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장설 형님, 인공 형님!”
강렬했다. 너무나 강렬한 용하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적이 긴장했다.
“두 분 형님들. 오늘 저녁, 다 함께 등산이나 합시다.”
초췌한 목소리였다. 저녁에 등산이나 하자니, 뭔가 이상했지만, 인공과 장설은 토를 단다거나 하지 않았다.
“왜요, 저녁 등산이 이상합니까? 원래 산행은 땅거미가 질 무렵 하는 게 묘미 아닌가요?”
너무 당연하다는 듯 아니, 뻔뻔하게 말하는 용하.
이번에도 장설과 인공은 서로 눈치만 볼뿐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원래 중요한 얘기는 산책하면서 이루어지는 거 아닙니까?”
용하의 말에 인공의 뇌리에 21세기 골프장이 떠올랐다. 정치나 경제 쪽에 중요한 회동 전에 항상 이용하는 곳, 컨트리클럽.
한편 장설의 머릿속에는 문파의 장문인과 그의 수하가 드넓은 정원을 거닐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떠올랐다.
세 사람의 머릿속에 각자 다른 상황이 떠올랐지만, 다들 서로 이해하려는 분위기였다.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세 사람 다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왜들 그러십니까? 표정이 마치 검찰에 소환되는 정치 경제인들 같습니다.”
용하의 말에 인공은 고개를 숙였고, 장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검찰에 소환되다니, 대체 검찰은 뭐 하는 곳이냐?”
아뿔싸!
바로 그 순간, 인공이 앞다퉈 장설의 물음에 답했다.
“형님! 그게 말입니다. 죄지은 자를 잡아다가 그 죄를 심문하는 곳입니다. 용하 이 녀석이 우리보다는 아무래도 젊은 세대 아닙니까. 그래서 자기들끼리 쓰는 용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인공의 변명에 장설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오호라! 음, 어찌 보면 그것이 짧고 간결한 게 효율적일 수도 있겠네그려. 음, 검찰…….”
그러는 사이 세 사람은 산기슭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올라갈 생각이냐?”
인공이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얼핏 무책임해 보이는 답이었다.
“잘 모르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어찌하여 그리 무책임한 답을 하는 것이냐?”
“형님, 어디까지 올라가야 산 아래서 안 보일까요?”
“해 다 빠졌는데 보이긴 뭐가 보이겠느냐?”
“만약 우리 셋이 횃불을 하나씩 들었다면요?”
“횃불? 그럼 얘기가 달라지지. 아마도 멀리에서도 보이지 않겠느냐?”
“우리가 횃불을 하나씩 들었다 치고, 산 아래서 횃불을 볼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갈 것입니다.”
“무어라! 산 아래서 횃불을 볼 수 없는 곳까지?”
인공은 갸웃한 기색으로 장설에게 물었다.
“형님, 들으셨습니까? 이렇게 작은 산에 그럴 만한 곳이 있겠습니까? 이 산은 풍수지리상 용두방주의 궁을 평온하게 지켜 주는 안산(安山)이 아닙니까?”
일목요연한 인공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장설이 마침내 처연하게 대답했다.
“내 생각에는 지금 용하에게 필요한 장소는 동굴 같은 곳이 아닌가 싶구나.”
바로 그 순간 용하가 격앙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바로 그런 곳입니다, 동굴! 이왕이면 좀 넓은 동굴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넓은 동굴? 얼마나 넓은 동굴을 찾는 것이냐?”
“음, 그러니까 그게…. 음…, 장설 형님과 인공 형님 그리고 저, 우리 셋이 검을 수련할 수 있을 만한 크기!”
“음,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알아듣겠네. 자네 말대로 우리 세 사람이 검을 수련할 만한 동굴로 안내하겠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장설과 용하의 대화. 장설이 말을 척척 알아듣자, 용하는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한 동굴 앞에 도착한 장설이 말했다.
“어떠하냐, 이만하면 우리 셋이 검을 연마하기에 충분하지 않겠느냐?”
“네, 형님.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뜬금없이 검을 연마하겠다는 것이냐?”
“창의부흥원 일에 쫓겨 검을 놓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인지 근육이 예전 같지 않아서요.”
