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 Lee Saengmang Kim blooms at Moorim RAW novel - Chapter 96
96화
―퍽퍽퍽! 퍽퍽! 퍽퍽퍽!
직권과 단수 봉수, 인공의 현란한 수기가 빗발쳤다. 무림에서 맞아본 후로 처음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빛과 같은 공격을 얼마나 당했던지, 용하는 눈앞이 번쩍거려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형님, 형님! 잠, 잠깐만요. 뭐가 보여야 무슨 말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내가 속을 줄 아느냐? 말하는 데 뭐가 보여야 하는 것이냐? 그냥 입만 벌려!”
“네?”
“내가 왜 네 녀석 주둥아리를 한 대도 안 때리는지 아느냐? 눈곱만큼도 남김없이 탈탈 털 작정이다.”
“탈탈 털다니, 대체 뭘 털겠다는 겁니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귀신을 속이지 감히 날 속이려 들어?”
―퍽퍽! 퍽퍽퍽!
속도뿐 아니라, 몸에 와닿는 충격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서웠다.
악! 악! 악!
“형님, 이 정도 세기면 장난치고는 좀 지나친 거 아닙니까?”
“뭐, 장난! 내가 이 나이에 너 같은 애송이하고 장난이나 칠 사람으로 보이느냐?”
―퍽! 퍽퍽퍽!
인정사정없었다.
악! 악! 악!
“그만! 그만! 제발 그만하세요. 다 말할게요.”
그제야 비로소 인공의 손 공격이 멈췄다.
“진작 그럴 것이지. 작대기 없으면 꼼짝도 못 하는 게 까불고 있어. 자, 어서 말해 보거라.”
“그러니까, 그게 말입니다.”
용하는 시간을 벌며 도망칠 궁리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형님이 예전보다는 저를 아끼는 모양입니다.”
“그건 또 뭔 개소리냐?”
“왜, 생각 안 나세요? 저를 사정없이 패서 돌부처로 만들 뻔한 거.”
“돌부처? 내가 너 같은 놈, 뭐가 이쁘다고 부처를 만들겠느냐?”
“아, 그 부처 말고, 인정사정없이 패서 제가 온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가면서 죽을 뻔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용하가 목을 쥐어짜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비로소 인공은 옛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아, 그때! 엄청 까불다가 얻어맞고 혈맥이 엉켜 버려서 몸뚱어리가 썩어가기 시작했던 거?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이냐?”
“오늘은 용케도 급소를 피해서 때리시더라고요.”
“내가 급소를 피해서 때렸다고?”
“네.”
“우연히 그리된 것이다.”
“뭐라고요? 우, 우연이었다고요?”
어느새 용하는 슬금슬금 몸을 움직여 현관문까지 이동했다.
‘이제 저 문을 한 번에 열고 빠져나가야 하는데.’
현관문을 흘깃 보았다. 아무리 봐도 한 번에 빠져나간다는 건 어려워 보였다.
‘일단 수동 걸쇠를 제거한 다음, 열림 버튼을 누른다 해도 자동 걸쇠가 미끄러지듯 풀리는데, 일 초 이상 걸리잖아. 일 초면 인공 저 인간 주먹이 서너 번은 날아올 텐데.’
검도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형님! 체육관에서 형님이 저한테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가 관장이잖아요.”
“뭐, 관장? 그래, 좋다. 그럼 우리가 체육관에서 만난 게 먼저냐, 무림에서 의형제를 맺은 게 먼저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야 물론…….”
“의형제가 무엇이냐? 서로에게 비밀이 있다면, 그건 의형제가 아닐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형님에게 비밀 같은 거 없습니다. 혹시 형님은 저에게 비밀이 있으십니까?”
인공은 왠지 용하의 궤변에 휘말린 듯했다.
‘엥! 어째 저 녀석 말장난에 놀아나는 기분인데. 혹시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숨기고 있는 게 있었나? 저 녀석이 그렇게 느꼈다는 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은 잠시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 순간 용하는 살금살금 걸쇠를 풀고 손잡이를 먼저 돌린 다음 열림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거의 동시에 현관문이 열리고 용하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부리나케 달아나 버렸다.
