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와~우~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하는 연신 탄성을 질렀다.
인공의 협상 능력도 그랬지만, 일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3일 내로 전액 입금하도록 하겠습니다.’
협상의 결과 아니, 성과라고 할 수 있는 한마디. 아직도 편집장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인공 형님! 아무리 생각해도 형님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대단해 할 것 없소이다.”
얼핏 겸손하게 들렸지만 실은 기고만장한 속내를 감추기 위한 대답이었다.
“아뇨, 정말이지 형님은… 정말 형님이십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시오? 무슨 말이 그리도 앞뒤가 안 맞는 게요?”
“아, 그게 말입니다. 사실 오늘 협상하시는 걸 지켜보며 가슴이 벅찼는데, 그 감동이 아직도 제 가슴을 울리는 통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그 말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는 게요?”
“그렇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바로 그거…….”
“김 관장 오늘 좀 이상하시오. 내가 알고 있는 김 관장이라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은 절대 못 참는 사람인데, 아까부터 말을 하다 말고 하다 말고 하는 게.”
“아, 그건 말입니다. 거듭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오늘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아서…….”
이번에도 용하는 습관처럼 하던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이봐, 또!”
인공은 핀잔의 눈빛으로 흘겼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형님은 정말이지 형님 이상이십니다.”
“뭐, 형님 이상! 형님 이상이라면… 뭐, 내가 김 관장 아비라도 된다는 말이오?”
“같은 하늘 아래 아비가 둘일 수는 없는 법! 형님은 신입니다. 왜? 사람은 절대 형님처럼 할 수 없으니까요. 적어도 제가 아는 사람들은요.”
신이라는 극찬에 인공의 입이 헤벌쭉해졌다.
“헤헤, 뭘 그 정도로. 그나저나 돈 받으면 내 몫은 얼마나 되는 게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쌩도 이런 쌩이 없다. 출판사와의 성공적인 협상이 무색할 만큼.
용하의 뜻밖의 반응에 인공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이오?”
놀람과 분노가 뒤섞인 인공의 목소리는 해소 기침과 함께 새 나오는 숨소리 같았다.
반면 용하는 줄곧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형님 몫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되묻는 용하를 보는 인공은 얼굴색이 싹 달라져서 날을 세웠다.
“아, 아니… 내, 내 말이 그리도 잘못된 것이냐? 일했으니 응당 그에 따른…….”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겨우 몇 마디를 던지는 인공의 입을 용하는 야멸차게 막아 버렸다.
“형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아무리 돈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닙니까.”
“본분?”
어리둥절해서 바라보는 인공의 얼굴엔 여러 가지 표정이 뒤엉켰다. 돈을 혼자 먹으려 드는 용하에 대한 분노와 왜 용하가 이런 순간 자기 본분에 대해 들먹이는지 대한 궁금증 등.
하지만 용하는 조금도 굴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네, 본분이요.”
“무슨 본분?”
“형님은 속세 사람이 아니라, 인공사의 주지 스님 아니십니까?”
“누가 아니라더냐. 인공이 포천 주금산의 인공사 주지라는 사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부처님이 아는 사실인데, 왜?”
인공의 목소리가 돌연 커지자 용하 또한 날을 세웠다.
“왜 화를 내세요?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한테 그렇게 막말하지 않았잖아요.”
용하의 말쯤은 인공에게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지금 네 녀석 하는 짓이 그렇잖아. 지금 200억을 혼자 꿀떡하겠다, 그거 아냐? 그런 녀석한테 내가 왜 예의를 갖춰. 사람 취급도 하고 싶지 않구먼.”
“형님, 저는 말입니다. 아직 얘기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게 결정된 것처럼 그러시면, 정말이지 실망입니다.”
“뭐, 얘기 시작도 안 했다고? 그럼 지금까지 떠들어 댄 건 다 무엇이냐?”
“제 말은 이런 식의 말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런 식? 그게 무슨 말이냐?”
“가십 같잖아요. 적어도 금전 얘기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잔뜩 약이 올랐던 인공의 태도가 잠시 수그러드는 기색이었다. 진정성이란 한마디 말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진정성?”
그 틈을 타 용하는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의 말을 던졌다.
“형님, 좀 있다 제가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도 인공은 용하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알았어. 기다릴 테니까 다시 거론할 때는 욕 먹지 않게 잘 준비해.”
“네, 형님.”
* * *
그날 밤.
늦은 시각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검도 체육관 사무실.
“아직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느냐?”
“그게 말입니다. 형님이 저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제 말이 달리 들릴 수 있어서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쓸데없는 말부터 꺼내는 것이냐?”
“쓸데없는 말이 아닙니다.”
“그럼 100% 믿는다 생각하고 얘기해 보거라. 우린 같은 배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지 않느냐.”
“그런 식으로 할 얘기가 아닙니다. 믿는다 생각하지 마시고 믿어 주십시오.”
“자네와 나는 함께 죽음을 맞이했고, 차원 이동을 해 무림에 함께 갔고, 그곳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사이야. 그런데 내가 자넬 못 믿으면 누굴 믿겠어.”
이제야 얘기가 좀 통할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형님. 다 기억하고 계셨군요.”
용하의 눈에 얼핏 눈물이 고였다.
“이제 말해 보거라.”
“…….”
용하는 잠시 뜸을 들이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곧 얘기를 시작했다.
“21세기로 돌아와 우여곡절 끝에 약혼녀인 미숙이를 만났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냐.”
“그런데 미숙이에게서 개방의 용두방주 궁에서 연회장 하녀로 일하던 여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이번에 출간하게 되는 검술 도감 말입니다. 그 검술 도감의 저자가 바로 연회장 하녀이고, 연회장 하녀는 저와 잠시 검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유로 용두방주의 손에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인공은 처연하게 듣고 있었다. 용하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져서였다.
