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창의진흥원이 건립되었다.
그 광경을 넌지시 바라보는 용하의 감회는 남달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왕 짓는 거 규모를 좀 더 늘려서 검도관으로 건립되었더라면.’
머릿속에 온통 검도관 건립에 대한 욕망뿐이었다.
“형님들, 어떠세요?”
“어떠냐니, 뭘 말이냐?”
“저기서 열 명 남짓한 학자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장설이 입을 뗐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보다 못해도 나는 여기를 선택할 것이다.”
인공이 얼굴을 불쑥 들이대며 물었다.
“왜요, 형님!”
“밖에서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낚느니, 방주 궁으로 들어오면 할 일이 있지 않으냐.”
“할 일이라뇨? 아, 호위무사!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사람이 할 일이 생긴다는 건 오랜 가뭄을 적시는 단비 같은 거겠죠?”
“탐욕은 화를 부르느니, 더는 욕심내지 말도록 하라.”
“네, 형님.”
“용하, 너는 왜 대답이 없는 것이냐?”
“저는 말입니다, 형님. 설령 화를 부르는 한이 있더라도 욕심을 버릴 순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욕심을 내려놓기에는 제가 아직 젊습니다.”
“젊음과 욕심이 무슨 상관이더란 말이냐?”
“욕심은 성장의 동력이 돼 줍니다.”
“어찌하여 욕심이 성장의 동력이 돼 준다는 것이냐?”
“욕심이 없다면 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없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지 않다. 학문에 대한 욕구는 욕심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용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눈빛으로 보아 적잖이 심각해 보였다.
‘녀석에게 새로운 깨달음이 생겼나 보군.’
그때였다.
“형님! 혹시 학문에 대한 욕구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까?”
‘음, 역시 무엇인가 깨달음을 얻은 게로군.’
“아무렴, 할 수 있고말고.”
“그것을 제게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만약 가르침을 주신다면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그 말은, 가르침을 줄 수 없다면 욕심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렷다!”
“외람되지만 그렇습니다.”
왠지 논쟁에서 밀린 듯한 기분이었다.
‘녀석이 합리적으로 나를 이기는군. 그만큼 정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성장했다는 뜻이겠지.’
“뭐 하나만 묻겠다.”
“네, 형님.”
“용하, 네게 욕심은 무엇이냐?”
“세상이 공평해지는 겁니다.”
“공평한 세상이라.”
용하의 대답을 들은 장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공평한 세상은 무엇이냐?”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못하는, 그런 게 없는 세상 말입니다.”
“그런 건 없다. 모두 할 수 있는데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는 것이다.”
웬일인지 단호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저리 단호히 말하는 것일까.
“제가 말하는 공평은 기회의 균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회의 균등이라.”
이번엔 적잖이 공감하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무림검도관을 고집하는 이유도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고자 함인 게냐?”
“네, 부끄럽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장설은 눈을 들어 창의진흥원을 지나 더 먼 곳에 시선을 두었다.
“한번 해보자꾸나.”
“무엇을 말입니까?”
“용하, 자네가 말하는 기회의 균등 말일세.”
“그 말씀, 진정이십니까? 진정 제 뜻을 헤아려 주시는 겁니까?”
“속고만 살았더냐. 우리 셋이 뭉치면 못 할 것이 무엇이겠느냐? 우린 의형제가 아니더냐.”
“감사합니다, 형님!”
“아니다. 그동안 고독한 길을 걷느라 용하, 자네가 고생이 많았지.”
장설의 말에 인공이 한마디 보탰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형님! 솔직히 출발선도 좋지 않습니까?”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는 의미로, 오른손을 모아 하늘로 힘껏 들어 올리며 목청껏 외쳤다.
“무림에서 꽃 피우자!”
소문은 빠르게 무림으로 퍼져나갔다.
―개방에 이상한 물건이 빠르게 돌아다닌다던데, 그게 사실인가?