“아니, 저, 저 녀석이…….”
용하의 말에 골몰하던 인공은 망연자실했다.
그날 이후 용하는, 수련생들 지도를 위해 검도 체육관에 모습을 내비칠 때 빼고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두문불출했다.
용하의 달라진 태도에 불안해진 건 인공이었다.
‘하, 녀석이 대체 왜 저리 변해 버린 것이란 말인가. 대체 뭔 사달을 내려고 이러는 것인가.’
묵묵히 수련생 지도에 매진하는 용하를 지켜보는 인공의 입에선 한숨만 나왔다.
‘내가 너무 지나쳤던 걸까? 사랑으로 다스려야 했거늘, 손찌검이나 일삼았으니…….’
일전에 치도곤을 했던 게 후회막급했다.
이제 막 오후 수련이 끝났다.
수련을 끝내자마자 용하는 부리나케 검도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저기, 김 관장.”
인공이 그의 앞을 막았지만, 용하는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고 나가 버렸다.
“이대로 보내면 또 언제 보겠는가. 오늘은 금요일 아닌가.”
용하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은 월요일 오전이다.
조광연 박사를 만난 이후, 용하는 주말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 * *
토요일 오전, 국립도서관.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꽤 두꺼운 책에 푹 빠진 용하의 두 눈이 모든 걸 집어삼킬 듯 이글거렸다. 주말에 창가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거의 밤새다시피 하면서 자리다툼을 했다는 말이다.
―지이잉, 지이잉!
아까부터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이 진동했지만 용하는 책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징! 징! 지이잉!
마치 마지막을 알리기라도 하듯 진동음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비로소 용하는 스마트폰에 눈길을 보냈다.
스마트폰 화면에 ‘조광연 박사님’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용하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들고 열람실 밖으로 나왔다.
“여보세요?”
―네, 선생님. 저 조광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어떻게, 하시는 일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겁니까?
“제 계획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박사님은요?”
―네. 그러잖아도 보여드릴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무슨 단서라도 찾았습니까?”
용하의 목소리가 두 톤쯤 올라갔다.
―대단한 건 아니고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광채 말입니다. 광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그럼 지금 연구실에 계십니까?”
―저야 뭐, 늘…….
“그럼 제가 지금 연구실로 가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박사님 연구보다 더 중요한 게 뭐 있겠습니까.”
용하의 목소리는 적잖이 흥분돼 있었다.
흥분된 상태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서둘러 가방을 챙겨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전철역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용하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찻길 쪽으로 나가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에 오르자마자 뭐라고 했던지, 인도 쪽에서 바라보이는 택시가 무리한 차선 변경을 시도하더니,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크게 유턴해 반대편 차로 위를 질주했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택시는 차량이 많기로 소문난 남부순환도로 위를 달렸다. 가장 차가 많을 시간에 남부순환도로를 평균 시속 40km로 달린다는 건, 운전실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에 종지부라도 찍듯, 택시는 캠퍼스를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기사님! 공학관 지나면 미 항공우주국 나사처럼 생긴 건물이 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천체물리학 연구동에 가시는군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거기 가시는 분들은 늘 정신없이 바쁘시더라고요. 그리고 꼭 같은 질문을 하고는 해요.”
“같은 질문? 그게 뭐든가요?”
“기사님 정도 운전실력에, 제일 좋은 차로 질주한다면 시속 얼마까지 달릴 수 있느냐고.”
“헉, 저도 사실은 내릴 때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수퍼카로 막힘이 없는 도로를 달린다면, 기사님 운전실력으로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까요?”
“정해진 게 있겠습니까? 차가 공장에서 출고할 때 아무리 빨리 달리는 차라도 제한속도를 걸어 놓기 때문에 게이지에 나온 속도 이상은 나오질 않아요.”
“만약 제한속도를 풀 수 있다면요?”
“그건 알 수 없죠. 제한속도를 푼다는 건 불법이라 아직 시도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 순간 용하의 머릿속에 절묘한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공장에서 출고할 때 제한속도를 걸어 놓는다고? 그럼 공장에서 출고되지 않은 차는 제한속도를 걸 이유가 없는 거잖아.’