“저는 미숙이를 보는 순간, 좀 엉뚱한 발상이지만 연회장 하녀가 환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인공은 지금 용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대충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끊지 않고 여전히 처연하게 듣고 있었다.
“21세기에 검술 도감 원고는 무의미합니다. 어떻게든 그것을 그녀의 죽음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게 바로 출판이었습니다.”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겠구먼.”
용하는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인공의 말에 차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인세 받으면 그 많은 돈을 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일단 미숙이에게 줄 생각입니다. 본인 의사를 먼저 들어 봐야 하겠지만 미숙이가 그 돈으로 유치원을 차렸으면 합니다. 예쁘게 건물 지어서 어린이집도 함께 말입니다.”
“그러면 자네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은가?”
“네. 그래서 우리 몫은 없습니다.”
인공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표정은 왠지 떨떠름했다. 그런 인공은 바라보는 용하는 종지부라도 찍듯 쐐기를 박았다.
“그래야 비명에 간 여인에게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맘은 알겠는데…….”
인공은 여전히 처연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많은 돈을 다 주는 건 좀 아깝지 않아?”
예상 밖의 말에 용하는 입이 떡 벌어졌다.
“형님…….”
“거, 왜 뽀찌라는 거 있잖아. 요맨큼만 남겨서 우리 고기도 좀 사 먹고 그러자. 음!”
“형님, 고기는 제가 사드릴게요.”
“자네가?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약속 꼭 지켜야 한다!”
“아무튼 못 말린다니까. 무슨 스님이 고기를 저렇게 밝히는지. 그러니 땡추 소리 듣죠.”
“예끼! 이 사람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부처님을 섬기는 것도 내가 살아 있어야지. 나 죽고 나면 누가 부처님을 섬기겠느냐.”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하는지, 입이 안 벌어질 수가 없었다.
“형님! 형님은 머리가 좋은 겁니까, 말재주가 뛰어난 겁니까?”
“왜, 놀랐느냐?”
“어디 놀라기만 했겠습니까?”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어디 머리만 좋다고 되는 것이냐? 머리만 좋아서도 안 되고, 말재주만 좋아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럼요?”
“머리도 좋고 말재주도 좋아야지.”
“눼눼, 어련하시겠어요.”
그제야 용하는 인공이 자기 재주를 뽐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비아냥거렸다.
* * *
그리고 정확히 3일이 흘렀다.
약속대로 선인세 200억이 용하의 통장에 어김없이 꽂혔다.
비록 자기 몫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할지라도 용하와 인공은 가슴이 부풀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미숙이가 아직 사회에 다시 적응할 만한 상태가 못 되니 부모님을 만나 볼 생각입니다.”
“부모님을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부모님에게 200억을 드리고, 그 돈이 어떻게 쓰여졌으면 하는지를 말씀드리려고요.”
“거, 요즘 하도 세상이 험해서 그리 해도 될지 모르겠구나.”
“그래도 부모님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어요?”
“글쎄다…….”
웬일인지 인공은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인공의 말대로 세상이 돈에 의해 움직일 정도로 험하다 보니, 2억 가지고도 달라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20억도 아니고 200억이니 말이다.
그 순간 인공의 뇌리에 빠르게 스치는 게 있었다.
“용하야!”
“네, 형님.”
“현금으로 줄 게 아니라, 물건으로 주는 건 어떻겠느냐?”
“물건으로요?”
“그래. 우리가 건물을 짓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허가 내고, 원생 모아서 그걸 자네 약혼녀 명의로 돌리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발상이었다. 200억이라는 돈을 현금으로 주려고 했던 용하의 생각에 비하면. 게다가 미숙이가 스스로 유치원을 이끌 수 있을 때까지 대리 운영을 해 줄 수도 있고.
“형님……!”
용하는 무슨 말인가 건네려고 입을 뗐으나, 가슴이 뭉클해지는 통에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 안 해도 네 녀석 마음 다 알고 있어. 그러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꾸나.”
“네… 형님…….”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수련이 끝나면 신도시 주변에 쓸 만한 땅이 있나 돌아보기 시작했다.
“형님, 신도시에서 건물 지을 땅을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안 그렇겠느냐. 사람 눈에 쏙 드는 땅이란 땅은 다 나라에서 아니면, 대기업에서 독식했겠지.”
“그럼 이제 어쩌죠?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쓸 건물을 아무 데나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가깝고 사람들 왕래 또한 빈번한 곳이어야 마케팅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땅값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아이들 놀이터도 있어야 하니까 부지가 좀 넓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걱정하지 말고 한 300평 정도로 알아보자꾸나.”
“300평이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도시 시세대로면, 200억으로 300평을 사려면, 부지만 사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 시세 장난 아닐 텐데, 부지 매입비로 돈 다 써 버리면 건물은요?”
“신도시 지역인 만큼 땅만 있으면 그걸 담보로 건축비쯤이야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얼마든지 빌릴 수 있을 거야. 아마 모르긴 해도 서로 빌려주겠다고 앞다퉈 들이댈 걸세. 그럼 원래 계획보다 건물을 한 층 더 올려서 뒤쪽으로 출입구를 하나 더 만들고 소아과나 치과 같은 병원으로 임대를 놓으면, 그걸로 원금하고 이자를 갚아나가면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 용하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또한 신박한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대안에 대안까지 완벽한.
“형님!”
순식간에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
용하는 격한 감동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인공을 얼싸 끌어안았다.
“형님. 그럼 이제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