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용하 일행을 지척에 둔 7인의 협객.
그들의 눈에 조금 전과는 다른 알 수 없는 살기가 드리워졌다.
그들 가운데 하나가 검지와 중지에 표창을 낀 손을 어깨까지 들어 올려 수신호를 했다.
그자의 수신호를 본 나머지 협객들도 일제히 표창을 꺼내 들었다.
조금 전 수신호를 한 협객이 자신의 한쪽 다리를 뻗어 두어 차례 가리키자, 나머지 협객들이 알아들었다는 듯 눈에 띄게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다리 쪽을 공격해 생포하라는 신호였다.
―휙!
수신호를 했던 협객이 용하 일행을 향해 표창을 날렸다.
협객의 손에서 벗어난 표창은 먼 거리를 날아 장설의 다리 쪽을 향해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휙!
―휙!
―휙!
연이어 나머지 협객들의 손에서 벗어난 세 개의 표창은 장설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종아리를 향해 날아갔다.
장설을 노리는 표창이 거리를 좁혀 오자, 표창이 날아오는 소리를 미리 감지하고 있던 장설이 순식간에 피하며 마치 날아가는 모기를 잡아채듯 표창을 휘감았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피를 토할 듯 외쳤다.
“몸을 낮추거라! 표창을 피하라!”
목청을 가르듯 카랑하게 새 나오는 장설의 외침에,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세를 낮췄다.
바로 그 순간 세 사람을 향해 날아온 표창은 아슬아슬하게 그들을 빗나갔고, 장설은 안도하며 손에 들린 표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닌자술을 쓰는 자들이군!”
닌자술이란 말에 인공은 두 눈이 커졌다.
‘닌자술?’
거의 동시에 인공의 뇌리에 아미파의 소굴에서 주화입마에 들기 직전에 있었던 일들이 스쳤다.
‘그때도 닌자술을 쓰는 자들이었는데.’
인공은 상체를 꼿꼿하게 세운 채 사방을 크게 둘러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미어캣이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할 때처럼 보였다.
인공의 시야에 검은 복면을 한 협객 하나가 얼핏 들어왔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군.’
협객의 정체가 아미파의 하수인임이 확실해지자, 인공은 자세를 낮추고 장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형님, 확실하진 않으나, 제 생각에는 저들이 필시 아미파의 호위무사들로 짐작됩니다.”
“어허, 그리 생각되는 것이냐? 그런데 인공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
“아미파 소굴에서 제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화입마에 들었던 것도 알고 보면 전부 저들 때문이었습니다.”
“저들 때문에 주화입마에 들었다?”
“네, 형님.”
“좀 알아듣게 말해 보거라.”
“아미산에서 유체이탈을 수련하던 중이었는데, 닌자술을 쓰는 저들이 급습했습니다.”
“저들과 일전이라도 치렀다는 말이냐?”
“그럴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저들의 기운이 너무도 강해 저는 바로 주화입마에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저들에게 기를 빨려 주화입마에 들어갔던 거다!”
“네, 맞습니다.”
“일단 멀리하는 게 상책이겠구나. 그런데 자네는 왜 유체이탈을 수련하였는가?”
이번만큼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 하지만 장설의 마지막 말은 결국 인공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형님, 그게 말입니다. 제가 뭘 좀 꼭 해야 하는 게 있어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유체이탈일 뿐 특별한 건 없습니다.”
인공의 말은 장설의 궁금증만 유발시켰다.
장설은 저만치 몸을 숨긴 용하와 남채화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협객들을 멀리하라는 의미가 담긴 수신호였다. 용하는 어리둥절했다. 반면 장설의 수신호에 담긴 의미를 찰떡같이 알아차린 사람은 다름 아닌, 강호의 섭리를 잘 알고 있는 남채화였다.
“우리를 쫓는 자들과 멀리하라는 뜻이야. 그들의 기운이 너무 강해 자칫 주화입마에 들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거지.”
남채화에게 주의 사항을 전해 들은 용하는 장설을 향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장설도 곧 이에 화답했다.
“자, 이제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형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구나.”
“형님, 우리가 먼저 칩시다.”
“아니,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다던 두 사람은 의견이 정반대로 갈렸다.
“용하 녀석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두 사람 의견도 들어 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남채화 저 할망구도 강호에서 잔뼈가 굵은 여자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네,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인공은 둔한 몸을 이끌고 용하가 있는 쪽으로 낮은 포복을 했다. 이제 막 장설이 그 뒤를 따르려고 할 때였다.
―핑!
표창 하나가 날아와 인공의 엉덩이에 정확히 박혔다.
―으악!
인공은 엉덩이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하며 데굴데굴 굴렀다.
“이보게, 인공!”
경악한 장설이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인공을 부축했다. 그리고 용하와 남채화가 있는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장설은 서둘러 인공의 엉덩이에서 표창을 뽑아, 혹시나 독성분이 있는지 수차례나 확인했다. 다행히도 어떤 독성분도 바르지 않은 순수한 표창이었다.
표창을 맞은 인공의 엉덩이는 두껍게 쌓인 지방 덕분에 바늘에 찔린 정도의 상처뿐이었다.
장설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찌하여 저들은 살상할 의지도 없으면서 우리를 쫓는 것이란 말인가.’
장설이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니들 목숨 하나하나가 저자들에게는 현찰이나 다름없어. 그러니 무슨 수를 쓰든 저들은 당신들을 생포하려 들 거야. 바꿔 말하면 세 사람이 죽는 일은 절대 없을 거란 얘기지.”
뜻밖에 남채화가 그 해답을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시선을 건네며 남채화의 말에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특히 남채화 어른은 각별이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들이 어른을 어찌 생각할지 아직 모르니까요.”