용하는 지금 사제 수퍼카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구동으로 들어간 용하는 거침없이 조광연 박사의 연구실로 향했다. 일전에 왔을 때처럼 더는 그를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광연 박사를 만난 용하는 다짜고짜 물었다.
“천체물리학 박사가 수퍼카도 만들 수 있나요?”
“수퍼카는 왜요?”
“아, 글쎄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 보세요.”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이 수퍼카를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왜요? 왜, 불가능하다는 거죠?”
“일단 수퍼카를 만들려면 첨단 장비가 필요합니다. 워낙 고가의 장비들이라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고, 설령 장비를 갖췄다 해도 그 장비를 다룰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그 비용은 또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제 막 조광연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입을 닫았을 때였다.
“박사님, 이것 좀 보십시오.”
용하는 기다렸다는 듯 노트북을 펼쳐 조광연 박사에게 보여주었다.
「빽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용하가 펼친 노트북 화면 속에는 「빽 투 더 퓨쳐」가 흐르고 있었다.
에메트 브라운 박사가 손수 수퍼카 드로리안을 개조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광경.
“이것 좀 보십시오. 에메트 브라운 박사가 혼자서 타임머신을 만들고 있잖아요. 이분하고 박사님하고 뭐가 다릅니까? 박사님도 천체물리학계에선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분이시잖아요. 그러니 혼자서도 얼마든지…….”
“이보세요, 선생님.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너무 한 가지 일에 골몰하다 보니 현실감각을 잊은 겁니까? 이건 영화잖아요, 영화!”
“영화가 뭐 어때서요? 영화든 소설이든 다 개연성을 토대로 하는 픽션 아닙니까?”
“…….”
개연성이란 말에 조광연은 무어라 항변해야 할지 막연했다.
“그 개연성을 토대로 한번 해 보자는 겁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말입니다. 어차피 박사님도 가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더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
“그러니 되든 안 되든 한번 해 보자는 겁니다.”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용하의 눈빛이 너무나도 강렬해, 조광연은 한 마디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결국 조광연은 체념한 듯 눈을 감으며 힘없이 한마디를 흘렸다.
“이건 미친 짓이야.”
조광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용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비용은 제가 어떻게든 만들어 보겠습니다. 대신 저는 주말에만 올 수 있습니다.”
조광연은 거의 넋 나간 사람처럼 한숨만 연신 뱉어냈다.
“당장 필요한 건 없습니까?”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에 공장을 하나 마련해 주시오.”
“수퍼카를 개조할 공간을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런 거라면 염려하지 마십시오. 학교에서 가깝고 주변에 방해될 만한 것들이 없는 곳에 공장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요.”
용하의 대답에 확신이 엿보이자, 조광연은 다시 한번 결의를 다졌다.
* * *
그날 검도 체육관으로 돌아온 용하는 제일 먼저 인공을 만나 부탁했다.
“형님! 최대한 빨리 수련생을 모집해 주십시오. 천 명이라고 하셨죠?”
“근데 천 명을 모집할 명분은 가지고 온 것이냐?”
“명분! 어떤 명분이 필요한 겁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체육관 확장했다는 거 말고, 들으면 확 쏠릴 만한 쇼킹한 거 말이다.”
“있습니다.”
용하의 거침없는 대답에 인공은 솔깃해서 되물었다.
“뭐, 있다고? 어서 말해 보거라.”
“공중 부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책 없는 대답이었다.
“뭐, 공, 공중 부양?”
“네. 기를 활용한 공중 부양 말입니다. 기의 흐름을 잘 운용하면 몸을 새털처럼 가벼워질 테고, 거기에 기를 모아 추진력을 만들면 몸을 허공에 띄울 수 있습니다.”
“오, 그래!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이론이구나. 그래, 실현할 수 있겠느냐?”
“벌써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 그래? 혹시 그동안 주말마다 사라졌던 이유가…….”
인공은 그동안 확인도 하지 않고 의심만 했던 게 미안했던지 울먹였다.
그런 인공을 바라보는 용하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형님. 어쩔 수 없이 하얀 거짓말을 하게 되네요.’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었다. 당장 용하에게 필요한 건 돈이었다. 조광연 박사가 한눈팔지 않고 타임머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