“음, 좋은 생각이구나. 규칙적으로 검을 수련한다는 건, 정신 건강은 물론 심신 수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고 각자 수련을 시작하자꾸나.”
“네, 형님.”
용하는 자연체를 한동안 유지한 채 장설을 예의주시했다.
장설은 줄곧 운기조식을 하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용하는 간혹 상단자세로 바꾸었다 다시 자연체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장설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비싸게 굴긴…….’
이제 막 용하가 무엇인가 비난을 퍼부으려는지, 입을 크게 벌렸을 때였다. 장설은 이미 모든 걸 뒤로 한 채 기(氣)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동굴 속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기가 한 줌도 남김없이 장설의 손으로 빨려들어 갔다.
어둠이 짙어서인지 정전기를 발산하는 기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장설의 손아귀로 모여든 기는 주먹만 한 구슬 같았다. 푸른 빛을 띤 구슬은 장설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수직으로 상승하는가 하면 하강하고, 좌우로 수평 이동을 하는가 하면, 빠르게 회전하기도 했다.
‘일전에 보았던 건 붉은 빛을 띠었는데…….’
바로 그때였다. 장설의 눈이 번쩍 열렸다. 그의 두 눈은 용암처럼 이글거렸다.
장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푸른 빛을 띠는 구슬을 직시했다.
그러자 푸른 빛을 띠던 구슬이 점차 붉은색으로 변하며 그 크기를 더했다.
용하는 굳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목도했다.
‘기(氣)란… 그것의 정체는 전기였단 말인가…….’
그때였다.
장설의 손에서 점차 커져만 가던 기의 형체가 장설의 얼굴 크기만 해졌을 때였다.
붉은빛을 띠던 구슬이 갑자기 차갑게 식어 가더니 마침내 코발트 빛으로 변했다. 바로 그 순간.
“이것이 궁금했던 것이냐?”
동굴 속을 울리는 장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용하는 너무 놀라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 대답을 못 하는 것이냐?”
네, 라고 대답해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차마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형님!”
“서운하구나. 의형제라 자처한 우리 관계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더냐?”
용하는 무릎을 털썩 꿇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장설은 처연하게 대응했다.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느냐. 내가 자네에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게지.”
“아닙니다. 형님. 제가 생각이 불순했습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내가 자네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네는 그렇게 간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송구합니다.”
“기를 운용하고 싶은 게냐?”
용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그것이 아니면 무엇이냐?”
“형님이 만든 기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바로 그 순간 장설의 손아귀에서 빠르게 회전하던 구슬이 우뚝 멈췄다.
“이거 말이냐?”
용하는 납작 조아리며 대답했다.
“네, 형님.”
장설은 동굴 깊숙한 곳으로 장풍을 쏘듯 기를 날려 보냈다.
이윽고 동굴 벽에 부딪힌 구슬은 마치 바닥에 깔린 LPG에 불이 번지듯 푸른 빛을 띠며 동굴 벽을 타고 번졌다.
그렇게 동굴을 가득 채웠던 기는 곧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곧 동굴 속은 조금 전, 그러니까 장설이 기를 운용하기 전으로 돌아왔다.
평온해진 동굴 속은 일상을 보는 듯했다.
그제야 용하는 인공에게 물었다.
“형님도 보셨죠?”
“나야 여러 번 봤지.”
“전기 맞죠?”
“뭐, 전기! 음, 글쎄다… 전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에너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게가 실리는구나.”
“아까 그 정도 크기면 몇 볼트나 될까요?”
“글쎄다… 만져 보지 않아 거기까지는……. 형님! 아까 그 응집된 기를 다른 사람이 만지면 어찌 됩니까?”
“아직은 수련이 부족하니, 그저 찌릿하지 않을까 싶구나.”
웬일인지 장설은 용하와 인공이 나누는 대화 속에 나오는 낯선 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기색이었다.
“찌릿했다면 100볼트를 넘지는 않았다는 얘기잖느냐?”
인공의 말에 용하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용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직 하나였다.
장설이 수련을 더욱 강화해 기의 세기를 높이거나, 아니면 자신과 인공이 기를 수련해 세 사람의 기를 하나로 모으거나.
* * *
다음 날 용하는 은밀하게 인공을 찾아갔다.
