줄행랑치기 시작했다.
“저놈 잡아라!”
이번에도 계산이 잘못된 거란 말인가. 그런데 그렇게 잘못된 계산도 아니었다. 용하가 흘깃 돌아봤을 때, 그의 눈에 몇몇은 전동휠을 챙기고 나머지는 용하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옳거니!’
용하는 내심 쾌재를 질렀다. 이대로 조금만 시간을 끌다가 못 이기는 척 잡혀주기만 하면, 모든 게 계획대로 척척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남은 게 있다면 인공과 장설을 이 판에 끌어들여 함께 개방으로 가는 거였다.
‘이제 형님들과 유월이만 찾으면 된다.’
용하는 최대한 시야를 넓혀 인공과 장설이 있을 만한 길로 도망을 다녔다. 그렇게 한동안 개방의 무사들을 유인하며 도망다니고 있을 때였다.
“어! 용하다!!”
저만치서 용하를 알아보고 반기는 인공이 보였다. 그 뒤로 어김없이 장설도 보였다. 하지만 유월은 보이지 않았다.
“용하야!”
인공과 장설은 몹시 반기는 얼굴로 용하를 향해 달려왔다. 두 사람의 표정은 한시라도 빨리 달려와 용하를 덥석 끌어안아 주기라도 할 기세였다. 용하의 미간이 별안간 좁아졌다.
“형님! 오지 마십시오. 그냥 거기 계세요.”
“인석아!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우리가 네 녀석을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그렇게 집념으로 달려오던 인공이 갑자기 미끄럼을 타며 멈춰 섰다. 그 뒤에 겨우 속도를 줄이며 멈춰선 장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 인석아! 예고도 없이 그렇게 서버리면, 뒤따라오던 나는 어쩌란 말이냐?”
“형님! 저, 저기 좀 보십시오.”
“왜, 뭐가 이상해?”
장설은 용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녀석은 그 신통한 물건은 어디 두고 저렇게 정신없이 달려오는 것이야?”
“형님! 용하 말고 그 뒤를 좀 보세요. 뒤에 말 타고 달려오는 것들이요.”
헉!
그제야 말을 탄 무리를 본 장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이참, 저 형님이……. 형님! 그렇게 도망치면 어쩌겠다는 겁니까?”
“어쩌다니? 네 녀석도 지금 달아날 기세고, 용하 또한 저렇게 잘 도망치고 있는데, 나더러 대체 뭘 걱정하라는 것이냐?”
멀리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용하는 한숨만 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분연히 힘을 내 더욱 빨리 달렸다. 그리고 곧 인공을 옆을 지나치며 나직하게 외쳤다.
“형님! 절대 저를 지나쳐 달아나지 마십시오.”
“너를 지나쳐 달아나지 말라니, 그 말은 나를 먹잇감을 던져라, 뭐 그런 뜻인 게냐?”
“형님, 그냥 듣기만 하세요. 우리 곧 개방으로 가게 될 거니까, 그냥 제가 하라는 대로 좀 하십시오.”
용하는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차고 나가며 외쳤다.
“형님! 저한테서 너무 멀어지시면 안 됩니다.”
이윽고 장설의 옆을 지나칠 때였다.
“장설 형님!”
“어! 그래, 용하야.”
“적당히 도망 다니다가 저들에게 붙잡혀 줄 겁니다. 그리 알고 처신하십시오.”
장설에게는 더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 정도만 말해도 장설은 모든 걸 통찰할 테니까.
‘녀석……. 괜히 창의부흥원 원장직을 지낸 게 아니라니까.’
장설은 흐뭇하게 용하를 바라보았다.
“형님!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리도 채 못 가 용하 일행은 개방의 무사들에게 생포 당하고 말았다.
“이것들이 감히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능멸하려 들었던 것이냐?”
무사 가운데 하나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용하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개방의 무사와 눈이 마주친 용하는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무사의 눈빛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살기를 엿보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인가. 거지가 휘두른 칼에 운명을 맡기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