―물건이? 물건이 아니고 혹시 말이나 강아지를 잘못 본 거 아냐?
―아냐, 확실히 말이나 개는 아냐. 먹지도 않고 숨도 안 쉰다는 걸로 봐서 물건이 확실해.
―창의진흥원 학자들이 만들었다는데, 먹이를 주지 않아도 저 혼자 씽씽 잘도 달린다더구먼.
들으면 머리가 다 지끈거릴 정도로 무성한 소문이 나돌았다.
모든 게 용하의 작전이었다. 인공과 장설이 발품을 팔며 환심을 샀던 사람들의 입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은 덕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아홉 정파의 장문인들 귀에도 계획대로 들어갔다.
“의 뛰어난 능력을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할 수 있겠소?”
이제 막 창의진흥원 학자들에게 한 말이었다.
“그림으로 말씀입니까?”
“그렇소. 될 수 있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용하가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획은 우리 창의진흥원에서 하고, 그림은 환쟁이들에게 용역을 주면 쉽게 해결될 테니 말입니다.”
학자들의 말을 듣는 순간 용하는 저도 모르게 든든했다. 연구 능력은 모르겠으나, 결과를 위해 인프라를 활용하는 걸 보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개방에는 사람도 많고 정보력도 뛰어나니, 얼마든지 용역을 쓸 수 있겠구려.”
일을 진행하면 할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해진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구슬 서 말 꿰는 건 일도 아니겠는걸.’
머잖아 개방의 중심에 무림검도관 현판이 걸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부풀었다.
‘여기, 무림에 무궁무진한 인적자원에서 물적 자원까지, 모두 보배로 만들어 줄 것이다.’
먼 곳을 바라보는 두 눈이 새삼 강렬했다. 용하는 무림의 산과 광야를 크게 둘러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소인은 하남성 정주 등봉현에서 왔습니다.”
하남성이면 개방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왔단 뜻이다.
“행색을 보아하니 불가에서 오신 것 같은데, 스님께서 저를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요.”
바로 그때였다. 보다 못한 학자 하나가 용하 쪽으로 종종걸음쳤다. 그리더니 냅다 용하의 귀에다 무어라 속삭였다. 듣는 용하의 두 눈이 서서히 커졌다.
“무어라, 그것이 사실이란 말이냐?”
정말 몰랐다. 소림사가 개방과 같은 하남성에 있었다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소림사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소림사에서 개방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명이라.”
“외람되지만 우리 소림사의 장문인께서 내리신 명이니 협조해 주십시오.”
일순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단 모른 체하고 적으로 간주하는 것처럼 보여 안달이 나서 못 견디게 만들지, 우호적으로 받아들여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할지.
“그래, 궁금한 게 무엇이라 하시던가요?”
“생명체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라 하셨습니다.”
“오호라, 그게 궁금하셨나 봅니다. …스스로 움직이지만, 생명체는 아닙니다.”
용하의 대답에 소림사에서 왔다는 사람은 두 눈이 커지며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손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껏 세상을 살면서 스스로 움직이는데 생명체가 아닌 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용하는 말을 하다 말고 눈치를 살폈다. 소림사에서 왔다는 사람은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용하는 내심 쾌재를 질렀다.
‘하늘의 도우심이다. 때마침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
용하는 소림사에서 보낸 자를 잘 보살펴서, 그가 돌아갈 때 학자들에게 부탁했던 팸플릿을 들려 보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창의진흥원 학자들은 들으시오.”
“네, 원장님.”
“부탁했던 에 대한 설명서 제작에 박차를 가해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녀들에게 명하시오. 소림사에서 온 사람을 극진히 보살펴서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알겠습니다.”
창의진흥원 학자들은 일사불란했다.
‘흠, 예상대로만 된다면 저자는 소림사로 돌아가 시키지 않아도 개방의 정책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소상히 보고할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개방과 창의진흥원이 홍보될 것이다.’