“형님! 제가 판단이 잘 안 서서 그러는데,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나라고 뭐 별수 있겠느냐? 어디 들어나 보자꾸나.”
“장설 형님이 수련 시간을 늘려 기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느냐?”
“제 생각이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수련이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느냐.”
“그리고 형님과 제가 장설 형님과 기 수련을 함께 한다면 우리도 작은 정전기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야 뭐, 사람에 따라 다르고 수련 강도에 따라 다르니, 무엇이라 단정 지을 순 없을 것 같구나.”
“다정 지을 순 없어도 작은 보탬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연로한 장설 형님에게 기 수련을 강화하게 만든다는 건 이래저래 위험한 발상이야.”
“왜,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기를 쓴다는 건 명을 단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기를 쓴다는 게 명을 단축한다는 말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았다.
“어쨌든 장설 형님을 더는 위험하게 할 순 없다.”
단호했다.
“그럼, 형님! 형님과 제가 수련에 참여하는 건 동의하세요?”
“능력이 된다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질 않으냐?”
“능력이 된다면, 이라는 말은…….”
“그게 말이다. 되는 사람이 안 되는 사람이 있어.”
“네, 그게 다 무슨 말씀입니까?”
“생각을 좀 해 보아라. 모든 사람이 다 되는 거면, 특별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안 된다고만 하지 마시고, 일단 시도는 해봐야죠.”
“물론이다. 다행히 우리 둘 다 기를 운용할 재능이 있다면 장설 형님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형님. 장설 형님께 기를 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아마 쉽지 않을 것이야.”
“말 안 들으면 명령이라도 해야죠. 뭐.”
“뭣이라, 명령?”
“네, 저는 창의부흥원의 기관장이자, 창의부흥원의 직속 기관인 호위무사실의 호위대장입니다.”
용하가 권력을 내세우는 순간 인공은 맥이 쭉 빠졌다. 그 모습이 용하의 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서였을까, 용하는 재빨리 자기가 뱉은 말을 거둬들였다.
“농담입니다!”
그때였다. 장설이 홀연히 모습을 나타냈다.
“아니, 형님!”
용하와 인공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장설을 바라보았다.
“놀랄 것 없다.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은밀하게 새 나오는 소리가 있어 들었을 뿐이다.”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송구함을 표했다.
“그래! 기를 배워 보겠다고 마음을 정한 것이냐?”
“네, 형님.”
용하와 인공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쉽지 않을 것이다.”
“각오는 돼 있습니다.”
“우선 기를 수련하기 위해서는 속을 비워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그 말씀은 굶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기가 내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는 최소한의 물로 연명해야 하느니라.”
용하와 인공, 두 사람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각자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식에 들어갔고, 물로 연명하며 기 수련에 매진했다.
가르치는 사람이 훌륭해서인지 한 달 만에 용하는 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용하의 손바닥이 느끼는 기의 실체는 다름 아닌 정전기였다.
아직 플라스마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막연하게 장설이 하라는 대로 했을 때보다는 관념적으로 기의 실체를 훨씬 구체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형님! 기를 보았습니다.”
용하의 말에 장설은 처연하게 바라보았다.
“기를 보았다? 어찌 생겼더냐?”
막상 장설의 질문에 대답하려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찌하여 대답을 못 하는 것이냐?”
“그게 말입니다… 음…….”
“기를 본 것이 맞느냐?”
“네. 그런데 그게… 막상 말씀드리려니…….”
“됐다. 애쓰지 말거라. 모름지기 기란 그런 것이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인공이 놀란 기색으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형님! 그럼 용하가 진짜 기를 본 것입니까?”
“본 게 아니라, 경험을 한 것이다.”
“용하, 이 녀석이 기를 경험했다는 말씀입니까?”
장설은 뚜렷한 대답 대신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해야 할 일 아닙니까?”
용하보다 인공이 더 기뻐했다.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허나, 당장은 축하할 수 없는 일. 인공, 이 사람이 기를 경험하는 날, 주안상이라도 차려놓고 축하를 하는 게 좋겠구나. 그때까지는 인공 자네는 달라지는 것 없이 단식이란 걸 잊지 말도록. 알겠느냐?”
“네, 형님. 저도 하루빨리 기를 경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처럼 세 사람은 화사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옅은 인기척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