남채화는 용하에게 주의 사항을 전해 들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선 저들과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하세요!”
“10m 이상? 꼭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있느냐?”
“표창의 유효 사거리가 10m인 것 같아서요.”
“석궁은 어찌할 것이냐?”
“피해야지요.”
“피해? 어떻게? 무슨 수로 석궁을 피해?”
“짐작하고 계시듯, 피하긴 좀 어려워요. 그러니까 못 쏘게 해야죠.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10m 이상 거리를 두고 3m 간격을 두고 지그재그로 뛰는 겁니다.”
“지그재그?”
“네. 어느 영화에서 봤는데, 그렇게 뛰니까 사수가 조준을 못 하더라고요. 조준이 안 되니까 방아쇠를 당길까 말까 망설이기만 하고.”
“오, 그래? 뭐든 좋다. 일단 한번 해보자꾸나. 무엇이 됐든 살 수만 있다면 해봐야지.”
장설과 인공은 용하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기색이었다. 하지만 남채화는 아직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지그재그? 그건 난 모르겠고, 그게 아마 갈지자로 뛰라는 말인 것 같은데… 그렇게 뛴다고 저것들이 석궁을 안 쏘겠어?”
남채화의 말에 용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아! 좋은 수가 있다.”
용하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스마트폰을 본 남채화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아, 별것 아니오. 굳이 말하자면 작은 서책 같은 것이오.”
적당히 둘러댄 용하는 여러 개의 파일을 열어 언젠가 [총알을 피하는 방법]이란 검색어로 다운받아 두었던 플래시 애니메이션 영상을 열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보관돼 있었다.
“자, 보세요. 이게 지그재그로 달리는 건데, 이렇게 뛰니까 총알이 계속 빗나가잖아요.”
스마트폰 속 영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남채화는 무엇에 홀린 사람 같았다.
“두 분 어른도 잘 보세요. 저 정도 간격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좀 웃기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렇게 뛰어야 합니다.”
“아니, 우리더러 저걸 하라는 거야? 저렇게 촐싹대는 걸 혹시 남들이 보기라도 하는 날엔, 나잇값 못 한다고 손가락질해 댈 텐데.”
인공의 엄살에 장설이 빈정거렸다.
“평생을 손가락질받으며 살았을 텐데, 이깟 게 대수겠냐?”
* * *
이제 막 언덕의 끝자락을 내디뎠을 때였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언덕 뒤에는 바위산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보시오, 남채화 어른!”
“실컷 보시오, 인공 어른!”
어느새 두 사람은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가 되었다.
무엇이 두 사람을 이렇게 가깝게 만들었을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아마도 화류계라는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개방으로 가는 길은 이런 바위산밖에 없는 것이오?”
끝없이 펼쳐진 바위산을 목도해야 하는 세 사람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바위산으로 간다는 건, 저들에게 날 죽여 주시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소.”
“숲으로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그 길은 이 길보다 배는 돌아가야 한다오.”
“좀 돌아가더라도 저들의 표창과 석궁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겠소?”
“아니, 그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개방에 도착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소?”
“물론 그야 그렇지만……. 아, 알겠소. 이제부터는 군소리하지 않고, 남채화 어른만 따라가겠소.”
“저 또한 인공 어른을 안전하게 개방으로 안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소.”
인공과 남채화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던 장설은 웬일인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것들이 이제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는군. 홋.’
한편 용하 일행을 추격해 온 7인의 협객은 언덕을 오르기 직전 다시 한번 작전을 검토했다.
“이 언덕 끝은 바위산입니다.”
“그게 뭐,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것이냐?”
“우리처럼 닌자술을 쓰는 협객에게는 더 없이 불리한 조건입니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그들도 몸을 숨길 곳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걸 드러내는 건 맞짱을 뜨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냐?”
“닌자는 닌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협객이 급기야 용단을 내렸다.
“좋다. 우린 숲을 이용해 개방의 초입에 먼저 가서 기다린다. 삼실(삼 껍질에서 뽑아낸 질긴 노끈) 준비했느냐?”
“네, 준비했습니다.”
“숲에 도착하면 삼실에 몸을 실어 이동할 것이다. 서두르자!”
7인의 협객은 방향을 바꿔 숲이 있는 쪽으로 날렵하게 이동했다.
이윽고 숲길에 도착한 7인의 협객은, 제각각 나무에 감긴 삼실에 몸을 실어 바람처럼 이동해 갔다. 그 모습이 마치 빌딩을 타고 도심을 가르는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했다.
같은 시각.
바위산을 걷고 있는 용하는 수차례나 뒤를 돌아보았다.
“장설 어른!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이상하다는 것이냐?”
“협객들 말입니다. 아까부터 보이질 않습니다.”
“닌자술을 쓰는 자들이니,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우릴 뒤쫓고 있을 것이다.”
“장설 어른! 이곳은 지형상 닌자술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닌자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술수를 쓰는 게 그들이야.”
“그러니까 장설 어른 말씀은 지금 그들은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릴 뒤쫓고 있을 거라는 거죠?”
“내가 아는 그들은 습성상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음, 습성상! 그렇겠네요. 그들은 뭐든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니까요.”
“그러니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지?”
“네, 장설 어른.”
“자, 그럼 아까 자네가 말했던 방법대로 저 바위산이 끝나는 곳까지 아니, 남채화가 안전하다고 할 때까지 옆도 뒤도 보지 말고 무조건 달리는 걸세. 지그재그로 깡총깡총!”
“네, 알겠습니다.”
장설의 말에 용하와 인공은 물론 남채화도 결연히 대답했다.
“자, 그럼 출발!”
구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네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용하의 스마트폰에서 본 플래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처럼 촐싹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