용의주도했다. 창의진흥원 원장, 김용하는 먼 훗날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창의진흥원은 누가 이끌고 있다더냐?
‘각 정파의 장문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물어볼 테고, 외부와 소통을 관장하는 신하들은 나, 김용하라고 대답하겠지.’
예상대로 그날 이후 아홉 개의 정파 수장들은 거리순으로 개방을 찾았다.
“창의진흥원 원장을 알현하고자 한다.”
“죄송하지만 어느 문파에서 오셨기에 이리도 방자한 것입니까?”
“무어라, 방자!?”
“이치가 그렇지 않소? 남의 문파에 왔으면 그 문파에 예를 갖춰야 하는 거 아니오?”
“이런 무지한 것들 같으니. 너희들은 지금 내가 개방에 예를 갖춘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게 아니라 너희를 대접하지 않은 게 자존심 상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더냐.”
아직 어느 문파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장문인의 따끔한 일침에 다들 찔끔한 기색이었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 곤륜파 장문인이 개방의 창의진흥원 원장을 알현하고자 한다. 그리 전하거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전이나 지금이나 곤륜파 장문인은 예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그제야 개방의 무사들도 예를 갖추고 급히 창의진흥원으로 말을 몰아갔다.
“창의진흥원 원장님께 고합니다. 서쪽 끝 곤륜파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용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흠, 아홉 번째 문파의 장문인이로군. 언제 오려나 했는데 이제야 나타나는군.”
담판을 짓겠다고 결심했다.
“창의진흥원을 기준으로 반대편 끝에서 기다리도록 하라.”
“네, 그리하겠습니다.”
비록 무사는 대답은 하였으나, 사실 왜 그리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무사는 서둘러 곤륜파 장문인에게로 달려가 조금 전 용하의 뜻을 숨김없이 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장문인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며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곤륜파 장문인은 조금도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거나 하지 않고.
“조금 전 그대가 간 곳이 창의진흥원이렷다. 그렇다면 이쪽 끝에 가서 기다리면 되겠구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곤륜파 장문인은 수하들을 이끌고 말을 달렸다.
그때였다. 창의진흥원 쪽에서 무엇인가 작은 물체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저기 움직이는 것이 무엇이냐?”
곤륜파 장문인의 물음에 그의 수하들은 일제히 창의진흥원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그때였다. 수하들 가운데 하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소문으로만 듣던 바로 그 물건입니다.”
훨씬 먼저 출발한 곤륜파를 향해 전동킥보드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먼저 출발했을 뿐 아니라, 거리상으로도 용하가 훨씬 먼 데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곤륜파 장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음, 다들 욕심낼 만한 물건이었군.”
곤륜파.
강호 무림의 가장 서쪽 끝 곤륜산에 본거지를 둔 문파로, 서역국과 가까워 서양의 문물을 심심찮게 접하는 문파로 정평이 나 있다. 이건 그들의 의복이나 머리 모양만 봐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휘히히히히잉~
마지막 스퍼트를 낸 용하는 그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렸다.
―히히히히잉~
이번에는 곤륜파 장문인이 타고 온 말이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곤륜파의 장문인 몽돌이라고 합니다.”
“몽돌이라, 저는 개방의 창의진흥원 원장 김용하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름은 아닙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허심탄회하게 친분을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 소개하는 이름입니다.”
“잘하셨습니다. 공식적인 이름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습니다. 소인은 단지 제가 연구하는 신물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역시 학자다운 면모가 물씬 풍기는군요.”
“앞에 여덟 개 문파의 장문인은 이런 광경을 못 보셨습니다.”
“이미 궁금한 건 다 알아보고 왔습니다.”
“어허, 그러셨군요. 그럼 가실 때 제가 준비한 안내서 겸 설명서를 가져가십시오.”
용하가 환영사 겸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